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 * *
다음 날.
「절대음감」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는 박제환.
‘하루면 된다는 건가…?’
이때까지의 작품들은 반응이 들려오기까지 최소 이틀이란 시간이 걸렸었다.
이번 작품의 반응.
하루 만에 들려오는 걸 떠나서 그 어느 작품보다 큰 반응이 들려온다.
사업적으로 많은 연락을 받았지만, 작품으로써 이 정도의 연락을 받은 건 처음인 것 같다.
단, 하루.
고작 하루 만에 정, 재계 가릴 거 없이 많은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해외에서 이름있는 셀럽들이 SNS에 내 작품을 읽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중국에서의 유명 연예인들이 내 책을 읽고는 꼭 한 번 읽어봐야 될 소설이라고 SNS에 공유했다.
이러니 어떻게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내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걸.
지이잉―
이번엔 또 누구일까?
수도 없이 온 연락에 무시할까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 번호를 확인했다.
‘이번엔 안 받으면 꽤나 오래가겠군….’
번호를 확인하니 발신자가 승호.
이번에 걸려 온 전화까지 안 받으면 당분간은 승호의 얼굴을 못 볼 것 같았기에 전화를 받았다.
- 야!!!
“…….”
역시나 전화 받기를 잘했다.
고작 한 글자다.
그것만으로 승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 미안하다. 하도 연락이 많이 와서 인제 확인했네.”
- 확인은 무슨. 또 내가 전화 안 했으면 연락할 생각도 없었지?
“그건 아니지. 천천히 했겠지만.”
-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천천히란 말이 나와!!? 내가 네 매니저냐?
“매니저가 있는 곳의 상무지.”
- …….
정확히 말하면 내 매니저는 아니었지만, 소속사 상무이긴 했다.
- 지금 나랑 장난하냐?
요즘 들어 느끼는 거지만 과거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미래였다면 충분히 먹혔을 만한 개그들이 하나도 안 먹힌다.
미래에는 주변 임원들이 내 한마디 한마디에 맞장구를 쳐주며 크게 웃은 적이 여러 번인데….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건데?”
- 어제 내가 무슨 말을 들은 줄 알고 있냐?
“… 방금 내가 물어봤다.”
- 크흠……. 어쨌든 어제 중국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중국?”
- 너 작품 런칭할 때 합법적으로 하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하긴, 중국에서 소설을 수출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열이란 이유를 대며 막으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내 소설이 중국에 팔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고생한 건 알고 있어. 누구한테 연락이 왔는데?”
- 야, 듣고 놀라지나 마라. 지앙웨이 부국장이 연락해 왔다니까?
“그게 누군데.”
- …….
누구냐는 질문에 갑작스럽게 말이 없어진 승호.
지앙웨이 라는 사람이 중국에서 이름 좀 있는 사람인가 보다.
‘부국장이니 그럴 만하군.’
전생에서도 중국과는 큰 인연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부국장이라는 직함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단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 너 국가 광파 전시총국이라고 들어 본 적 없냐?
“처음 들어보는데. 끗발 좀 있는 부서인가?”
- … 잘 들어. 중국에 존재하는 영화나 책, 만화 등 창작물들은 이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어. 한 마디로 네 소설도 이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마디라도 한다면 중국에서 수출은 꿈도 못 꾼다는 거야.
“확실히 힘이 있는 사람인 가 보네.”
- 그동안 한국에서 이 사람과 연을 맺기 위해 얼마나 많은 그룹들이 노력했는데……. 엔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야.
“부국장이면 국장 아래 아니냐?”
- 네 말도 맞아. 하지만 국장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지.
승호가 왜 이렇게 들떠 있는지 알 것 같다.
엔터 사업을 하는 데 방금 말한 사람만큼 중요한 사람이 어딨단 말인가.
내 소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창작물들이 승호 손을 거치면 중국에 수출되기 한결 자유롭게 된다는 거다.
“축하한다. 이제 대한민국 엔터 사업은 GL 그룹이 선두로 앞서 나가겠네.”
- 너한테 고마워해야지. 다 너 덕분인데.
“그만큼 네가 고생했기에 얻은 보상이지.”
- 하여튼 나중에 중국 쪽의 관료들을 만날 생각 있으면 말해라. 딱 보니까 부국장은 널 만나고 싶어 하더라.
“나중에 관심 생기면 말할게. 아직은 이번 작품에 집중하고 싶다.”
- 그래. 외적인 거는 내가 최대한 맡아서 해 볼 테니까, 하고 싶은 거 최선을 다해라.
그럴 생각이다.
이번 작품.
마지막까지 어떠한 간섭도 받기 싫었다.
지금 상황을 사업적으로 굴린다면 충분히 대한민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만큼 성장시킬 수 있을 거다.
‘앞으로 있을 기회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의 기회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다가오는 2018년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여러 사건.
충분히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이름을 각인시킬 만한 기회들이 남아있었기에 이번 작품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 * *
미국에 한 사무실.
“라이언, 이번에 자네가 계약했다던 작품의 작가가 신작을 냈더군.”
“아! 미스터 팍을 말하나 보군요.”
이번에 계약을 한 영화에 대한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은 라이언 감독.
아마 어제 출간됐던 「절대음감」이라는 작품을 확인했나 보다.
‘하긴…….’
이해가 간다.
나 역시 「절대음감」을 읽고 충격을 받았으니까.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라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욱 엄격한 시선으로 작품을 읽었었다.
작품을 다 읽은 나는 생각했다.
