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 * *
JW 출판사 사무실.
작가님 작품이 연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넘을 수만 없을 것 같던 첫 작의 성적을 갈아엎어 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작가님 소설만이 문제가 아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보기 위해, 평소 웹소설을 읽지도 않은 사람들까지 플랫폼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웹소설 시장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거나 마찬가지다.
‘웹소설 시장이 커질 수도 있겠는데?’
웹툰 시장도 스타 작가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시장 크기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지금의 작가님이 그런 스타들과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번 작품으로 웹소설을 보지 않던 사람들도 웹소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여기서 작가님 매출을 누군가가 집중적으로 다루면 어떻게 될까?’
한국 특성상 매출을 보고, 자신도 웹소설을 써 볼까 하는 사람이 생겨날 테고, 자연스럽게 시장의 크기가 커지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 요즘 돌아다니는 소문 들었어요?”
“소문? 그게 뭔데?”
작가님의 작품을 살펴보며 또 한 번의 성공에 감탄하고 있는데, 옆에서 김 대리가 소문을 들었냐는 말을 건네온다.
요즘 작가님 작품에만 빠져 있어서일까?
한 번도 소문이라고 할 만한 정보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팀장님이 모르는 거면 헛소문인가? 우리 출판사 인수될 수도 있다는데요?”
“인수된다고? 어디서 나도는 소문이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요즘 엔터 출판사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자주 오고 있기도 하고, 사장님도 뭔가 정리하는 느낌이 든다고, 그런 소문이 돌던데요?”
“엔터 출판사?”
김 대리가 말하는 엔터 출판사. 대기업을 뒤에 둔 자금력이 강한 출판사 중의 하나였다.
출판 업계에서 자금력만 따지면 1등이 아닐까 하는 회사였다.
그런 엔터 출판사가 우리 회사에는 무슨 일로 오고 가는 걸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작가님의 차기작을 계약하기 위해 많은 출판사가 만남을 요청했고, 모두 다 거절당한 상태로 알고 있다. 그 많은 출판사가 이런 엄청난 작품을 그냥 보고만 있을까?
작가님과 계약을 하지 못했다면, 그 출판사를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당장 이번 작품만 하더라도 엄청난 부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가님.
그런 작가님과 2차 저작권까지 계약한 우리 출판사를 자금력이 탄탄한 엔터 출판사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까?
커 나가는 우리 출판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신빙성 있는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아직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만약을 가정해서 출판사가 인수되면 어떻게 될까?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현실적인 걸림돌이 존재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박제환 작가님.
다른 사람들이 내 자리를 가로채기 위해 수많은 수작질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상황이 작가님에게 이득으로 돌아갈까? 그렇게만 된다면, 기분 좋게 담당자 교체 제안을 허락할 자신이 있었다.
‘그게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 앞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출판 업계에서 구른 피디가 잘나가는 작가님을 자기 입맛대로 바꾸기 위해, 귀찮게도 할 것이며 여러 수작질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기다려 봐. 내가 사장님하고 이야기하고 올 테니까.”
“크… 역시 우리 팀장님 정도 되니까 다이렉트로 물어볼 수 있네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 역시 이번에 사장님과 술자리를 가지며 친분을 쌓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찾아가 물어보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다행히 이번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사장님과 술자리를 가졌고, 지금처럼 찾아가서 질문을 던질 정도의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지금 들려오는 소문의 진위 여부를 당장 확인해 봐야겠다고 결정하고는 사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4권을 집필하고 있는 박제환.
4권을 집필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곧 있으면 4권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이번 작품의 반응을 확인하는데, 첫 작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그전에는 작품을 좋아할지언정, 나라는 작가를 찾는 사람을 많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증이 됐다고 생각해서일까?
케이블 방송국 작가들에게도 많은 쪽지가 왔었다.
아직은 언론에 노출되고 싶지 않은 나는 모든 요청을 거부하고 글을 쓰는 데 집중했다.
지이잉―
글을 쓰느라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걸려 오는 전화.
요즘에는 연락이 오는 사람이 없었기에 팀장님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자주 연락해서일까? 인간적으로도 친근감이 든 나는 반가운 마음을 가지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 작가님…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십니까……?
전화를 받자 힘없는 목소리로 오늘 시간이 있냐고 질문하는 팀장님.
제일 먼저 궁금증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밝기만 하던 팀장님이 저런 목소리를 전화하신 걸까?
그다음으로는 일정을 살펴봤다. 일정을 살펴본 결과 오늘 시간이 괜찮다는 결론이 나왔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시간이야 괜찮습니다.”
- 만나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오늘 작가님과 술 한잔하고 싶네요.
“술 말입니까?”
전생이었다면 칼같이 거부했을 거다.
어디까지나 팀장님과 나의 관계는 비즈니스로 이루어진 관계. 당연히 술자리에서 어떤 실수가 생길지 모르는 만큼, 곧바로 거절했을 요청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팀장님이 나에게 해왔던 행동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전생에 어떠한 이득을 얻기 위해 관계를 맺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진심으로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내가 만들어 가는 세계를 좋아해 주던 사람.
어떤 사심을 갖지 않고 나를 대했기 때문일까? 나 역시 팀장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긍정의 답변을 건넸다.
