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35화 (135/175)

135화

진성후 사장님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을까?

모두의 시선이 진성후 사장님의 입으로 향했다.

“일단, 모두가 아시다시피 현 정권이 탈원전을 고수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원전산업을 유지해야 된다는 저희 그룹과는 정 반대. 그래서 많은 도박을 해야 됐습니다.”

처음 이야기는 현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제가 JH 중공업으로 이직하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래는 원전 산업에서 제일 잘 나간다고 여겨지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환경문제로 인해 탈원전을 시작했고, 당연히 이득을 추구하는 회사에서는 인원 감축을 제일 먼저 진행했습니다.”

진성후 사장이 이곳으로 오게 된 계기를 몰라서인지,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집중했다.

“그때 정권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었죠. 지금은 대통령 전 비서실장으로 인해 힘이 약해졌지만. 그로 인해 저는 한국에서 미래를 느끼지 못했고, 능력 있는 사람들과 해외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받게 된 JH 중공업의 제안. 무엇보다 회장님의 의지가 덧보였습니다. 어떻게든 원전 산업을 유지하겠다고.”

“자,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 원전 산업에서 제일 이름 있는 저조차도 미래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정부의 압박이 심했습니다. 현 정권이 탈원전에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계속해서 이어지는 진성후 사장님의 말.

“그러다가 회장님의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청와대 쪽과 약속이 잡혔으니, 어떻게든 원전을 유지하는 쪽으로 이야기하라고 말이죠. 설령 10년 뒤에 모든 게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와 함께, 한 가지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을 정화시킬 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 10년 안에는 무조건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정부에게 제안했습니다.”

“10년. 그 안에 방사능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관련 산업을 접고, 보유하고 있던 토지는 국고로 기부한다. 그러니, 10년 동안은 큰 사건이 없다면 지켜봐 주라고 말이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인원들이 처음에는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더니, 이내 그동안 겪어왔던 일이 있었는지, 나라면 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나를 믿어준 게 고마우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미 그녀가 신원은 확인한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찾아갈 예정.

만약, 나비 효과가 일어나 그녀가 개발하지 못한다 해도 괜찮았다.

‘10년 뒤면 원전에 대한 중요성이 급부상할 때이다.’

그래서 조건부를 걸었던 거다.

정부에서는 이해되지 않지만,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는 조건.

원전 산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토지를 국고에 반납한다는 내용이다.

아마, 관련 내용을 보고 생각했을 거다.

토지만 주더라도 엄청난 업적인데, 어째서 원전 산업까지 정리해주느냐는 의문.

하지만 그때 가서는 후회하게 될 거다.

국고를 받기 위해선 원전 산업을 철수해야 되고, 그렇다고 원전 산업을 철수하면 전기료 인상으로 국민들에게 원성을 자아낼 게 뻔하니 말이다.

‘미래를 아는 나에게는 질 수가 없는 조건이지.’

그랬다.

내가 진성후 사장에게 내건 조건은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아따, 뭔 말인지 잘 알겄네요. 그니까 조건부 한정 저희 그룹은 건들지 않겄다……. 뭐 이 말 아녀요?”

“맞습니다.”

“근디, 여론은 어쩐대요. 분명 환경 단체가 뭐라 할 건디…….”

“간단합니다. 무시로 일관합니다. 저희는 주식회사도 아니며 공기관도 아닙니다. 정부에게도 완전히 사기업으로 유지하겠다고 말 한 상태입니다.”

원래 원전은 국가에서 운영해야 됐다.

그만큼 리스크도 크고, 위험한 사업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탈원전을 외치는 정권이 원전 산업을 이어갈 수 없는 법.

그래서 조건을 하나 더 걸었다.

전액, 우리 기업이 부담한다.

대신 전적으로 사기업의 형식을 고수하겠다.

이것 또한 별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이전에 한 번의 도움을 준다 했으니까…….’

정권이 교체되면서 받기로 한 한 번의 도움.

그 카드를 지금 사용한 거다.

“어쩌면, 위험한 시도가 되겠군요…….”

“아따, 민호 형님은 참 모르네요. 우리 형님이 언제는 안 위험한 적이 있었소? 이것도 딱 보니까, 이미 견적을 내리고, 충분히 할만한 께 시도한 거요.”

이번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걱정하던 이민호 사장님.

그 걱정에 반박하는 재성 씨의 말을 듣고, 곧바로 수긍한다.

“자, 앞으로 저희 JH 그룹이 나아갈 방향은 방금 정해졌습니다. 일단 단기적인 걸로 봐서는 미, 중 무역전쟁이 있습니다. 이것 다음에는 한, 일 무역전쟁도 머지않아 일어날 거고요. 이에 대비해서 최대한의 효율로 움직인다. 그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수익을 기록한다.”

“그리고… 먼 미래로는 원전산업에 집중하겄다 이거네요…….”

“맞습니다. 물론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위험한 시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모든 걸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감히 예상해 보건대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그룹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따……. 그렇다면 진짜 역사에 기록되겄네요.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세계에서 제일가는 그룹이 되다……. 왐마, 이건 뭐 판타지 소설도 이것보다 개연성 있겄네요.”

재성 씨의 말이 맞았다.

이건 뭐 소설로 낸다고 해도 욕먹을 정도의 성장률이다.

불과, 반 세기 만에 전 세계적인 그룹이 되는 것도 욕먹을 만한데, 전 세계 제일가는 그룹이 되려고 하니 어떻게 개연성이 있다고 말 할 수 있겠나.

