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51화 (151/175)

151화

* * *

“야, 이번에 JH 그룹이 리조트 사업한다는 거 들었냐?”

“잘 모르겠는데? 왜 리조트 사업한대?”

“몰라? 이번에 환경이다 뭐다 시끄러운 거 있잖아.”

“아 생각날 것 같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JH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얌마, 골프 한다는 놈이 그런 거에 관심을 가져야지.”

“그래봤자, 또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걸로 만들겠지. 원래 서민은 스크린 골프만 치는 거야, 짜샤.”

“쯧쯧.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서민들을 위한 리조트도 만든다더라.”

“… 진짜로?”

서민들을 위한 리조트를 처음 들어봐서일까?

친구로 보이는 남성의 눈이 커지며 자세히 말해 보라는 듯, 정보를 요구했다.

“그래, 임마.”

“그거 언제 완공되는데? 그런 거는 오래 걸리지 않나?”

“야, JH 그룹이야. 전 세계적인 그룹인데 자본을 투입하면 빨리 완공되겠지.”

“그럼, 부동산 사놔야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잘 모르겠다. 환경문제다 어쩌다 말 많아서 제대로 진행이 되긴 할는지.”

그는 환경문제로 나선 사람들에게 도리어 묻고 싶었다.

너희들은 자동차 안 타고 다니냐고.

한여름에 에어컨 안 트냐고 말이다.

만약, 이 질문에 떳떳하게 답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양심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했다.

“기다려 봐. 내가 찾아볼게. 다른 지역 안 가고 골프를 칠 수 있게 생겼는데, 관심은 가져야지.”

친구로 보이는 남성이 핸드폰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내, 몇 분이 지나지 않아서 남성의 얼굴이 굳어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내밀며 질문했다.

“야, 이 사람 우리 지역 시의원 아니냐?”

“맞는데?”

친구가 내민 핸드폰에는 그들의 지역 시의원 얼굴이 보였다.

“왜? 무슨 일 있냐?”

“… 이 X끼 족쳐야겠는데?”

“왜?”

“JH 그룹에서 지역 정치인들이 반대하면 무리해서 리조트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대.”

“… 설마 이 사람이 반대한 거냐?”

그의 질문에 친구가 고개를 젓는다.

“이번에 환경문제로 기자한테 기사를 작성해주라고 부탁한 사람이 이 사람이래.”

“… 한 마디로 미운털 박혔다는 거네?”

“무조건이지. 안 그래도 우리 말고도 다른 지역 난리 났어. 이때까지 JH 그룹하고 사이 안 좋았던 정치인들이 맡은 지역은 리조트 안 들어간다고.”

“… 진짜 개 같네. 만약, 우리 지역도 안 들어오면 나 시의원 찾아간다.”

“나도 찾아가야지. 골프채를 골프 하는 데 안 쓰고 다른 쪽으로 쓰게 되겠네.”

어떻게 보면 과격한 이야기로 보이는 둘의 대화.

그만큼,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는 걸 나타냈다.

이들의 분노가 두 명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몇 개의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 * *

“요즘, 시끄러운 것 같더라.”

“새로운 사업을 하나 하고 있어서요.”

오랜만에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는 휴식 기간.

그 소식을 할아버지도 들었는지, 할 거 없으면 집에 들르라는 말을 들었고, 곧바로 할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반가운 마음이 컸고, 곧 일하시는 분이 가져다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들었다. 리조트 사업이라고?”

“예, 맞습니다.”

“네 놈 비서실장을 확실히 키우려고 하나 보구나. 전적으로 일을 맡긴 것 같던데.”

“나중에는 저도 은퇴해야죠. 그때 제 뒤를 이어서 안정적인 운영을 할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겁니다.”

“흠……. 지금까지는 어떻느냐.”

지금까지라…….

일단, 이번에 있었던 일.

계획부터 내가 처리하는 방법과 비슷해 마음에 들었다.

그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과정.

이것 역시 더 만족스러울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진행이었다.

내가 리조트 사업을 진행했다면 저렇게 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

전생의 경험이 있는 나와는 달리, 이번 생이 처음인 비서실장님을 감안하면 충분히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정치인들을 처리한 거 있지 않습니까.”

“아주 쪽을 못 쓰던데? JH 그룹의 손을 쓴 것도 아니고, 너네들은 배려한다는 이미지를 챙기면서 동시에 반대편에 있던 정치인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더구나. 제환이 너다운 방법을 썼어.”

“그거 제가 한 게 아니라, 비서실장님 스스로 한 겁니다.”

“… 네 일 처리랑 똑 닮았던데?”

할아버지 역시 예상하지 못했을까?

내 말을 듣고, 놀란 듯 눈이 커지신다.

“그러니까, 믿고 맡기는 겁니다. 누구보다 제가 원하는 바를 잘 짚어내고,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 거 탐나는구나. 어째서 리조트 사업을 맡긴 건지 이제야 이해 가는구나.”

“동성 건설도 도와주셔야죠.”

“우리야 JH 그룹이 끼워준다고 하면 뭔들 거절하겠느냐.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야지.”

“근데, 왜 감사하다는 말을 안 합니까?”

“… 동성 건설 사장이 따로 하지 않느냐.”

괜히 놀리고 싶어진 나는 할아버지의 끝말을 갖고 농담을 건넸고,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도 농담인 걸 잘 아는 듯 슬쩍 째려보며 대답을 피하셨다.

“쉬는 건 어떠느냐. 슬슬 새로운 작품 집필해야지.”

