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서아 아버님을 뵙기 전.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됐다.
무작정 서아 아버님에게 회사를 맡긴다고, 영향력이 생길 수 있을까?
오히려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경험이 없던 서아 아버님이 회사를 운영하면 직원들의 반발이 작지 않을 거고, 그건 곧 다른사람들의 무시로 돌아올 거다.
무작정 사장 자리를 맡길 수 없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 방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가 있을까…….’
기존에 있던 사업을 드리지 않고, 서아 아버님의 영향력을 챙길 수 있는 것.
더해서 서아네 가족 모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것.
고민을 이어가다 보니 가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걸 좀 더 가다듬고, 비서실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괜찮을 견과가 나올 것 같았다.
생각 정리를 어느 정도 마친 나는 곧바로 서아네 아버님에게 전화드렸고, 언제 만나 볼 수 있겠냐는 나의 질문에 언제든지 시간이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머니,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지금? 어디 가려고?”
“서아네 아버님 좀 뵈려고요.”
“이렇게 빨리?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 건데?”
어머니 말대로 한 시간도 안 돼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사업과 연관이 있었기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결정지을 수 있던 거다.
“생각해둔 바가 있어서요.”
“그래, 잘 좀 해줘. 어쨌든 사돈이 될 집안인데, 너무 무신경하면 그것도 욕먹는 짓이다. 어느 정도는 챙겨야 예의인 거야.”
“서아네 가족이 부담스러워하진 않겠죠?”
“뭐……. 아까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니까, 약간 부담스러워할 것 같더라. 피해주는 거 싫어하는 성격 같기도 하고. 제환이 네가 잘 말해봐. 오히려 도와드리지 못하면 주변에서 욕한다고.”
“네, 어머니.”
어머니 말대로 이 부분은 내가 잘 설득해야겠다.
어느 정도 생각 정리를 마친 나는 서아네 집으로 향했다.
아버님이 머무시는 것도 같은 아파트였기에 집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딩동―
문 앞에서 벨을 누르자, 누구냐는 말이 들려왔고, 나라는 걸 알아본 아버님이 문을 열어 주셨다.
“어서 오게. 자네 연락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어머, 우리 사위 왔어?”
“어머님도 계셨군요. 실례하겠습니다.”
나를 반겨주시는 두 분에게 인사를 건넨 뒤,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려 봐. 내가 차라도 우려줄게.”
“감사합니다.”
“자네는 나랑 이야기하지.”
“네, 아버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걸 눈치 채서일까?
아버님이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로 나를 이끌었다.
“자네가 뜬금없이 전화하지는 않았을 거고…….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만,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편안히 물어보게. 자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위라고 인정하고 있다네.”
“저 역시 장인어른이라 생각하고 편안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서아와 결혼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2년 동안은 바쁘기에 어쩔 수 없이 뒤로 미뤘지만, 다른 누군갈 생각하고 있지 않단 말이다.
그런 만큼, 나 역시 진짜 처가댁이라 생각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혹시 아버님은 사업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사업…? 그런 것도 깜냥이 돼야 하는 거지. 내가 잘할 자신도 없고, 이미 서아가 성공한 마당에 괜히 사업하면 피해만 더 가겠나.”
“오로지 아버님의 욕심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솔직히 남자인 이상 욕심이 없을 수가 있나. 나도 어디 가서 사장님이란 말을 듣고 싶고, 직원들도 두고 싶지. 하지만 그 욕심보다 자네나 서아에게 피해 가기 싫다는 마음이 더 크다네.”
역시, 내가 생각하던 바와 똑같았다.
남자로 태어난 이상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는 욕심이 없을 수가 없다.
단지, 그 현실과 자신이 얻고자 하는 명예와 저울질을 한 다음 더 기운 쪽을 택하는 것뿐이다.
아버님은 기운 저울 쪽에 서아와 내 명성의 흠집을 넣은 거고.
‘걱정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지.’
아버님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악덕 사장이 되지 않는 이상 흠집 갈 이유가 없었다.
물론, 누군가는 딸이나 사위 잘 만나서 사장 소리 듣네 할 수 있지만, 어쩌란 말인가.
그게 사실인데.
그리고 아버님이 서아를 잘 키운 덕분인데 비난받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성공하는 게 배 아플 뿐 이었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마시고, 제가 사업 하나 하려는 데, 한 번 운영해보시겠습니까?”
“… 내가 말인가? 나보다 잘난 경영인도 많을 거네.”
“대신 믿을 수가 없죠. 제가 지금 하려는 사업은 잘 난 경영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한번 들어는 보겠네.”
약간의 설득이 됐는지, 일절 차단하던 저번과는 다르게 들어는 보신다고 한다.
가능성이 약간 보인다고 생각한 나는 집에서 생각했던 사업을 아버님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저는 슬슬 관광산업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수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프리미엄의 관광산업을 말이죠.”
“… 뭐 호텔 이런 건가?”
“아닙니다. 복합 리조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원권을 발부해,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리조트죠. 그 안에는 골프와 같이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과 사우나 같이 몸을 녹일 수 있는 시설들도 추가 할 생각입니다.”
“… 말만 들어도 대박일 것 같군.”
“그걸로 비롯된 수익은 임직원 월급을 지급할 정도로만 유지할 생각입니다.”
