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99화 (99/175)

99화

* * *

「절대음감」 런칭 3일 전.

아무래도 내 영향력은 한국에 국한된 게 아니었나 보다.

미국에서의 인기가 생각 이상이어서일까?

「절대음감」을 런칭한다는 소식이 뻗어 나가자, 마블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 뒤로 라이언 감독은 세 번째 작품도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부탁을 해왔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을 전하며 겨우 떼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좋게 봐주겠죠?”

“…작가님, 놀리시는 게 아니라면 어디 가서 그런 질문 하지 마십쇼.”

“한국에서는 자신이 있지만 다른 나라가 좀 걱정이네요.”

“뭐… 그 부분은 저 역시 장담을 못 하겠네요. 하지만 노경호 작가 말 들어보면 분명 중국에도 먹힐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첫 번째 작품도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런칭 날짜를 기다리던 나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 오랜만에 총탄 작가와 자리를 가졌다.

곧 있으면 노경호 작가와 팀장님 또한 오기로 한 상태.

1분이라도 빨리 그들에게 안심이 되는 말을 듣고 싶었다.

“여어!! 미리 와 있었네요!!”

“빨리빨리 다니라고. 작가님이 먼저 와 계시는 게 말이 되냐?”

“하하… 미안. 글쎄 이철민 팀장님이 늦잠을 자더라니까?”

“그게 무슨 소리예요!! 노경호 작가님이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나오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서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떠미는 두 명.

나는 확신할 수 있다.

분명 노경호 작가가 늦잠을 잤다고.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

이철민 팀장님은 깔끔하게 정돈된 복장으로 들어왔다.

그와 반대로 노경호 작가님은 추리닝과 모자를 쓴 채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누가 늦잠을 잤을까?

백이면 백 노경호 작가님이라고 말할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동안 봐온 노경호 작가님이라면 충분히 늦잠을 잘 만한 사람이었고.

“저는 괜찮으니, 식사부터 하도록 하시죠. 이번 작품에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 조금이나 보답하려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박 작가가 강호의 도리를 잘 알고 있고만. 본디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은 법. 부담 없이 먹도록 하지.”

“야, 작가 사무실에서 제일 적은 시간을 투자한 게, 양심은 가지고 말하자.”

“어허!! 갈!! 나 같은 경지를 가진 사람들은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닌, 그 내용이 중요하다!!”

반박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실제로 노경호 작가가 나에게 알려줬던 내용들.

세 번째 작품에서 가장 많이 사용해 왔지 않은가.

‘근데 왜 이렇게 얄밉냐.’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 나를 이 정도로 편하게 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아니, 어쩌면 전생을 통틀어서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뭔가 그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얄밉게 느껴졌다.

“그건 그렇고 작가님 지금 몇 화까지 집필한 상태입니까?”

“…….”

서로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나에게 질문하는 팀장님.

생각해 보니까 또 원고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만큼 정신없이 작품에 집중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지금 내가 쌓아 놓은 원고의 양도 많다는 얘기.

이 사실을 팀장님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될지, 조금은 숨겨야 될지 고민했다.

“거짓말할 생각은 마십쇼. 어디 보자……. 작가님 평소 속도라면 150화까지가 집필됐을 거고, 지금은 집중하고 있는 상태니까… 한 180화 정도의 원고가 쌓여 있겠군요.”

“…….”

정확하다.

솔직히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맞출 수가 있지.

오늘 첫 경험을 여러 번 하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무당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표정을 보니 맞나 보군요. 그런데 저에게 들어온 원고가 100화밖에 되질 않았으니……. 하긴 이제 더 이상 저의 피드백 따위는 단 한 톨의 도움도 안 되겠지요. 차라리 저를 위해 단 몇 분을 쓸 바에는 그 시간에 글에 집…….”

“죄송합니다. 곧바로 보내드리도록 하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감사합니다.”

똑똑―

다행이다. 팀장님의 말이 길어지기 전에 예약돼 있던 음식들이 들어왔다.

오늘은 보답하는 자리인 만큼 평소에 예약하기 힘든 한식으로 유명한 곳으로 예약했다.

그래서인지 다들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 *

런칭 하루 전.

여기저기서 소식이 들려온다.

일단 중국에서의 소식.

얼마나 잘났는지 확인해 본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충분히 확인한 상태다.’

그들에게 충격을 선사할 자신이 있었다.

중국에 런칭하기 전, GL 엔터가 나서서 중국의 문화 쪽을 담당하는 고위직과 이야기를 나눈 상태다.

덕분에 정식적으로 런칭할 수 있었고, 그에게서 최고의 칭찬까지 받았다.

승호 말로는 나와 꼭 인연을 맺고 싶다는 눈치였다고 한다.

중국 특성상 이건 말도 안 되는 반응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게 바로 꽌시이다.

꽌시란 무엇인가.

사업할 때 있어 뒷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인연을 말한다.

단순히 내 글을 읽은 것만으로 그런 꽌시를 맺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고위직이 말이다.

‘외할아버지도 말씀하셨고…….’

뿐만이 아니다.

외할아버지 역시 무협 동호회에서 내 사인을 자랑하면서 모임의 중심이 됐다고 한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일까?

그들도 은연중에 소식을 들었는지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걱정하려야 걱정할 수가 없었다.

“준비는 다 됐다고 하던가요?”

