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44화 (144/175)

144화

* * *

“허…….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당연히 나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아까, 재무장관도 놀란 걸 보지 않았습니까.”

미국의 인사들이 올리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대통령은 들어도 몰라서 그런지, 나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저 정도 나이면 정부에서 먼저 알았다고 해도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 뭐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또 한 번 회장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나이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용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니. 그게 당연한 건데 쉽지 않은 일이지 않습니까.”

“칭찬의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대통령 말대로 나 역시 전생이었다면 똑같이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전생에서 올리아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알고 있었기에 투자할 수 있던 거다.

“저는 저쪽 대화에 끼기 힘들 것 같습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야지…….”

“저 역시 모르는 용어도 많고,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단지, 연구원분들이 저를 배려해서 알기 쉽게 얘기해주는 만큼, 진행 상황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오……. 혹시 진행 상황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저희 그룹은 대략 1년 정도 보고 있습니다. 아마 1년 정도 뒤면 그 실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상용화까지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다.

그렇다고 해도 실물이 나오는 이상 상용화까지는 형식적인 절차였기 때문에 실물이 나오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때쯤 되면 원전의 중요성도 조금은 부각되기에 더욱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1년이라……. 요즘 따라 하루하루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그만큼 급변하는 세상이니까요…….”

“그 정도면 제 정권이 끝나기 전에 상용화가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만들 예정입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이번 정권이 끝나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때.

그때의 대통령도 지금 앞에 있는 대통령처럼 협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런 만큼 최대한 이번 정권 안에 상용화를 마쳐야 됐다.

“저기 반응이 장난 아닌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저희가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는 모양입니다.”

“허……. 저 사람들도 재무장관과 같이 올 정도면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일 텐데…….”

“올리아의 지식이 그만큼 대단하단 거겠죠.”

대통령의 말을 듣고, 옆에 상황을 바라보니 재무장관과 같이 온 연구원들이 올리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탄하고 있는 게 보였다.

한 명은 지져스를 외치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으며 다른 한 명은 올리아에게 지식을 갈구하듯 공격적으로 대화를 요구했다.

올리아도 말을 통하는 사람을 만난 게 기뻐서일까?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연구원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재무장관도 관련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대화에 끼는 걸 포기하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대화는 잘 나누셨습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긴 하지만 관련 산업을 잘 모른지라…….”

“그렇습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겠습니다. 올리아 양이 연구하고 있는 것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말이죠. 저 두 연구원이 저렇게 흥분한 적은 처음입니다.”

재무장관 역시 올리아의 가치를 다시 평가했나 보다.

아까, 처음 들어왔을 때는 조금의 의심이 담긴 눈빛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탐욕의 눈빛이 가득했다.

“부디, 우방국에서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걸 나만 느낀 게 아니었을까?

대통령도 넘보지 말라는 말을 돌려 말하며 경고의 의미를 보냈다.

그 말을 들은 재무장관도 자신이 실수한 걸 인정했는지, 탐욕의 눈빛을 지우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응원하겠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고는 뭔가 말하려고 하는 듯, 고민하고 있는 게 보인다.

“혹시, 말하고 싶은 거라도 있으십니까?”

“음……. 아무래도 이번 결정은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대통령님이 괜찮으시면 이틀만 침묵을 유지해주실 수 있습니까?”

“정확히 무슨 말씀이시죠.”

“제가 JH 그룹의 발명품을 낮게 평가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는 대통령님과 장관들이 모두 모여서 의견을 나눠야 되는데, 그러기까지 적어도 이틀의 시간이 걸립니다.”

재무장관의 말을 듣고, 고민하는 대통령.

“이틀 동안 저희가 말없이 떠난 걸 보고, 각국의 인사들이 정보를 요청할 겁니다. 딱, 이틀. 그동안만 배려해 주십쇼. 그렇게만 해주시면 저희 미국도 우방국의 배려를 잊지 않겠습니다.”

“… 이틀……. 그 이상은 힘들 것 같습니다. 당장 제 지지율이 높은 상태가 아니라 이틀이란 시간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겁니다.”

“대통령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이틀 동안의 부정적인 여론은 반등을 위한 침체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미국도 대통령님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도록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틀만 침묵을 유지하겠습니다.”

재무장관은 올리아의 가치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보다 더욱 높게 평가했나 보다.

그러므로 자신의 선에서 어떤 일이든지 결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대통령에게 배려를 구한 거다.

만약, 대통령이 이틀간 침묵을 지키지 않고, 올리아의 연구가 미국의 인정을 받았다는 여론을 조성하면 다른 국가에서 먼저 접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까.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큰 배려를 한 게 맞았다.

“저기도 이야기가 끝났나 보군요.”

재무장관이 옆을 바라보며 말했고, 나 역시 올리아 쪽을 바라봤다.

서로 온갖 표현을 하며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인다.

재무 장관 말대로 대화가 끝났나 보다.

“어때요, 올리아. 즐거운 시간이 됐나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서 재밌었습니다, 회장님.”

“그런가요?”

