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04화 (104/175)

104화

* * *

카페에 나와 있는 박제환.

“어떻게 보셨어요?”

궁금하다.

과연 서아는 내 작품을 어떻게 봤을까?

전생에는 이런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어서인지 더욱 궁금하게 느껴졌다.

“와……. 진짜 대박!! 저 소설 읽으면서 그렇게 감정 이입한 적 처음이에요!!”

“… 나쁘지 않았나 보네요.”

“헐……. 그게 할 말 이에요? 완전 대박이었어요. 심지어 제환 씨 소설을 읽으면서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곡이요?”

“원래라면 데뷔곡이 나왔어야 되는 데 제가 작가님 글을 읽고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두 개 싱글로 데뷔하기로 해서 좀 늦어졌어요.”

“아쉽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진짜 두 번째 곡은 자신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최근, 작품을 집필하면서 가장 손꼽아서 기다린 소식.

서아의 데뷔곡이지 않은가.

덕분에 승호한테 신신당부한 상태였다.

데뷔하자마자 나에게 알려달라고.

어째서 연락이 없나 하고 생각 중이었는데 이런 결말이 숨어있었나 보다.

“근데 제가 제환 씨 시간 뺏는 거 아니에요? 집필하느라 바쁠 텐데…….”

“괜찮습니다.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비축분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헐……. 그럼 독자들 배려 좀 해주세요. 저도 한 편 한 편 기다리는 게 얼마나 힘든데…….”

“… 고려해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서아의 부탁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서아가 웃기 시작하더니 말은 건네왔다.

“풉, 장난이에요. 이럴 때 보면 제환 씨는 귀여운 것 같아요.”

“네, 네?”

“어떨 때는 냉철한 사업가처럼 보이고, 또 다른 때는 순수한 작가로 보이면서 또 어떨 때는 순진한 청년처럼 느껴진다니까요?”

“좋은 겁니까?”

“뭐……. 나쁘진 않은 거겠죠? 가끔은 애 늙은이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

괜찮다.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오랜만에 만나는 서아가 반가워서일까?

그 후로도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많은 일상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이잉―

‘누구지…….’

그런 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비서실장님의 전화.

무슨 일로 전화한 건지 모르겠지만 보통 일은 아닌가 보다.

비서실장님은 내 스케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서아를 만날 때면 되도록 업무적인 전화는 피했었는데, 그런 비서실장님이 지금 전화한 거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다.

“저,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네! 편하게 받고 오세요. 저는 작가님 작품 읽고 있을게요. 다른 작품도 재밌는 게 많더라고요.”

“그럼.”

서아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나는 조용히 통화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 저……. 되도록 천천히 보고드리려 했는데, 회장님께서 최대한 빨리 인지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 전화드렸습니다.”

“어떤 일이길래 그러십니까.”

- 아무래도 기득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기득권이요?”

기득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비서실장님.

의아한 마음이 든다.

만약 대현 그룹이 움직였다면 정확히 대현 그룹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했을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KJ 그룹이나 다른 쪽이었어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비서실장님이 말해 오는 건 기득권이라는 단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 이번에 푸른 지붕에서 온 연락이 있지 않습니까.

“저랑 만나고 싶다는 연락 말 입니까?”

- 예, 맞습니다.

“작품을 집필하느라 정중히 거절의 답변을 보낸 것 같은데, 그게 문제가 된 겁니까?”

- 대현 그룹이 그 부분을 파고들어, 정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회장님이 큰 성공을 거두어 그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만들어놨습니다.

“바보도 아니고 그걸 믿는다는 말입니까?”

- 물론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단, 그들이 생각했을 때 이참에 힘을 합쳐 회장님의 의사를 자신들의 힘으로 조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을 내릴 경우, 그때는 서로 힘을 합칠 것 같습니다.

무슨 걱정을 해 오는지 알겠다.

대현 그룹이 뭘 노리는 건지도 알겠고.

그들은 모르는 게 있다.

만약 전생에 나였다면 혹여나 그룹에 피해가 올까 봐 고개를 숙이고 직접 찾아갔을 거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JH 그룹.

그렇게 단순한 그룹이 아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공장이 있지만, 그걸 걸고 들어온다면 공장의 가동을 중지시키면 된다.

그걸 본 국민들은 어째서 그런 건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될 거고, 정부의 압박이 있단 걸 알게 되면 필히 분노를 일으킬 거다.

‘손해야 나겠지만…….’

그 정도 손해는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그리고 한국 시장은 포기하더라도 충분히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올 캐시카우가 많았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이뤄왔던 성과는 앞으로 벌어올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평소였다면 곧바로 몸을 움직여 각 정, 재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술을 걸치겠지만 지금은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다 만약 우리 그룹에 딴지를 걸어온다면…….

그때는 본보기를 보여줘야겠다.

안 그래도 미국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일론이 말하길 미국 높은 곳에서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하나 정도는 미국으로 이사 가도 되겠군.’

아무도 상상조차 못 하고 있을 거다.

이사하는 데만 손해가 조 단위로 들 테니.

괜찮다.

나에게 돈은 수단에 불과했으니까.

“지켜보도록 하세요. 그러다 더러운 수작은 다 막아버리도록 하세요. 합법적인 건 다 놔두도록 하고요. 요즘은 한 대 맞고 시작하는 게 대세라고 하더라고요.”

