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91화 (91/175)

91화

* * *

‘역시 반응이 더 좋네.’

저번보다 훨씬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팀장님.

다시 한번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이번 작은 더욱 큰 성공을 불러올 거라고.

팀장님의 눈치를 보아하니 한 번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두 번 정도 정독한 걸 알 수 있었다.

비단 팀장님뿐만이 아니다.

노경호 작가님이나, 작가 사무실에 있던 분들.

모두가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을 읽었다는 말을 전해 왔다.

“와…….”

계속해서 「절대음감」을 읽던 팀장님이 감탄을 하고 있다.

앞선 두 작품도 표정에 변화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감탄사를 내뱉은 적은 없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있던 세 번째 작품이 오늘 만남 이후로 더 한 자신감으로 변해 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어때요?”

“…미쳤습니다. 하……. 이거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이럴 때마다 한정적인 단어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까?”

“…이 정도면 좋아하는 게 아니라, 광기 수준으로 변할 수도 있겠는데요? 당장 저만 하더라도, 작가님을 가둬두고 글만 쓰게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하, 설마요.”

“농담 아닙니다. 작가님이 JH 그룹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저희 출판사 직원 총출동해서 관리 감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건 좀 섬뜩하군요.”

“그 정도로 재밌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재밌는지, 왜 재밌게 느껴졌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재밌다고밖에 말을 못 하겠어요.”

봐라. 이렇게 말해 오는데 어떻게 자신감을 안 가질 수가 있겠는가.

팀장님만 이런 반응을 보였다면 모르겠지만, 글을 읽은 작가님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다.

‘지금 말하면 되겠네.’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일 때 말해야겠다.

세 번째 작품을 무협으로 설정한 이유를.

“사실 이번 작품은 중국어로 번역해서 수출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팀장님은 중국 진출은 어렵다고 판단해서일까?

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지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혹시 별로입니까?”

“당연히 별로죠!! 이런 대작을 어떻게 중국에만 수출합니까. 미국까지… 아니, 전 세계에 작가님의 위대함을 알려야 됩니다. 바로 이 「절대음감」이라는 작품이 그 역할을 해줄 겁니다.”

“…….”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가 내 생각과 달랐나 보다.

나는 중국만을 생각했고, 팀장님은 전 세계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팀장님의 반응을 보고, 조금은 남아 있던 걱정조차 완전히 날려버린 나는 다시 한번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일단 출판사로 돌아가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워낙 큰일인지라 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니까요.”

“결정되면 GL 엔터와 일정을 조율해서, 한 번 더 대화해 보면 될 거예요.”

“다행이네요. 저희 출판사가 하지 못하는 일들은 GL 엔터가 대신해 줄 수 있으니. 앞으로 작가님은 더욱더 위대해지실 일만 남았습니다.”

“……”

“그… 혹시 한 가지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편하게 말씀하시죠.”

“이전처럼 원고가 쌓이면 작가님만 보고 계시지 말고, 저도 공유 좀 해주십쇼. 저만 몰래 보겠습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던 팀장님.

표정에 비해 들려온 부탁은 별것 아니었기에 그렇겠다는 대답을 전했다.

* * *

출판사로 복귀하는 이철민 팀장.

‘꽤 늦었네…….’

출판사로 복귀하면서 확인한 시간.

생각보다 세 시간이 늦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게 다 작가님의 작품을 두 번이나 살펴봐서 생긴 문제이다.

원래 그 자리에서 한 번 살펴보는 것도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데, 연속해서 한 번 더 살펴보다니…….

아니, 그 정도만 하더라도 괜찮았을 것 같다.

그 뒤에 작가님이 가지고 있던 회차들.

그것들까지 앉은 자리에서 확인하니 시간이 늦어지는 건 당연했다.

‘한 번 더 확인하고 퇴근해야지.’

원래는 바로 퇴근해야 되는 시간.

하지만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았다.

작가님의 작품을 한 번 더 사무실에서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가 사라지질 않는다.

그나마 늦어서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다른 직원들이 퇴근할 시간이었기에 조용히 확인할 수 있다는 거다.

분명 직원들이 남아 있고 작가님 작품을 들고 왔다는 말을 전하면 여기저기서 달려들 게 틀림없었다.

띵―

그나마 늦은 게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싸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원래는 한창 조용해야 될 시간.

지금 시간이 오후 6시를 넘었으니, 건물 안에는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침묵으로 잠겨 있어야 정상이다.

근데 왜 이렇게 건물이 소란스러워 보일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그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 한 명도……. 직원 중에 단 한 명도 퇴근하지 않았다.

“팀장님!! 지금 오시면 어떻게 해요!! 또 그 자리에서 원고 확인하셨죠!!”

“아니, 기다리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뭐래요? 세 번째 작 맞대요?”

“지금 시간 보면 분명히 차기작에 대한 얘기다.”

“아… 좀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팀장님!!”

“…….”

솔직히 몇 명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몇 명은 말이다…….

결단코 모든 직원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 시간이 더 늦어지겠네…….’

그렇다고 남아 있는 직원들을 나 몰라라 하고, 작품을 살펴볼 순 없었기에 내 행복을 좀 나눠주기로 했다.

“다들 원하는 게 작가님의 작품이겠지?”

“네!!”

“나에게 40화가 넘는 원고가 있다.”

40화가 넘는 원고를 가지고 있다 전하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사무실.

이대로 가다간 뭔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고 예감한 나는 빠르게 상황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조용!! 소란스럽게 하면 나 먼저 퇴근한다?”

“…….”

원고를 가져왔다는 소식에 들뜨던 직원들이 혹여나 내가 퇴근이라도 할까 봐 순식간에 침묵을 고수했다.

