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이번에는 확실히 이전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았다.
댓글들이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 와……. 가슴이 벅차오른다. 재벌 중에 박제환 작가님처럼 두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있음? 인간이 이래도 되는 거임?
- 재벌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데 박제환 작가님은 인정이다. 일단 JH 그룹 복지만 봐도 답이 나옴. 그 어떤 대기업들보다 복지가 좋음.
- 나 지금 해외에 나와 있는데, 여기서 박제환 작가님 인기 한국에서 느껴지는 거 그 이상임. 원래 동양인 배척하는 게 은연중에 드러났었는데, 오히려 얘들이 다가와서 박제환 작가님 아냐고 물어봄.
- 나 김수로. 발언 하나 한다. 앞으로 두유노 클럽에 대장은 우리 박제환 작가님 자리로 양보해 놔라.
이때까지 살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별 필요가 없는 줄 알았다.
오히려 사업을 할 때는 나에게 몰리는 시선이 싫었었다.
지금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의 관심이 고맙다고.
대부분의 댓글이 나를 칭찬하는 댓글들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댓글 하나하나가 소설을 보는 것처럼 재밌었다.
뿐만 아니다.
정석적인 댓글들 말고도 재밌는 댓글들이 많았다.
한국인 특유의 국뽕이라는 요소와 드립이 합쳐지니, 댓글을 읽는 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보답해야겠네.”
이런 관심에 보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당연한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으로서 보답하면 되는 거다.
‘내용을 좀 수정해야겠군.’
이번 작품은 이전보다 더욱 길게 끌고 가기 위해 조금 쉬는 내용을 적고 있었다.
안 되겠다.
사람들에게 쉴 틈 따위를 줘서는 안 될 것 같다.
계속해서 형용할 수 없는 재미로 몰아붙여야겠다.
마음을 결정한 나는 곧바로 쓰고 있던 내용을 지워버렸다.
지운 내용은 10화.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괜찮다.
잠시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큰 재미를 주는 게 중요하니까.
‘사람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워하는 주제가 뭐가 있을까…….’
지금 쓰고 있는 내용은 사람들에게 작 중 제일 큰 재미를 선사할 내용이다.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모든 부분을 추가할 생각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니까 내가 독자일 때가 떠올랐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될 때, 성장해서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을 때.
그때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처음 보여줬던 내용과 비슷한 결인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겠다.
‘처음에는 자의가 아닌 우연으로 인한 기연이었다.’
독자들은 타의로 인한 성장보다 주인공이 이끌어나가면서 그로 인해 성장하는 걸 더욱 좋아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주인공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타의가 아닌 자의로 바꾼다.
‘지금까지 내용은 주인공이 음왕의 뒤를 이어 문파를 설립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
음왕으로 인한 문파.
그렇다면 음왕의 무공으로 인해 성장시키면 될 것 같다.
‘정보단체의 힘을 빌린다.’
음왕을 추종해 주인공에게 모인 사람들 중.
정보단체와 연관돼 있는 사람을 심는 거다.
그 사람에게 한 가지 정보를 주면 될 것 같다.
또 다른 음왕의 무공.
유실된 부분이 어딘가에서 발견됐다는 얘기.
당연히 음왕의 뒤를 잇는 주인공은 찾으러 갈 수밖에 없는 정보일 거다.
‘방해하는 세력을 추가해야지.’
어중간한 재미를 위해선 방해하는 세력을 추가하면 독이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어중간한 재미가 아닌 최고의 재미니까.
방해하는 세력을 주인공이 이겨내서 음왕의 또 다른 무공을 찾는 얘기.
그걸로 인해 이루어진 또 다른 에피소드들.
이걸 잘 버무리다 보면 사람들에게 흥미진진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부여할 수 있을 테다.
‘종국에는…….’
종국에는 긴장감을 가지고 글을 읽던 독자들에게 안심과 함께 성장한 주인공을 바라보며 만족감을 챙겨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다음 내용에 대한 구상이 마무리되어서일까?
10화를 지운 게 아쉽지 않을 만큼 앞에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뛰어놀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이 내용을 글로써 풀어내고 싶은 나는 곧바로 타자를 두드리며 집필에 집중했다.
* * *
대현 그룹 회의실.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자신의 아버지이자 대현 그룹의 회장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정명한 사장.
요즘 들어 풀리는 게 없는 것 같다.
금방 나올 것 같은 해답은 생각처럼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조금은 해답이 나와서.
“이번에 조그마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JH 배터리만큼은 아니지만, 연구 결과 완충 시 500km를 이동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발전의 여지는?”
“…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조만간에 JH 자동차에서 컨셉카가 나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자네들도 각자 라인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듣기로는 독일 3사와 비교해서 밀리지 않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쉽지 않을 겁니다. 컨셉카야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양산하는 즉시 JH 자동차의 밑바닥이 드러날 겁니다.”
이 부분은 자신할 수 있었다.
우리 회사도 한 자동차에 총력을 다하면 그 어떤 회사 차보다 앞서 나갈 자신이 있었다.
아버지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지만 대현 자동차를 따라잡는 데 쉽지는 않을 거다.
‘더군다나 배터리도 개발했으니까…….’
부족하다고 하지만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대현 그룹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시간이 지나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대현 자동차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기본적인 인프라.
사람들이 외제 차가 좋다는 걸 알면서 우리 회사 차를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곳곳에 퍼져있는 인프라 때문이다.
수리를 할 때나 서비스를 받을 때.
JH 자동차의 인프라와 비교해서 말도 안 되는 차이를 갖고 있지 않은가.
이 정도 차이라면 배터리의 단점은 충분히 메꾸고도 남았다.
“왜 하나만 보고 두 개는 안 보는 것이냐.”
