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100화 (100/175)

100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었고.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릴까?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이상하다…….

원래 이 정도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던가?

충분히 플랫폼에 접속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화면은 다음 화면으로 지나가기 전 기다리라는 표시만이 떠 있다.

‘뭐지…….’

지이잉―

“전화 받았습니다.”

- 작가님!! 혹시 확인하셨을까요? 아무래도 관련 사이트에 순간적으로 서버 이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혹시 당황하실까 봐 연락드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 하… 이게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제가 이에 관해서는 따끔하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장님의 말을 들은 나는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화이트 그룹이 어디인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이었다. 그런 그룹에서 이 정도 준비도 안 했단 말인가?

충분히 여론 조사를 하면서 그에 관해 서버도 늘렸어야 되는 게 정상이다.

“날짜를 착각한 거 아닙니까? 분명 오늘인 걸 알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쉽지 않을 텐데…….”

- 그게…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이용자가 접속했다고 합니다.

“…….”

-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순간적으로 접속해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곧 해결한다고 하니 전화를 끊으면 해결돼 있을 겁니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황당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뭐… 작가님은 좋게만 생각하고 계십쇼. 나머지는 제가 확실하게 의사 표명하겠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쇼.”

팀장님 또한 내 작품이 런칭하는 걸 기대하고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나보다 더 화난 듯했다.

여기서 화를 낸다고 달라질 게 없기에 애써 좋게 생각한 나는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길래 사이트가 다운될 수 있을까?

분명 그동안 준비를 열심히 해왔을 텐데.

곧바로 반응을 확인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반응이라고 생각한 나는 팀장님과 대화를 나누며 서버가 복구되기만을 기다렸다.

* * *

화이트 플랫폼 회사.

‘진짜 X됐네…….’

갑작스럽게 몰린 이용자에 서버가 다운된 걸 확인한 김지오 팀장.

믿기지가 않는다.

어떻게 서버가 다운된단 말인가.

이번에 많은 접속자가 몰릴 거라고 이미 예상했다.

그에 맞춰서 서버도 증설한 상태고.

서버는 6천만이라는 사람을 감당할 수 있게 증설해 두 었다.

즉,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접속한다고 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서버였단 말이다.

“김 대리!!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예, 팀장님. 조금 있으면 복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접속한 거야?”

“6천만은 가볍게 넘은 것 같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접속한 상태입니다.”

“…대박이네?”

“솔직히 서버가 다운된 거에 대한 문책을 피해 갈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이뤄낸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의 이용자 가입이 폭주하고 있거든요.”

지금의 성과를 생각하면 문책 따위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5천만을 가볍게 능가하는 접속자들.

동시 접속자만 계산했을 때만 해서 5천만을 넘는 사람들이다.

이 이후에도 박제환 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기 위해 들어 올 사람들을 생각하면 억 단위의 사람들이 우리 플랫폼에 접속한다는 거다.

‘애니메이션이랑 웹툰까지 진행되면…….’

소름이 돋는다.

이 정도면 우리 그룹이 한 단계 성장할 게 틀림없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작품을 계약했다는 것만으로 말이다.

물론 박제환 작가님이 단순히 한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건 안다.

그렇다고 해도 일개 개인이다. 그것도 개인과의 계약이 아닌 개인의 한 작품과 계약이다.

‘이러니 두 유 노 클럽의 메인이라고 하지…….’

손흥만 선수와 김연우 선수를 제치고 박제환 작가님이 두 유 노 클럽 메인에 선다 했을 때, 솔직히 그 정도까지 인가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장난식으로 만든 클럽이지만 국민들이 인정하는 사람만이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때의 나를 반성한다.

두 유 노 클럽의 메인이 아니라 혼자 선다고 해도 인정이다.

바로 내 옆에 있으면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내가 이토록 기뻐하는 이유는 GL 엔터와 계약을 한 실무진이 나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문책 이상의 성과를 터뜨렸단 얘기.

연말에 보너스는 물론 각종 성과금, 거기에 더해서 승진을 따 놓은 건 기정사실이었다.

‘어쩌면 별을 달 수도 있겠군…….’

직장인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 그 자리가 이제는 마냥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이 모든 게 작가님 덕분.

이렇게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람인 이상 그에 맞도록 보답하는 게 인가의 도리이지 않은가.

“다들 오늘 힘내서 야근하도록 하자고!! 서버가 복구되더라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오늘만 잘 넘기면 내가 사장님께 건의해서 성과금이랑 각종 보너스 챙겨 달라 한다.”

“진짜죠, 팀장님? 저 믿고 오늘 데이트 취소합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꼭 챙겨 주셔야 됩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만약 사장님이 챙겨 주시지 않으면 내 지갑을 열도록 할 테니까.”

“맨날 있는 일도 아니고, 야근을 죽도록 싫어하는 팀장님이 하시는 말이니 오늘은 힘내서 버텨보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야근 선언에도 큰 반발을 하지 않은 직원들.

이때까지의 회사생활이 보답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내가 회사생활을 잘해서 그런 거겠지…….’

다들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누가 야근을 한다는 데 저렇게 반발이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다들 미안하다. 미리미리 준비했어야 됐는데, 괜히 나 때문에…….”

“그런 말씀 마십쇼, 팀장님.”

“그래도…….”

“어차피 작가님 작품 오늘 하루종일 보려면 잠도 못 잤을 건데 이렇게 성과금이랑 보너스까지 챙겨주신다는 데 저희야 이득이죠.”

