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77화 (77/175)

77화

* * *

“그룹에 필요한 사옥들은 각 회사 사장들을 만나, 취향껏 전부 구한 상태입니다. 본사는 회장님의 말씀대로 신설을 계획하고 있고요.”

“배터리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

“미국 정부가 티슬라에게 10퍼센트를 양도받아서 미국이 10퍼센트, 티슬라가 10퍼센트, 저희가 80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게 됐습니다.”

“다행히 이야기가 잘됐나 보군요.”

“그렇지 않아도 티슬라의 CEO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파급력이 있는 물건이었으니까요.”

한 달 동안의 성과를 보고받는 박제환.

그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물들을 달성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JH 인베스트먼트.

조 단위의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숫자가 두 자릿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JH 자동차.

티슬라와 계약만 맺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약을 넘어 관계적 우위에 섰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JH 중공업의 경우 아직 완성된 회사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무난한 방법으로 큰아버지에게 양보받을 수 있었다.

그 어떤 회사도 생각 이하의 성과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 모집 공고를 통해 JH 그룹이 국민들에게 대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누구나 아는 대기업인 대현 그룹보다 10퍼센트를 높게 측정했으니, 어쩌면 당연하겠군요.”

“맞습니다. 아무래도 급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물론 JH 배터리의 본사를 미국에 두는 것 때문에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죠. 한국에 본사를 두면, 대현 그룹과 얽혀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할 줄 모르니까.”

“저 역시 본사는 미국에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대현 그룹에게 한 방 먹였다고 하지만 그간 한국에 존재해 온 재벌들의 카르텔을 생각하면, 더러운 수작을 부릴 확률이 높으니까요.”

비서실장님 말이 정확했다.

이번에 대현 자동차에게 큰 한 방을 먹였지만, 말 그대로 한 방밖에 되지 않았다.

이걸로 대현 그룹이 망할 일도 없거니와 그간 관계를 맺어온 정·재계 인물들을 이용하면, 이제 막 출발하는 JH 그룹도 위험할 수 있었기에 암묵적으로 1년간의 시간 동안 유예 기간을 둔 거나 다름없었다.

‘한 방이라도 먹여서 다행이군.’

만약 형찬 씨가 연구한 배터리가 제때 완성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도 만들기 힘들었을 거다.

그리고 앞에 있는 비서실장님.

비서실장님이 나오면서 무기를 챙기지 않았다면, 더더욱 관련인들에게 복수하기 힘들었을 테고.

다시금 현 상황을 생각하니, 모든 게 맞아떨어지던 상황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JH 그룹에 아쉬운 점이 여럿 존재하고 있습니다.”

“실물이 없다는 거겠죠?”

“맞습니다. 자동차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고, 배터리도 해결된 상황이지만 확실한 모델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배터리도 공장을 세우고 있을 뿐, 대중들이 실물을 본 적이 없고요.”

“최소 1년은 있어야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새로 시작하는 그룹이다 보니 일어난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그룹이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이뤄낸 거다.

아무런 형체도 없는 결과물들을 가지고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독점해 온 대현 자동차에게 형식적이나마 판전승을 가져왔지 않은가.

앞으로 진짜 전쟁은 1년 뒤에 시작하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잠시의 승리로 자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망하고, 성장 가능성 있는 그룹을 말하라 하면 누구나 JH 그룹을 뽑을 겁니다.”

“그건 다행이군요.”

“앞으로 회장님은 어떻게 운영해 가실 생각이십니까.”

“이 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저는 사업가 박제환 보다 작가 박제환으로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 말씀은…….”

“JH 그룹을 유지하는 건 비서실장님이 대부분 움직여야 된다는 말과 같죠. 물론 중간중간 지시를 내리고, 그에 맞는 보고도 받을 생각입니다.”

“회장님이 만들어 놓은 JH 그룹에 흠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각 회사가 잘해 나가고 있으니, 비서실장님은 중간에 계속 움직여서 상황을 조율해 주시는 역할을 하면 될 것 같군요.”

앞으로 1년간은 내가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 말은 1년 동안은 앞에 비서실장님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일임해도 된다는 말.

한 달 동안 일에 집중한 만큼, 다시금 세 번째 작을 집필하고 싶다는 욕구가 넘치고 있었다.

“비서실장님이 사옥들과 공장들, 그리고 JH 자동차에서 슬슬 나올 콘셉트 카 등. 많은 일정을 조율해서 제가 꼭 필요하다 싶은 일들은 말씀해 주시면, 그때는 제가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예, 회장님.”

“2017년은 이렇게 지나가겠지만, 2018년의 절반이 지나가면 또다시 바쁜 한 해를 보내야 될 겁니다. 그때를 위한 잠시간의 휴식이라고 생각하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2018년 7월.

이때부터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사업가들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기였다.

사업가 중에서 나라는 사람도 빠져나갈 수 없었고, 그에 맞추다 보면 글에 양보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게 뻔했다.

그런 만큼, 그전까지만이라도 글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덤으로 무협을 써서, 중국에 대한 영향력이 생기면 좋고.’

물론 잘 안 될 확률이 높았다. 이전 두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운과 시기가 적절히 맞아떨어졌을 뿐, 내 실력이라고 생각하기도 애매했다.

단지, 이번에도 운과 시기, 모든 게 맞아떨어져 중국에서도 영향력이 생기면 좋겠다는 약간의 희망만 품고 있을 뿐이다.

분명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되면 양쪽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향력이 필요할 거다.

