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07화 (107/175)

107화

* * *

‘슬슬 준비할 때가 된 것 같군…….’

할아버지가 있는 본가로 향하는 박제환.

슬슬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1년 안에 시작될 미, 중 무역전쟁의 준비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하는데, 왜 한국에 영향이 있냐고 물을 수 있다.

간단했다.

한국은 원자재가 부족한 나라였다.

이 때문에 대부분이 원자재를 1차 가공시킨 중간재로 수출했고, 당연히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할 때,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미국 편을 들자니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발생하는 적자는 몇십억 달러의 수준.

한 마디로 지금 시기에는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아니란 말이다.

‘이걸 이용한다.’

이걸 이용해야겠다.

당장 정부에서 들어오는 공격 때문에 손해는 발생하겠지만, 그 정도 손해야 미, 중 무역전쟁에 맞춰 JH 인베스트먼트에서 메꾸면 된다.

JH 그룹이 상장한 것도 아니고, 서로의 힘을 돕는 데는 딱히 거리낄 게 없었다.

‘할아버지에게 먼저 알린다.’

일단은 할아버지에게 먼저 알려야겠다.

정부에서 보복이 들어올 거라는 걸.

그리고 슬슬 미, 중 무역전쟁에 대해 말 해야 될 것 같다.

내 얘기를 들은 할아버지는 확신은 못 하겠지만, 어느 정도 몸은 사리기 시작할 거다.

그거면 됐다.

미, 중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사건이 남아있으니.

‘재밌네…….’

1년 동안은 작품에 집중하고 싶어 가만히 지켜보려고 했는데, 굳이 가만히 있는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게 한다.

자신들이 보기엔 JH 그룹이 만만했나 보다.

사실, 그들이 보기에는 부족해 보일만 했다.

보유자산도 적어 보일 거고, 그마저도 대부분 투자에 사용하는 걸로 보일 테니.

‘재성 씨가 코인 쪽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했나?’

이전에 한 번 재성 씨에게 보고받은 적이 있었다.

코인을 보유하는 것도 좋겠지만, 거래소를 인수하고 싶다고.

그때 나는 속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시기가 다가오면 코인 거래소를 인수하게 만들려고 했으니까.

코인 거래소는 말도 안 되는 이익을 발생시키는 캐시카우였다.

단일 회사로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을 압살할 수 있을 정도.

그걸 혼자서 진행하겠다는데 어떻게 감탄을 안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역시 전생에 밑바닥부터 시작해 높은 자리에 오른 게 운이 아닌 실력이 분명했다.

‘더해서 앞으로 발전할 AI 분야.’

재성 씨가 투자하고 있는 모든 회사가 미래에는 조 단위의 시총을 가질 회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JH 인베스트먼트 하나로만 이 정도다.

그런 JH 그룹을 압박한다?

정부에게 좀 보여줘야 될 것 같다.

결코 JH 그룹이 운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란 걸.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녀오도록 하죠.”

앞으로 있을 미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 게 보였다.

이미,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을 전한 상태인 만큼, 곧바로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이야기가 잘 안됐다는 게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반문을 하는 할아버지.

저 심정이 이해가 간다.

나 역시 전생에는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나 기득권에게 잘 못 보여 흠이 잡히지는 않을까.

정치권에 잘 못 보여 그룹에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말 할 수 있다.

전혀 겁이 나지 않는다.

마치 목줄에 묶인 개가 자신을 무서워해 주라며 짖고 있는 듯한 느낌만이 가득했다.

“어쩔 수 없죠. 저는 대현 그룹과 함께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만, 정치권까지 합세하면 쉽지 않을 게야.”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손해는 보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은 민주당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대한 영향력도 가지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과연 그게 얼마나 갈까요? 그리도 대현 그룹이 민주당을 이용했다면 저희는 야당을 이용하면 되는 겁니다. 굳이 끌려다닐 이유가 없어요.”

내가 푸른 지붕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 하나 더.

대현 그룹이 민주당을 이용한 순간, 나 역시 야당을 이용하면 된다는 거다.

더군다나 대현 그룹과 JH 그룹의 이미지.

둘을 비교한다면 결코 현 상황에서 대현 그룹 쪽이 앞서 나간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는 게냐? 그건 그렇다 치고, 글을 쓰는 건 어떻게 한단 말이냐.”

“그렇지 않아도, 글 쓰는 건 잠시 멈추려고 했습니다. 슬슬 다음 기회를 잡아야죠.”

“다음 기회…?”

다음 기회라는 말을 듣고, 표정이 변한 할아버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흥미가 동한 것 같다.

아까와는 다르게 눈이 커지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전에 탄핵을 이용해서 고작 몇백 억으로 십 조 단위의 돈을 번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당연히 알고 있지! 혹시 그때와 같은 기회를 예상하고 있다는 말인 게야!?”

“맞습니다. 고작 몇백억으로 십 조 단위의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다면 총알이 조 단위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꿀꺽―

“미쳤군…….”

“더군다나 이번 기회는 한국에서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이 가는 기회죠. 조 단위의 돈도 충분히 수용 가능하단 겁니다.”

“… 그래서 제환이 네가 당장의 손해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나 보구나…….”

