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14화 (114/175)

114화

[기사 제목: 그동안 베일에 싸여왔던 JH 자동차의 첫 결과물.]

그동안 JH 자동차가 이뤄온 성과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게 허상과도 같다는 평가도 많았었죠.

그런 평가에 억울하기라도 했을까요?

이틀 뒤, JH 자동차에서 컨셉카의 발표와 동시에 그동안 이루었던 JH 그룹의 성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JH 그룹은 상장된 회사가 없다 보니 다른 회사들보다 비교적 알려진 게 많지 않았습니다.

이틀 뒤 있을 기자 회견을 두고 여러 의견이 들려옵니다.

슬슬 거품이 빠진다는 의견과 드디어 새로운 한국 대표 그룹이 생겨난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상 김재민 기자였습니다.

- 뭐임? 요즘 JH 그룹 말 개 많던데? 공장 만드는 것도 올 스탑됐다 글고, 직원들 말 들어보니까 금감원이 여기저기서 들쑤시고 있다던데…….

- JH 자동차는 대현 자동차 만큼만 성장해도 성공이다. 요즘 기자들 아무나 하나 보네, 설레발 더럽게 치고. 자동차 산업이 쉬운 줄 아나.

- 내가 들은 바로는 역대급 자동차라고 함. 독일 3사 재낄 수도 있다던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뭘 본 거지? 독일 3사? 죄송한데 자동차 산업은 그 정도로 쉽지 않습니다.

드르륵―

‘확실히 불타고 있네.’

컴퓨터 앞에 앉아 반응을 살피고 있는 박제환.

가장 조회 수가 많은 기사를 확인하니 반응이 뜨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긍정적인 반응보다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부정적인 반응은 이틀 뒤 모두 바뀔 거라고.

그 뒤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어떤 반격을 해 올지 모르겠지만, 정확한 건 이틀 뒤에 인터넷이 불타오를 거라는 거다.

‘JH 배터리의 개선점이랑 JH 인베스트먼트의 성과들만 생각해도 역대급이다.’

두 회사의 성과.

전 세계를 통틀어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과를 자랑하고 있었다.

우선 JH 배터리.

용량을 시내 주행 1천km 까지 확장시킨 걸 넘어서 충전 시간까지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거기다 안전성 테스트까지 최고 등급을 받은 건 덤.

전 세계를 뒤져봐도 단 1년 만에 이 정도의 성과를 드러낸 회사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미국 정부에서 고맙다는 의견을 보내오는가.

그리고 JH 인베스트먼트.

지금 당장만 해도 수익률이 몇 십 배를 자랑하고 있다.

투자를 하는 사람은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사실인지 알 수 있을 거다.

JH 인베스트먼트가 굴리는 돈 단위는 조.

그런 돈에서 몇십 배면 최소 수십 조의 수익을 봤다는 거다.

물론 코인의 급성장으로 인해 많은 수익을 얻은 건 사실이다.

‘그걸 제외하고도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이다.’

더군다나 지금 얻고 있는 수익률은 앞으로 얻을 수익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런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면 어떻게 될까.

확실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시선이 모일 거라는 건 확실했다.

궁금했다.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틀 뒤에도 같은 의견일지.

‘재밌겠네.’

마음 같아서는 더한 부정적인 반응이 왔으면 좋겠다.

편견은 반전 줄 때, 더욱 효과 있는 법이니까.

* * *

JH 그룹 관련 기사를 확인한 정민우.

“아버지, 혹시 기사 보셨습니까?”

“무슨 기사 말이냐. JH 자동차 말이더냐?”

“예.”

“봤다.”

궁금했다.

아버지는 JH 자동차 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셨어요?”

“재밌더구나. 고작 몇 년의 역사밖에 없는 자동차 회사 주제에 기고만장하는 게. 내가 듣기로는 대현 자동차를 넘어서 독일 3사를 넘본다고 하던데……. 완전히 맛이 간 게지.”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안다. 확실히 JH 그룹은 계속해서 우리의 편견을 깼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라.”

“…….”

분명 아버지 말이 맞았다.

이때까지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여왔다고 하지만, 이번 경우는 완전히 달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

단순히 돈과 기술로 이뤄내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왜일까…….

왜 이렇게 불안하냔 말이다.

“그건 그렇고, 중국에서 온 연락은 어떻게 하시기로 했어요?”

“고민 중이야. 그냥 집어 먹기엔 너무 조건이 좋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번 기회가 아쉽지. 그리고 정부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대통령이 손을 뗐다지만, 이번 기회는 JH 자동차와 관련 없는 부분이니까.”

“저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JH 자동차를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이지 않습니까.”

“경거망동하지 말 거라. 이 부분은 회장님께서 결정하실 거야. 뭐……. 내가 생각하기엔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중국으로 진출할 것 같지만.”

무조건 받아야 됐다.

그래야 대현 건설에서 벗어나 대현 자동차로 복귀할 수 있을 테니.

해외에서의 도전은 필연적으로 인원 확충을 동반했다.

만약 중국에 진출하면, 중국 쪽의 일을 도맡을 총책임자가 필요했고, 그 자리는 필시 재벌가 중의 한 명이 맡을 게 분명했다.

그 한 명이 내가 될 확률이 높았고.

“아버지가 할아버지께 잘 좀 말씀해주세요. 어떻게 됐든, 제가 대현 자동차에 복귀해야 아버지도 회장 자리를 넘볼 수 있잖아요.”

“쯧……. 만약 너에게 남동생이 있었다면 사장 자리를 맡길 생각은 안 했을 거야. 아니, 남동생까지 안 가더라도 민지가 좀 더 생각이 있는 애였다면 후계자의 주인은 달라졌을 거야.”

“예,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대안도 없으시잖아요.”

