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50화 (150/175)

150화

리조트 사업에 대한 대화가 이어가고 있을 때.

비서실장님이 괜찮은 생각이라도 난 듯 의견을 어필해 왔다.

“회장님,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거슬렸던 정치인을 같이 정리하는 게 어떻습니까?”

“어떻게 말이죠?”

“거의 전 지역에 리조트를 건설한다고 발표를 한 뒤, 저희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정치인의 관할구역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겁니다.”

“호…….”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비서실장님이 제안한 대로 밑바탕을 그리다 보면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우리 그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정치인들에게 복수함과 동시에 공사에 들어간 지역에 경고의 의미를 담는 거다.

만약, 비리가 일어나거나 뒷돈을 원하면 곧바로 공사를 중지하겠다고.

그 이유를 투명하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발표하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되면 공사하는 데 큰 걸림돌도 없고, 동시에 우리 그룹을 압박해왔던 정치인들에게 복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을 비서실장님이 맡아서 진행해보시겠습니까?”

“제, 제가 말입니까?”

해당 사업을 비서실장님이 맡아서 진행해보라는 제안을 하자, 잘 못 들었다는 듯 놀라는 게 보인다.

슬슬, 비서실장님에게도 여러 가지 경험을 심어줘야 됐다.

사업을 처음부터 시작해서 일정 궤도에 오르는 과정.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이라면 온전히 믿고 맡기기 불안하겠지만, 리조트 산업은 괜찮았다.

중간에 아니다 싶으면 도와주면 되는 거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배울 게 많기 때문이다.

남들은 리조트 사업 그냥 건설업체에 맡기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할 수 있다.

그건, 하나도 모르고 하는 말임이 분명했다.

리조트의 컨셉은 어떻게 정할 것이며, 해당 지역에서 가장 어울리는 장소는 어디며, 각종 시청, 구청 사람들과 만나서 협의도 해야 하고, 보통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혹시, 자신 없는 겁니까?”

“…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럼 한 번 진행하시죠. 나중에는 비서실장님도 사업 하나 맡아야 될 거 아닙니까.”

“… 믿고 맡겨주시면 성공적으로 런칭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아는 비서실장님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전생에 비서실장님이 도달했던 위치를 보고 판단한 게 아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리는 데 영향을 끼쳤겠지만, 어디까지나 JH 그룹을 이끌면서 보여줬던 능력을 보고 판단 내린 거다.

실제로 비서실장님에게 맡길 사업도 있었다.

코로나가 다가오면 그때부터 급부상하는 바이오산업.

제일 중요한 사업 중에 하나였기에 적격자로는 비서실장님밖에 없었다.

“저는 휴가이기도 하니 관심을 끄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든 비서실장님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진행해보시죠.”

“예, 회장님.”

비서실장님에게 의견을 전달한 나는 긴 얘기를 하지 않고, 그룹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사업적인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 있어 참견은 방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스스로도 워낙 능력 있는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는 만큼, 나는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 같다.

* * *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무슨 이야기.”

“이번에 JH 그룹에서 리조트 산업을 한다고 하더군.”

“참 나. 이번에도 내가 나서야겠군. 요즘 환경문제가 얼마나 민감한데, 리조트 산업? 두고 보라지.”

아직 동료의원은 소식을 못 들었나 보다.

만약, 소식을 들었다면 이런 태평한 반응이 나올 리 없지 않은가.

“정신 차리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봐.”

“리조트 산업이 전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더군. 그로 인해 지역경제도 활발해지고, 해당 구역 정치인들은 반길만한 소식이지. 땅값이 올라가는데.”

“그런가? 그렇다면 나도 한 발 걸쳐서 유세하는 데 이용해야겠군.”

아무리 정치를 하는데, 낯짝이 두꺼워야 된다지만 이건 너무 심해 보였다.

그동안 대현 그룹에 붙어 JH 그룹을 공격할 땐 언제고 인제 와서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니, 이건 낯짝이 두꺼운 게 아니라 멍청해 보였다.

JH 그룹이 뭐가 좋다고 자신들한테 맡긴단 말인가.

“자네 주변 소식이 영 어둡나 보군.”

“거참,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됐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까칠해? 내가 좋은 정보를 들었으니 술 한 잔 삼세.”

“잘 듣게. JH 그룹에서 이번 사업을 진행하는 데 각 지역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겠다 하더군,”

“그래? 드디어, 꼬리를 내린 건가?”

“… 정신 차려. 이건 경고일세. 이때까지 JH 그룹과 사이가 좋지 않던 정치인들은 해당 지역에서 정치하지 못 할 수도 있어.”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을까?

달콤한 꿈을 꾸듯 행복한 표정을 짓던 동료의원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그럼 큰일 아닌가.”

“그래서 말 하지 않았나, 큰일이라고.”

“… 가만히 있을 건가? 이대로라면 앞으로 정치하는 데 쉽지 않을 거야.”

“그럼 해답이라도 있나?”

지금 상황이 쉽지 않다는 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

단지,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인 거지.

“어쩔 수 없네. 언론플레이 하는 게 어떤가.”

“언론플레이? 과연 그게 통하겠나?”

“안 통한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겠지. 국민들에게 좋은 시선을 받고 있는 JH 그룹이라면 분명 대중들의 눈치를 볼 거야. 리조트 사업을 하는 순간, 환경이 파괴된다고 언론플레이 하는 걸세.”

“…….”

“그렇게 되면 대중들이 들고일어나서 리조트 사업은 철수할 거야. 우리가 먹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도 똑같이 못 하게 만들면 돼. 그게 우리가 살길이고”

어떻게 보면 동료의원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심이 든다.

