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54화 (154/175)

154화

* * *

‘재밌네…….’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재밌게 느껴졌다.

일본 역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난리가 났지만, 그것과 비례하게 한국에서도 난리가 났다.

일본처럼 직접적으로 들고 일어난 건 아니지만, 댓글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나라도 좋을 거 하나도 없는 거 아님? 좀 걱정되네.

-매국노임? 이런 사람이 있으니까, 일본이 맨날 배 째라 하는 거.

-현실적으로 보자는 거임. 일본이 사과하면 다행이지만, 사과도 안 하고 서로 냉전에 들어가면 누가 피해 볼 것 같음? JH 그룹? 난 서민이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시원하다. 한국 기업인 중에 이렇게 지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국도 이와 같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지만, 일본은 더욱 심각했다.

차라리, 총리가 빠르게 결정을 짓고, 한쪽을 선택하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계속 침묵으로 유지하고 있으니 더욱 불타오르고 있었다.

‘조심해야겠네.’

일본의 상황을 살펴보던 나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일본은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고위층이 아니더라도 극우 인물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몰랐기에 경호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더군다나, 샘의 경고도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는 총리의 발표가 들려왔다.

한국에 역사적인 결례에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그에 맞는 보상을 내리겠다.

동시에 다케시마로 명명된 섬을 한국의 영토로 인정하며 독도라는 명칭을 쓰겠다고 한다.

솔직히 놀랐다.

어느 정도 시간을 끌거나, 여론전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깔끔할 일 처리를 보여준다.

물론, 그 안에 자신들끼리 많은 수 싸움도 해 보고, 정치적 견해를 나눴겠지만, 의외인 건 사실이었다.

‘나만 놀란 게 아닌가 보군…….’

일본의 결정을 보고 놀란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사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던 다른 나라에서도 놀라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놀랐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만큼은 아닐 거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이 밀려왔다.

-… 소름인데? 내 세대에서 일본 총리의 사과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역시 박제환 회장을 걱정하는 게 아니네. 소름 돋았다.

-주모!! 샤타 내려!! 내가 바로 박제환 세대의 사람이다!!

-이번 대통령 걱정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정치 보여주시길.

지금의 반응은 시작에 불과했다.

각종 언론인들은 위안부나 국가유공자의 후손 등 조금이라도 국민들이 관심 있을 법한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했고, 그걸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은 끊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중에 가장 주목받은 건 나였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못 하는 일을 해줬다며 사람들이 JH 그룹을 찬양했다.

이제 한국에서 JH 그룹은 명실상부하게 최고의 그룹이었다.

‘대통령 지지율도 반등했다.’

나만 주목을 받은 건 아니었다.

이번에 앞으로 나선 대통령도 같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곧 하락세로 들어서던 지지율이 반등해, 역대 정권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제 글을 써야지.’

어느 정도 일도 마무리됐고, 대통령 지지율도 올랐겠다, 이제는 글을 쓰려고 하는데, 또 한 번 집필을 가로막는 연락이 왔다.

“도대체, 또 왜 만나자고 하는 겁니까.”

-허허, 저희가 만나는 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저도 제 나름대로 시간이 있습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긴 시간을 뺏진 않을 겁니다.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뜬금없이 대통령의 전화가 걸려 오더니 할 말이 있다며 한번 만나자는 요청을 해 왔다.

이전에야 일본의 일이 있었기에 불만이 있을지언정 이해했건만, 지금은 왜 만나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나도 나지만, 대통령도 나를 만날 시간에 한 번 더 국민들을 만나면서 지지율을 올리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한참 바쁘실 때 아닙니까? 저 말고 대통령님 찾는 사람을 만나는 게 이득일 텐데요?”

- 하하.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살맛 납니다. 일본에서 항의를 보냈지만, 어떻게 합니까. JH 중공업은 제께 아닌데. 다 회장님의 의사를 따른 거라 반박했습니다.

“… 잘했습니다. 그래서 만나자는 이유가 뭐 때문입니까?”

- 회장님도 병든 한국을 고치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하고 싶은 생각이고.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은 없습니다.”

-저 역시 회장님과 의견이 같다 보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고민했고, 회장님과 이야기를 통해 일정 부분 풀어나갈 수 있다 생각한 게 있습니다.

“… 시간은 언제 되십니까.”

- 길게 끌 이유가 있습니까? 당장, 내일 뵙는 걸로 하죠.

대통령의 말을 들은 나는 내일 일정이 있나 확인해 봤고, 딱히 눈에 띄는 일정이 없단 걸 확인한 나는 알겠다는 대답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처음에는 별일 아닌 것 같아 전화를 꺼렸지만, 오히려 전화를 끊고 나니 궁금증이 밀려온다.

오히려 대통령을 빨리 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가 동한다.

과연, 대통령은 어떤 방법을 들고 올까?

그 부분은 내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어서일까?

시간을 빠르게 흘러갔고, 대통령을 마주할 수 있었다.

“대통령님이 반갑게 느껴지는 건 처음입니다.”