아버님의 사업을 생각할 때, 이걸 가장 먼저 떠올린 이유.
경영을 잘 하지 않아도 영향력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그룹이 리조트 산업에 뛰어든다고 하면 여러 그룹의 임직원이 이용할 거다.
그만큼, 우리 그룹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많고, 국내 인식으로 가장 최고의 그룹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버님이 사장 자리에 앉고,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골프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에서 그 사람은 제외되고 말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상류층들은 아버님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것들은 곧 영향력으로 돌아오게 된다.
서민들을 위한 사업이었다면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겠지만, 상류층을 겨냥해서 하는 사업이니 나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 내가 그걸 맡아도 되겠나? 아무리 경영에 대한 지식이 필요치 않은 사업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필요할 텐데…….”
“그 부분은 전문 경영인을 붙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허. 솔직히 욕심이 나긴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네.”
“어차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토지도 알아봐야 되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빨라도 1년, 보통은 2년을 잡아야 됩니다. 그동안 필요한 지식은 공부해도 되고요.”
아버님에게는 2년이라고 설명했지만, 내 짐작으로는 1년이면 될 것 같다.
이번 정부와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해당 지역에도 관광으로 인한 수혜를 입을 수 있으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금액 부분이지만, 그거야 JH 그룹에는 넘치고 넘쳤다.
“좀 생각해 봐도 되겠나?”
아버지가 좀 생각해 보겠다는 말과 함께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 사이 어머님이 차를 가져다주셨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듯 보였다.
‘어머님의 도움을 받아야겠어.’
사실, 아버님을 설득하기 가장 쉬운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어머님을 공략하면 되는 거다.
그럼에도 아버님에게 먼저 허락을 받은 건 가장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함이었다.
반응을 보니, 어느 정도 마음이 있는 것 같아서 어머님을 통해 설득하기로 결정했다.
“어머님은 아버님이 리조트 사장 되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머!! 당연히 되면 좋지!!”
“사실, 이번에 JH 그룹에서 고급 리조트 산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믿고 맡기만 한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그 자리를 아버님이 제격이라 생각하고요.”
“설마 서아 아빠가 그걸 고민하고 있는 거야?”
“… 맞습니다.”
나에게서 긍정의 말을 들은 어머님이 고민하고 있던 아버님의 등짝을 때리시더니 호통치셨다.
“자기는 복권 1등 용지가 있는데, 그걸 수령할까 말까 고민하는 거예요!!?”
“하지만……. 분명 사장 자리에 앉으면 주변 사람들이 욕 할 수도 있어.”
“어머!? 욕하라고 해요. 그 사람들은 부러워서 욕하는 거예요. 앞에서만 욕하지 않으면 되죠.”
“맞습니다, 아버님.”
역시 아버님을 설득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 어머님과 합세하는 거였을까?
어머니와 힘을 합쳐 설득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긍정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자네한테 피해 가지 않도록 열심히 배우겠네.”
“제가 관련 인원을 붙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고맙네.”
“너무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님이 말했듯 저 역시 이곳을 처가댁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
“그런 처가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그것도 욕먹을 짓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도움이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은 편안하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 말이 부담을 덜어줬나 보다.
무거웠던 아버님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지면서 웃음을 지으셨다.
그 후로도 관련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아버님도 확실히 마음 먹었는지 각종 제안을 건네오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셨다.
‘충분히 이끌 수 있다.’
몇 번의 대화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버님이라면 충분히 관련 산업을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아버님에 대한 확신이 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아까 나눴던 대화를 상기시켰고, 중간중간 아버님이 건넸던 제안을 추가해서 정리했다.
* * *
다음 날.
어느 정도 머릿속에 정리를 마친 나는 비서실장님을 찾아 그룹으로 향했다.
“아니, 회장님!! 지금 휴가 기간 아니십니까? 어쩐 일로 이곳까지…….”
“휴가를 지내고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 무슨 일인 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적이 많지 않아서일까?
내 말을 들은 비서실장님의 표정이 궁금증으로 가득해 보였다.
“사실, 처가댁에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리조트 산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수익은 극도로 낮추고 최고의 휴식을 선사할 수 있는 그런 복합 리조트로 말이죠.”
“… 듣기만 해도 벌써 구미가 당기군요.”
“돈이야 다른 회사에서 충분히 벌고 있으니, 국내에도 투자해야죠. 두 가지로 진행하는 겁니다. 상류층을 겨냥한 리조트와 서민들을 위한 리조트로 말이죠.”
처음에는 상류층만을 위한 리조트 산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님이 서민들을 위한 리조트도 경영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고, 나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려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어떻게……. 어느 정도로 기간을 잡으면 되겠습니까.”
“정확한 일정은 회의를 통해 알 수 있겠지만…….”
“자금 제한 없이, 안전과 시설을 챙기며 시간을 아끼는 방향으로 가죠.”
“… 만약 자금에 상한선이 없다면 1년 안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정치인들이 협조한다는 조건 한에서 말이죠.”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
이 리조트는 상류층에서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자신들의 문화 산업을 즐길 수 있는 사업인데 누가 반대한단 말인가.
오히려 우리 그룹이 손해 보는 구조이니, 무탈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