“두 시간 뒤에 보는 걸로 하죠. 장소를 찍어서 보내주시면 거기로 가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작가님. 그럼 두 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십쇼. 어려운 상황일수록 힘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은 팀장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토록 밝던 사람이 침울해 있을까?
아니, 침울하기보단 뭔가 미안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나에게 미안할 일이 생긴 걸까?
괜스레 걱정되기 시작한 나는 두 시간 뒤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만약 내 힘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강남 쪽에 위치해 있는 술집.
술집 안으로 들어가니 나를 기다리며, 미리 술 한잔하고 있는 팀장님이 보였다.
왠지 그의 어깨가 축 처져 있는 거 같았다.
무슨 일이길래 아직까지 침울해 있는 걸까?
궁금증이 들었다.
“아, 작가님. 오셨어요?”
“같이 술 드시지, 왜 미리 한잔하고 계십니까.”
“죄송해요…….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작가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일단 저도 한잔 따라주시죠.”
팀장님 혼자 술 마시는 게 마음에 걸린 나는 자리에 앉아 잔을 내밀며, 팀장님이 따라준 술잔을 들었다.
짠―
꿀꺽―
“크… 술이 쓰네요…….”
“이제 이야기 좀 들어보기로 하죠. 왜 그렇게 침울해하고 있으십니까.”
“하… 작가님. 저희 출판사가 아무래도 다른 곳에 인수될 것 같네요.”
“인수된다고요?”
“네……. 사장님은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직원들을 다독이더군요. 맞아요. 직원들도 어떻게 보면 직장의 규모가 커진 거니까 좋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마냥 좋아할 수는 없더라고요.”
“왜죠?”
출판사가 인수됐다는 말은 나 역시 마냥 좋아할 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 출판사에 남아 있는 게 팀장님과의 관계가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데, 인수가 됐다는 건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긴다는 얘기니까.
내 의견에 앞서 팀장님의 의견도 듣고 싶었기에, 왜냐는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 담당자가 교체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한마디로 저는 다른 작가님을 맡아야 된다는 얘기죠. 저는 좋아요. 만약 바뀌어서 작가님에게 이득이 간다면 말이죠.”
“불이익이라도 있다는 얘깁니까?”
“아직은 모르는 거죠. 하지만 작가님 담당으로 오는 사람이 업계에서 평판이 좋지 않아요. 대기업을 뒤에 둔 출판사 사장의 아들이거든요. 능력 있는 작가를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꾼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게 작가님한테도 영향이 갈까 너무 미안해서 제정신으로 작가님에게 이 소식을 전할 수가 없겠네요…….”
“그 출판사가 어디죠?”
“엔터 출판사라고 이 업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출판사 중의 하나입니다.”
엔터 출판사.
이번 차기작을 계약하기 전 가장 마지막에 만났던 출판사다.
팀장님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자신이 제시하는 조건을 마음에 들지 않아 떠나는 나에게 악담을 하던 그 남자.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그 남자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팀장님이 말하는 사장 아들이라는 남성이 그 남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나왔던 남성. 아무리 출판사를 등에 업은 직원이라도 작가와 계약 이야기하러 온 자리에 우위를 취하려고 하던 게 기억났다.
그냥 직원으로서는 하기 힘든 태도다. 그런 태도는 분명 실적에 영향이 있을 거고.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기억 난 나는 팀장님이 말한 사람이 그 남자일 거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제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작가가 담당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데 설마 고집이라도 부리겠습니까?”
“…저 역시 세상이 상식대로 흘러갔으면 좋겠군요. 힘들 겁니다. 그만큼 작가님을 괴롭힐 능력도 있고요. 아마 작가님 개인과 출판사라는 단체와 갈등이 일어나면, 가장 피해 보는 건 작가님일 겁니다.”
“…….”
“물론 출판사도 피해를 보겠죠. 하지만 그 피해를 만들기 위해서 작가님은 더한 출혈을 각오해야 될 겁니다. 이런 사태를 만들게 한 거부터가 너무 죄송하군요.”
“뭐… 그건 가 봐야 아는 얘기죠. 일단 오늘은 술이나 마시기로 하죠. 저는 괜찮으니 술자리나 즐깁시다.”
“…….”
출판사 사장의 아들이라는 사람.
한번 찾아가서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요구할 생각이다.
담당자를 바꾸지 말아 달라고.
만약 순수하게 내 요청에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출판사가 인수됐다고 해도 나와는 큰 상관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순간, 자신이 믿고 있는 배경 위에 더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줘야겠다.
그 사람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을 거다.
웹소설 작가라는 사람이 재벌가의 사람인지.
재벌가끼리 얼마나 많은 이해득실이 오가고, 그 안에 어떠한 관계가 형성되는지.
재벌가 사람들은 재벌이란 집단 안에서 서로 무수한 경쟁을 하며 자란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재벌이라는 집단 밖에서 그 소속을 건드리는 순간, 언제 싸웠냐는 듯 몽쳐서 그 사람에게 응징을 가한다.
‘경영에서 제외됐지만, 재벌가란 사실은 안 변한다.’
팀장님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게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재벌가임을 밝히고 싶지 않았기에, 내가 그를 만나보겠다는 말을 전한 뒤 오늘은 팀장님과의 술자리를 즐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