“… 한 번 귀띔은 해 보마.”

드디어 대현 자동차로 복귀할 기회가 생겼다.

안 그래도 대현 건설로 밀리고,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하루하루가 짜증이 났었다.

그렇다고 대현 건설의 직원에게 골프채를 들 수도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활로가 생기니, 마음의 안정이 느껴졌다.

“JH 그룹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지금 대통령 비서실장이 법적으로 압박을 넣고 있어.”

“… 별 소용이 없어 보이던데요?”

“지금까지는 그렇겠지. 하지만 이틀 뒤, JH 그룹에 시선이 몰릴 때, 언론까지 합세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 이야기는 된 겁니까?”

“그래. 그때 맞춰서 JH 그룹의 부정적인 면을 다룰 거다. 동시에 컨셉카를 만들기 위해 증설하고 있던 공장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단 걸 국민들이 알게 되는 순간, 비난의 화살을 맞겠지.”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대중들은 자신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증오해왔다.

자신들이 올라 올 생각은커녕 어떻게든 끌어내리기 위해 발악을 해 왔고.

아버지 말대로 언론이 JH 그룹의 흠을 조명하는 순간, 그거에 휩쓸린 개돼지들이 JH 그룹을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쓸 거다.

우리 그룹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할 거란 말이다.

‘보통은 그런데…….’

평범한 대기업이라면 그럴 거다.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왜 JH 그룹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불안함을 떨쳐내고 대현 자동차의 복귀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 * *

‘벌써 당일인가…….’

잠에서 깨어나 날짜를 확인한 박제환.

그토록 기다려왔던 날이라 그럴까?

오늘이 컨셉카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날이란 게 실감이 안 났다.

잠이 덜 깬 얼떨떨한 정신으로 핸드폰을 확인하자 서아한테서 문자가 와 있는 게 보였다.

- 오늘 있는 발표 너무 떨지 말고 화이팅해요. 누가 뭐라 해도 제환 씨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에요. 화이팅.

‘반응을 확인했던 건가…?’

이틀 동안 JH 그룹의 반응.

마냥 반응이 좋지 않구나 라고 넘기기에는 더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었다.

서아는 그걸 보고, 혹시나 해서 문자를 보냈나 보다.

피식―

오늘 여론이 바뀔 거란 걸 잘 알고 있는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내고, 오늘 있을 기자 회견을 생각하며 챙기기 시작했다.

“후…….”

샤워를 마치고, 오늘 있을 기자 회견에 맞춰 깔끔한 옷을 입은 후, 거울 앞에 서니 꽤나 괜찮은 모습의 내가 보였다.

솔직히 예상보다 거센 부정적인 반응에 떨리기도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오늘 있을 기자 회견에서 이때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시선이 모일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긴장됐다.

‘즐기자.’

이런 긴장감 정도로 겁을 먹기엔 이때까지 인생이 마냥 편한 생은 아니었다.

전생을 통틀어서 지금보다 더욱 힘든 상황도 많았기에 옷매무새를 한 번 살핀 다음 컨셉카가 준비돼 있는 현장으로 향했다.

“회장님,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

“… 그래, 보입니까?”

“분명 사람들의 반응이 바뀔 겁니다.”

“그래야죠…….”

집에서 나와 비서실장님이 모는 차를 타고, 현장으로 향하는 지금.

비서실장님이 보기에도 많이 긴장돼 보였나 보다.

‘긴장하지 말자.’

오늘 있을 행사에 기자들만 오는 게 아니었다.

컨셉카 발표를 축하해주러 오는 지인들도 많을 거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떨고 있는 모습만을 보여줄 순 없기에 최대한 심호흡을 하고, 긴장감을 떨쳐냈다.

“도착했습니다, 회장님.”

창밖에 있는 도로 위의 자동차를 바라보며 긴장감을 떨쳐내고 있을 때, 어느새 현장에 도착했나 보다.

‘괜찮아졌다.’

차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긴장할 이유가 전혀 없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사람들에게 보일 결과물.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몰린다고, 긴장할 이유가 있나?

전혀 없었다.

마음을 재정비한 나는 차에서 내려 미리 와 있는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야, 도대체 뭐냐? 고작 컨셉카 발표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다고?”

“JH 그룹의 성과도 발표하기로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심지어 대통령까지 왔잖아.”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반기는 승호.

승호가 얼떨떨해하는 것도 이해 갔다.

지금 이곳에 모인 인원들.

각 분야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온 걸 생각하면 승호 말대로 컨셉카 발표치고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잡고 있었네. 좀 이따 다시 이야기하자.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배려해줘서 고맙다.”

대화를 나누던 승호가 주변의 시선을 느끼고, 급하게 자리를 비켜줬다.

승호 말대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대통령을 제외하고서도 각 대기업의 회장들이나, 이제는 JH 인베스트먼트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 JH 그룹을 운영하면서 엮인 각종 법조인까지 말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통성명을 할 때.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보였다.

‘재밌네.’

이 사람이 여기 와 있다는 사실에 재밌다는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사람 또한 나를 발견하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 앞에 서서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이거 초면이군, 반갑네. 대현 자동차 회장 정주홍이라고 하네.”

“… 반갑습니다. JH 그룹 회장 박제환이라고 합니다.”

“허허, 아주 인물이 훤칠하고만.”

“칭찬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께는 꼭 실물로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

방금 한 말.

단 하나의 가식도 없이 진실이었다.

JH 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동차.

그리고 대현 자동차를 몰락으로 끌어내릴 자동차.

그걸 대현 자동차 회장님께 꼭 보여주고 싶었다.

“재밌군……. 아니, 당돌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의도를 눈치채기라도 했을까?

대현 자동차 회장님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악수하기 위해 맞잡은 손에서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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