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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재벌-29화 (29/175)

29화

어떤 이득이 있느냐는 나의 말에 침을 삼키고, 긴장하기 시작하던 팀장님.

그렇게 몇 초가 지나고, 그가 한숨을 쉬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 결국 이 시간이 다가오고 말았군요.”

“어쩔 수 없죠. 저도 제 이득을 챙겨야 되니까.”

“그렇죠. 당연한 거죠……. 아는데 왜 이렇게 작가님하고 이야기하면 이렇게 떨릴까요? 다른 작가님들하고 계약 이야기를 나누면 이 정도로 긴장되진 않는데.”

“저를 좋게 봐주셔서, 놓치기 싫은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원래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사람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나 같은 경우는 회사를 오랫동안 경영하면서 각자의 이득을 챙기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과정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적은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조차 못 하고, 끌려다니는 게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결정하는 거다.

여기서 팀장님이 말하는 대로 수긍해서 객관적인 지표에도 못 미치는 계약을 한다면, 그만큼 자신의 가치도 내려가는 법.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이 즐겁다.

지금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

나라는 작가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가 확인할 수 있으니까.

“작가님도 아시겠지만, 전작이 큰 성공을 거두셨다 해도 차기작이 성공하리라 확신할 수는 없어요. 오히려 부담감 때문에 무너진 작가님들도 여러분 봤었고요.”

“부담감이라… 제가 부담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가요?”

“…확실히 그건 아닌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도 이쪽 시장의 시선은 냉정해요. 만약 전작에 못 미치는 작품이 나온다면, 오히려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늘어날 거예요.”

“그건 제가 감당해야 될 일이지요.”

“그래서 제가 제시하는 건 최소한의 보장을 위해서 원고를 확인하고, 계약 조건을 정하는 거예요. 사람들의 반응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제 안목에 자신이 있거든요.”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지금 팀장님이 말하는 방법이 가장 최선이기도 하고.

내가 여러 작품을 흥행시킨 대작가도 아니고, 글도 안 보여준 채 어떻게 계약을 이끌어가겠는가.

계약을 이끌기 위해선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채 좋은 조건을 양보해 달라는 건 애나 하는 짓이다. 더군다나 수익보다는 나 역시 객관적인 시선이 궁금했었다. 과연 두 번째 작을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까 하는 시선이.

팀장님의 안목은 그 부분에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에서 팀장님이 좋다고 한 부분은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지 않은가.

“오늘은 정확한 계약을 진행하기 어렵겠네요. 아무래도 두 번째 작을 써야 알 수 있으니까.”

“작가님 전작의 성적이 있으니까 그 점은 반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도 그런 조건을 바라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소용이 없을 것 같네요.”

“최소한의 성적을 바라고 글을 쓰면 안 쓰는 게 낫죠. 저는 어디까지나 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공감을 얻고, 재미를 주는지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역시 작가님 같은 분이 좋은 성적을 얻는 데는 이유가 있군요. 요즘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수익만을 바라보고 뛰어드는 사람 숫자가 엄청나게 늘었거든요,”

팀장님의 말대로 수익을 바라고 웹소설을 쓰는 사람도 많을 거다.

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다. 어쨌거나 웹소설이란 게 자신의 만족보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니. 수익을 바라지 않았다면, 웹소설보다는 문학을 쓰는 사람이 많았을 테고.

하지만 나는 웹소설을 쓰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즐거웠다. 그 안에서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 그것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들, 이 모든 게 즐겁게 느껴졌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스스로 즐겁게 생각했던 게 독자들에게까지 공감받았다는 점이 달랐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가들은 자신에게 재미가 없더라도,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부분을 쓰는 사람도 많이 있었으니.

“차기작 주제는 정하셨어요, 작가님?”

“주제는 이미 정했고, 플롯을 짜고 있습니다.”

“오… 혹시 주제가 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재벌들의 삶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그들이 주위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어떤 이득을 얻는지, 그런 글이요.”

“호… 이번에도 주제가 대중적이네요. 사실, 흔히 말하는 재벌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주제만 들어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최대한 이 안에서도 웹소설로써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많이 추가할 생각입니다.”

“괜히 들었네요. 작가님 글을 원고 때까지 기다려야 되다니……. 그것도 하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재벌물일 줄이야.”

다행히 내가 쓰려는 주제가 대중적인가 보다.

미래에 이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2016년인 지금도 대중적이란 말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다.

차기작 또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미래에 재벌물들을 읽으면 의아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재벌들은 착하지 않은데, 다 이득을 위해서 행동하는 건데.

이런 아쉬운 부분들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그럼 원고를 받고, 내부 회의를 걸쳐 계약 조건을 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은 조건을 만들어 볼게요.”

“저도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쓰도록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일어나는 걸로 하죠.”

“아, 제가 작가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네요. 이번에 말씀하신 부분, 한번 최대한 이용해서 작가님 작품이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오늘 자리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보죠.”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차기작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토리들.

한시라도 빨리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먼저 자리를 일어나자고 하는 게 실례일 수도 있지만,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조금이라도 온전할 때 글로 옮기고 싶다고 생각한 나는 팀장님에게 다음에 만나자는 말을 전했다.

