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37화 (137/175)

137화

올리아와 이야기를 마친 나는 곧바로 JH 중공업에 연락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팀을 만들 수 있었다.

극비로 이루어진 팀.

JH 중공업에 임원 라인 정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존재조차 알 수 없었다.

아니, 임원이라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만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걸로 뼈대는 완성했다.’

솔직히 일말의 걱정 정도는 갖고 있었다.

내가 과거로 돌아와서 한 행동에 나비 효과가 일어날 거라는 걱정 말이다.

다른 일들은 내 미래지식을 이용해 대체재가 존재했지만, 올리아 만큼은 꼭 스카우트했어야 됐다.

아무리 미래지식을 갖고, 그런 물질이 발명 된다는 걸 알고 있어도, 발명가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어제 일로 인해, 일말의 불안감마저 사라졌고, 그것은 곧 은연중에 불안함을 느끼던 나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음을 느끼며 좀 더 과감한 행동을 이어가려고 할 때.

달리려는 나에게 잠시 주춤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이틀 뒤에 만나기로 한 CIA 요원 샘 해임.

그에게서 연락이 온 거다.

‘문제는 이유를 모른다는 건데…….’

어떤 이유로 만남을 청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았다면 지금처럼 불안하지는 않을 거다.

그의 의중은 곧 미국의 생각.

아무리 잘 나가고 있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하지만 나는 일개 개인이다.

만약, 미국이 나서서 국가적으로 나를 압박해온다면 어떻게 방법이 없다는 거다.

이틀 뒤의 약속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나는 다시 한번 그룹을 재정비했다.

관련 인원들을 만나며 혹여나 근무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는지,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온 적이 없는 지 말이다.

물론 그들이 바른대로 말해 주길 바라며 질문했던 건 아니었다.

내가 말함으로써 바뀌는 그들의 표정.

그 잠시의 틈을 이용해 진위여부를 확인하려 했던 거다.

그렇게 내리 이틀을 움직여 확인한 결과.

‘아직은 JH 그룹에 접근하지 않았다.’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어서 접근을 안 한 건지, 천천히 움직여도 우리 그룹 따위는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 다짐하며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JH 그룹 회장 박제환이라고 합니다.”

“오, 반가워요. 저는 샘 해임이라고 해요.”

그가 만남을 청했던 장소는 평범한 낚시터.

하지만 주위를 살펴보니 일반인은 존재하지 않단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호감을 갖고 있는 건가?’

인사를 나누고, 몇 번의 대화를 통해 떠오르는 생각.

그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거다.

물론 연기일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이다.

겉으로나마 나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얘기니까.

“이번에 약속을 잡은 이유가 궁금하네요.”

“별 의미는 없습니다. 단지, 요즘 국제적으로 잘 나가는 JH 그룹의 회장님을 한번 뵙고 싶었거든요.”

“확실합니까? 그게 전부인 게?”

“… 뭐……. 회장님의 의견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거는 가벼운 질문일 뿐이죠.”

지나가는 바보도 믿지 못 할 말을 해온다.

나를 만나러 오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되고 있던 그의 존재가 확실하게 밝혀지는 이 상황이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경고의 의미를 건넸다.

“솔직히 누군가에게 관찰 받고 있는 건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 그 의견엔 동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관찰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미스터 박.”

“허……. 그럼 좋은 점이 있다는 건가요?”

“당연하죠!! 감시가 아닌 보호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네요. 그동안 성장하는 JH 그룹에게 악의를 가진 그룹이 없다고 생각해요?”

없을 수가 없다.

당장, 한국만 해도 수많은 정, 재계 사람들이 견제해왔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우리 그룹이 나서서 해결해왔다.

이게 어째서 보호라는 건가.

“그런 그룹들은 저희가 처리했을 텐데요?”

“물론이죠!! JH 그룹이 그동안 어떤 일을 해 왔는지는 저희도 잘 알고 있거든요.”

“근데, 왜…….”

“국내라면 말이죠.”

그러고 보니 도움을 안 받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JH 배터리를 출범할 때.

확실히, 기존 기업들의 반발을 전혀 느끼지 못 한 채, 깔끔하게 출범할 수 있었다.

미국 정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이렇게 생각하니, 마냔 보호란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래서 원하시는 바가 무엇입니까. 미국이 저희 그룹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을 받았다는 것도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도움도 호의로 비롯해야 도움이지 않겠습니까. 결국 도움이 압박으로 돌아온다면 그건 도움이 아닌 작업이라고 하죠.”

“이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어디까지나 호의를 갖고 있으며, 오늘은 의중을 물어보기 위해 이곳에 온 거에요.”

“좋아요, 한 번 들어보도록 하죠.”

그래…….

일단 말이나 먼저 들어봐야겠다.

판단은 그다음이다.

“지금, 백악관에서는 JH 그룹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그래서 큰 도움을 드리고 싶고요.”

“… 그게 무슨…….”

“하지만 박의 국적이 마음에 걸리는 겁니다. 분명, 도움을 드릴 수 있지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도와드릴 수 없겠죠.”

“…….”

“그리고 JH 그룹이 커가면서 겹치는 전반적인 산업에서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고요.”

말을 들어봤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영역의 문제였다.

