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59화 (59/175)

59화

* * *

일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있던가?

이번에 진행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성과를 드러내면서, 시간이 어느덧 2017년의 설날을 앞두고 있었다.

JH 자동차가 티슬라와 만남을 가진 지 약 3개월이 지난 시점.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생보다 임기가 4개월은 당겨졌다.’

전생에서 새로운 정부는 5월에 정권의 시작을 알렸었다.

이것조차 그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7개월이나 앞당겨진 시기.

이번 생은 내가 나서서, 나비효과가 발생해서일까?

전생보다 4개월이나 앞당겨진 시기에 새로운 정부의 시작을 알렸다.

그사이에 있던 미국 대선.

미국 대선은 전생과 똑같은 과정으로 흘러갔고, 결과 역시 전생과 다름이 없는 공화당이 정권을 가져갔다.

즉, 이번에 진행하던 투자도 마무리됐다는 얘기.

전생보다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서인지, 이전에 예상했던 수익률. 그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동성 그룹도 큰 이득을 얻었다.’

이번에 연줄을 만들어 놓은 검사.

당연하게도 전 대통령의 비리를 조사하면서 큰 성과들을 낼 수 있었고, 전생처럼 이번 정권의 검찰총장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번에 결과는 동성 그룹에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 거다.

일을 진행하면서 민주당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동성 그룹은 이번 정권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검사의 뒤를 봐주기 때문에 다음 정권까지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을 테다.

시간이 지나 그간의 결과물을 생각하니 만족스러운 감정이 느껴졌다.

내가 계획했던 일 중에 뭐 하나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은 게 없었다.

오히려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까지 했다.

“알려야 될 때인가?”

이제는 이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동시에 대현 그룹에 다시 한번 경쟁 상대임을 각인시켜줘야겠다.

‘유례없는 그룹의 출범식인가.’

대한민국에서… 아니,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그룹의 출범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얻어 낸 성과.

불과 1년이란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단 1년이란 시간 만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재벌이 탄생하게 되는 거다.

그것도 대기업 중의 대기업만 도전할 수 있다는 금융과 자동차 업계.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JH 그룹이 증시에 풀리기만을 기다릴 거다.

‘물론 그럴 생각은 없지만.’

아직까지 JH 그룹의 현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2018년까지 생각하면 굳이 증시에 풀어서 돈을 나눌 이유가 없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거에 대한 욕심이 그 어떤 감정보다 큰 걸로 알고 있다.

너무나도 매혹적인 회사. 그러나 가질 수 없는 회사.

이 두 가지가 사람들을 또 한 번 열광시킨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일이다.’

내일이면 국민들에게 성과에 대한 축하를 받는 날.

KBK 방송국에서 앞에 있던 성과를 알리는 날이었다.

내일은 이번에 일을 진행하면서 고생한 사람들과 다 같이 모이기로 한 날이기에 더욱 기쁜 감정이 들었다.

‘최고의 안주인가?’

그 어느 안주보다 최고의 안주가 될 거라는 생각에 한시 빨리 내일의 그 자리가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다음 날.

오늘 있는 약속이 익숙지 않아서일까? 조금은 긴장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인맥 관리가 아닌, 순수한 친분으로 남이 이사 가는 걸 축하하러 가는 지금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적응하자.’

그렇다고 이 자리가 불편하냐?

그것도 아닌 게, 어제부터 오늘만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서 오는 낯섦이지 전혀 불편하거나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지이잉―

오늘 있을 집들이를 생각하며, 나갈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

‘웬일이지?’

다음 주가 설날이어서일까?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 받았습니다.”

- 뭐 하고 있느냐.

“오늘 약속이 있어서 챙기고 있었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린 게냐. 오늘 방송이 있는데, 어딜 간단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약속 장소에서 다 같이 방송을 보기로 했습니다.”

- 혹시 제환이 네가 말 한 그 사람들인 게야?

“맞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고생해서 나온 성과였기에 다 같이 모여 방송을 시청하기로 했습니다.”

- 잘했구나. 그런 사람들을 놓치면 안 된다. 제환이 네가 뛰어나기에 가능한 것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만큼의 성과는 어려웠을 게야. 그래도 방송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

“…네, 알겠습니다.”

- 그럼 방송 끝나고, 명절날 이야기 나누도록 하자꾸나.

