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97화 (97/175)

97화

* * *

딱―

“오! 오늘 좀 잘 치는데? 이거 내기에서 지게 생겼고만.”

오랜만에 이 회장과 약속을 잡아 골프를 치는 박대호 회장.

평소에도 이런 샷이 여러 번 나왔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이 회장의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우리 제환이 때문이겠지.’

어제와 마찬가지와 이틀 동안 상한가를 치고 있는 GL 엔터.

이게 다 우리 제환이 덕분임이 분명했다.

GL 엔터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GL 그룹과 우리 그룹의 사이를 추측하기 시작하더니, 덩달아 다른 회사도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우리 이 회장이 빚졌단 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우리 제환이가 글 쓴다는 걸 강제적으로 못 하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도 하기 싫군.’

아찔한 감정이 들었다.

동성 그룹이 재계 순위 한 자릿수로 올라온 것. 그리고 같이 골프를 치고 있는 이 회장에게 생색낼 수 있는 것.

이 모든 게 제환이가 글을 쓰고 나서 가능해진 일이지 않은가.

그때 말린 나를 생각하면 과거의 나에게 호통을 치고 싶지만, 강제적으로 말리지 않은 거에 대한 칭찬도 동시에 해주고 싶었다.

“어이, 이 회장. 자네 그룹 요즘 상승세 던대? 참 말이 많아?”

“크흠……. 운이 좋았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겐가? 요즘 늙어서 그런지 귀가 이상한 것 같네…….”

“…꼭 그렇게 생색을 내야 되는 거야?”

“초짜처럼 왜 그래? 우리 제환이가 경영 포기하고 글 쓴다 했을 때, 자네도 놀렸지 않은가.”

“거참……. 그래. 고맙다, 고마워!! 이번에 상한가를 치는 거 보고, 깜짝 놀랐지 뭐야. 아무리 자네 손자의 영향력이 크다고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나 역시 놀랐다.

아무리 손자의 영향력이 크다지만, 계약을 맺었다고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룹의 주가를 상한가로 마무리 짓게 하다니.

이 정도의 영향력이면 웬만한 정치인들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거다.

더군다나 이번에 한국으로 입국한 라이언 감독.

이 부분까지 고려하면 문화적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린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니지…….’

이미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봐야 했다.

이번에 비서실장에게 들은 보고로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제환이의 이름값이 높다는 거다.

제환이가 언론에 나서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먹고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성공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심지어 해외를 나가면 한국의 대통령보다 제환이의 이름을 더 알지 않을까 하는 보고도 있었다.

‘참……. 누구 손자인지 몰라도 나를 쏙 빼닮았군…….’

암…….

그렇고말고…….

그러니 내가 제환이 녀석을 보자마자 후계자 삼기로 마음먹은 게 아닌가.

참……. 내 손자이지만, 나랑 비견되는 재능을 가진 것 같아 할아비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자네는 좋겠어. 보고받아보니 자네 손자의 영향력이 보통이 아니더구만.”

“뭐… 그만큼 우리 손자가 나를 쏙 빼닮은 게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더군. 실질적인 성과보다 더욱 높은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고 하더구만.”

“제환이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게지.”

“딱 그 얘기하더라고. 이때까지 해온 것 중에 보통이 아닌 게 없으니 사람들이 큰 기대감을 가지고 제환이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허허……. 자네가 이번에 제대로 덕을 봤나 보구만. 그렇게 칭찬한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회장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골프 약속이나, 식사 약속에 참석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손자 자식의 칭찬이 들려온다.

이러니 술 좀 그만 마시라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거다.

“그건 그렇고, 자네 손자가 또 하나의 작품을 낸다고 하던데……. 어떻게 이전 작품들처럼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나야 모르지. 손자 자식이 보여준 것도 아니고. 하지만 자신할 수 있네. 이전 작품들보다 완성도가 높을 거라고. 제환이가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모습은 처음이야…….”

“…세 번째 작품이 나오는 순간, 한 번 더 자네 손자 덕을 보겠군.”

자신할 수 있다. 제환이 녀석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한 번 더 관련 주가들이 성장할 거라고.

평소에도 제환이 녀석의 당당한 모습을 자주 봐왔지만, 최근처럼 들 떠 있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자신도 확신하고 있단다.

그 어떤 작품보다 재밌을 거라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된다고.

그동안 제환이를 지켜본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작품보다 큰 성공을 거둘 거라고.

* * *

식사 자리에 나온 박제환.

슬슬 새 작품을 대중들에게 알릴 시간이 다가오나 보다.

승호가 바삐 움직이며 일종의 준비단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들.

그와 함께 나와 만나고 싶다는 라이언 감독.

각종 나라에서 들려오는 기대감.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알리기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지 않은가.

‘확실히 출판사보다는 전문적인 소속사를 가진 게 낫긴 하군.’

출판사에 불만이 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GL 엔터가 앞서서 준비 단계를 만들고 있는 걸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거다.

소속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이번에 라이언 감독님이 제환 씨 찾으러 왔다던데…….”

“안 그래도 이틀 뒤 자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것보다는 입에 좀 맞으세요?”

“입이야 맞죠!! 만날 때마다 얻어먹는 게 문제지. 좀 저도 살 수 있는 곳에서 만나면 안 돼요?!”

“그런 곳은 제 보안의 문제가 있어 가지고…….”

“어떻게 연예인보다 더 사람들이 알아보는 거야……. 하긴… 인정!! 글 진짜 재밌게 쓰더라고요.”

이전에 들려오던 인정보다 방금 들려온 서아의 한마디가 더 감격스럽다.

내 글을 읽어 봤나 보다.

