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43화 (143/175)

143화

비서실장님과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대통령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 혹시 통화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 지금, 뉴스 보고 있습니까?

대통령도 기사를 확인하고, 급하게 전화를 걸었나 보다.

원래라면 비서실장님을 통해 연락하는데, 지금 통화 방식과 목소리를 들어보니 다급함이 느껴졌다.

“다른 국가에 대한 기사라면 봤습니다.”

- 미국에서 내일 당장 입국하고 싶다 한 상태입니다. 회장님만 괜찮으시면 미국 인사에게 JH 중공업을 방문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음…….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올리아와 만남을 원한다면 저희가 보는 자리에서 대화만 가능합니다.”

- 그 정도는 미국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올리아가 우리와 함께 할 걸 알지만, 일말의 확률조차 조심해야 됐다.

예전에 나돌던 음모론처럼 미국에서 사람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된단 말인가.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 잘 알고 있다.

판타지 소설보다 더 현실성 없고.

하지만 그런 가능성조차 대비해야 될 만큼, 지금 올리아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대통령님의 지지율도 올리도록 하세요.”

-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이번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사실 이런 일이 흔한 게 아니니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각국의 인사들이 정보를 요청할 줄은 알았지만, 그 시간이 극도로 줄어들고,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네요. 그만큼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제가 정책을 잘 못 정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신중했어야 됐는데…….

“원래 사람은 인정으로부터 발전하는 거죠.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대통령과 전화를 끊은 나는 비서실장님에게 방금 나눴던 대화를 전달해 줬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JH 중공업으로 향하겠습니다. 그래도 외부 인사들이 들어오는 건데, 정리 좀 하고, 올리아씨의 의중도 알아봐야겠어요.”

“그러세요. 워낙 유능한 인물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예요. 들떠서 실수하지 않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네, 회장님.”

대답하는 비서실장님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믿고 맡겨도 될 것 같다고 느낀 나는 다른 준비도 해야겠다 생각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 * *

“어이, 샘, 잘 모셔야 될 거야. 내일 한국에 가는 재무장관님은 대통령님께 전권을 받았으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블랙 스완 참으로 엉큼하군. 우리의 눈을 피해서 기어코 그런 물질을 발명하다니…….”

“시기가 잘 맞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다행히 이전에 이중 국적을 만들었으니…….”

샘 헤임은 이번 기자 회견 이전에 블랙 스완과 접촉한 걸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만나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무장관도 겨우 만날 수 있는 데, 어떻게 자신이 만날 수 있단 말인가.

“그 물질은 세상에 빛을 볼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나.”

“제가 아는 블랙 스완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로 발표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현실은 20퍼센트……. 제 생각은 90퍼센트 정도입니다.”

“앞으로 있을 공작까지 포함해서겠지?”

“물론입니다. 제가 알기론 이미 한국의 국정원도 움직인 상태고, 보안이 거의 한 나라의 수장만큼이라고 합니다.”

발표 이전에 미국에서 정보를 습득했다면 그 물질이 빛을 볼 확률은 적었다.

그전에 미국이 움직였을 게 뻔했으니까.

여차하면 JH 그룹 회장을 처리하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샘 헤임은 JH 그룹 회장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지만, 자신이 아는 미국이라면 살인을 서슴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감탄스러웠다.

어떻게 미국의 눈을 피해 그런 물질을 발명할 수 있던 건지.

뭐…….

확실한 건 내일 한국으로 입국해 관련 분야의 과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됐다.

그만큼, 말이 안 되는 물질임이 분명했으니까.

“VIP는 이번 기자 회견을 보고 뭐라 하십니까.”

“지금 반반이야. 폭력적으로라도 해당 물질을 미국에서 관리해야 된다. 블랙 스완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 된다. 두 의견으로 나뉘고 있더군.”

“어떻게든 간섭할 게 분명하겠군요.”

“그래야지. 솔직히 한국에서 관리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물질이야. 어쩌면 해당 물질을 탐한 나라와 전쟁이 일어날 수 있어.”

샘 헤임은 국장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과연 해당 물질을 탐해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와 미국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하고.

하지만 이내 쓸데없는 생각이라 치부하며 생각하길 포기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 있던 건 아니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표방하지만 어찌 됐건,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세계 경찰이란 것도 이득을 위해 나서는 거지, 이득이 존재하지 않다면 그 누구보다 잔혹해지는 게 미국이었다.

“너무 많은 생각 말게. 자네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될 건 국익이야. 미국만을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나라고 이 자리까지 평화롭게 올라온 줄 아는가. 더러운 일, 깨끗한 일 가리지 않고, 미국을 위한 행동을 해서 올라올 수 있던 거여. 그중에는 국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적도……. 전쟁을 유도한 적도 많아.”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국장님이 자신의 생각을 꿰뚫었나 보다.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런 식의 행동을 해도 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조언이 날라 왔다.

저 말이 맞았다.

많은 생각을 가지고 일을 했다간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그렇게 나가떨어지는 사람도 많았고,

자신이 생각해야 될 건 오직 미국의 국익.

내일부터 최대한 개인적인 판단은 뒤로하기로 결정했다.

