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작가님!! 여긴 제가 막고 있을 테니 빨리 도망가세요!!”
“그… 노경호 작가님?”
“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경호원분들입니다.”
“그게 무슨!!”
“…….”
“…….”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다가, 점차 상황을 파악한 노경호 작가님.
이내 ‘아!’ 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질문을 건넨다.
“근데 왜 이 사람들은 저를 막고 있죠?”
“잘 모르겠지만, 아마 행색이…….”
“제 행색이요?”
누가 봐도 수상하게 보이는 행색.
자신은 미처 못 느끼는 건지, 자신의 몰골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너무 수상한 행색을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길래 잠시 신원 확인을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다가가자 놀라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걸 확인하고 막으려 하다 보니 소란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아!! 그렇게 된 거군요?”
“…….”
자신도 뭔가 짚이는 게 있나 보다.
자신의 손뼉을 치더니 그렇게 된 거군 하면서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어서 들어오시죠.”
“그럼, 실례!”
자신을 막던 경호원분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안으로 들어오는 작가님.
아무리 생각해 봐도 평범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 * *
“이거, 본의 아니게 첫인상이 조금 이상하게 각인 됐겠네요. 원래 그런 사람 아닌데…….”
“경호야……. 너 원래 더한 사람이야?”
“왜 그래요, 형님. 오해하시잖아요.”
“…….”
“그건 그렇고, 작가님 처음 오셨으니까 소개부터 해드려야겠네요. 이쪽은…….”
“그… 미리 와서 서로 인사를 마친 상태입니다.”
“…제가 살짝 늦었나 보군요.”
보면 볼수록 밌는 사람인 거 같다.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기 쉬운 성격.
나에게는 호감으로 다가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야겠네요. 총탄 작가는 열흘 뒤부터 출근한다고 하니까, 기본적인 틀을 설명해 드릴게요.”
“근데 우리가 작가님에게 기본적인 걸 설명할 자격이 있을까?”
“기본적인 거여서 설명이 가능한 거야. 그 외의 영역은 서로의 특징이 있고, 강점이 있으니까. 우리가 작가님의 강점을 앞서나가지도 않고.”
“그렇긴 한데…….”
“괜찮습니다. 저도 기본적인 것부터 배우고 싶어서 이곳에 온 거거든요.”
노경호 작가님을 제외하고, 다른 작가님들은 나를 가르치기 부담스럽다고 느끼나 보다.
자신들이 느끼기에는 큰 성공을 거뒀고, 자신들보다 작품을 큰 수익을 얻었으니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노경호 작가님은 총탄 작가님과 이야기하는 걸 들어서 그런지, 내가 온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잘 모르는 다른 작가님들에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총탄 작가님과 대화 나눴던 것들을 최대한 나의 상황에 맞게 설명했고, 다행히 이해가 갔는지 대화의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자,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처음이 뭐였지?”
“기본적인 틀을 설명해 준다며.”
“아, 맞다. 저희가 기본적인 틀을 설명해 드릴 거예요. 재미나 감정선, 문장 간의 호응력 같은 것들은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습득한 다음에 설명할 수 있고요.”
“최대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오!! 역시 성공한 사람은 배우는 자세부터 다르군요. 저도 최대한 열심히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자, 정태윤 작가? 작가님에게 웹소설의 기본을 설명해 드려.”
“…네? 방금 대화 흐름상 형님이 가르쳐드리려는 거 아니었어요?”
“얀마, 서열이 있지. 막내가 먼저 나서서 군기를 다져야 될 거 아니야.”
“후……. 작가님 옆으로 오시죠. 부족하게 느끼실 수 있지만, 최대한 열심히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어제 못다 한 마감이 있어서, 그럼. 막내도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저보다 경력이 짧을 뿐이지, 무협 쪽에서 이름 있는 작가거든요.”
이 장면, 어디서 본 적 있는 듯한 기분이다.
경영을 하는 데 한 가지 흠도 없애기 위해 갔던 군대. 그곳에서 병장이 짬 처리를 할 때와 똑같은 장면이었다.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생각하며 황당해하고 있는 막내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뭐… 의도치 않았지만,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됐네요. 그래도 기본적인 건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지금 백지 상태와 다름이 없으니, 무슨 가르침이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편하게 대하셔도 돼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작품으로 저보다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니까요. 기본적인 공식 없이 그런 작품을 썼다는 것부터가 재능이 뛰어나다는 거예요. 일반인에게 글을 쓰라 하면 한 편도 못 쓰는 사람이 부지기수거든요.”
“글을 많이 읽어봐서 쓸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음… 거의 일반적인 작가가 되는 과정이네요. 보통 작가들이 독자로 있다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그럼 슬슬 시작할게요.”
슬슬 시작하겠다는 말과 함께 화이트보드 앞에 서는 막내 작가님.
보드마카를 들고 한 단어를 적는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이며 공통된 단어.
장르 소설이라는 단어 말이다.