“맞습니다. 당장의 손해. 그거 저한테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 할아비한테도 설명할 수 있겠느냐?”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요구하는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도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려고 생각했었다.

이걸 받아들이는 건 할아버지 몫.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

“지금, 미국의 정권을 누가 이끌고 있는지 생각하면 쉽게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권 말이느냐?”

“맞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미국을 살려야 된다는 말을 해 왔죠.”

“…….”

“그에 맞춰서 말해 왔던 근거는 뭐가 있을까요. 바로 무역 안보론이에요. 한쪽 나라에서 무역을 진행하면서 흑자만 발생한다면 그것은 적자를 보는 나라에게 경제적 침략을 한 것과 같다는 이론이죠.”

“하지만 그건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이지 않으냐.”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

미국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할 이유를 찾고 있던 거다.

한 마디로 방금 이유는 명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다.

“세상이 언제 이성적으로만 흘러가던가요? 미국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중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세를 올리게 될 거고, 중국몽을 꿈꾸고 있는 중국에서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 가능성은?”

“누군가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 할 수 있고, 누군가는 충분히 일리 있다고 말 할 수도 있겠죠. 저는 백 퍼센트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다른 증거들이 있지만, 방금 말했던 주장을 뒷 밭침 할 뿐 결정적인 증거들은 아니죠.”

“너는 미, 중 무역전쟁이 곧 시작된다는 게냐?”

“맞습니다. 아마 그 시기는……. 1년 후가 될 것 같습니다.”

정확히 2018년 7월에 시작하는 무역전쟁.

하지만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됐다.

그때는 이미 사람들이 준비하기 시작할 때이니.

“그렇다면 제환이 네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때 돈을 벌면 되니 지금은 당하고만 있겠다는 게냐?”

“설마, 그럴 리가 있습니까?”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게야. 거 할아비한테 좀 속 시원하게 말 좀 해 봐!”

“간단합니다. 달콤한 먹이를 내밀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독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던 겁니다.”

이전에도 큰아버지에게 사용했던 방법.

사람들이 제일 방심할 때가 언제인가.

탐스러운 결과물이 보일 때. 그때가 가장 판단력이 흐릿해질 때이다.

“이번에 승호한테 연락이 왔었습니다. 제 작품을 본 중국 고위직이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군요. 알아보니 권력이 꽤나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이용할 겁니다. 만나서 꽌시를 맺은 다음, 한 가지 부탁을 하는 거죠. 대현 그룹을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면 안 되냐고.”

“…….”

“거절당할 확률도 있지만, 그때부터는 제 능력에 따라 달라지겠죠. 뭐……. 편법으로 리베이트를 준비해도 될 거고요. 그리고 딱히 거부하진 않을 겁니다. 그쪽 입장에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대현 그룹을 중국에 끌어들여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게 유도한다.

당연히 중국의 고위직과 연결됐다고 생각한 대현 그룹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금 정권은 친중의 형태를 뛰고 있다.

대현 그룹이 손잡은 청와대는 지원을 약속하며 중국 시장 진출을 도와줄 테고.

‘설레는 마음으로 투자가 진행이 될 때…….’

일이 진행되고 시간이 흐를 때.

미, 중 무역전쟁이라는 악재가 터지는 거다.

그리고 나만이 알고 있는 뒤에 있을 질병의 발병.

더해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끝난 거지.’

여기까지 진행되는 순간 대현 그룹은 끝났다고 봐야 됐다.

단순히 낮아진 대현 그룹의 위치만을 생각한 게 아니다.

그 모든 일이 진행됐을 때, 올라가 있을 JH 그룹의 위치.

그때쯤 되면 JH 그룹은 한국에서 유명한 그룹이 아닌 전 세계에서 유명한 그룹이 돼 있을 거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천재 발명가까지 섭외된다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는 순간, JH 그룹은 말 그대로 언터쳐블이 되는 거다.

심지어 티슬라의 지분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 전에 지분교환이 이뤄졌고, 그에 맞춰 JH 자동차에게도 많은 시선이 몰리고 있었다.

이런 JH 그룹의 주인인 내가 어떻게 허리를 숙일 수 있냔 말이다.

“혹시 동성 그룹도 그에 맞춰서 움직여도 되겠느냐?”

“No pain, no gain. 만약 조금이라도 망설이고 계신다면 참는 걸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그만큼 앞으로의 정세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테니까요.”

“…….”

“단! 그렇게 되면 동성 그룹은 JH 그룹이 성장하는 걸 지켜만 봐야겠지요.”

High risk, high return.

방금 내가 했던 말과 비슷한 문장이다.

높은 위험은 큰 선물을 가져다준다.

‘미래를 경험한 나에게는 높은 위험이 아니다.’

이 얼마나 사기적인 경우란 말인가.

남들은 앞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정세에 암담함을 느낄 때, 나는 그에 맞춰 돈을 쓸어 담으면 되는 거다.

돈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영향력까지.

나중에 압도적인 수요를 자랑하는 에너지.

그 전에 폴란드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자원을 지금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할 테니, 나에게 넘기라고.

이 모든 상황과 JH 중공업이 합쳐지는 순간.

그날이 JH 그룹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날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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