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기자 회견을 하기 전에도 각오하고 있었다.
분명, 이번 기자 회견이 대한민국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하루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기자 회견이 끝난 그 즉시.
대한민국 전 국민이 뉴스를 보며 관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응원은.
누군가는 우려를 외치며 자신의 뜻을 피력했다.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JH 그룹이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며 찬양해왔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원전산업을 민영화하는 게 말이 되냐며 우려를 표해왔다.
‘그래도 다행인가……?’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 응원의 목소리가 더 크다는 거다.
그동안 JH 그룹이 해오던 게 있어서인지, 다른 그룹은 모르겠지만, 우리 그룹은 믿을 수 있다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이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우려의 목소리대로 원전산업의 중요성은 다른 산업과 차원이 달랐다.
나라가 직접 나서서 관리하는 게 정상이란 거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졌다.
대통령을 돕기 위해 한 발표가 오히려 피해로 돌아온 거다.
원래는 국가에서 운영하던 원전 산업이 이번 정권에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 어찌 됐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시끄러울 때.
나는 기자 회견을 마치고,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
“어쩌다 보니 여론이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정책을 뒤바꾼 것만으로 욕을 먹고 있었고요.”
“… 아쉽군요. 도와드리고 싶은데.”
“회장님의 마음은 잘 압니다. 저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할 정치인이 나라가 발전하는 걸 반대하고, 기업인이신 회장님께서 이렇게 힘 써주는 상황이 말이죠.”
“…….”
“그리고 저 역시 그런 정치인 중에 한 명이었다는 걸 말이죠.”
솔직히 대통령이 욕먹는 건 이해하지만, 이 경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원전 산업을 우리 그룹이 운영하고 있기에 나라를 강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거다.
만약, 국영화를 했다면 올리아가 만든 물질을 가지고 협상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 그룹처럼은 하지 못할 거다.
내가 발표했던 내용들만 해도 그렇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우리 그룹에게 함부로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올리아가 만든 물질을 얻지 못하는데?
하물며 미국이 그 정돈데 다른 나라는?
그래서 우리 그룹이 갖고 있는 게 나라를 강하게 하는 일이다.
국영화를 했다면 훨씬 낮은 조건으로 뺏길 게 뻔했으니까.
“지금 들려오고 있는 부정적 여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겁니다. 지금은 단순히 불만만 드러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제가 버텨내야 할 일이죠. 그리고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맞고 있는 게 백신 주사라고. 차라리 한 번에 터진 다음에 다음 일이 훨씬 수월한 게 낫겠죠.”
역시 대통령이다.
어째서, 내가 이런 행동을 한 건지 정확히 잡고 있다.
이렇게 부정적 반응이 들려올 걸 잘 알면서 기자 회견을 한 이유.
차라리, 지금 한 번의 고생으로 앞으로가 편한 게 낫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대통령이 뭘 하려고 할 때마다 부정적 반응이 들려올 거다.
그걸 갖고, 정치인들이 압박해 올 수 있고.
나는 국민들에게 처음부터 충격을 줌으로써 대통령의 다음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 거다.
덤으로 정치인에게 협박하면서 말이다.
“생각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를 보고 움직일 겁니다. 그 전에 대통령님도 빠르게 대안을 세우도록 하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도 보안과 경호에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나라에서도 해외 정보원이 들어오면 곧바로 정보를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시를 내린 상태입니다. 소중한 대한민국의 인재를 잃을 수 없죠.”
서로 마주 보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대화를 나눈 우리.
가장 시급한 건 정치인들이 이상한 생각을 하기 전에 미리 대안을 세우는 거였다.
상식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딴지를 걸지 않겠지만, 어디 세상이 상식으로 흘러가는가.
그래도 조금의 시간이라도 번 것 같아 다행이다.
그래…….
분명, 조금의 시간이라도 번 줄 알고 안심했건만…….
내가 대한민국의 정치인을 얕본 것 같았다.
불과, 기자 회견이 끝나고 단 하루.
그 하루 만에 각 당의 정치인들이 SNS와 인터뷰를 하며 대통령을 압박해왔다.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나라가 이때까지 이어온 산업을 가지고 성과를 냈음에도 국영화를 하지 않는 JH 그룹도 싸잡아서 정치적 압박을 가해온다.
참 어이가 없었다.
이때까지 탈원전에 동의하며 그렇게 소리를 높이던 사람이 원전의 가치가 바뀌자마자, 그런 발언을 해 오다니.
역시, 정치인들의 낯짝은 두꺼워도 너무 두꺼웠다.
상상 이상으로 말이다.
- 대통령은 각성해야 된다. 정권을 가져간 지 불과 1년 만에 자신이 공약으로 썼던 정책들을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뒤엎었다.
- 이게 정경유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쯤 되면 한 가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생긴다. 어째서 대통령은 탈원전을 외쳤으면서 유일하게 JH 그룹만 원전산업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는가.
- 이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기술. 나라가 아닌 개인이 갖기엔 어린아이의 손에 핵폭탄 스위치를 쥐여준 격이다.
- JH 그룹은 돈을 이용해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협박하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될수록 장난으로 배턴 JH 공화국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단 하루다.
하루 만에 정치인들끼리 만나, 입이라도 맞춘 건지 수위 높은 비판을 해오고 있다.
