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51화 (51/175)

51화

* * *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집 밖에 나가 대통령의 하야를 외친 지 일주일.

이제는 사람들도 변화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 거라는 식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움직임이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까?

더욱 거대해진 규모에 자신도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좋은 흐름이다.’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현 상황.

더할 나위 없이 상황이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몇몇만 참여해 한산하던 처음과는 다르게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경찰들이 나서서 통제하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날 정도의 규모로 변했다.

가만히 지켜본다면 더욱더 규모가 커질 거라는 건 당연한 사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은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더 큰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언제나 대중의 불만에는 무관심이 제일 효과적이었다. 실제로도 이전에는 대응하는 것보다 무관심으로 일관해, 효과를 볼 때가 많았고.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이대로 무관심으로 지속된다면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더 커져만 갈 거고, 곧 분노는 어두운 한국을 밝히기 위한 사람들의 촛불로 변해 갈 테다.

‘계속해서 무관심으로 일관해라.’

슬슬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현 정권하에 몸을 사리던 언론들도 대세가 변했다고 생각했는지, 한둘씩 지금의 여론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인정했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이게 시작일 뿐이지.”

전생을 경험한 나는 잘 알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는 걸.

지금은 광화문만 촛불을 통해 빛나고 있을 뿐이다.

원래 불이라는 것이 초반에 진압하지 못한다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리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초반에 진압하지 못한 촛불은 점차 커져 나가서 서울을 잡아 삼킬 것이며, 더욱 커진 불길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타오르게 만들 거다.

그때도 대통령이 지금처럼 무관심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장담한다. 그때 가서는 무시로만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현재의 변화를 기분 좋게 바라보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글로써 사람들을 힘 나게 하는 그런 일.

이제는 작중에서도 촛불을 통해 변화를 보여주면 될 것 같다.

당신들의 손으로 한국이 변하고 있다고.

이 희망은 곧 현실의 희망으로 바뀌어 나갈 거다.

자신들도 소설 속의 국민들처럼 한국을 바꿔 나갈 수 있다고.

‘희망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야겠군.’

다음 내용을 결정한 나는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집필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의 변화가 동성 그룹의 박제환이 아닌, 작가 박제환으로서 이뤄냈다고 생각했기에 마지막까지 작가 박제환으로서 최선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 * *

청와대.

“대통령님, 아무래도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래서… 비서실장님은 저보고 하야라도 하라는 겁니까? 그렇게 되면 당신 목도 온전할 것 같나요?”

“그게 아닙니다, 대통령님. 뭐라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대로 지켜만 봤다가는 12년 전에 일어났던 탄핵 소추안이 또다시 발의될 수도 있습니다. 움직임도 심상치 않고요.”

“어허!! 비서실장님!! 어떻게 그런 망언을 입에 담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 대통령님을 지지하는 국민을 무시하는 겁니까?”

“하지만 국무총리님! 이대로 가다간 뭐라도 일이 날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님 말대로 12년 전에 일어났던 탄핵 소추안 발의.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때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탄핵을 앞서 외치던 야당은 정치적 생명이 다하게 됐고, 국민들은 끝까지 대통령님을 지지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대통령님이 하야를 하라는 겁니까? 차라리 탄핵당하면 당했지, 하야는 무슨 망언이란 말입니까!!”

나의 옆에서 서로 다투기 시작한 두 명.

모르겠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될지.

이럴 때는 평상시와 같이 ‘그’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면 될 것 같다.

‘그전에 저 사람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임기 동안 뭔가 일을 진행하려고 하면, 사사건건 초를 쳤던 비서실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도 예전부터 말했던 게, 비서실장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이었다.

이참에 항상 초를 치는 비서실장의 권력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실장, 좀 쉬면서 머리 좀 식히도록 해요. 아무래도 야당과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저보고 하야를 하라는 건 제 잘못을 인정하라는 얘기 같네요. 저는 잘못한 게 단 하나도 없어요. 국민들의 결정으로 탄핵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정치로 인해 하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 대통령님…….”

“돌아가 보도록 하세요. 국무총리님은 남아서 현 사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죠.”

“대통령님!! 지금 이대로 놔두다간…….”

“어허!! 어서 나가도록 하십시오!! 대통령님의 말이 장난입니까?! 제가 옆에서 잘 말씀드릴 테니, 대통령님 말대로 비서실장님은 머리 좀 식히는 게 맞는 것 같군요.”

“…….”

국무총리님의 말을 듣고,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향하는 비서실장.

오히려 지금 상황이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눈엣가시 같던 그를 쫓아낼 수 있어서.

좀 더 빠르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좋겠지만, 마지막이나마 눈앞에서 치울 수 있어 다행인 것 같았다.

“국무총리님,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죠?”

“사실 비서실장님 말대로 무시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대통령님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지 않습니까.”

“…….”