‘사실 과거로 돌아온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따지고 보면 과거로 돌아온 것부터가 현실성이 없었다.

이왕 현실성 없이 새로 시작한 인생.

끝까지 현실성 없는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재성아, 근데 회장님 인생은 소설보다 더 판타지 아니냐?”

“하긴……. 인자 생각하니까, 형님이 한다는디 무슨 개연성을 따지겄어요.”

“제가 보기엔 두 분도 대단하신데, 회장님은 더하신가 보군요.”

“아따 진성후 사장님은 잘 모르나 본디, 저희가 처음부터 잘 났던 게 아니요. 진짜 햇병아리도 안 될 적에 우리 형님이 찾아와서 이렇게 만든 거라니까요?”

이민호 사장님의 말로 시작된 대화.

다들 그동안의 여정을 이야기하며 과거를 되새기고 싶었던 거지, 대화하는 내내 웃음이 끊기질 않았다.

오늘은 나 역시 일정이 없었고,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도 끝냈기에, 다 같이 한 잔씩 걸치며 오랜만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 * *

‘무슨 일이지…….’

오랜만에 국장의 호출을 받은 샘 해임.

무슨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짐작이 가는 바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그동안 벌인 일이 너무 많아서 그중에 무엇을 얘기하려는 건지 궁금한 것뿐.

‘중국이려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요즘 들어 물밑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번에 삼송과 정식 협력을 맺은 JH 그룹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자신을 부르는 시기와 딱 맞아떨어졌으니까.

많은 의문을 가진 채, 이동하던 샘 해임.

상념이 깊어서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국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

“샘입니다.”

- 들어오게.

국장실 앞에서 조심스럽게 노크하자, 곧바로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오랜만에 보는군, 샘.”

“그렇게 반가우시면 업무 좀 줄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 그 부분은 어렵겠는데? 자네가 아니면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밀리는 업무로 인해 항의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와 같았으니까.

그래도 참을 만했던 건, 어쩌면 보장된 미래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큰 실수 없이 유지만 한다면 다음 국장은 자신의 것.

업무로 인해 사라진 일상을 버티게 해 준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나저나 부른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위에서 압박이 내려왔어.”

“위라면…….”

“우리 위가 백악관 말고 더 있나?”

“… 뭐라고 하던가요.”

농담을 주고받던 국장님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블랙스완에 대한 이야기야.”

“… 그는 지금 잘하고 있을 텐데요? 저희와 연이 있는 중국 인사와 꽌시도 맺었고, 티슬라와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거일세.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아주 만족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네.”

“그런데…….”

“그가 미국인이었다면 말이지.”

“…….”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일렀다.

아직 블랙스완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 전.

국적에 대한 얘기가 나올 걸 알고 있었지만, 그 기간이 너무 일렀다.

‘아직까지 한국 정부와도 크게 틀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악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이 사실을 국장님 또한 알고 있을 건데, 왜 급하게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이릅니다.”

“아니, 이르지 않아.”

“…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는 우리 예상을 앞서 나가기 때문이야. 만약 JH 그룹이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국장님의 말도 이해가 갔다.

JH 그룹은 이때까지 예상을 계속해서 깨나갔다.

성장할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빠른 속도까지 예측했던 건 아니었다.

“여기서 더 커지기 전에 백악관은 확답을 듣고 싶은 거야. 이번에 삼송 그룹과 정식 계약을 맺으면서 미국 기업들도 위험해졌으니까.”

“JH 그룹이라도 확보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거군요…….”

“바로 그거지. 지금까지 해 준 게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 JH 그룹에게 해줄 게 무궁무진하지. 그런데 끝에 가서 한국 국적을 고수한다? 그것만큼 뒤통수가 얼얼한 일은 없을 거야.”

국장님은 자신의 의견을 다 전했다고 생각했는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마지막 말을 건넸다.

“그러니 자네가 한 번 만나고 오게.”

“블랙스완을 말씀이십니까…?”

“그럼 누구겠나. 너무 긴장하지는 말게. 우리가 뭐 잘못 한 거라도 있나? 분명 호의적인 입장이고, 실제적으로 도움을 준 적도 있지 않나. 그걸 블랙스완이 모를 뿐이지.”

“꼭 지금이어야 되는 겁니까……? 이렇게 바쁜 시기에…….”

“지금이어서 만나라는 거야. 이번에 다른 요원이 호주로 떠난 걸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대비해서 호주로 향한 걸로 알고 있죠.”

“우리가 한발 늦었다네.”

…….

이게 무슨 말인가.

도대체 어떤 정보집단이 우리보다 이르게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국장님의 말을 듣고, 충격보다 의문이 먼저 들었다.

“내가 왜 지금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나?”

“설마……. 블랙스완이 먼저 호주와 접촉했다는 겁니까?”

“맞네. 그래서 말했던 게야. 그는 우리의 예상보다 한 발 일찍 움직인다고.”

“… 확실히 만나봐야 되긴 하겠군요.”

이렇게 되면 말이 달라졌다.

예상보다 앞서 나간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한 발자국이 아니라 두 발자국 일 줄은 몰랐다.

“단, 절대 강압적으로 행동하지 말게. 결정을 듣지 못하더라도, 미움을 사선 안 돼. 특히 호주와의 계약을 먼저 따낸 지금이라면 말이지.”

“주의하겠습니다.”

“그럼, 믿고 있겠네.”

그동안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관찰해 온 블랙스완.

자신의 예상을 깬 사람이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블랙스완과의 만남이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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