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84화 (84/175)

84화

* * *

작가 사무실에 온 지 10일.

그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다른 독자들과 나와의 괴리감.

내가 재밌다고 느끼는 부분은 반응이 좋지 않았고,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회차는 내가 재밌게 느끼지 못했었다.

‘간극을 줄였다.’

첫 일주일은 그 간극을 찾는 데 최선을 다했다.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고는 소설을 분석하는 데 시간을 다 보냈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일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좋게 보여서일까?

막내 작가님은 처음보다 더욱더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기 시작했고, 3일이 더 지난 지금은 자신도 글을 써야 했기에 다음 사람에게 넘긴다는 말을 전한다.

“그간 수고했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제가 부족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네요.”

“아니에요, 작가님. 마음 같아서는 제가 계속해서 가르쳐 드리고 싶지만, 이다음은 저보다 총탄 작가님이 더욱 잘 가르쳐 주실 수 있을 거예요.”

“나중에 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죠.”

“좋습니다. 솔직히 처음에 오해가 많았습니다.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다시 한번 성공한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더욱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것 같네요.”

막내 작가님과는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닌, 같은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을 집필하러 가는 거였기에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는 첫 배움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확실히 기본기가 중요하네…….’

독자로서 소설을 읽는 것과 작가로서 소설을 분석하는 것.

두 가지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고, 시선을 옮겼다.

“드디어 총탄 작가님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겠네요.”

“…제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다시 본 총탄 작가님이지만 역시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분명 작품만 보면 활발한 사람인데,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소심하게 느껴졌다.

그것 또한 사람의 성격이었기에 내가 좀 더 이야기하기로 생각하고, 다음의 가르침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 * *

“이때까지 배웠던 게, 독자들이 어디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다행히도 그 부분을 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일주일이 지나니까 이 부분은 반응이 좋겠다고 하는 회차가 확실히 인기도 많았고요.”

“그럼 어느 정도 간극이 좁혀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재미를 좀 더 극대화하며 작가님도 재밌게 쓸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음… 가르침보다는 조언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글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 자신도 재밌게 느껴야 된다는 거예요.”

“확실히…….”

“작가가 재미없는 글은 읽는 독자도 재밌게 느끼기 힘들죠. 그게 아니더라도 글을 집필하는 작가 자신이 너무 괴로워서 연재 중단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솔직히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왜 이렇게 재밌는 집필을 연재 중단하는 사람이 많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연재 중단을 하던 그들과 나와의 차이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썼다는 것이고, 그들은 독자들에 입맛 만 맞췄다는 거다.

다시 한번 내 작품들이 사랑받은 거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졌다.

“일단 첫 번째는 글을 쓰는 작가가 재미가 있어야 된다. 이 정도로 기억해 주시고, 두 번째를 이야기해 보도록 할게요.”

“재미가 있어야 된다……. 기억해 두겠습니다.”

“두 번째. 같은 사건이 있고, 똑같은 전개를 하더라도 독자들에게 재미를 불어넣어 주는 것. 캐릭터의 서사를 입히는 겁니다.”

“서사라…….”

“간단하게 예시를 들겠습니다. 제가 한 작품을 완결 내서 얻은 수익으로 비싼 외제 차를 사는 것과 작가님이 한 작품을 완결 내서 얻은 수익으로 외제 차를 사는 것. 과연 독자들이 읽었을 때는 어떤 이야기가 더 대리 만족으로 느껴지겠습니까.”

“전자 같군요.”

“누가 봐도 전자이지요. 이 차이는 서사에 있습니다. 제가 가진 배경에서 얻어낸 것과 작가님의 배경에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한 마디로 매력적인 배경을 가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거죠.”

서사라…….

무엇인지 알겠다.

글을 쓰면서 정확하게 정립한 지식은 아니지만, 감각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것 중에 하나다.

총탄 작가님 말대로 같은 전개, 같은 보상을 주더라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다.

한마디로 뒤에 전개를 생각할 때, 어떤 배경을 가진 주인공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냐를 생각하라는 얘기.

감각적으로 느끼던 부분을 하나씩 짚어주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제가 작가님에게 추천해 드리는 건 앞서 말한 두 가지를 합치는 겁니다.”

“…정확하게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첫 번째, 자신이 쓰는 글이 재미를 붙여라. 과연 독자들만 생각하며 글을 쓰는 작가님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자라 온 환경도 차이가 큰 작가님이요?”

“힘들겠죠…….”

“두 번째, 과연 작가님이 입히는 서사와 독자들이 바라는 서사가 같을까요? 이것도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추천한 게 독자들과 작가님이 느끼는 간극을 좁히고, 그 중간 점에서 만난 합의점을 주인공에게 적용시키는 겁니다.”

“…서로 불편하지 않은 선인 중간선을 잘 유지하라는 거군요.”

“…한 번에 알아들으실 줄 몰랐는데……. 맞습니다. 분명 어려운 길이지만 조금 쉽게 가는 지름길이 있죠.”

총탄 작가님의 말을 듣다 보니,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세 번째 작의 주인공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내가 어떤 방향으로 글을 써야, 글을 쓰는 게 괴롭지 않고 나 역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지.