* * *

“오, 이렇게 마중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재무장관 게일 안드레스라고 합니다.”

“이전부터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한국 대통령 정세환이라고 합니다.”

정세환은 한국으로 온 재무장관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건넸다.

미국 인사와 만나면서 이렇게 편안했든 적이 없던 것 같다.

지지율이 낮은 현 상황에서도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이들이 온 이유가 JH 중공업 때문이다.

‘을이 아니라는 얘기지…….’

평상시에는 한국이 원하는 게 있어 미국 인사와 접촉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JH 중공업의 기술을 원하고 있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미국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온다면 대체재로 다른 나라와 거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힘든 얘기지만, 언제 세상이 현실적으로만 흘러갔단 말인가.

그랬다면 지금 같은 상황도 일어나지 못했을 거다.

“이틀 전. JH 중공업의 기자 회견을 듣고, 미국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JH 그룹이 발표했던 것처럼 그런 물질이 발명된다면 전 세계에 길이 남을 업적이 될 겁니다.”

“하하, 그랬으면 좋겠군요.”

“여기 옆에 있는 사람들은 해당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들입니다. 저희 미국도 해당 산업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실적이 없는 와중에 소식을 듣고, 이 인원들과 함께 올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재무장관은 옆에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대통령에게 소개시켜주며 한시라도 빨리 JH 중공업에 향하고 싶단 말을 건넸다.

대통령도 이 정도면 충분히 기자들에게 기삿감을 줬다 판단을 내렸고, 길게 끌 것 없이 형식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JH 중공업으로 향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많이 고민했었다.

과연 올리아라는 연구원을 미국의 인사에게 보여줘도 되는지.

대통령은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이 얼마나 국익을 위해 미쳐있는 나라인지.

‘공식적인 방문이니, 괜찮을 거다.’

만약, 비공식적인 루트로 한국에 들어왔다면 필사적으로 올리와의 만남을 거절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방문.

미국이 무슨 수를 쓰기엔 명분이 없는 만큼, 보안을 최대로 올려 올리아와의 만남을 주선해주기로 결정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솔직히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JH 중공업이 현실적으로 그런 물질을 발명할 수 있는 건지.

그거에 대한 보증이 미국의 반응을 확인하는 거다.

이번에 같이 온 연구원들이 올리아와 만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 그때부터는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원전의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물질이 세상에 나올 거라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JH 그룹 회장 박제환이라고 합니다.”

“오!! 만나서 반가워요!! 미국의 재무장관 게일 안드리스라고 해요!!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런가요?”

“그럼요!! 경제적으로 엄청난 업적을 이룬 것은 물론 작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인데, 그 누가 만남을 기대하지 않겠어요.”

미국의 재무장관을 데리고 JH 중공업으로 향하자 미리 마중 나와 있는 박제환 회장이 보였다.

둘이 인사를 나눈 걸 지켜보던 대통령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

분명, 저 양반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는 저 정도로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제환 회장을 보자마자 연신 미소를 짓더니 종국에는 팬이란 말을 남긴다.

‘하긴……. 박제한 회장이라면 그럴 만하지.’

이내, 박제환 회장 정도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한 대통령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박제환 회장과도 인사를 나눴고, 곧 해당 물질의 연구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여기부터는 재무 장관님을 포함한 두 명만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방문도 어렵사리 결정한 만큼, 배려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재무장관과 두 명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에 잠시 소란이 생겼다.

뒤따라오고 있던 연구원은 총 네 명.

서로 자신이 들어가겠다면 다투고 있는 걸로 보였다.

그러다, 결론이 나오지 않겠다 생각했는지 서로 가위바위보를 통해 두 명의 인물이 결정될 수 있었다.

“후……. 기대되는군요.”

“기대에 보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따라오시죠.”

박제환 회장을 뒤따라 몇 개의 문을 지나, 여러 번 비번을 치고 이동하니 은밀한 공간이 나타났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미래 지향적인 장소.

뭐라도 잘 못 만졌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는 액체들과 시험관들이 즐비해 있었다.

“인사해요, 올리아. 이분은 한국의 대통령님이고, 옆에 있는 분은 미국의 재무장관이에요. 다른 분들은 올리아와 같이 원전 산업을 연구하는 연구원분들이시죠.”

“반갑습니다. 프로젝트 X를 총괄 담당하고 있는 올리아라고 해요.”

“쉿……. 얼핏 보기에 학생으로 보이는데…….”

“제대로 보셨습니다. 올리아는 미국 나이로 17살. 원래대로라면 고등학교에 다녀야 되는 나이이죠.”

“…….”

올리아의 나이를 듣고, 벙쪄있는 미국 재무장관이 보였다.

대통령은 그런 재무장관을 보고 웃을 수가 없었다.

자신 역시 올리아의 나이는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다들 놀라신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천재들은 어린 나이에도 엄청난 발명품을 만들어냈죠. 저는 올리아가 그들보다 뒤처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세상은 뒤집어지겠군요…….”

“그러니,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올리아의 존재가 세상 밖으로 알려지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보안에 신경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은 박제환 회장이 올리아를 보고 역사적인 천재라는 말을 했을 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만 17세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입에선 유창한 미국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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