“예, 작가님. 지금 저희 출판사에서 전자책과 종이책을 5개 국어로 준비한 상태입니다. 화이트 그룹도 준비를 마쳤다고 하니, 내일이면 곧바로 결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벌써 내일이군요…….”

“뭐… 사실 결과는 지금도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GL 엔터 말 들어보니까 이번 대통령이 작가님과 약속을 잡으려고 은연중에 압박하고 있다 하던데…….”

“지금은 글에 집중하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과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승호가 자기 선에서 잘랐나 보군요.”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지금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작게는 출판 업계 사람들.

크게는 각 정계, 재계의 사람들.

더 크게 보면 다른 나라의 사람들까지 나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나중에 이용한다.’

지금 당장 만난다면 사업적으로 확실하게 이용할 수 있을 거다.

대신, 작품에 대한 집중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적으로 더 큰 성공과 작품의 성공.

나는 후자의 성공이 더욱 값지다고 판단했다.

지금도 JH 그룹은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더한 성공을 한다면 좋겠지만 굳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란 말이다.

‘나와 만남을 원한 사람은 그 자리에 부르면 되겠군.’

그들을 만나는 건 사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번에 이민호 사장님에게 들려온 소식.

우리 JH 자동차의 첫 번째 모델의 컨셉 카가 나왔다는 소식이다.

‘일단 그들은 이렇게 이용하면 될 것 같고…….’

그들의 연락의 이용 방법은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궁금증.

미국과 중국에서는 충분히 먹힐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들이 내 세 번째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대충 알고 있고.

‘일본이 궁금하단 말이지…….’

애매한 반응이 들려오던 일본.

바로 그 일본의 반응이 궁금했다.

일본에서 반응은 좋은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안 좋은 것도 아닌 딱 중간의 반응이었다.

한마디로 애매한 반응.

그들은 내 세 번째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궁금증이 들었다.

“팀장님, 혹시 일본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아십니까?”

“아, 일본 말씀이시군요. 아무래도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경쟁자요?”

“이번에 작가님 작품이 단순히 소설로만 끝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만화와 영화 다른 2차 창작물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고요.”

“그렇죠?”

“일본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들 있지 않습니까. 일본인들은 작가님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 작품들보다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거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팀장님이 하는 말을 알겠다.

일본에서 유명한 만화들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한국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품들.

그것들과 내 작품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있나 보다.

‘괜찮은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일본에서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했다.

그런 그들과 나를 나란히 견준다고 생각하니 마냥 나쁜 반응은 아닐 것 같았다.

“만화책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기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작가님 첫 번째 작이 미국에서 먹히지 않았습니까?”

“그쵸?”

“이번에는 먹히는 걸 넘어서 폭풍을 몰고 올 겁니다. 물론 런칭을 하고 나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과정을 살펴보니 다들 첫 번째 작의 성공을 보고, 뼈를 갈면서 제작하고 있더라고요.”

하긴…….

그들에게도 어떻게 보면 기회나 다름없었다.

지금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의 작화가 들이 관련 업계에서 대부분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 성공을 지켜본 사람들이 과연 이번 기회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큰 기회라고 여기며 최선을 다할 거다.

‘첫 번째 작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든 첫 번째 작품보다 나은 퀄리티가 나온 순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본과의 경쟁?

그건 첫 번째 작에서 끝냈다.

이제는 앞서 나갈 준비를 하면 될 것 같다.

“기대되는군요.”

“저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출판사에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작가들의 처우도 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바라고 있을 겁니다.”

“…….”

“작가님의 성공을.”

모두가 나의 성공을 기대하는 상황.

자신 있었다.

기대감에 부응하는 게.

늘 내가 해오던 것이고, 보답해 왔던 게 아닌가.

* * *

런칭 당일.

오늘만을 기다려와서인지 모르겠다.

런칭이 되기 한 시간 전.

마치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모두가 내 작품을 기다리는 느낌이 든다.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가슴이 진정되질 않았다.

이 상황에 놓여 본 적이 없는 사람을 모를 거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이런 기분일 것 같았다.

지이잉―

1분 1초가 지나가는 걸 확인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문자가 왔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게 됐다.

지금은 답장할 정신이 없으니까.

내용이라도 확인하기로 한 나는 문자를 확인했다.

[제환 씨, 오늘 런칭이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될 거예요!!]

“…….”

답장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건 반칙이다…….

문자를 보낸 사람이 서아이지 않은가.

그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조금씩 파악해서 인지는 몰라도 서아와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았다.

봐라, 지금 나에게 온 문자. 이 정도면 요즘 단어로 그린 라이트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하마터면 답장하는 데 5분이 넘을 뻔한 걸 확인한 나는 서둘러 문자를 작성했다.

[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서아 씨가 응원해 주셨는데 잘 안되면 어떻습니까.]

하…….

나도 모르게 거짓으로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전생에서 연애를 할 동안 많이 혼났던 나는 알 수 있었다.

때로는 거짓말을 하는 게 정답일 때도 있다고.

‘1분 남았다.’

서아와 문자를 주고받는 기쁨이 런칭을 기다리는 긴장감보다 더욱 컸나 보다.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문자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런칭하기 1분 전이었다.

‘올라갔다!!’

시간을 확인하고 60초가 지나간 지금.

각 플랫폼에 내 작품이 올라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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