그 어떠한 기준점을 갖고 오더라도 이 작품에는 흠이 없다고.
중국에서 시작된 무협이라는 장르.
그동안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노려보자고 추천해 온 사람들도 많았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온 무협이라는 장르는 나에게 큰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어제 그 작품은 달랐지….’
그냥 다른 수준이 아니라 차원이 달랐다.
마치 무협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이정표 같달까?
처음으로 무협 장르를 영화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아마 이 남성이 나를 부른 것도 같은 이유일 거다.
나보다 작품을 보는 눈이 뛰어난 사람.
「절대음감」을 읽고 거기서 비롯된 2차 창작물들.
그걸로 인해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수익 구조들.
하루 동안 그 생각에 잠에 못 들었을 확률이 높았다.
사업에 연관이 없는 나조차도 많은 아이템들이 생각났다.
지금 내 앞에 남서의 표정을 보니 확실히 알 수 있겠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그가 달아올라 있다고.
“자네는 그걸 어떻게 읽었나.”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내 눈이 틀린 걸지 모르겠지만 나는 제2의 해리포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네.”
“… 그렇게 만드는 건 당신 역할이겠죠.”
“맞아,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 자네를 불렀다네.”
제2의 해리포터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남성.
허언이 아니다.
그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작품 또한 많은 화제 몰이하고 있으며 재미도 보장됐다.
그런 작품에 디즈니의 CEO인 밥 데이먼이 관심을 갖고 일을 진행한다?
어쩌면 해리포터를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
“솔직하게 말하면 데이먼보다 더욱 냉철해 보이고 능력 있어 보이는 지도자처럼 보였어요.”
“…….”
“물론 사업적인 이야기 부분에서만요.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니 영락없는 작가처럼 느껴지더군요.”
“자신의 작품에 애정이 뛰어나나 보군.”
“맞아요. 데이먼이 원하는 건 사업적인 접근이겠죠.”
“맞아. 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할 사업을 생각하고 있어. 지금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하루빨리 움직여야 돼. 경쟁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하더군.”
이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미스터 팍을 원하는 건 우리만이 아니었다.
나야 운이 좋아 재빨리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팍의 위치가 또 달라져 있다.
한눈을 팔았다간 다른 회사에서 접근할 게 뻔했다.
“혹시 자네가 만나볼 수 있겠나?”
“… 제 생각에는 억지로 만나려고 했다간 역효과가 날 거예요.”
“마땅한 방법이 있나?”
“제가 생각하고 있는 데로라면 그는 지금 작품을 집필하는 데 어떠한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아 할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가 나서서 사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면 지금처럼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겠죠.”
사업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사람을 보는 데 있어선 자신이 있었다.
그때 본 팍은 그 어떤 사업가보다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자신이 나서서 무언갈 자랑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매력 있어 보였다.
더군다나 대화를 나눔에 있어 자신이 가져가고자 하는 이득은 하나도 빠짐없이 가져갔다.
대화를 나눌 때는 몰랐지만 마치고 나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불리한 대화를 시작조차 못 하게 했단 걸.
“제가 놀라운 사실을 알려드릴까요?”
“놀라운 사실…?”
“그는 한국의 로열패밀리에요.”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네.”
“아니요, 모르고 있을 거예요. 로열패밀리에 구성원이 아닌 로열패밀리의 수장이란 말이에요.”
“!!”
내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짓는 데이먼.
이해가 간다.
나 역시 그에 대해 알아보고 놀라운 감정을 느꼈으니까.
불과 1년 만에 로열패밀리에 들어섰다는 걸 그 누가 알 수 있겠냔 말이다.
더군다나 사업에만 집중한 게 아닌 양질의 작품을 집필하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평생을 들여도 하나조차 성공하기 힘든 걸, 그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걸 이뤄냈다.
“이전에 월가에서 160억 달러를 챙긴 투자 회사를 알고 있겠죠?”
“… 워낙 시끄러우니까 모를 수가 없지.”
“그 회사의 주인이 팍이에요.”
“…….”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됐다.
아직 놀랄 소식은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JH 배터리, JH 자동차. 그 주인 또한 팍이고요.”
“허…. 말도 안 되는군.”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죠. 데이먼이 모르는 것 같아 혹시나 해서 말했는데 진짜 모르고 있었군요.”
“경영에 슬슬 손을 떼고 있었으니까……. 만약 이번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은퇴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야.”
“만약 설득만 한다면 성공적인 은퇴를 할 수 있겠네요.”
“설득만 한다면 말이지…….”
팍의 작품에 매료된 듯한 데이먼을 보고 있자니 조금의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한 작가에 빠진 동료로서 말이다.
“이번에 GL 엔터에 상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사장도 아닌 상무를 말하는 이유가 뭐지?”
“그가 팍의 가장 친한 친구더군요.”
“그렇다면!!”
“그를 공략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가 말하길 팍은 가족을 끔찍하게 아낀다고 합니다. 한국에 대현 자동차를 알고 계시겠죠. 이번에 대현과 경쟁을 시작한 것도 가족 간의 다툼이 있어서거든요.”
“가족이라…….”
“동성 그룹에 접근하는 겁니다. 데이먼이 원하는 것 중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동성건설을 껴서 진행하는 건 어떤가요.”
“뭐……. 그 회사가 전체 다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니까 아시아 쪽을 양보하면 되겠지.”
데이먼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나 보다.
만약 내가 생각한 방법이 팍에게 피해가 갔다면 결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거다.
이 방법.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이었다.
이번 일이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데이먼에게 내가 느낀 팍에 대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