“소속사에서는 잘해 줍니까?”

“어휴… 말도 마요. 진짜 부담스러워 죽겠다니까요? 성공한 적도 없는 무명 가수한테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건지……. 이게 다 제환 씨를 보고 그러는 거겠죠?”

“…아닐 겁니다. 소속사에서도 충분히 서아 씨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걸 겁니다.”

“그러면 좋겠네요……. 아 참!! 한 달 뒤에 저 데뷔하니까 꼭 음원 들어주세요!!”

“오!! 드디어 서아 씨의 곡이 나오는군요!!”

“꼭 들어야 돼요. 꼭!!”

자신의 노래를 꼭 들어보라고 강조하는 서아.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무조건 챙겨 들을 생각이다.

과연 이번 생의 노래도 내 마음을 위로해 줄까?

그때 처음 만났던 버스킹을 생각하면 그럴 것 같다.

“근데 제환 씨는 왜 이렇게 저한테 잘해 줘요?”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아서입니다.”

“에이……. 저만큼 잘 부르는 가수가 얼마나 많은데요. 사실 한 번 듣고, 이 정도로 잘해 주니까 뭔가 이상해요. 그렇다고 김제앙 그 개놈 자식처럼 뭔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전생에 연인이었다고?

“사실 저희가 전생에 연인이었거든요.”

“우웩……. 제환 씨 멘트가 너무 올드한 거 아니에요? 우리 아빠도 그런 멘트는 안 쓰겠다.”

“…….”

억울하다.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저런 표정을 짓다니.

그래도 웃음은 준 것 같아서 뿌듯했다.

“그래도 이렇게 같이 밥 먹고 있으면, 제환 씨가 재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사실 재벌이란 이미지에 선입견도 품고 있었고, 딴 나라 사람 같았는데 제환 씨를 보니까 같은 사람이구나 느껴요.”

어렵다. 이럴 때 뭐라고 멘트를 해야 서아에게 잘 보일 수 있는지.

전생에는 어떻게 서아와 이어질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전생의 기억을 되살려서 서아가 좋아할 만한 말을 해줘야겠다.

“서아 씨한테만큼은 재벌로 보이기는 싫습니다.”

“…혹시 이것도 뭐 멘트 그런 거예요?”

“…아닙니다.”

연애는 답이 없다는 말이 있던가?

확실히 알겠다.

답이 없다고.

도저히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방금 한 말이 오답만은 아니었나 보다.

서아가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아까보다 밝아진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 간다.

뭔가 우리 둘 사이에 있는 벽이 살짝 허물어진 것 같다랄까?

“앞으로 제환 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 지금 세 번째 작품 쓰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안 그래도 집필하는 중입니다. 곧 있으면 사람들에게 발표할 생각이고요.”

“와……. 완전 궁금하다. 어떻게, 자신은 있어요? 앞선 두 작품이 성공해서 좀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가수들 말 들어보면 전 앨범들이 성공하면 엄청나게 부담스럽데요.”

“부담 말입니까?”

“…뭐예요, 그 표정은?”

나도 모르게 은연중에 표정으로 드러났나 보다.

내가 얼마나 자신을 하고 있는지.

사실 이곳저곳에서 다음 작품에 대한 걱정이 들려온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웃음이 지어진다.

이번 작품은 앞선 두 작품을 깔아뭉갤 정도의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글을 쓰고, 다시 읽어본 내가 계속해서 읽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면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그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다.

“저도 서아 씨의 데뷔곡을 꼭 챙겨 들을 테니, 서아 씨도 제 다음 작품을 읽어주십시오.”

“치……. 그런 말 안 해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말 하는 거 보니까 엄청 자신 있나 보네요.”

자신 있냐는 질문을 하는 서아.

난 그녀의 질문에 웃음을 지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요.”

자신이 있다고.

* * *

“슬슬 발표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상무님.”

비서에게 상황 보고를 받는 이승호.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서서히 사람들에게 알릴 때가 됐다고.

이번에 라이언 감독의 입국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제환이에게로 집중하게 만들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에서 제환이의 이름이 또 한 번 각인되며, 사람들이 해외에서의 반응을 한국으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제환이가 해외에서 유명하단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두 유노 클럽에 메인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했던가?’

이번에 알게 된 두 유 노 클럽.

그 자리에 메인을 양보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일주일 뒤 라이언 감독이랑 제환이의 만남이 끝나고 사람들이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발표하도록 하죠. 제환이의 다음 작품을.”

이 소식이 알려지는 순간.

두 유 노 클럽의 메인 자리는 제환이의 얼굴이 차지하고 있을 거다.

동시에 작품이 세상에 나와 사람들이 읽는 순간.

그때는 메인 자리에 있던 제환이의 얼굴이 두 배는 커질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이야……. 기대되네요. 박제한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사람들이 읽으면 뭐라고 할지…….”

“비서님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예상을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합니다. 이전 작품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나 역시 동감한다.

이전 작품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평가뿐만이 아니겠지…….’

평가뿐만이 아닐 거다.

사람들의 반응, 흥행, 성적. 그 모든 게 앞선 작품들보다 크게 돌풍을 일으킬 거다.

돌풍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급으로 전 세계를 덮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럼, 일주일 뒤 기자 회견을 준비해 주세요.”

“예, 상무님. 나머지 작업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진행하게 관심을 두도록 하세요. 단순히 새 작품의 집필 소식이지만, 그 이상의 영향을 가져올 겁니다.”

“예, 상무님.”

이번 작품을 런칭하면서 준비한 것들.

그 모든 것들에 한 치의 실수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한국에만 런칭하는 게 아닌, 전 세계에 런칭하는 것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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