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27화 (27/175)

27화

* * *

출판사 담당자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박제환.

집으로 돌아온 나는 출판사들과 만나서 느낀 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들은 나라는 작가에 매력을 느끼는 게 분명했다.

대화에서 우위를 취하려는 뉘앙스가 대부분이었지만, 은연중에 간절함이 느껴졌었다.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장르 소설 시장의 크기가 크다고 생각한 나의 예상과 다르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웹소설 업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수익적인 면에서 크게 재미를 볼 수 없다는 거다.

내가 글을 집필할 때마다 한 달에 들어오는 돈이 억 단위여서일까? 그래서인지 그만큼 출판 업계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단지, 내 글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일 뿐.

나는 내 작품을 평균으로 생각하며 대화에 임했고, 그들은 내 작품을 엄청난 성공으로 판단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양측이 생각하는 계약 조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들로서는 내 전작에 기준을 맞추기에는 엄청난 리스크를 갖는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그렇게 보면 JW 출판사가 많은 양보를 한 거였군.’

처음 글을 쓸 때야, 경제적인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이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출판사 관계자들을 여럿 만나보니 알 수 있었다. 그때 JW 출판사가 얼마나 큰 도전을 한 건지.

내 작품을 좋게 봐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차기작도 JW 출판사와 함께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번에 만남을 팀장님에게 어필하면서, 내 가치를 올려야 되는 건 맞다.

그래도 함께할 생각으로 대화에 임하는 것과 진짜 조건을 듣고 판단을 내리겠다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했다.

처음에 내 작품을 보고, 많은 리스크를 안은 채 도전한 JW 출판사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양보는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두 번째 작 구상을 끝내야겠어.’

내심 JW 출판사와 함께하기로 정한 나는 계약에 대한 생각은 그만하기로 하고, 차기작의 구상을 마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차기작은 재벌물. 하지만 내가 구상한 재벌물은 사람들이 흔히 봐왔던 것과는 다를 것이다.

철저히 남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성공만을 바라보는 재벌물일 테니.

내가 쓰는 재벌물은 주변의 사건들을 보고 재벌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이득을 얻는지를 웹소설 형식으로 풀어서 쓸 생각이다.

‘재밌네.’

재벌가의 삶을 독자들에게 어떤 형식으로 접근할까 하는 생각만 했음에도 재밌다는 감정이 들었다.

과연 내 두 번째 작품도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동시에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두 번째 작 구상을 마친 나는 노트를 펴고 플롯을 짜기 시작했다.

큰 틀을 정하고 그 안에 작은 틀, 그리고 그사이에 일어날 일련의 사건들.

노트에 펜을 들고 글을 적기 시작한 나는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못한 채, 웃음을 지으며 플롯을 작성해 가기 시작했다.

* * *

JW 출판사에서 현황을 살피고 있는 이철민 팀장.

드디어 작가님의 작품이 웹툰으로 만들어져 런칭이 됐다.

새해의 출발을 알리는 우리 출판사의 기대작.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내가 봤던 그 충격을 사람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후…….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 작품 대박 날 것 같아요?”

“대박 나야지…….”

“그러니까요. 이번에 선인세만 십억 단위에다가 비율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양보했는데, 대박 안 나면 적자잖아요.”

“너도 봤잖아. 작가님 작품 웹툰으로 만들어진 거.”

“저야 엄청 재밌게 봤죠. 근데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이런 게 운도 필요하고 시기도 잘 맞아야 하잖아요. 더군다나 흑자를 내려면 대박도 보통 대박이 아니라, 초대박이 나야 하는데…….”

김 대리의 말이 맞는다.

사실 작가님 작품을 웹툰으로 만들면서 우리 출판사는 엄청난 양보를 한 거나 다름없었다.

심한 데는 9.5 대 0.5 비율이기도 한 웹툰 정산율을 8 대 2로 양보한 것도 모자라 선인세도 십억 단위로 주지 않았는가.

출판사 입장에서는 흑자 전환이 되려면 최소로 잡아도 100억 매출은 나와야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했다.

그러니 김 대리가 이렇게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자신이 있다.’

시기와 운이 타고나야 한다는 김 대리의 말.