“아……. 절대 JH 중공업 연구원들이 부족하단 게 아니에요. 그저, 다른 국가에서는 어떤 관점을 바라보고 있나 하는 궁금증을 풀어서 좋았다는 얘기에요.”

“하하, 괜찮습니다, 올리아.”

내가 올리아의 의중을 묻자, 재무장관 역시 함께 온 연구원에게 의견을 물었다.

“두 분, 올리아 양의 연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우, 게일. 올리아는 천재예요. 그녀는 이번 연구 말고도,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인재이죠. 그녀와의 대화는 영광이었어요.”

“머지않아 그녀는 최고의 권위자로 올라설 거에요. 아마,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틀에 박힌 개념이 없는 것 같고, 그로 인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으며 그게 곧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녀가 접근하는 방식은 저희로서는 도저히 불가해요. 마치 불이 뜨거운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불을 연구하기 위해 손을 갖다 대는 방식과도 같아요. 일반 사람들에게 뜨거운 불이지만, 사실은 그 불은 뜨겁지 않았던 거죠.”

재무장관의 물음에 두 연구원이 침이 닳도록 극찬해온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올리아의 가치를 올렸고, 두 연구원을 데리고 미국으로 복귀했다.

나와 대통령은 떠나가는 게일을 배웅해줬고, 둘만이 남을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회장님.”

“보안에 더욱 신경 써야 됩니다. 아까 게일의 눈빛 보셨습니까? 그건 보석을 발견한 사람이 탐욕을 부릴 때 가지는 눈빛이었어요.”

“저도 최선을 다해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우리 한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어 줄 유일한 열쇠겠네요.”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현 상황에는 그렇다고 답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세계에 돈이 최고다 어쩌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석유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패권을 잡지 못한 이유도 이와 같았다.

하지만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달랐다.

그 기술로 자본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든다.

기술을 얻지 못한 나라는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해당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강대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미국이 선도하던 기술을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선도한다.’

앞으로 최대 문제로 야기되는 에너지.

그 분야를 우리 한국이 선도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얼마나 대단하단 말인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지금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게 분명했다.

“후……. 이틀이란 시간을 버티는 게 중요하겠군요.”

“이틀 정도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많은 공격을 해오겠지만 말이죠.”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하던 대통령이 당장의 이틀을 기억해냈는지,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어떠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 할 것 같다.

대통령 말대로 이틀이란 시간은 지옥과도 같아질 테니까.

역시 불안한 예상은 피해 가지 않는 걸까?

하루도 안 지났다.

재무장관이 한국을 떠난 지, 불과 한 시간 뒤에 여러 기사와 악의적인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 대통령과 JH 그룹은 국민들을 기만했다? JH 중공업을 방문하고서도 말없이 떠난 재무장관. 그의 표정을 더할 나위 없이 심각했다.

- 낮아진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개발되지 않은 기술을 내세운 대통령. 이게 현 정권의 주소였다.

- 그동안 믿어준 국민들을 배반한 JH 그룹. 정경유착이란 단어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극적인 기사들.

그리고 그 안에 비판을 가장한 비난의 내용들.

이전까지만 해도 댓글에는 JH 그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 하……. 대통령은 그렇다 쳐도 솔직히 JH 그룹을 믿었는데……. 조금 지켜봐야겠지만, 재무장관이 말없이 떠난 걸 보면 실현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듯?

- 이야! 국격 살살 녹는다!! 실현 불가능한 기술을 발표하고, 각국의 인사들을 속인다? 그걸로 지지율 반등? 나도 대통령 해도 되겠는데? 나 금을 찍어낼 수 있는 기술 있습니다!!

-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말을 해도 JH 그룹만큼은 믿어왔었다. 그동안 보여준 신뢰가 있었고, 결과로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지금 결과가 어떤가……. 이런 상황에서 입장 발표는 빠르게 이뤄지는 게 좋을 듯하다.

- 뭔가 설명이라도 좀 해라. 대통령이 하든 박제환 회장이 하든 어떻게 된 건지 말이라도 해야지. 이건 뭐 국민들을 개돼지로 아는 건가?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을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제서야 재무장관이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할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침묵이 이틀 동안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잘 알고 있었던 듯했다.

지이잉―

이번까지 해서 걸려 온 전화는 총 열 통화.

그것도 이때까지 내가 했던 말은 어떤 말이든 믿어준 사람들이다.

할아버지와 승호, 가족들, 그리고 서아까지.

모두가 전화를 걸어오며 위로의 말을 보내온다.

주변 사람들이 이 정도로 생각하는 거 보면 일반 사람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걱정되는 마음이 없었다.

그 이유.

이틀이면 이번 여론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번 더 반전을 주면, 지금부터 여론은 완전히 JH 그룹 편이다.’

나는 겸사겸사 여론의 한계선을 조정한 거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이번일 정도의 수위는 국민들이 생각할 수 있을 거다.

JH 그룹은 다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거라고.

남들이 기회라고 생각해서 물은 이번 상황.

나는 그 상황까지 이용한 거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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