과연 대중들이 환경문제로 들고 일어난다 해서 JH 그룹이 물러날까 하는 그런 의심이 말이다.

아니, 애초에 대중들이 들고일어날 정도로 언론플레이가 가능한지부터가 궁금했다.

“과연 우리 뜻대로 국민들이 움직여 주겠나?”

“걱정하지 말게. 내가 언론 쪽으로 친한 사람이 있으니.”

“… 우리는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돼.”

“나도 정치 목숨 걸고 일을 진행할 테니, 믿고 도와주게.”

어쩔 수 없었다.

그다지, 믿음직스럽진 않았지만,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그 뒤로도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에 대해 동료의원과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 정도 해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잘 하고 있는 건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휴식 기간.

그동안 리조트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기사를 통해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리조트 사업에 관련된 기사가 뜬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JH 그룹.

누가 봐도 악의적인 기사란 걸 알 수 있을 거다.

리조트 사업으로 안 좋아질 환경이었으면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오히려 JH 그룹 정도면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이바지한 셈이다.

올리아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

환경과 관련되어있는 주제였고, 그에 맞는 성과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기사를 확인한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나 궁금증이 들어 댓글을 살펴봤다.

- 리조트 사업? JH 그룹에서 공식 발표한 적도 없는데, 이 기자는 어떻게 알았냐? 뭔가 구린데?

- 구린 건 구린 거고, 확실히 환경 오염되는 건 팩트임. 솔직히 우리 지역은 안 들어와 줬으면 좋겠다.

- 환경오염이 걱정되는 지역에는 리조트 사업 진행하지 마시죠. 어느 지역보다 아름다운 여수. 강추합니다.

- 이 시기에 이런 기사가? JH 그룹에서 나온 입장 발표를 보고 판단 내리겠음. 이제는 기사 따위를 믿는 것보다 JH 그룹의 말이 더 믿음직스러움.

댓글들을 확인하면서 JH 중공업 발표 이후로 대중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전이었다면 이 기사 하나만으로 JH 그룹을 욕할 사람이 대다수일 거다.

하지만 여러 번의 증명이 있어서일까?

사람들이 기자들의 말 보다 우리 그룹의 말에 신뢰를 보냈다.

‘연락을 해도 되려나.’

기사를 본 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분명, 기사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서실장님한테 모든 걸 맡기려고 했다.

그렇다고 지켜만 볼 수 없는 게, 마냥 지금 상황이 비서실장님의 의도대로 흘러간 게 아니라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대로 두기엔 곤란하단 걸 느낀 나는 진행 상황만 묻기로 다짐하며 비서실장님에게 전화 걸었다.

- 예, 회장님.

“될 수 있으면 지켜만 보려고 했는데, 오늘 기사를 보니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 아, 기사를 확인하셨나 보군요.

“혹시 진행 상황만 알 수 있겠습니까? 비서실장님에게 모든 일을 맡긴다는 건 아직도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궁금한 건 참기 힘들더군요.”

어쩔 수 없이 진행 상황을 물었지만, 최대한 비서실장님을 배려해서 궁금하단 말만 조심스레 건넸다.

- 이전에 대화 기억하고 계십니까?

“대화라면…….”

- 그때, 저희 그룹에 악감정을 갖고 사사건건 시비 걸던 정치인들을 처리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 기억납니다.”

비서실장님의 말을 듣고, 처음 사업을 제안했을 때를 떠올리니 어렴풋이 기억났다.

아무래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기억이 흐릿했나 보다.

- 그걸 위해서 참고 있었습니다.

“… 자세히 알 수 있겠습니까?”

역시, 비서실장님이 계획한 일이었나 보다.

나의 질문에 전혀 당황하지 않은 비서실장님이 어떻게 된 일인지, 일의 경위를 설명했다.

- 이번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제가 말했던 정치인과 연결된 사람입니다.

“…….”

-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걸 포착했고, 저희 그룹 나름대로 증거를 수집한 상태입니다.

“정치생명이 완전히 끊기겠군요.”

-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야 비서실장님이 대처하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만약, 논란이 커지고, 비서실장님이 관련 증거를 언론에 터뜨리면 어떻게 될까?

중도 입장에 서 있던 사람들은 환경에 대한 생각보다 정치인과 기자가 힘을 합쳐 JH 그룹을 막아선다는 데에 초점이 옮겨질 거다.

그런 인식이 퍼져나갈 때.

JH 그룹은 한 번 더 그들을 공격할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정치하는 정치인들이 반대하는 거 인정하겠다.

그러니 그 지역은 리조트를 건설하지 않고, 가능한 지역에 더 투자하겠다는 말을 남기는 거다.

‘사람들은 다 같이 보상받을 때, 자신만 빠지면 분노하게 돼 있지.’

모두가 안 될 때, 자신만 되는 것 보다.

모두가 다 되는데, 자신만 안 될 때 사람들은 더 큰 분노를 느끼게 돼 있다.

지금, 비서실장님이 만들려는 상황.

이것과도 같았다.

이전에야 리조트 사업에 대해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아 잘 못 느끼겠지만, 리조트 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걸로 인한 경제가치를 발표할 때.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얼마나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알 수 있을 거다.

그런 이득에서 해당 지역의 정치인으로 인해, 자신들만 혜택을 못 받게 된다면?

“많은 준비를 하셨군요.”

- 제가 한 건 크지 않습니다. 단지, 회장님 옆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응용해 이번 사업에 적용했을 뿐입니다.

“원래, 따라 하는 것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서실장님에게 관련 얘기를 들어보니 이제는 진짜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사업 내 간섭은 단 한 구석도 필요하지 않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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