“… 이거 좋아해야 되는 건지, 서운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군요.”

“좋아해 주시면 고맙죠.”

“그럼 좋아해 보겠습니다.”

대통령과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 나는 대화를 이끌었고, 대통령도 그걸 눈치챘는지 본론으로 들어가려 한다.

“일단, 제가 어제 말했던 주제를 꺼내야 될 것 같군요.”

“나라를 강하게 만든다는 주제였죠.”

“맞습니다. 이번에 회장님의 도움으로 제 지지율이 역대 정권 중 최고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 오기 전 지지율을 확인했는데, 대통령의 말대로 역대 정권 중 제일 높은 지지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특정 세대로 인한 지지율이 아닌, 남녀노소 세대 가릴 거 없이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지지율도 잠깐이라 생각합니다. 나라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선 심각한 문제인 연금부터 손 봐야 되고, 각종 비리도 손 봐야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지지율이 다시 내려가겠죠…….”

“지지율이 내려가기 전에 어느 정도 손을 볼 순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하긴……. 임기가 끝난다면 다음 정권이 손을 쓸 수도 있겠군요.”

대통령이 걱정하는 바를 잘 알겠다.

이번에 오른 지지율을 이용해 어느 정도 백신 작업을 시작할 순 있었다.

하지만 시작하는 것과 끝내는 것은 별개다.

아무리, 대통령이 시작하고 그걸 이끈다고 하지만 정권이 바뀌는 순간, 다음 대통령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대통령은 그걸 걱정하고 있는 거고.

“어제의 대화를 얼핏 기억하기론 뭔가 해답을 찾았다고 한 것 같은데…….”

“맞습니다. 이걸 진행하기 위해선 회장님의 허락도 필요했고, 국민들을 속여야 됩니다.”

“… 일단 들어보고 의논하도록 하죠.”

만약, 대통령의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국민을 속여야 된다고 말했다면 들어보지도 않을 거다.

그걸 대통령이 나에게 말 할리고 없고.

어쨌거나 나라를 위해 국민을 속이는 건, 선의의 거짓말이었기에 들어보고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혹시, 지금 검찰총장을 맡고 있는 이석후 전 검사를 알고 계십니까?”

대통령의 조심스러운 질문을 받은 나는 이석후 검사를 떠올렸다.

나비 효과 없이 역사가 반복되면 다음 정권의 대통령이 될 사람.

동시에 동성 그룹이 후원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제가 알기론 이석후 검사가 동성 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이석후 검사를 억울한 과정을 동반해서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것과 이석후 검사를 정부에서 쳐내는 것.

두 가지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대통령이 나처럼 전생을 경험했다면 조금이라도 이해 갔을 것 같다.

실제로, 이석후 검사가 정권을 가져간 다음 만족스러운 국정운영을 보여주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대통령은 그런 미래를 전혀 모르지 않는가.

저 말을 한 거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유를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나라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정책을 펼치고, 이것저것 손대는 순간, 지지율을 곤두박질칠 겁니다.”

“그러겠죠. 병을 치료하는데, 잠시의 고통은 있는 법이니까요.”

“그걸 대비하는 겁니다.”

대통령의 말을 듣고,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슬슬 가닥이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대통령이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나름대로도 그 가닥이 보였다.

“지금 이석후 검찰총장을 억울한 방법으로 쳐낸 다음 야당에 입당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 대선에 출마하도록 만들겠군요.”

“… 맞습니다. 만약, 제 지지율이 곤두박질쳐서 야당이 다음 정권을 가져갈 확률이 올라가면 이석후 검찰총장을 대선에 출마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여당이 정권을 가져가지 않더라도, 대통령님의 사람인 이석후 검찰총장이 정권을 잡을 수 있겠군요.”

“정답입니다.”

지금 대통령은 후에 일을 도모하는 거다.

대통령 말대로 대한민국을 개조시키는 순간,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게 된다.

하지만 시작이라도 해놓으면 다음 정권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언젠가는 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다.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 보험을 두는 거다.

이석후 검찰총장을 야당에 심음으로써, 다음 정권을 야당이 가져가도 대통령의 의지를 이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여당이 다음 정권을 잡으면 그 사람 역시 대통령의 사람인 만큼, 의지를 이을 수 있었고.

이 사이에 이석후 검찰총장도 설득해야 되고, 많은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확실히 도전해볼 만한 일임이 분명했다.

‘재밌네…….’

약간 나와 흡사한 작업 방식이다.

나 역시 일을 행함에 있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하면서 최대한 성공할 수밖에 없는 그림을 그린다.

나는 경제적인 그림을 그렸다면 대통령은 정치적인 그림을 그린 거다.

분야가 다를지언정, 그 방법은 비슷했기에 흥미가 동했다.

어째서 전생의 대통령이 정책에 실패했지만, 정치 하나는 잘했다고 평가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좀 더 얘기를 나눠봐야겠군요.”

좀 더 얘기를 나눠봐야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거 충분히 먹힐 만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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