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 * *
다음 날.
오랜만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약속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카페에 나와 팀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설렘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팀장님이 말한 좋은 소식이 나의 글과 관련된 게 틀림없다는 생각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작가님! 도대체 언제부터 오신 거예요.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미리 와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어제 누가 전화로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서, 이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죠. 을의 입장인 제가 감수해야 되는 일인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이철민, 아주 큰 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장난입니다.”
“……”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진 팀장님이어서일까? 나도 모르게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장난을 진지하게 받은 팀장님이 기겁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자, 나 역시 장난이라는 말을 건넸다.
“무슨 장난을 그렇게 살벌하게 치십니까…….”
“이게 요즘 유머라고 하더군요.”
“작가님…….”
요즘 개그라는 말에 안쓰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팀장님.
도대체 왜 저런 시선을 보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팀장님이 개그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신개념인 듯하다.
그럴 수도 있는 게 나는 약 30년 미래를 살고 왔지 않은가.
“그것보다 무슨 소식 이길래, 그렇게 사람을 기대하도록 만드는 겁니까.”
“작가님 혹시 어제 웹툰 런칭된 거 확인하셨습니까?”
“…….”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내 작품을 원작으로 둔 웹툰이 런칭되는 날이었다.
최근에 씨앗 뿌리기에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억을 못 하고 있었나 보다.
“확인 안 하셨군요. 어제 웹툰이 런칭되자마자 곧바로 플랫폼 1위를 달성했습니다.”
“그 정도면 어느 정도이죠? 웹툰은 잘 몰라서…….”
“대박이라는 얘깁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박이라는 말을 전하는 팀장님.
문득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원래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올 정도로 웹툰은 반응이 빠른 시장인가?
웹소설은 런칭을 하고, 그래도 이틀은 넘어야 결과물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고작 하루 만에 대박이라고 말을 하는 팀장님을 보니, 궁금증이 느껴졌다.
“원래 웹툰은 그렇게 반응이 빨리 오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이제부터 좋은 소식 말하겠습니다. 놀라지 말고 들으십쇼. 무려 손흥만 선수가 작가님 작품에 팬이라고, 웹툰 런칭을 축하한다며 SNS에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아… 그래서 그렇군요.”
어째서 반응이 빠른가 하는 나의 질문에 손흥만 선수가 내 팬이어서 게시글을 올렸다고 답해 주는 팀장님.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하긴, 손흥만 선수 정도라면 그 정도 파급력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네?”
“잘 이해 못 하신 것 같은데, 손흥만 선수입니다. 그 축구 경기하는 손흥만 선수요.”
“잘 이해했습니다만?”
우리 대화에 뭔가 잘못된 게 있었을까?
제대로 이해한 나에게 재차 손흥만 선수라는 말을 전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기에 계속해서 손흥만 선수를 거론하는 걸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니, 국민의 슈퍼스타 손흥만 선수라니까요? 작가님은 놀랍지도 않으세요? 그런 사람이 작가님의 팬이라고요!!”
“아…….”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아마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가 안 통했던 것 같다.
팀장님에게 손흥만 선수는 자신과 다른 존재처럼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자라 온 환경이 다르니, 그렇게 놀라야 할 상황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재벌가에서 자라고, 나중에는 한 기업의 회장이 된 나에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은 광고를 진행하면서 흔히 만날 수 있던 사람이다.
오히려 그들이 나를 만나면 놀랐지, 내가 놀라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았다.
팀장님은 내가 재벌가인지 모르는 만큼, 당연히 놀라는 내 반응을 기대했나 보다.
그럼 기대에 조금이라도 보답해 주고 싶다 생각이 든 나는 놀란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거 정말 엄청나네요. 손흥만 선수가 저의 팬이라니. 참 놀라운데요?”
“…….”
나는 작가가 되기로 한 게 다행인 것 같다.
이렇게 연기를 못 하다니.
그렇다고 공감도 가지 않은 일을, 억지로 공감할 수 없기에 대화 주제를 돌렸다.
“팀장님이 가져온다는 좋은 소식은 그게 끝입니까?”
“아니, 이 정도면 놀랄 정도로 좋은 소식 아닙니까?”
역시나 아쉽다.
지금은 단지 그 상황을 좋아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 최대한의 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기인데 그저 놀라고 있다니.
“놀랄 게 아니라, 그 상황을 이용해서 최대한의 이득을 올려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손흥만 선수가 제 팬인 걸 이용해서 마케팅해야죠. 손흥만 선수가 광고 찍는데 얼마나 들 것 같습니까? 최소 억 단위예요. 그런 광고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데, 당연히 고민해야죠. 어떻게 이 상황을 이용할지.”
“…….”
내가 한 말에 무언가 깨달은 게 있었을까?
팀장님은 아차 한 표정을 짓더니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마케팅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되지 않은가.