“…….”

할아버지가 은근슬쩍 건넨 제안.

휴식을 취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디를 가든, 쉬고 있단 걸 밝히는 순간, 작품 집필은 언제쯤 할 거냐고 물어왔다.

그 말을 듣고, 어찌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도 다음 작품을 집필하고 싶고, 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어 나가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이 편안한 날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이고, 두 번째는 마땅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세 작품을 쓰는 동안 이전부터 쓰고 싶었던 내용들을 다 소비해서인지, 집필하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뭘 써야 될지 가늠이 안 됐다.

“할아버지가 하나 추천이라도 해주시렵니까? 안 그래도 집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뭘 쓸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작가인 네놈이 정해야지, 이 할아비가 어떻게 정한단 말이냐.”

“그게 아니더라도 휴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잘 모르니까요.”

“일이 생기더라도 비서실장이란 놈한테 맡기면 되는 게 아니더냐. 그러려고 지금 키우는 거고.”

할아버지 말이 맞았다.

혹여나, 집필할 주제를 찾고, 작가로 돌아갈 때.

그때,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비서실장님을 키우고 있는 거다.

휴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서 집필하지 않는 건 어쩌면 핑계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꼭 새로운 주제를 찾아야만 되는 게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거, 마블이나 이런 데는 여기저기서 주인공끼리 만나가지고,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더구나.”

“…….”

“그거처럼 첫 번째 작품이랑 세 번째 작품 주인공이 만나서, 새로운 작품을 집필해도 재밌을 것 같구나. 꼭,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 인물을 새로운 주인공으로 설정해도 되고 말이다.”

머리에 둔기로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만큼,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희열을 느꼈다.

이때까지 새로운 주제에만 초점을 맞췄나 보다.

할아버지 말대로 이전 작품의 주인공들이나 등장인물들을 출현시켜 새로운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건데 말이다.

‘재밌겠는데?’

세 번째 작품을 쓰기 직전에 느꼈던 욕구가 피어오른다.

지금 당장, 여러 등장인물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새로운 세계에서 그들끼리 마주쳐, 이런저런 이야기도 끌어내고, 그걸로 인해 문화가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갈등도 부여하고 싶었다.

“호……. 표정을 보아하니, 흥미가 동한 모양이구나.”

“오랜만에 사업을 다 제쳐 두고, 글만 쓰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상태입니다.”

“… 이거 내가 괜한 말을 한 게 아닌가 싶구나.”

“아닙니다. 답답하게 느껴지던 부분에서 해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건 열 번 감사하다 말해도 부족했다.

사막 한복판에 떨어진 조난자가 오아시스를 찾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타나 오아시스의 방향을 알려준 것과도 같은 상황이다.

아니, 그것보다 갈증이 더 심했단 말이다.

“한동안 또 작가로서 인생을 살겠구나.”

“그럴 예정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근 1년 동안 해야 될 일들은 JH 그룹 임직원들에게 맡긴 상태고, 비서실장님 역시 해야 될 일이 있는 만큼, 타이밍도 최고인 것 같군요.”

“허허, 그래 잘해 봐라. 이 할아비는 누가 뭐라 해도 제환이 네 작품 읽을 때가 재밌더구나. 요즘 통 인생에 재미가 없었는데, 참 다행이야.”

“이 감사함은 작품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가 보답할 수 있는 것.

바로 재밌는 작품을 집필하는 거다.

1분, 1초라도 빨리 집필하고 싶은 나는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네고, 작업실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지이잉―

한동안 연락이 없던 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이걸 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핸드폰에 표시된 이름을 보고 웃음을 지으셨다.

“껄껄, 꼭 한가할 때는 일이 없더만, 할 일이 생기니까 연락이 오는구나. 암, 이게 사회인이지.”

“…….”

“안 받느냐? 대통령이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

할아버지 재촉해도 고민된다.

이걸 받으면 필히 작품을 집필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대통령은 전화할 때마다 일을 하나씩 갖고 왔기 때문이다.

‘… 벌려놓은 게 있으니 어쩔 수 없군.’

이전의 관계였다면 굳이 배려하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최근에 나라를 위해 힘써주라고 부탁해, 자신이 펼치던 정책을 완전히 뒤집게까지 했던 나는 차마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는 와중에도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별일 아닌 안부 전화이길 바라면서.

물론, 가능성이 극히 미비하단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일말의 확률이라도 기대고 싶었다.

-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오랜만이군요…….”

- 목소리가 심히 좋지 않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전화하는 내 목소리에서 지금의 기분이 티가 났을까?

대통령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는지 질문해 온다.

차마, 당신의 전화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말할 수 없던 나는 별일 아니라는 답변을 건넸다.

- 다행이군요. 만약, 기분 안 좋으신 일이 있었다면 괜히 말하는 데 눈치 보였을 것 같습니다.

…….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질 것 같다.

저 얘기는 필시 내 기분이 안 좋아질 만한 주제를 꺼낸다는 거니까.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거죠?”

- JH 중공업에서 발명하고 있는 ‘클리너’ 있지 않습니까?

“… 그렇죠?”

올리아가 발명하고 있는 물질의 이름인 ‘클리너’.

그에 대한 문제로 전화했나 보다.

- 일본에서 난리입니다. 어떻게든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요.

“…….”

-이 이상 제 선에서 처리했다가는 국제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마지못해 전해드렸습니다.

“…….”

하…….

대통령의 말을 듣던 나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집필은 잠시 뒤로 미뤄야 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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