계속해서 방송을 꼭 챙겨보라며, 신신당부하시는 할아버지.

도대체 왜 그러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어차피 다 같이 모여서 방송을 볼 생각이었기에 의문을 드러내지 않고, 알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곧 약속 시간이네…….’

할아버지와 전화를 끊고, 외출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약속 시간이 다가왔다.

그와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은 내가 준비한 선물을 받고 좋아해 줄까?

내가 과한 선물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다들 좋아해 줄 거라는 마음도 알고 있었고, 그것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되었기에 괜찮겠다고 생각하며, 이사 간 형찬 씨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형찬 씨의 집 앞.

약속 시간 5분 전.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한 것 같았다.

그래도 조금 서둘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에 빠른 걸음으로 형찬 씨 집 앞에 도착하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두 명의 남자가 보였다.

“형님, 제시간에 오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곧 올 것 같아서 이짝 형님이랑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혹시 이런 자리가 낯설게 느끼실 수도 있어, 화장지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집들이에는 이런 거 하나 가져가는 게 의미도 있고, 서로에게 부담이 가지 않거든요.”

“크……. 역시 민호 형님이 참 센스가 좋은 게, 지도 제 거는 챙겼지만 서도 형님 거까지는 생각 못 혔는디. 따봉입니다, 형님.”

“크흠……. 별거 아닙니다, 재성 씨. 사회인에게는 기본이거든요.”

“아따, 그럼 형님이 기본도 못 했다는 거요?”

“…회장님의 기본은 제가 챙기면 되는 거니,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민호 씨. 이제 들어가도록 하죠.”

나를 위해 두루마리 휴지를 준비해 준 사장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는 모두 형찬 씨의 집으로 향했다.

벨을 누르니,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마 형찬 씨의 가족인 것 같았다.

- 누구세요!!

“아윤아, 삼촌이야. 민호 삼촌. 오늘 아윤이 아빠랑 약속 있어서 그러는데 문 좀 열어줄래?”

- 꺄!! 민호 삼촌이야?! 기다려 봐, 내가 금방 문 열어줄게!!

“…….”

그동안 형찬 씨와 오랜 시간 붙어 있으면서 집에도 자주 드나들어서일까?

형찬 씨의 가족과 일면식이 있는 듯, 자연스럽게 문 좀 열어 달라는 부탁을 건넨다.

딸깍―

“삼촌!! 왜 이러케 오랜만에 와써!! 아유니 안 보고 시펐어?”

“그럴 리가. 삼촌이 조금 바빴네.”

“흐메!! 귀여운 거. 뭔 놈의 아가 이리 귀엽대요. 자, 꼬맹아. 재성이 오빠 해봐. 김 재 성 오빠.”

“오빠? 오빠도 우리 아빠랑 같이 일하는 사라미야?”

“그라제! 오늘부터 뗄레야 뗄 수 없는, 피만 이어져 있지 않은 가족 이제.”

“그럼 오빠랑 나도 가족이야?”

“그것도 맞제! 오늘부터 우리 공주님이랑 가족 할까?”

“좋아!!”

나만 남겨두고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

왠지 모르겠지만, 나도 저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 좋지 않은 부부 사이 때문에 가져 본 적이 없는 아이여서일까?

너무 귀엽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들 들어오십시오.”

“아빠!! 우리 가족 하기로 했다? 갑자기 가족이 하나… 둘… 맞아!! 다섯 명이 됐어!!”

“…….”

형찬 씨가 나오자 웃으며 가족이 생겼다는 아이.

다들 들어가는 걸 지켜보며, 방금 들려온 말을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형찬 씨의 가족은 총 세 명.

그리고 방금 현관에 있었던 사람 또한 세 명.

하지만 아이가 말했던 숫자는 다섯 명.

우리 중에 누군가 한 명이 빠졌단 걸 알 수 있었다.

‘높은 확률로 나겠군…….’

뭔가 묘한 감정을 느낀 나는 뒤 늦게 집 안으로 들어가며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한 단어를 상기시켰다.

‘하나… 둘… 다섯. 하나… 둘… 다섯.’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섯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이것들 좀 드세요. 간이 잘 됐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준비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도록 할게요.”

“아따, 때깔 고운 거 봐라. 형수님 맛있게 먹을게요.”