“자, 장르 소설의 가장 기초 중에서 기초. 사람들이 왜 장르 소설을 읽느냐. 바로 대리 만족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 사람은 못 느끼는 겁니다. 자신이 자연스럽게 대리 만족을 찾고 있다는 걸.”
“저도 그런 경우인 것 같군요. 일상에서 받은 압박은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었으니…….”
“바로 그거예요. 그게 기초이자 근본이거든요. 그렇다면 독자들에게 대리 만족시켜 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 입장을 느껴야 될 것 같네요.”
“오!! 역시……. 한 번에 정답을 말씀하시다니, 가르치는 맛이 있습니다.”
바로바로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와서인지, 아까보다 더욱 신난 모습으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자, 그렇다면 문제!! 작가님이 독자들을 완벽하게 대리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같군요.”
“오!! 이 또한 정답. 재벌가라는 인생을 살아온 작가님은 일반인의 입장에 서기 힘들 겁니다. 아무리 공감을 해보려고 해도, 막상 그 상황이 오기 전엔 무슨 감정인지 모르거든요.”
“이해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포기해야 될까요?”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한 가지 있죠. 무수히 많은 소설을 읽어보는 겁니다. 아마 작가님도 소설을 많이 읽어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독자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적용했을 겁니다. 무의식에서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거죠.”
웹소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작가로서 자신이 속하고 있는 업계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는 거다.
동시에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이 가르쳐 주는 웹소설이라면, 정답은 아니더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걸.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가장 먼저 해야 되는 것. 무료 베스트든 유로 베스트든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글을 찾아서 읽어보세요. 읽다 보면 공통점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댓글들이 많은 회차가 존재하겠죠. 그 부분들을 주의 깊게 보세요. 독자들이 가장 큰 대리 만족을 느끼는 부분이니.”
“다독을 하라는 얘기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독자로서 소설을 읽는 것과 작가가 되어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조사하면서 읽는 것. 두 가지 차이는 엄청나거든요. 독자로서 소설을 하루에 열 권 읽던 사람들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설을 읽지 않기 시작한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그거예요. 재미없다고, 또는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노력을 해야 돼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앞으로 일주일간은 글을 읽는 데 집중하세요. 그리고 기록하세요. 그 작가들은 한 회차에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알겠습니다.”
“힘들 거예요. 조사하면서 읽는 소설은 취미가 아닌 일이니까요.”
내가 소설을 읽는 데 지루함을 느낄까 걱정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막내 작가님은 잘 모르나 보다.
전생에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내가 했던 노력들을.
얼마나 지독하게 살아왔고 그 삶 중에 재미로 했던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오랜만에 독해져야겠군…….’
과거로 돌아와서 한 번도 독하게 무언가에 매달린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과거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재밌겠다는 생각과 기대감이 동시에 들었다.
* * *
박제환 작가를 바라보는 막내 작가.
‘지독하네…….’
소설을 읽고 있는 박제환 작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나와 같이 똑같이 느낄 거다.
처음 소설을 분석하고 읽어보라 한 지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동안 박제환 작가가 읽은 양은 내가 분석에 집중했을 때보다 열 배에 가까운 양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독자로 있을 때야 자신이 좋아하는 글이기에, 저렇게 집중하는 것도 이해가 갈 수 있다.
그 소설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른 거일 테니.
하지만 박제환 작가가 읽고 있는 소설들은 박제환 작가의 취향이 아닌, 철저히 일반인들에게 인기 있는 소설들만 고른 거다.
일반인들조차 저런 광범위한 범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저래서 성공한 건가?’
박제환 작가가 동성 그룹에서 나와 JH 그룹이 성공한 이유.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비단 장르 소설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조차 저 정도로 노력한다면 성공하는 게 당연했다.
‘거기에 재능도 뛰어나다…….’
박제환 작가가 소설을 읽으면서, 분석을 정리한 파일.
그 파일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가 어떠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독자들은 어느 부분에서 재미를 느꼈는지, 지금 보여진 것들이 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단 하나도 흘리지 않고, 적어 놓은 게 보였다.
저 정도로 찾아낼 수 있다는 건, 공부만 이루어진다면 모두 자신의 소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글을 썼을 때도 웹소설 업계를 대표할 정도의 글을 쓴 게 박제환 작가다.
지금처럼 공부해서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그 글을 누구보다 내가 먼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분석은 여기까지다…….’
애초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집중하는 걸 확인했기에 분석은 이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이제는 다음으로 넘어갈 차례.
“작가님, 소설을 읽는 건 이 정도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작가님?”
“…….”
아무리 불러도 들려오지 않은 대답.
그만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작가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재능.
집중력.
그런 집중력조차 남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고 생각하니, 저 재능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흔들흔들―
“작가님…….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집중하고 있었네요. 제가 조금만 집중하면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거든요.”
“…….”
무덤덤하게 내뱉는 말.
다시 한번 작가님이 가진 집중력에 감탄이 나올 것만 같았다.
‘저 사람은 자신이 축복받았다는 건 알고 있을까?’
작가라면 모두가 가지고 싶어 하는 집중력.
누구보다 앞서나가는 집중력을 가진 작가님은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고 있으려나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