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저는 외부에서 들려오는 반응들을 생각하며 웃음을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실에서 느끼던 반응 하고는 완전 딴판이었거든요. 인터넷에서는 저희 회사를 욕하던 이들이 현실에서는 제발 자기 돈 좀 맡아달라고 그렇게 사정하더군요.”
지금 하는 말을 굳이 할 필요가 있냐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해야겠다.
이때까지 우리 그룹을 욕하던 사람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던 게 아니다.
단지, 참았을 뿐.
하지만 지금만큼은 참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하는 거다.
앞뒤 다른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간단하게 실적 발표하겠습니다. 정확히 어디에 투자했고, 어떤 비전을 봤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결과가 증명할 테니까요.”
말이 이어질 때마다, 기자들의 집중력이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저희가 저번에 16조라는 수익을 얻었던 가요? 그 돈으로 JH 배터리도 투자하고 공장도 증설하고 있죠. 이에 대한 수익률은 추가하지도 않겠습니다. 저희가 남은 4조를 굴려 얻은 수익. 1천5백 퍼센트입니다. 1년이란 시간도 안 지났는데 말이죠.”
4조의 1천5백퍼센트란 말을 듣고, 계산하는 기자들.
이내 결과물이 나왔는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오늘만 해서 기자들이 몇 번이나 놀라는지 모르겠다.
‘다른 쪽도 놀라고 있군.’
지금 말했던 사실이 기자들한테만 놀라운 소식이 아니었나 보다.
내가 준비했던 귀빈석 쪽.
그쪽 사람들도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체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소식까지는 버틸 수 없었나 보다.
저들은 조 단위의 돈을 굴리고 있는 사람이기에 더욱 잘 알 거다.
조 단위부터는 수익률을 올리기가 얼마나 힘든지.
‘더군다나 1천5백 퍼센트니…….’
저들이 저렇게 놀라는 것도 이해가 갔다.
“JH 인베트스트먼트에 대한 얘기는 이쯤으로 마무리 짓죠.”
아마 자세하게 파고들었으면 더욱 놀란 감정을 느낄 거다.
놀라는 거에서 그치지 않고, 경이로움을 느낄 가능성도 컸다.
방금 말했던 실적.
앞으로 있을 실적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곧 다가올 기회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 투자했던 회사들.
그 회사들이 상장하는 순간, 앞에 있는 수익률은 한 번 더 도약할 게 분명했다.
‘이 사실은 천천히 알리자.’
앞에 소식만 해도 충격을 주기엔 충분했다.
굳이 아낄 수 있는 카드를 내보일 필요는 없기에 JH 인베스트먼트 실적은 이쯤에서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인가…?’
이제 마지막 소식만이 남았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줄 소식.
특히, 대현 그룹을 자극시킬 수 있는 소식이었다.
이번에 지앙웨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얻어왔던 혜택 말이다.
“마지막 실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저는 이번에 중국으로 출국한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누군가는 작품 때문이라는 말이 많더군요.”
마지막이라는 말에 또 한 번 집중하는 기자들과 귀빈석에 있는 사람들.
이 사실은 대부분이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귀빈석에서도 놀라기 충분한 소식이란 말이다.
“중국에 인사와 만나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종 세율과 여러 가지 혜택을 받고, 좋은 조건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전에 시끄러웠던 GL 엔터가 얻은 그 권리. 그게 단순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적당했다.
자세한 내용까지 말하기보단 적당히 마무리 맺는 지금이.
이 뒤의 내용은 인터넷을 더욱 뜨겁게 해 줄 장작으로 소비돼야 했다.
“그럼, 이곳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기자 회견과 함께 컨셉카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발언은 이득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마이크가 있는 곳에서 잠시 옆으로 나와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와 동시에 박수가 들려왔고, 여기저기서 질문들이 날아왔다.
그중에 중요한 몇 가지만 대답해주고, 무사히 기자 회견을 마칠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완전히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회장님…….”
“그걸 유도했으니까요.”
세상이 뒤집어졌다는 비서실장님.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한다.
지금 인터넷을 들어가면 어디에서도 우리 그룹의 이야기만이 가득했다.
인터넷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신문, 뉴스를 포함한 언론들.
심지어 해외 매체까지.
모두가 우리 그룹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주가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저희 그룹과 관련된 주가들이 상한가를 쳤습니다. 그것도 매수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요. 저희 그룹이 증시에 풀리는 순간,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 그룹이 될 테니까요.”
“해외에서도 삼송보다 고평가를 하고 있다 합니다. 저희 JH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회사들을 생각하면 훨씬 앞서 나간다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타오르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언제나처럼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게 아니었다.
- 이거 너무 과한 것 같은데……. 또 우리나라 냄비근성 나오네. 며칠 이러다가 또 한강 가지 말고 차분하게 바라보세요.
- 님 정신머리 없음? 전 세계 그 어떤 투자회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걸 지켜봐야 된다고? 님 대현 그룹 사람임?
- JH 그룹이 성공한 건 좋지만, 대현 그룹하고는 화해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서서 불매운동을 벌여야 된다.
- 불매운동은 니나 많이 하시고요. 됐으니까, 제발 자동차 출시 좀 빨리해주세요. 그때 동안 숨 참고 기다립니다.
여러 가지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이제는 사람들도 실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현 자동차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대부분이 JH 자동차에 대한 찬양을 했고, 그걸 본 사람들이 대현 자동차에 대한 걱정을 해 왔다.
이제는 인터넷의 밈으로 발전될 정도.
우리 그룹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현 그룹의 사람이냐는 댓글이 달렸다.