“이번만큼은 제가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출판사에서 웹툰을 종이책으로 만들어 한정판을 제작하도록 하세요. 그걸 손흥만 선수에게 전달해 주는 거죠.”
“…….”
“그러면 손흥만 선수 팀 동료들이 궁금증을 가질 확률이 높겠죠? 이벤트로 각 팀원들의 언어로 번역해서 손흥만 선수에게 전달합니다. 그런 정성을 들인다면, 팀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관심이 없다고, 보지도 않은 채 책을 던질까요?”
“아니죠.”
“최소한 읽어보기라도 할 거예요. 만약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서 그 선수 또한 게시글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을 뚫을 수 있는 마케팅이 되는 거죠.”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끼던 건데,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거 이상으로 마케팅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제품들이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도, 마케팅만 잘 되면 갑작스럽게 판매율이 올라가는 경우도 많이 봤었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연예인들에게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금액을 주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이다.
그렇게 돈을 주고서도 많은 이익을 남기기 때문에.
지금 JW 출판사는 그런 마케팅을 공짜로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만약 돈을 주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려면,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써야 되는 상황.
그런 기회가 왔는데도 단순히 유명 인사가 언급만 했다고, 기뻐하는 게 내 입장에선 안타깝게 느껴졌다.
“제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군요…….”
“괜찮습니다. 이런 부분은 팀장님이 아닌 출판사 사장이 하는 거니까요. 팀장님은 이런 쪽으로 모르셔도 되지 않습니까.”
“…….”
“방금 말한 부분은 팀장님보다는 출판사 사장님께서 인지하고 있어야 될 문제입니다. 그런 표정 짓지 않으셔도 됩니다.”
“크흠… 작가님은 나이도 어리신데 제 말을 듣자마자 바로 여기까지 생각하신 겁니까? 매번 느끼는 건데, 작가님은 글을 쓰지 않아도, 뭐를 하든 성공했을 것 같아요.”
“그냥 공부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습니다.”
이 부분은 설명하기 힘들다. 팀장님에게 미래까지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얻은 지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에 작가님이 알려주신 걸 바탕으로 일을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해외를 개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 모르겠군요.”
“뭐든 기뻐하기보단 상황을 보세요. 자신이 큰 이득을 얻었다고 해도, 더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은 많이 있습니다. 마른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괜히 있는 말이 아닙니다.”
“한 수 배웠습니다. 분명 사장님께 전해 드리면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이 방법도 팀장님에게 최대한 이득이 가는 방향으로 진행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하나의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하면, 이 성과가 팀장님께 되지 않겠습니까.”
무슨 일을 진행하든, 방법에 따라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천차만별이다.
이 부분을 팀장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아무리 경영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기에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앞에 있는 사람은 나에게 많은 부분을 걸었던 사람이다.
인제 와서 생각해 보면 처음에 나에게 건넸던 조건들은 직장 생활 전부를 건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 뒤에 웹툰화를 진행하며 내건 조건들.
그것들 또한 많은 양보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에 고마움이 느껴진 나는 최대한 팀장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언을 건넸다.
이걸 자신의 걸로 만드는 것은 이제 팀장님의 역할인 만큼, 더 이상의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 뒤로도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어떤 일상을 지내고 있느냐로 시작해서, 혹시 작품을 진행하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등, 사적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점차 본론으로 넘어가야 함을 느꼈을까?
이야기의 흐름이 점차 변해 가는 게 느껴졌다.
아마 몇 마디가 지난다면 곧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도움을 받는 김에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팀장님.”
“작가님, 차기작은 생각하고 계시는지…….”
몇 마디 말을 나눈 이후에 내 예상대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팀장님.
마침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부터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이번 작품을 사람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첫 작은 우연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고민들 말이다.
안 그래도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있는 팀장님이라면 좋은 의견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윈윈인 상황이다.
나는 내 작품에 확신을.
팀장님은 전작의 성공으로 어느 정도 성적이 보장된 내 작품과의 계약을.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상황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오!! 그게 진짜입니까?! 무조건 저희와 가시죠!!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
역시 이 사람.
경영에는 소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는 최대한 덤덤하게 대화를 이어 나가야 했다.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주겠다는 저 말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하… 나중에 가르쳐 줘야겠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나 역시 계약에 임해야 되는 상황.
굳이 좋은 입장을 가지고 왔는데 팀장님의 단점을 지적하고자 내 이득을 포기할 리가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올해의 말을 대비해서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태.
이런 상황에서 양보해 줄 수 없기에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다른 출판사를 제외하고, JW 출판사를 고를 만한 메리트가 뭐가 있을까요.”
“…….”
나의 말을 듣고 침을 목으로 넘기는 팀장님.
그러게 왜 자처해서 약점을 만드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