샘 해임 말대로 우리 그룹이 커간다면 미국에서는 당연히 자국 기업을 위해 도움을 줘야 됐다.

그 상황에서 우리 그룹에 피해온다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런 명분 없는 부탁은 억지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런 명문이 없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 그룹은 미국과 딜을 할 수 있는 무기가 있었다.

이번에 한 발 일찍 움직여 확보한 희토류.

샘 해임은 그 부분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쪽이 하는 말에 공감합니다. 단, 그렇게 나올 시 당연히 저희 그룹도 미국에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현 미국은 중국과 전쟁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전쟁을 하지 못해, 경제적인 전쟁을 말이죠.”

“… 맞습니다.”

“그렇다면 희토류의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고요. 샘이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국의 희토류를 대체할 호주의 희토류는 저희 그룹이 먼저 움직여 확보한 상태입니다.”

역시 이미 알고 있었던 정보여서일까?

내 말을 듣던 샘의 표정이 평온하기만 했다.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CIA라고 하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단체.

오히려 모르고 있었다면 더욱 실망할 뻔했다.

“그리고… 그 둘이 싸우고 있을 때, 제가 중국 쪽으로 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 그게 쉽겠습니까……?”

“어렵겠죠.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겠죠. 저희 그룹의 수입원은 대부분이 금융과 자동차 산업. 오히려, 미국보다 인구가 많은 중국 쪽이 매력적인 시장이죠.”

“…….”

“더군다나 현 정권 역시 계속해서 커져가는 미국의 의존도에 친 중 스탠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거기에 저까지 합세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이건 마냥 흘러들을 수 없을 거다.

미국이 저렇게 자신만만해하는 이유.

한국이란 나라가 자신들을 거부할 수 없을 거라는 데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이 오는 원인을 흠집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평온하기만 하던 샘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져 갔다.

그러고는 항복한다는 듯 두 손을 들며 말해 온다.

“진정하시죠. 저희 미국은 어디까지나 호의로 접근한 것뿐. 설령, 국적을 안 바꾸신다 해도 JH 그룹에게 적대적인 스탠스를 취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 될 겁니다.”

“하지만 서로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했던 얘기들. 협박이 아니라 저희들의 상황이 이렇다 고려해주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들어보고 결정하죠.”

“혹시 이중 국적은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저희 미국도 적극적으로 JH 그룹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진지하게 묻는 샘의 의견을 듣고, 고민했다.

이중 국적…….

한 마디로 한국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국적을 가지라는 얘기다.

확실히 내가 손해 볼 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미국에 몇 개의 지사는 양보해야겠군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지만, 그렇지 않는다 해도 괜찮습니다. 그저, 윗분들을 안심시켜만 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손해 볼 게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큰 이득이 뒤따르냐고?

그걸 한 번 알아볼 생각이다.

“그로 인해 제가 얻는 이득은 무엇이죠?”

“국제적 영향력. 요즘 JH 그룹의 움직임이 국제적인 영향력을 챙기는 데 주를 두는 것 같더군요, 저희가 그에 맞춰 힘을 실어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되면 지금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곳도 피해 보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지앙웨이 역시 저희 라인에 속한 사람이고, 손해를 본다고 해도 미국에서 얻는 이득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입니다.”

솔직한 말로는 지금 당장 국적을 얻겠다 대답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최근 몇 년 동안은 신 냉전 시대가 강화되며 나라끼리 협력하려는 움직임이 북적 줄어든다.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부탁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에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

JH 그룹 인사들의 의견을 물어봐야 됐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결정해야 되는 바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천천히 고민하시고 결정해 주셔도 됩니다. 단, 7월 전까지는 결정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7월이라…….”

7월은 본격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선포하는 날.

미국은 그전에 나의 뜻을 확인하고 싶었나 보다.

그때까지 약 석 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전에는 알려드리기로 하죠. 날 선 반응은 죄송합니다. 워낙 저희 그룹을 탐내는 곳이 많아서 예민했던 것 같군요.”

“이해합니다. 그만큼 JH 그룹의 상승세가 말이 안 되니까요.”

“그럼 다음에는 웃는 얼굴로 뵈면 좋겠습니다.”

“다음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있었던 만남.

예상치 못 했던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필요성으로만 움직이는 시대가 머지않았단 얘기다.

그런 시대가 다가오기 전.

전 세계적으로 우리 그룹의 필요성을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그중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JH 중공업.

그다음으로는 JH 배터리.

그 사이에서 막대한 수익률을 올린 JH 인베스트먼트.

막연하기만 했던 그 날들이 진짜로 머지않았다.

‘미국도 내 편이란 셈이니까…….’

나를 막을 존재가 많지 않다는 거다.

기껏 해봐야, 석유국과 천연가스를 자랑하는 러시아.

어차피, 러시아와는 같은 편에 설 수 없는 입장이었다.

내가 하는 사업은 곧 러시아의 국력을 낮추는 행위였다.

그걸 러시아가 바라만 보고 있을까?

당연히 반 JH 그룹의 입장에 설 게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든든한 친구인 미국을 얻게 되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JH 그룹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곧바로 결과를 도출한다.’

이번에 받은 제안.

곧바로 주요 인원들과 만나 얘기해 봐야겠다.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또 한 번 JH 그룹을 도약시키기로 마음먹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