‘자, 어떻게 할래.’
동시에 궁금했다.
대현 그룹은 이걸 어떻게 해결할 지 말이다.
그리고 시비를 걸어왔던 비서실장은 어떻게 행동할 지 말이다.
만약 이전처럼 시비를 걸어온다면 대중들에게 알리면 된다.
그게 아니라 지금 상황을 보고, 꼬리를 내린다면 정치적으로 끝났다고 봐야 됐다.
어떤 선택이든 봐줄 생각이 없었다.
지금 와서 꼬리를 내린다고 해도 대중들에게 알릴 생각이다.
비서실장이 받은 사과 박스를 말이다.
‘이미 증거도 다 구해놨고 말이지.’
이미 비서실장이 받은 사과 박스에 대한 증거도 다 구해놓은 상태.
오히려 발악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 * *
“젠장…….”
JH 그룹의 기사를 확인하고 있는 이현배 비서실장.
지금 상황이 마치 꿈만 같았다.
도대체 저 말도 안 되는 실적들은 뭐란 말인가.
아니, 애초에 저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부터가 궁금했다.
“1천5백 퍼센트면…….”
4조의 1천5백 퍼센트.
60조란 돈이다.
그런 돈을 고작 반년 만에 벌어들였다.
그게 끝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반응을 봐서는 저것도 상당히 축소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정도면 거의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삼송기업보다 더 한 실적이었다.
그런 JH 그룹의 회장에게 시비를 걸었다니…….
앞으로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삼송그룹 회장님한테 시비 건 것 보다 더욱 무모한 짓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가 아니지…….’
지금 JH 그룹의 실적을 보고 놀라고 있을 때만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저 성장세를 꺾어야 됐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으면 틀림없이 JH 그룹은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게 분명했다.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그동안 많은 연락을 주고받았던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예, 비서실장님.
“자네 혹시 어제 JH 그룹의 기자 회견을 확인했나?”
- …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아침부터 모여서 회의하고 오는 길 입니다.
후…….
다행이다.
그나마 안심이 간다.
나만 지금 사태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라, 대현 그룹도 느끼고 있나 보다.
분명 대현 그룹이 나선다고 하면 무슨 수라도 있을 게 확실했다.
“그래서 어쩌기로 했나. 나는 어떻게 맞춰서 행동하면 되겠냔 말일세.”
- … 지금은 각자 행동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희 그룹이 나서서 행동하기엔 너무 멀리 왔습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지금 와서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되냔 말이야!!”
-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 회의에 누가 참석하였는지 알고 계십니까? 회장님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그러고는 말하더군요. 저희도 JH 그룹에 따라 중국에 투자한다. 그리고 1년 이내에 성과가 없을 시, 문 닫을 준비 하라고 합니다.
“… 그 정도라고?”
- 저희가 받아들이는 것처럼 간단한 상황이 아닙니다. 회장님이 사활을 걸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란 말 입니다. 저희도 고작해야 시간 벌기밖에 못 하는데, 어떻게 행동합니까.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대통령님의 말을 들었어야 됐다.
아무것도 모르고, JH 그룹 회장을 만나 으름장을 놓았을 때.
그때도 괜찮았다.
정치적 생명이 줄어들겠지만, 돌릴 수는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대통령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제재를 걸었을 때.
그때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거나 마찬가지였다.
“… 대현 그룹은 나와 함께하는 건 맞는 겐가?”
- 그래야지 않겠습니까. 저희도 1년이란 시간 동안 사활을 걸 생각입니다. 비서실장님도 그동안 적극적으로 견제해주시면 후에는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 … 물론입니다. 저희 그룹도 어떻게든 살아야 비서실장님의 뒤를 책임져드릴 거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조금 꺾어놔야겠어. 끊음세.”
내 말을 듣고,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은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더 이상 JH 그룹이 성장하기 전에 어떻게든 찬물을 끼얹어야 했다.
‘어차피 답도 없다.’
이대로 상황이 지속됐다가는 정치적 생명도 끝났다고 봐야 됐다.
그렇게 될 바엔 마지막으로 나 역시 사활을 걸어야겠다.
이때까지 쌓아온 각종 인맥들을 이용해 JH 그룹의 성장을 막아야겠다.
‘일단 언론부터 움직인다.’
제일 시급한 건 JH 자동차 공장 증설을 또 한 번 막는 거다.
더해서 저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의 비밀을 파헤쳐야겠다.
금감원을 움직여 더러운 수작을 밝혀내 국민들에게 알린다.
1차적인 목표다.
그걸 제외하고서도 최대한 먼지를 털어, 어떻게든 부정적인 소식을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
마음을 결정한 나는 다시 한번 핸드폰을 들어 여러 사람에게 연락했다.
“어, 나야. JH 인베스트먼트 소식 봤겠지. 상식적으로 조 단위의 규모를 움직이면서 1천5백 퍼센트의 수익이 말이 돼? 그것도 단기간에? 금감원을 움직여주게. 이걸 밝혀내는 순간, 자네는 스타가 되는 거야. 내가 책임지지.”
“나야. 무슨 일이 있어도 공장 현장이 재개되는 걸 막아.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어떻게든 막으라고!”
“JH 배터리가 우리나라의 투자는 안 받고, 미국 정부에 투자받았다고 하더군. 이걸 이용해서 기사 하나 부탁하네.”
부족하다.
계속해서 통화를 돌리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가득했다.
어떻게든 책임을 진다고 해서 일은 진행되겠지만 부족한 것 같았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한다.’
일단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