그중에는 이때까지 JH 그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정치인도 더러 보였고, 대현 그룹과 사이가 좋은 정치인도 여럿 보였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거다.
저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개소리인 지.
나 역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알아보고 비난을 해 올지 알았다.
역시, 정치에는 상식이 없었다.
해당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곧바로 JH 그룹에게 욕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시위로 이어질 기미가 보였었다.
“어이가 없군요. 단지, 정치인들의 말만 믿고 이런 여론이 조성되다니…….”
“제 생각에는 그럴듯한 말들이 많아서 더욱 사람들이 공조한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사람은 언제나 시기, 질투가 함께했습니다.”
“그렇지만…….”
“더군다나 지금은 명분이 생긴 상태. 원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보던 이들이 이때다 싶어 더욱 날뛰는 것 같습니다.”
짜증이 난다.
나라를 위해 많은 부분을 포기하려 하는데, 국민들이 도와주지 않은 이 상황이.
왜 사람들은 한 가지만 생각할까.
자신들이 시위해서 우리 그룹이 학을 떼면 해당 원전 산업이 국영화될 줄 아는 건가?
미친 소리 하지 말라 그래라.
많은 이득을 버리고, 지켜온 원전 산업인데 어째서 국영화를 시키겠는가.
그럴 바엔 원전 산업을 미국으로 옮겨서 많은 혜택을 받고, 사업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리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죠?”
“거의 여론이 반반입니다. 그래서 더욱 불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그걸로 다투다 보니 계속해서 거론되는 것도 있고요.”
“참……. 나라를 위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거군요.”
“뭔가 반전을 줘야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죠…….”
나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여론을 우리 그룹 쪽으로 환기를 시켜야 됐다.
그러려면 하루빨리 미국에서 무역전쟁을 선포해야 됐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미, 중 무역전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저희가 쓸 카드가 뭐 있죠?”
“있어 봐야, 회장님 작품의 영화인데……. 아무래도 그거론 부족할 것 같습니다.”
“혹시 협박하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이중 국적인 걸 드러내서 경각심을 심어주는 거죠.”
“스읍……. 조금은 위험한 방법입니다. 확실히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겠지만, 그 방법을 쓰면 반대쪽 여론이 더욱 불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답답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똑똑―
풀리지 않은 난제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때.
집무실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고민해봤자 답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는 곧바로 들어오라는 말을 건넸고, 곧 문이 열리며 다른 비서분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죠?”
“회장님, 급하게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이라도 생겼을까?
비서가 보고할 게 있다는 말을 건넨다.
무슨 일인 가 궁금증이 든 나는 비서실장님과 함께 방금 들어온 비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편하게 말하도록 하세요.”
“우선 이걸 보는 게 현 상황을 이해하기 훨씬 편하실 겁니다.”
말로 내용을 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까?
비서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
태블릿을 확인한 나는 인지부조화가 걸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기본 상식들이 부서진 듯한 기분이랄까?
불과 하루라는 시간에 정치인들이 나서서 비판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비서가 내민 태블릿 속 기사들을 보면 정치인들의 반응은 약과처럼 보였다.
“이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속보로 뉴스에 나오고 있는 중이고, 덩달아 여론이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 이건 환기를 넘어서 엄청난 호재군요.”
“말도 안 되는 호재입니다. 이들이 JH 그룹을 찾아와 긍정적인 말을 내뱉는 순간…….”
“국민들의 불만은 쏙 들어가겠군요.”
“그렇습니다.”
한국이란 나라는 유독 다른 나라에 초점을 많이 둔다.
가수가 한국에서 음반 성적 1위 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에서 1위 하는 걸 더욱 값지게 생각했다.
물론, 나이도 면에서 따졌을 때, 다른 나라에서 1위 하는 게 훨씬 어려운 건 맞았다.
근데,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다른 나라에서 1위를 하는 순간, 한국에서 아무도 듣지 못했던 노래가 순식간에 1위로 올라서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거다.
이 현상은 노래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노래면 노래……. 예술이나 학문…….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가 이와 같았다.
어떻게 보면 내 작품도 해외에서의 인정으로 더욱 유명해진 경향이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
비서가 내민 태블릿 안에서는 다른 나라의 인사들이 급하게 한국으로 입국할 준비 하고 있는 소식이 들려있었다.
지금 상황에 그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을 거다.
어제 있었던 기자 회견 때문이라고.
역시 아니나 다를까, 급하게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아까와는 정반대의 여론이 형성돼있다.
우리 그룹을 비판하던 기사들은 하나같이 나라의 위상을 올린 JH 그룹이라며 찬양하고 있었고, 댓글들 또한 자랑스럽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현상에 기름을 부어버리는 상황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였다.
다른 나라의 인사들은 입국을 준비했지만, 정확한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지금, JH 그룹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곧바로 전세기를 띄운다고 한다.
“회장님……. 저희가 따로 환기를 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저 역시 비서실장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건 뭐 우리 손을 떠났다고 봐야 됐다.
당장, 우리를 비판하던 정치인들이 욕먹고 있는 걸 보면 더더욱 말이다.
“그 정치인들은 쌤통이군요.”
“동감합니다.”
이것 역시 동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