“12년 전을 기억해 보십시오. 그때도 의원들이 억지로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키고 나서 어떻게 됐습니까? 국회의원들을 믿지 못한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정치적 생명을 끊어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때를 기억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쉽게 나서지 못할 겁니다.”

“그러다가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 어떻게 됩니까?”

“12년 전과 같이 국민들에게 역풍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광화문에 모여서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12년 전보다 적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이 나서려고 하겠습니까?”

12년 전. 지금과 같은 일이 있긴 했었다.

대통령이 한 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역풍을 불러왔던 그때가 말이다.

유명한 말 중에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분명 가결이 되더라도, 국무총리님 말대로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국민들이 심판을 해줄 거다.

나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정치인들에게 말이다.

‘신도 내 뒤에 있고…….’

신의 대리인인 그.

그가 나서서 기도를 해줄 거다.

그렇게 되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갈 터.

국무총리님 말대로 안심하고 있으면 될 것 같았다.

“그럼 국무총리님만 믿고 있겠어요.”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대통령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나가 보도록 해요.”

“예, 그럼.”

이야기를 마친 국무총리가 집무실 밖으로 향했다.

이제 이곳에 있는 건 나와 그, 단둘.

어서 이 불안함을 달래야겠다.

“정호 씨, 진짜 아무런 일도 없겠죠? 사실 요즘 들어 불안하긴 해요…….”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를 심판할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창조신님밖에 없어요. 지금까지 결과들을 보세요. 신이 알려주신 길을 걷다 보니, 이렇게 대통령 자리까지 앉게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기다리다 보면 아무 일 없듯 일상으로 돌아갈 거예요.”

“하… 알고 있는데 짜증이 나네요. 사실 국민을 움직인 건 정호 씨가 아닌 창조신님인데, 그런 것도 모르고 국정 농단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지고…….”

“이것 또한 신의 뜻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해요.”

“저도 사랑합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정호 씨의 품 안으로 파고드니, 걱정이 가시는 듯했다.

정호 씨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잘 모르는 내가 대통령 자리에 앉을 수 있던 건 필히 창조신님이 자신의 뜻을 대신 전할 사람을 나로 정한 게 틀림없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국정농단이라는 둥, 비리라는 둥, 민간인에 의해 국정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속상한 날이 너무나도 많았다.

언젠간 이 사실을 국민들 또한 알 수 있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기도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 * *

촛불 집회가 시작된 지 이 주일.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대통령에게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서일까?

광화문을 밝히던 촛불들이, 점차 늘어나더니 이제는 서울 전체를 밝히기 시작했다.

‘12년 전과 똑같이 흘러갈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

아주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다.

12년 전과는 흘러가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그때는 국민들의 생각을 듣고, 국회의원들이 움직였던 게 아니었다.

먼저 움직이고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느낌이 강했었다.

더군다나 그 시기에는 국회의원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였다.

‘내 소설도 한몫하고 말이지.’

어째서 대통령이 탄핵돼야 하는지 잘 몰랐던 12년과 다르게, 현재는 그 이유가 적나라하게 내 소설에 드러나 있다.

일반인들 또한 지금 현 사태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심각성을 느끼고 있을 정도.

심지어 댓글들을 확인하다 보면, 현 정권을 지지하던 사람조차 마음이 돌아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12년 전에는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국민들의 여론 조사로 기각이 70퍼센트가 넘은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조사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자신할 수 있다. 70퍼센트 이상이 찬성을 외칠 거라고.

이러한 사실을 나만 알고 있을까?

‘국민들의 여론을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정치인들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이미 야당은 자기들끼리 뜻을 합쳐서 탄핵 입장 표명을 내놓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정도면은 12년 전과 상황이 다르단 걸 알아야 했다.

12년 전, 야당이 억지로 탄핵을 외치다가 정치 생명이 끝나는 정치인이 여럿 발생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도, 야당이 탄핵안을 제출한다. 과연 12년 전과 똑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12년 전의 일을 겪을 그들이 그렇게 움직인 거라면, 계산이 끝났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현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증이 들었다.

전생과 같이 주변 아첨꾼들의 말을 듣고, 오히려 국민들과 의원들에게 호통을 칠까?

그렇지 않다면, 심각성을 느끼고 전생과 다르게 하야를 할까?

그게 뭐가 됐든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글이 통한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 확인한 거로 나의 소정의 목표는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뒤에 들어올 수익들.

그것들과 함께 일이 끝나고 나서 내 작품에 쏠릴 관심들.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이제는 뭐가 됐든 좋다는 입장으로 변했다.

‘좀 더 발버둥 치면 좋겠네.’

내 글이 어디까지 통하나 대통령이 좀 더 발버둥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려울 거다. 이제는 내가 준비해 놓은 그물망이 점차 먹잇감을 조여 갈 시기.

발버둥 치다간 더욱 나락으로 떨어져 나갈 테다.

생각을 이어 가다 보니, 지금 흘러가는 상황이 너무나 만족스럽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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