방송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

미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리에게 형찬 씨의 아내 되는 분이 간식을 가져다주셨다.

다들 밥을 먹고 왔지만, 시간이 흘러서 조금 배가 꺼져서일까? 준비하신 요리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아 참, 형님 제가 이사 갔다 해서 선물 좀 샀는디, 이게 맘에 드실지는 잘 모르겄네요. 우리 형님에게는 롤렉스 시계!! 제가 성공하면 갖고 싶던 거고요, 우리 형수님에게는 까르띠에 팔찌!! 이것 또한 여자 친구 생기면 주고 싶던 거거든요.”

“오빠!! 아유니 꺼는 업써!!?”

“아따 뭔 말이데. 당연히 우리 아유니 꺼도 이쁜 걸로 하나 샀제. 자 우리 아유니 가방하고 인형!! 이것도 명품인 께 우리 아유니 학교 다녀도 어깨는 필 수 있을 거여.”

“이런 걸 다……. 이거 가격들이 너무 고가라, 쉽게 받기가 힘드네요…….”

“아따 형수님 걱정 말더라고요. 이번에 성과를 내서 이짝에 있는 회장 형님이 성과금을 제대로 줬당께요? 좀 이따 방송에 나오는 금액 보세요. 그 금액에 1퍼센트를 제가 가져갔응께.”

다들 이번에 성과금을 두둑이 받아서일까?

재성 씨 말고도 사장님 또한 비싼 값을 자랑하는 선물을 준비해 왔다.

아마 두 명 선물 가격을 생각하면, 미리 말을 나눈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비슷한 금액대가 나오기는 힘들 테니.

“아저씨!! 아저씨는 선물 안 줘도 돼요!!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 이 집도 아저씨가 해줬다고 해써요!! 그러니까 감사합니다!!”

“…….”

다른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아윤이가 내가 머뭇거리고 있자 다가와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아… 저… 씨…….’

머릿속에 있던 다섯 명이라는 글자를 잊을 때쯤 새로운 세 글자가 내 머릿속에 각인 됐다.

다들 오빠 아니면 삼촌인데, 나는 아저씨…….

전생을 포함해서 이 정도로 소외감을 느낀 건 처음인 것 같았다.

“회장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비싼 선물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성과를 내기 전인데도 흔쾌히 집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형찬 씨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이번에 받은 지분도 저와 함께해 달라는 뇌물이니, 절대 다른 데로 갈 생각하지 마세요.”

“물론입니다! 지분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이 5퍼센트지, 그 정도면…….”

이번에 성과가 마무리되고, 나는 세 명에게 각각 지분을 건넸다.

형찬 씨에게는 JH 자동차 지분의 5퍼센트를.

재성 씨에게는 JH 인베스트먼트 지분의 5퍼센트를.

사장님에게는 JH 홀딩스 지분의 2퍼센트를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이전보다 더욱 의욕을 가지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말을 전해온 상태였다.

지이잉―

‘도착했나?’

방송을 기다리며, 서로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드디어 도착했나 보다.

내가 준비한 선물이.

이번에 형찬 씨에게 무슨 선물을 건넬까 하다가, 이왕 선물하는 거 세 명 모두에게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 집도 어떻게 보면 선물이겠지만, 집들이를 왔는데 혼자 빈손은 조금 그렇지 않은가.

“전화 받았습니다.”

- 회장님, 차량이 도착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어디에 계실까요?

“5분 뒤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으며, 바깥을 바라보니 준비한 선물들이 도착해 있는 게 보였다.

5분 뒤에 도착하겠다는 말을 전하며, 전화를 끊자 나에게 모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집들이 선물이 도착한 것 같군요. 세 분 다 고생하신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선물이 조금이나마 보상이 됐으면 좋겠군요.”

내 말을 듣고,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사람들.

다들 선물을 확인하고는 입을 벌리며, 놀라는 게 보였다.

“롤스로이스와 벤츠 마이바흐, 벤틀리를 준비했습니다. 각자 취향에 맞는 차를 고르시면 될 것 같아요.”

“이게 다 무슨…….”

“자동차 회사가 성과를 냈는데, 그에 맞는 성과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물론 우리 회사 차가 아니지만, 목표로 하기에는 충분한 차들이잖아요.”

선물을 확인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보람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비용적인 면보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한 게 기억나서, 더욱 뿌듯한 감정이 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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