“맞아요, 팀장님. 어차피 집에 가봤자 작가님 작품을 보고만 있을걸요? 그럴 바엔 합법적으로 육아도 쉴 수 있고, 얼마나 좋습니까.”

“…….”

내 착각이었나 보다.

팀원들은 작가님의 작품을 누군가의 방해 없이 합법적으로 보고 싶었던 거다.

회사에 남아 있다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혹시나 있을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거지.

한마디로 누군가의 방해 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거다.

‘나를 좋아한 게 아니었군…….’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와 동시에 더 큰 깨달음이 있었다.

‘나도 작가님 작품을 와이프 방해 없이 볼 수 있다…….’

왜 이걸 생각하고 있지 못했을까.

말도 안 되는 성과에 잠시 이성이 마비됐나 보다.

“팀장님! 서버 복구했습니다. 증설도 마쳤고요.”

“다들 긴장감 놓치지 말고. 혹여나 있을 상황에 대비하자고.”

“네!!”

이제는 대기 상태.

서버 폭주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똑같은 행동을 했다.

곧바로 작가님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

‘복지가 이럴 때 유용하네.’

화이트 플랫폼에서 일하는 만큼 회사에서 매달 소설을 볼 수 있는 이용권을 건네주었다.

지금 결제하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지던 우리에게 그 어떤 복지보다 쓸모 있는 것 같았다.

‘다들 읽기 시작했군.’

순식간에 소음 하나 없이 모두가 집중에 빠진 사무실.

그에 맞춰 나 역시 작가님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 * *

GL 엔터테인먼트.

“왜 이렇게 반응이 느린 거야?”

제환이 작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고 있는 이승호 상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반응을 확인할 수가 없다.

서버가 복구되는 데 걸린 20분 정도를 감안해도 반응이 느리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들 작품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무님.”

“하……. 미치겠네.”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화이트 회사 쪽 얘기 들어보니까 역대급 숫자의 이용자가 접속했다고 합니다.”

“접속이야 많이 하겠지만 읽고 나서의 반응도 중요하니까 그렇죠.”

솔직히 후회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 역시 곧바로 작품을 읽는 건데.

지금에 와서는 작품을 읽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반응을 확인해야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니.

“이번에 중국에서 반응이 좋으면 해외 진출이 조금은 순조롭겠죠?”

“중국 시장만 제대로 뚫을 수 있으면 해외 쪽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 중국 반응이 좋아야 되는데.”

“그때 만나셨던 중국의 국가 광파 전시총국 부국장과 연이 있다던 사람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의 반응을 보면 충분히 먹히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죠……. 그 사람한테만 잘 보여도 KJ 그룹과 격자는 더 벌릴 수 있을 텐데…….”

이 때문에 중국 반응이 중요한 거다.

분명 중국 반응이 나쁘지 않다면 그에게서 연락이 올 거다.

만약 일이 잘 흘러가 꽌시까지로 이어진다면 우리 그룹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 거다.

회사의 사활을 다 걸어볼 만한 일이어서인지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나도 느리게 흘러간다.

“지금쯤 반응이 올 때 되지 않았나요?”

“조금씩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뭐라고 합니까?! 아 씨……. 이럴 줄 알았으면 중국어 공부 좀 하는 건데…….”

“대부분이 인정하는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한국을 인정하진 못하지만 박제환 작가라는 사람은 믿어 볼만 하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하여간 그놈의 자존심들은…….”

“심지어 박제환 작가를 중국에 귀화시켜야 된다는 사람들도 많군요.”

“…확실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 콧대 높은 중국인들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인정해 온다.

아니, 하루가 뭐란 말인가.

불과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귀화시켜야 된다는 말을 해온다.

이제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중국에도 먹히고 있다고.

소설의 반응이 이 정도다.

이 뒤에 있을 웹툰과 만화, 애니메이션. 심지어 영화까지. 모든 걸 생각하면 KJ 그룹과의 경쟁을 끝났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지이잉―

“상무님, 전화왔습니다.”

“어… 알고 있는데, 이 사람이 왜 지금 전화한 거지?”

“누군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그때 만났던 그 사람 있잖아요. 이름이 기억 안 나네요. 그 부국장하고 이어졌다는 사람.”

“제가 전화 받아 보겠습니다.”

“제가 중국어가 부족하다고 잘 설명해 주세요.”

“예, 상무님.”

내가 직접 전화를 받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국어를 못하지 않는가.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이렇게 갑작스러운 전화를 건지 모르겠다.

‘아마 긍정적인 소식일 거다.’

부정적인 소식이라면 이렇게 다이렉트로 전화 오지는 않았을 거다.

궁금한 마음으로 비서님이 대화를 주고받는 걸 지켜봤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비서님.

아무래도 긍정적인 소식이 맞았나 보다.

‘궁금해 죽겠네…….’

도대체 어떤 대화길래 중간중간 비서님이 놀란 표정을 짓는 걸까?

시간이 흘러 비서님이 전화를 끊자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뭐라고 합니까?”

“…놀라지 마십쇼, 상무님.”

놀라지 말라는 비서님.

말을 전해 들은 나는 양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 소식을 듣고 안 놀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중국에서의 사업은 순항을 펼치겠군요.”

비서님이 전해 오는 소식.

중국에서 사업이 날개를 달 거라는 소식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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