- 그룹에 손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뭐……. 충분히 메꿀 자신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쇼.”

-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역시 뒤에서 움직이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마음 단단히 먹으셨나 보군요.

“저는 명분을 얻은 거뿐입니다. 명분이 조 단위라고 해도요. 과연 정부가 선제공격을 하기 전에 저희가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요? 저희 그룹이 가지고 있던 피해자라는 위치가 애매해지거든요.”

- 역시…….

“반대로 정부가 먼저 공격해오면 다시금 피해자 위치가 될 거고, 저희가 하는 공격들은 정당방위가 될 겁니다.”

-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나중에 경과를 보고 다시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서실장님에게 내 생각을 간단하게 전달하며 전화를 끊었다.

지금 같은 심정은 오히려 한 대 때려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대현 그룹에 아쉬운 감정이 들었었다.

계속해서 대현 그룹을 괴롭혀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 우리 그룹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바뀌어버리고 만다.

그러던 차에 명분을 챙길 수 있는 공격을 한다고 하니 어찌 안 반가울 수 있겠는가.

‘다행히 비축분이 많이 남아있을 때 움직여줬군.’

만약 세 번째 작품에 한 참 집중했을 때, 공격해왔다면 분노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졌을 것 같다.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

비축분을 생각하면 몇 달간의 자유가 생긴 셈이었으니.

머릿속으로 대현 그룹에 대한 생각을 하며 자리로 돌아가자 소설을 읽고 있는 서아가 보였다.

“제환 씨, 무슨 통화를 했길래 그렇게 웃는 거예요?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들었어요?”

“제가 웃고 있습니까?”

“그럼요! 완전 환하게 웃고 있는데요? 누가 보면 복권이라도 당첨된 줄 알겠어요. 아니지……. 제환 씨는 복권이 당첨돼도 그런 웃음은 안 짓겠네요.”

“스읍……. 모르겠네요. 오랫동안 앓던 이가 빠질 것 같아서 기쁜가 봅니다.”

내 말을 들은 서아가 이해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모르겠지만, 잘 되시길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잘해 볼 생각이었는 데 서아의 응원마저 더해지니 힘이 생기는 기분이다.

대현 그룹이 무슨 공격을 해 오든 반격할 자신이 있었다.

원래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잃을 게 없기에 무서운 법이다.

그렇다면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잃는다는 거에 두려움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 이상의 공포를 느끼게 될 거다.

‘빨리 들어와라.’

오히려 빨리 공격이 들어오길 기대한 나는 서아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 * *

고급스러운 한 식당.

“오랜만에 연락을 다 주고.”

“하하. 그간 실장님이 아주 바쁘지 않았습니까.”

“뭐……. 아무래도 새로운 정부의 출범이니 열심히 뛰어다녀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연락을 좀 자제했습니다.”

두 남성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실장님이 바쁘시다고 하니 그럼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과연 대현 그룹은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을까…….”

“이번에 JH 그룹 회장이 만남 요청을 거절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별로 대화하고 싶은 주제가 아니었을까?

JH 그룹의 대한 얘기가 나오자 한 남성의 표정이 굳어가는 게 보였다.

“설마 놀리려고 부른 자리는 아닐 테고……. 그리고 자네들도 크게 한 방 먹지 않았었나. 아니지……. 아직도 맞고 있는 중인가?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하지만 JH 배터리보다 성능이 좋지 않다는데?”

“아이고, 실장님. 제가 설마 놀리려고 한 말이겠습니까? 서로 당한 게 많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시원시원하게 가자고.”

“사실 대현 그룹이 대한민국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한 지역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위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작은 곳에서 서로 싸우면 남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결론은……. JH 그룹과 중재자 역할을 해주라는 건가?”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무슨 일로 이 자리를 만든 건지 얘기를 들은 한 남자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생각을 마쳤는지 고개를 들고, 대화를 이어갔다.

“만약 JH 그룹의 회장이 화해하기 싫다고 하면 어쩔 거지?”

“그 부분을 도와주십사 자리를 만든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감히 청와대 의견을 무시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크흠……. 내가 얻을 거는?”

“밖에 사과 박스 3개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일을 마칠 시 똑같은 개수의 사과 박스를 준비하고 있고요.”

“호……. 무리 좀 했나 보군.”

사과 박스란 말을 들은 비서실장이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라면 박스도 아니고 사과 박스 3개다.

즉, 라면 박스의 두 배나 들어가는 사과 박스이니 36억이란 돈을 준다는 얘기다.

끝나고 들어올 박스까지 생각하면…….

“한 번 자리를 만들어보도록 하겠네. JH 그룹도 좋은 얘기일 거야. 좁은 땅덩어리에서 큰 사람들이 서로 싸우면 쓰겠나. 서로 친하게 지내야지.”

“역시 말이 잘 통하십니다. 저희도 친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을지…….”

“자네는 나만 믿고 있어.”

“그럼 비서실장님만 믿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상자는 누가 준비한 거야? 자네가 모시는 분이 준비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을 텐데…….”

“제일 높으신 분이 준비한 겁니다.”

“… 확실히 그 아이가 보통이 아닌가 보군. 어르신이 나설 정도면…….”

“그래도 비서실장님이 말씀하시는데 그 아이가 거부라도 하겠습니까? 하하.”

성공적으로 대화를 마쳤다고 생각해서일까?

두 남성은 그 뒤로 사적인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는 동안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그들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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