미국은 티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터가 어느 정도 해결 방안이 돼 주겠지만, 중국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번 작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어느 정도 그간의 성과에 대한 생각을 마친 나는 비서실장님에게 2017년을 잘 부탁한다고 전달하고는 사업가 박제환에서 작가 박제환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역시 쉬운 건 없는 건가?”

세 번째 작을 집필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박제환.

역시 쉬운 건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작을 쓸 때는 딱히 어려움이 없던 것 같다. 그만큼 내 안에서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았고, 관련 주제가 범람하기 전이었으니.

또한 시기적으로 생각해도 전생에 봤던 내용들을 내가 먼저 풀어낼 수 있었다.

두 번째 작 역시 마찬가지.

두 번째 작의 스토리를 내가 생각하기보다는 전생에 있었던 일들을 이용해 약간의 웹소설 형식을 가미한 게 전부였다.

‘흥행 요소도 명확했어.’

첫 번째 작인 흥행한 이유.

헌터물이란 주제가 범람하기 전이었기에 신선함을 느끼고, 작품을 찾아온 사람이 많았을 거다.

두 번째 작의 흥행 이유.

전생에 겪었던 경영 지식들을 풀면서, 사람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세 번째 작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

온전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내가 스토리를 직접 만들어 가야 되며, 그 안에 익숙하지 않은 무협의 용어를 쓰고 재미까지 찾아가야 된다.

더군다나 내 필력이 사람들에게 잘 통할까 하는 걱정이 같이 들면서, 높아진 기준에 나 스스로 확신이 서질 않았다.

‘좀 더 쉬어야 되나?’

전생에 무협물을 많이 봤었지만, 그에 관해 연구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부분에서 독자들이 재밌다는 생각을 느끼고, 어떤 주인공을 설정해야 중국의 사람까지 매료시킬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필명을 갈고 도전해 봐?’

많은 생각들이 들기 시작한다.

필명을 갈고 한번 도전해 볼지.

그것도 아니면 나 스스로만 만족할 글을 쓸지.

이렇게 생각하니 두 작품을 쓸 때 내가 얼마나 운과 시기가 겹쳤는지 알 수 있었다.

집필할 때 당시, 나는 독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주제를 생각하고, 독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부분을 생각하며 글을 쓰기보다는 나 스스로 재밌고 만족스러운 글을 쓰는 데 집중했었다.

‘그런 작품들이 큰 성공을 거뒀으니…….’

그래서인지 부담감과 함께 많은 걱정들이 펜을 들게 하는 데 망설임으로 다가왔다.

이런 식이면 세 번째 작의 첫 글자조차 적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감으로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이때까지 작품을 쓸 때, 전문적인 지식들 보다는 감으로 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음악이나 영상들이 감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를 많이 봤다.

그게 오래 지속됐나?

세기에 한 번 등장하는 천재들이 아니면 금방 뒤처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

아니,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들도 처음 성공 뒤에 큰 노력을 하여 다시금 성공한 게 대부분이다.

‘내가 천재인가?’

그렇지 않다.

전생에 경험과 전생에 유행했었던 트렌드를 읽고 성공했을 뿐, 천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 작가로서 기본을 공부해야겠다.

마음을 정한 나는 세 번째 작의 집필을 잠시 뒤로 미루며,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 작가님, 무슨 일이세요?! 혹시 세 번째 작 집필에 대한 이야기입니까?

“…사실 세 번째 작에 대한 건 맞지만, 좋은 소식보다는 곤란함을 겪고 있어서 의견을 구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 의견이요……? 일단 들어보고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최대한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때까지 썼던 작품들이 성공한 원인을 제대로 모르겠어요. 제가 글을 잘 써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설정이 좋아서인지……. 그리고 독자들이 어느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 건지도 감이 안 잡혀요.”

- 이렇게 보니 작가님도 사람이었네요. 사실 양질의 작품을 집필하면서 사업마저 성공하는 걸 보고 작가님을 나랑 같은 사람으로 봐야 되는 건가 헷갈렸거든요.

“…….”

- 사실 대부분의 작가님들도 똑같은 경험을 하세요. 두 번째 작까지는 고민 없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막힘없이 성공적으로 완결까지 가시거든요. 물론 다른 작가님들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공한 작가님들도 많으세요.

성과의 차이가 있을 뿐,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한 작가들이 많았나 보다.

“저랑 비슷하네요.”

- 뭐……. 성공의 차이가 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그런 작가님들 대부분이 세 번째 작품을 시작하는 데 벽을 마주한다고 해요.

“벽이요?”

- 네. 두 번째 작까지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쓰고 싶었던 것들을 대부분 소비하게 되면서 세 번째 작에서 사용할 스토리가 사라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두 번째 작을 집필하면서 높아진 눈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필력보다 눈이 높아져서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팀장님의 말을 들으니, 나도 눈이 높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나만 만족하면 됐었다.

이 정도만 해도 재밌다는 생각이 가득했었고.

지금은 독자들에게 최고의 재미를 주고 싶다는 생각과 모든 사람을 매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작가님 바쁘실까 봐 얘기 안 드렸는데, 마침 작가님도 고민하고 싶다고 하니 말할 수 있겠네요. 이번에 엔터 출판사에 JW 출판사가 합쳐지면서 소속 작가님들을 초대하려고 하거든요. 작가들의 밤이라는 주제로. 많은 작가님이 오시기로 약속했는데 혹시 관심 있으시면, 작가님도 오셔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

집필의 곤란함을 겪고 있는 나에게 넌지시 제안하는 팀장님.

지금 상황에 너무 간절한 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참석할게요. 날짜 알려주시면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시에 전생부터 재밌게 읽은 작품의 작가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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