“…….”
“당장 한국에서만 장사할 거야? 시간이 지나면 JH 자동차도 곧바로 뒤쫓아 오겠지. 이건 어떻게 할 거야.”
“그동안 저희도…….”
“그니까……. 왜 이득이 없는 경쟁을 하냔 이 말이야!!”
“…….”
아버지가 호통을 칠 때면 뭐라고 반박하지도 못하겠다.
지금 대답해 봤자 모든 걸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 왔을 거다.
이럴 땐 수긍하는 게 최선이었다.
‘반박할 말도 없고…….’
아버지 말이 틀린 게 있다면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가슴을 찌르는 말이었다.
방금 깨달은 거지만 그동안 시야가 좁혀져 있었던 것 같다.
당장은 인프라를 이용해 JH 자동차와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외는?
해외에서 인프라라는 무기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JH 자동차가 한국에서의 인프라를 갖춘다면?
그동안의 좁아진 식견을 생각하니 아버지 말에 그 어떠한 반발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겠어.”
“다른 방법이라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화해해서 어느 정보 양보를 하고 두 회사가 힘을 합친다. 두 번째, 화해가 안 된다면 외부의 힘을 빌려 강제로라도 힘을 합치게 만든다.”
“…….”
“어때, 화해 할 수 있을 것 같아?”
“… 쉽지 않습니다.”
“에잉, 쯧쯧. 그나마 나은 자식이라고 대현 그룹의 뿌리를 맡겼더니 이렇게 돌아오는군. 회사만 잘 키우면 어쩔 거야. 네놈 자식이 다 말아먹을 게 뻔한데.”
“민우도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반성으로 해결될 일이야!!? 그리고 민우 자식만 문제가 아니라 민지 고년도 말썽부리고 있잖아!!”
할 말이 없다.
아버지 말대로 어쩌면 자식 농사를 실패한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부족한 거 없게 키우다 보니 얘들이 주제 파악을 못 한다.
성격이야 나쁠 수 있다.
그걸 메꿀 수 있는 재산이 있으니.
‘주제 파악은 제대로 해야지…….’
아무리 한국에서 날고 긴다고 하는 나조차도 해외에 가서는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물론 동성 그룹이 그 정도 위치에 있는 그룹은 아니었다.
단, 그렇게 함부로 대할 정도로 만만한 그룹은 더욱 아니었다.
“이번에 제환이란 아이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하더군.”
“… 얼마 가지 않을 겁니다. 대한민국이 한 번에 확 끓어오르고 곧바로 가라앉지 않습니까…….”
“그렇게 단순히 말할 정도가 아니라던데?”
“…….”
계속해서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실제로 지금 박제환이라는 아이가 누리고 있는 인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더욱 암담한 건 이 인기가 단발성이 아니란 거다.
이번 작품을 내면서 그걸로 인해 파생되는 사업들.
하나하나가 전 세계에서 먹힐 정도의 그룹과 진행되는 게 아닌가.
배터리를 개발하고 나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이걸 이용하도록 하자고.”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푸른 지붕에서 박제환이라는 아이에게 몇 번 러브콜을 보냈다고 하더군.”
“… 그럼 더 위험한 거 아닙니까…?”
“고놈이 너무 쉽게 성공을 이루다 보니 대한민국 기득권을 얕본 모양이야. 계속해서 만나자는 요청을 가볍게 무시했다 하더라고.”
“간이 크군요…….”
간이 크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버지가 말한 푸른 지붕.
청와대를 가리키는 은어였다.
아무리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고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려도 청와대를 무시해서는 안 됐다.
지금 대통령이 문제가 아니다.
그 주위에 포진된 모든 사람들.
그들도 대한민국의 기득권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청와대에 연락을 무시하다니…….
역시 어린 나이에 쉽게 거둔 성공이 독이 됐나 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그런 실책을 범하다니.
‘더군다나 지금 여당의 힘은 역대 최고이다.’
드디어 아버지가 말 한 바가 보이기 시작한다.
두 사이를 파고들어 틈새를 키우면 될 것 같다.
그렇게 정계와 재계를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무리 그 아이가 나선다고 해도 쉽지 않을 거다.
‘사람인 이상 욕심이 있지.’
그들과 등을 돌리기 위해선 한국에서의 사업을 포기해야 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인제 막 시작되고 있는 JH 그룹이라면 피해가 더욱 클 것이다.
그걸 포기할 사람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고 있어. 조만간 그쪽에서 그 아이를 찾아갈 거야. 대현 자동차와 손을 잡을지, 아니면 끝까지 갈지.”
“만약 끝까지 간다고 한다면…….”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 아이에게는 우리뿐만 아니라 정계 사람들도 적이 되는 거지.”
“그 아이의 성공이 결국엔 독이 됐군요.”
“우리라고 기분이 좋아서 고개를 숙이고 사는지 알아? 잃을 게 많은 사람일수록 고개를 더욱 숙여야 되는 거야.”
역시 한 그룹을 이끄는 사람은 다른가 보다.
우리의 힘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끼자마자 곧바로 조력자를 찾아낸다.
심지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사람들의 심리까지 파고든다.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겠군…….’
그간 들려오는 소식에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였는 데 이제는 마음 편히 먹어도 될 것 같다.
아무리 그 아이의 재능이 뛰어나봤자 경험은 이길 수 없다.
그 아이가 언제 그룹을 이끄는 경험이 있겠는가.
그에 반해 아버지는 대현 그룹을 대한민국 두 번째까지로 끌어올린 산증인이다.
박제환이라는 아이에게 조금의 경험이라도 있으면 몰랐겠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아이라면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싸움은 우리 대현 그룹의 승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