“주인공을 제가 익숙한 상황에 대입시키고, 그게 독자들이 느끼기에 자신들에게도 익숙한 서사를 부여하면 되겠군요.”

“…혹시 미리 생각해 두신 겁니까?”

“그게 무슨 소리죠? 방금 총탄 작가님 말 듣고, 이러면 어떨까 하며 생각했습니다.”

“…제가 10일 동안 고민하던 걸, 한 번에 생각하시다니…….”

“운이 좋았나 봅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정확히 말하면 작가님이 말한 게 맞습니다. 저는 거기서 좀 더 살을 붙인 방안을 가져온 거고요.”

“들어볼 수 있을까요?”

궁금하다. 여기서 살을 붙이면 어떤 결과물일까?

“작가님의 상황을 주인공에게 대입시킨다. 즉, 주인공을 작가님으로 설정하는 거죠. 동성 그룹을 중소 문파로, 대현 그룹은 구파일방 중의 하나의 문파로 말이죠.”

“오…….”

“제가 듣기로는 작가님이 글을 쓰기 위해 그룹에서 나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협에는 글을 쓰면서 그걸 무공으로 연결시키기 어려움이 있죠. 작가님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 문파를 나가고, 그걸 음공으로 탈바꿈시키는 거죠.”

“그렇게 해서, 본 문파에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성공하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들도 좋아할 만한 소재에다가, 작가님도 자신의 상황과 비슷하니 재밌게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나 혼자 생각할 때는 단 한 글자도 생각나지 않던 세 번째 작이, 지금은 빨리 시작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기까지 한다.

‘좀 더 공부하고 하자…….’

단 10일 동안 얻은 지식만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이걸 빨리 세 번째 작품에 적용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10일 동안의 공부로만 말이다.

앞으로 동료 작가들이 가르쳐 주는 기본 지식을 다 얻은 채, 세 번째 작의 집필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많은 물을 모아 놨던 댐을 개방시키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은 배고플 때까지 기다리고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나 역시 서두르기보다는 좀 더 기본기를 다지고 세 번째 작의 집필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앞으로 재미를 위한 빌드업, 떡밥을 풀어가는 과정, 캐릭터들에게 매력적인 서사를 부여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다음은 노경호 작가가 전투 신과 무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들. 그걸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 예정입니다.”

“감사함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군요. 한 사람의 작가로서 축복받은 거나 다름없네요. 마치 무협으로 표현하면 기연을 얻은 것 같습니다.”

“저희 작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들은 불만이 많지만 목소리를 내기 꺼려 합니다. 그 시간에 글자 하나 적는 게 이득이고, 돌아올 피해가 무서우니까요. 그 역할을 작가님이 해주신다고 하니,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겠어요.”

“그 부분은 제가 최선을 다하기로 하겠습니다.”

존중에는 존중으로.

호의에는 호의로.

이런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내가 존경하는 작가님들이 이런 기본을 지켜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느껴졌다.

나 역시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기에, 이번에 가르침을 부담스럽게만 여기지 않고, 끈질기게 들러붙어 그들의 노하우를 다 흡수할 예정이었다.

* * *

“저도 여기까지 하면 될 것 같아요……. 더 이상 제가 왈가불가할 뭔가가 남아 있지 않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지식들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됐네요.”

“…다 작가님 재능입니다. 저는 이런 것을 몰랐는데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네요.”

총탄 작가님에게 처음 가르침을 받고 일주일 뒤.

더 이상 자신은 가르칠 게 없다는 말을 건넨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실제 무협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한 단계씩 가르침을 받고, 그걸 깨우침으로써 경지가 오르는 기분.

빨리 이 무공을 실전에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하하!! 드디어 내가 가르칠 때가 도래했군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그런 거치고 한 번도 작가님 신경을 안 쓰던데?”

“어이, 총탄. 무협 작가들은 눈으로 보지 않아. 기감으로 모든 걸 파악한다고.”

“…….”

“호……. 작가님의 기감을 보아하니, 경지가 오른 게 틀림없어.”

총탄 작가님과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다가온 노경호 작가님.

마지막 말을 들으니, 장난 같던 말들에 신빙성이 느껴졌다.

나 역시 경지가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도 그게 느껴졌나 보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건데?”

“몰라. 총탄 네가 가르쳐줬으니까 뭔가 깨달으셨지 않았을까? 작가님도 재능이 엄청나잖아.”

“…….”

“막내가 그러던데? 완전 스펀지마냥 흡수한다고. 자기가 하나를 말하면 열 이상을 알아채신대. 그렇다고 집중을 안 하냐? 남들보다 열 배 이상의 집중력을 가지고 계신다는데?”

“하긴……. 작가님이 대단하시긴 하지…….”

“내가 보기엔 작가님은 천무지체를 타고나신 게 틀림없어.”

“그런 건가?”

“두 분……?”

가만히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 했는데, 버티지를 못하겠다.

‘총탄 작가님도 물든 건가?’

분명 처음 볼 때만 해도 저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그간 작가 사무실에서 노경호 작가님과 붙어 있는 뒤로 뭔가 물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조심해야지…….’

그와 동시에 나도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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