“내가 김 대리 파일로 보낼 테니까, 다들 김 대리한테 받는 걸로 해.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으니까.”

“와!”

“와!!”

내 말을 들은 직원들의 관심이 순식간에 나에게서 김 대리에게로 옮겨졌다.

성공적인 정치를 했다고 생각한 나는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파일을 옮긴 뒤, 다시 한번 작가님의 작품을 읽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온 이 주임.

“무슨 일 있어?”

“저… 그게…….”

“왜? 무슨 일인데. 나 지금 작가님 작품 확인해야 돼서 바빠.”

“그… 죄송하지만, 사장님이 팀장님 도착하면 연락달라고 하셔서…….”

“…괜찮아. 지금 사장님 퇴근하실 시간이잖아.”

“팀장님 오실 때까지 기다리시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조금 이따가 연락해.”

“이미 했습니다…….”

“…….”

하…….

어떻게 해야 하나…….

속으로 많은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조금 더 참고,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집중해서 읽을까?

싫다…….

지금 당장 이 욕구를 풀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조금 이따가 찾아뵐게.”

“…….”

마음을 결정한 나는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차피 세 번째 읽는 글.

읽는 시간이 전보다는 확연히 빨라질 테다.

더해서 조금 급하게 읽으면,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다 읽고 사장님을 찾아가면 될 것 같았다.

덜컥―

“야!! 이철민!! 왔으면 나부터 봐야 될 거 아니야!!”

“…….”

“너만 작가님 팬이야?! 나도 팬이야, 이 자식아!! 곧바로 확인 못 하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왔다고 보고를 받은 지 얼마나 지났는데 오지를 않는 거야!!”

“하…….”

글을 읽으려고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사무실로 찾아온 사장님.

한 가지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그간 사장님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알아낸 사실.

저 양반, 나와 견줄 수 있을 만큼의 작가님 팬이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사실 지금 작가님의 작품을 다시 한번 볼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작가님 작품을 어떻게 유통할지, 어떤 식으로 출판을 할지, GL 엔터와 어떤 식으로 협상을 할지 등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게 산더미처럼 많았다.

지금은 개인적인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란 걸 체감한 나는 사장님 앞으로 다가갔다.

“하…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려고 했어요. 아니, 무슨 인내심이 그렇게 없어요. 도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도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얼마나 됐다고? 얀마!! 나는 네가 작가님 만나러 가는 그 시간부터 기다렸다고!!”

“하… 알았어요. 팀원들 보니까, 올라가서 이야기 나누죠.”

사장님의 권위를 지켜줘야 했기에 사장님의 등을 떠밀고 위로 올라가서 이야기를 나누자 했다.

“야, 근데 뭐래? 작가님이 우리랑 계약해 주신대?”

“…….”

그러고 보니, 작품에 눈이 멀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못 했었다.

어쩐지…….

작가님을 만나고 오는 길인데도, 평소와 다르게 진이 빠져 있지 않았다.

뭔가 평소와 다르단 건 알았지만,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빼먹을 줄이야.

“그거 GL 엔터랑 이야기해야 돼요.”

“GL 엔터? 그게 무슨 말이야?”

나에게 등을 떠밀리면서 이동하던 사장님.

아무래도 설명할 게 많다고 생각한 나는 사장실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을 건넸다.

* * *

다음 날.

‘잘 말해 뒀으니까 서로 배려하겠지.’

팀장님과 만나고 나온 나는 곧바로 승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익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챙기기는 해야겠지만, 너무 압박은 하지 말라고.

만약 승호가 마음먹고 압박에 나섰다면, 출판사는 내 작품으로 단 백만 원의 수익도 못 올릴 지경까지 몰릴 수 있었다.

내가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출판사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아니었기에 승호에게는 최대한 양보를 해서 계약하라고 말을 전했다.

‘물론 출판사에서도 양보해야겠지만.’

단, 무조건적인 양보를 바라진 않았다.

출판사에서 욕심을 부리는 순간, 반대로 승호에게도 욕심을 부리라는 말을 전했다.

한마디로 출판사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이번 작품 계약의 행방이 결정된다는 얘기.

내가 아는 출판사라면 충분히 양보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계약에 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지금 내가 생각해야 될 건 계약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슬슬 끝나가는 「절대음감」의 2권.

3권을 위한 준비를 해야만 했다.

‘2권까지는 적대 세력의 장로를 죽인 걸로 끝낸다.’

1권에서는 주인공의 성장과 주인공 문파의 위기감 조성으로 끝냈다면, 2권은 위기감을 해결하면서 독자들에게 시원한 맛을 선사해야 했다.

동시에 주인공과 주인공의 문파 위치를 좀 더 올려서,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걸로 마무리 지었다.

그 계기는 적대 세력의 장로의 죽음.

‘3권은 이걸 풀어내는 걸로 시작한다.’

제일 중요한 건 독자들에게 부담감을 주면 안 된다는 거다.

2권을 끝맺음하는 장로의 죽음.

그 죽음으로 인해 주인공이 위기에 몰렸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됐다.

독자들에게 주인공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여주면서, 덤벼오는 적대 세력에게 어떤 방법으로 처리할 것이며, 그걸로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걸로 마무리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됐다.”

글을 마무리 짓고, 가볍게 읽어보니 충분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던 것 같다.

이제는 2권을 마무리했으니, 3권에 대한 구상을 해야 할 시기.

이번 작품은 한동안 구상에 집중해서일까?

벌써부터 3권에 관한 내용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빨리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싶어 하는 등장인물들에게 생명을 부여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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