어차피 원고를 보내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날 걸 서로가 잘 알고 있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인사를 하고는 각자의 길로 향했다.

* * *

작가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출판사로 돌아온 이철민 팀장.

이번에도 느끼는 거지만 작가님은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웹툰이 성공하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언급하면 흥분할 법도 한데,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곧바로 생각한다.

이게 과연 사회 초년생이 할 수 있는 일일까?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작가님들에게 매니지가 필요한 이유가 뭔가.

작가님들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그 외의 것들을 해결하고, 최대한의 이득으로 돌려주는 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그런 우리가 오히려 작가님에게 가르침을 받으니, 그 순간은 차마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건 그거고 작가님이 이왕 도와주신 거 내 성과로 만든다.’

언제까지 부끄럽기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작가님이 주신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서 최소한이라도 다음에 작가님을 뵐 때,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노력했다고. 우리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을 마친 나는 팀원들을 불러 모아 5분 뒤에 회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회의까지 남은 시간 5분.

작가님이 나에게 가르쳐줬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팀장님, 시간 다 됐습니다.”

어느새 회의 시간이 다 됐나 보다.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회의실에 다 앉아 있는 팀원들이 보인다.

“다들, 내가 작가님과 미팅을 하고 온 건 알고 있을 거야.”

“뭐라고 하십니까? 차기작 저희랑 하시겠대요?”

“그건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 일단 그 문제는 제쳐 두고 이번에 손흥만 선수 SNS에 작가님 작품이 거론됐던 거 기억나?”

“당연하죠. 그것 때문에 웹툰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잖아요. 계속해서 추가되는 독자님들도 적지 않던데요?”

“우리는 지금 그 상황을 이용해서 마케팅을 할 거야. 어떻게 보면 광고라고 할 수 있지.”

마케팅이란 말에 눈이 번쩍이기 시작하는 팀원들.

뭔가 깨달은 게 있나 보다.

그런 팀원들에게 작가님에게 들었던 방식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말을 전해 들은 팀원들은 하나같이 대박이 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왔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거일 테고.

“팀장님, 이거 곧바로 진행하죠? 혹시나 웹툰 팀에서 이거 생각하고 먼저 프로젝트 진행하면 배 아플 것 같네요.”

“안 그래도 사장님한테 말씀드리러 갈 테니까, 너희는 알아보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에 얼마의 예산이 투입되고 어떤 반응을 예상할 수 있을지.”

“바로 보고서 만들어 볼게요. 와… 진짜 저희 박제환 작가님 만난 게 신의 한 수인가 보네요. 사실 팀장님이 처음 조건을 내밀 때 조금 불안했었는데……. 역시 작품 보는 눈 하나는 최고십니다.”

“얼굴에 금칠하는 건 이번 프로젝트 성공시키고 해도 늦지 않다. 다들 움직이자.”

“예!!”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 나는 보고서를 만들라는 말을 전하고, 곧바로 사장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평상시였다면 보고를 드리고 찾아뵈는 게 맞지만, 지금은 급한 상황이었기에 연락을 드리자마자 사장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사장실 앞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니 들어오라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 것 같다.

작가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똑같은 일을 진행하더라도 서로 다른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작가님의 말을 되새긴 나는 지금 일이 최대한 나의 성과로 돌아올 수 있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돌아온 성과는 기필코 작가님에게 보답할 생각이다.

이번 차기작 조건.

성과를 통해, 입지가 올라가면 충분히 좋은 조건으로 보답할 수 있을 거다.

“사장님, 이철민 팀장입니다.”

“어, 그래. 무슨 일이야. 이번에 작가님 만난 게 잘 안됐어?”

“그 부분은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무조건 차기작 계약 따내야 될 거야. 지금 작가님 찾으러 가는 출판사 한둘 아니다. 무슨 일 있어도 계약 따내야 돼.”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마 다른 출판사에서 작가님을 따로 찾아갔나 보다. 이 말을 처음 듣는 나는 다시금 경각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지금의 작가님은 다른 출판사도 군침을 흘릴 만한 사람인 게 틀림없었으니.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한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서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프로젝트? 뭔데? 우리 이 팀장이 그런 것도 기획할 줄 알았어?”

이때까지 프로젝트에 대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한 적이 없어서일까?

프로젝트란 말에 의외란 표정을 지은 사장님이 무슨 프로젝트인지 물어왔다.

그런 사장님에게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것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호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사장님의 표정이 말이 이어질수록 흥미롭게 변하기 시작한다.

아마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나도 처음 작가님에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대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안 그래도 이 부분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진행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 이 팀장 웬일이야? 이러다 일까지 잘하면 조만간 승진하겠는데?”

“감사합니다. 어떻게 해야 지금 상황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여기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좋아, 이 팀장. 뭐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한번 진행해 봐. 이번 프로젝트 성공하면 우리 이 팀장 무슨 일이 있어도 승진시킨다.”

“……!!”

“그럼 열심히 해봐. 우리 이 팀장도 임원으로 올라올 준비 해야지.”

“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열심히 해보라며 응원을 말을 건네주신 사장님.

다시 한번 작가님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격려, 사장님에게 처음 들어보지 않는가.

늘 아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사장님의 표정이 오늘만큼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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