그 말 또한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작가님 작품이 보통 작품이었다면, 반박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 작품.

엄청난 성공을 거둘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웹툰에 알맞은 스토리와 전개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작품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 일을 못 할 것만 같았다.

작가님 작품을 가지고 성공을 못 하는 데 다른 작품을 가지고 어떻게 성공한단 말인가.

그러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 작품은 무조건 성공한다. 우리 출판사도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와… 그렇게만 되면 소원이 없겠네요.”

“잡담 그만하고 반응 살펴봐. 댓글들 확인하고 뭐 잘못된 게 있나 확인하고.”

작가님의 작품 반응을 살펴보라는 말을 건네고 나 역시 눈을 돌려 런칭한 작가님 작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늘 올라온 회차가 8회차.

소설과는 다르게 웹툰은 8회차만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분량이다.

만약 원작인 작가님의 소설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 웹툰에도 큰 투자를 감행하지 못했을 것 같다.

웹툰에 대해서 생각을 이어 가던 나는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내가 느낀 바를 독자들이 똑같이 느꼈는지 말이다.

드르륵― 드르륵―

하나둘씩 스크롤을 내려, 댓글들을 확인하니 어느새 마지막 댓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처음에는 이 많은 댓글들을 확인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댓글들을 확인하기 시작하니 도저히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수많은 댓글. 그 모든 댓글이 하나같이 작가님 작품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그중에서 사람들에게 제일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와, 이 작품이 웹툰으로 나오네. 이 작품 원작이 대박이니까, 웹툰을 보다가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하시는 분들은 소설 보러 가세요. 웹툰도 재밌지만, 소설은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웹툰 자질 봐. 처음에 웹툰화 한다는 말 듣고, 솔직히 걱정 개 많이 했는데……. 명작은 명작으로 기억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괜히 소설 잘못 건드리면 작품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질까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인 듯. 웹툰이 더 미쳤다.]

[이거 뭐냐? 개재밌는데? 여기 출판사 웹툰 처음으로 만든 건데 개잘 만들었네;; 작품 좀 더 내줬으면 좋겠다. 작화가를 얼마나 갈아 넣어야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오냐.]

“…….”

보통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둔 웹툰이 나오면 여러 비판이 나오는 게 정상이다.

심하면 악플도 나올 정도.

원작이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그런 경우가 더욱 심했다.

하지만 이번 웹툰은 칭찬으로만 가득했다.

어쩌면 웹툰이 소설의 성공을 넘어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팀장님!! 반응 보니까 진짜로 흑자 기대해도 될 것 같은데요? 순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나도 보고 있다.”

김 대리가 말하기 전에 보고 있던 순위.

김 대리 말대로 금방 흑자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봐주기 시작한다.

‘원래 이 정도인가?’

아무리 원작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고, 웹툰 또한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해도 지금 성적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난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처럼 빠른 속도는 비정상적이었다.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 나는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로 했다.

이건 분명히 외적인 요소가 추가된 게 틀림없다.

절대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성적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김 대리, 혹시 누가 작가님 작품을 거론한 건 아닌지 찾아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분명히 외적인 요소가 들어갔다. 그렇지 않으면 말이 안 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내 지시를 받은 김 대리가 자신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고 찾아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최대 검색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찾아보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 이건 엄청난 호재라고 할 수 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원인을 알아내던 나는 결국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어째서 웹툰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적이 올라가고 있는지.

‘대박이다.’

최대 검색 사이트에 작가님의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라는 글자를 적으니 한 사람의 SNS가 검색됐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스포츠 선수.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손흥만 선수이다.

손흥만 선수가 작가님의 팬이었을까?

SNS에 작가님의 웹툰 런칭을 축하한다며, 오늘부터 열심히 따라가겠다는 글이 보였다.

“팀장님!! 대박입니다!! 제가 원인을 찾았어요!”

“나도 찾았다. 손흥만 선수 SNS 맞지?”

“네, 맞아요. 와… 이거 대박 아니에요? 거의 로또 맞은 거나 다름없는 것 같은데…….”

“맞지.”

김 대리가 말하는 로또 맞은 거나 다름없다는 얘기.

어쩌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니, 로또보다 더한 행운이 작용한 게 틀림없다.

지금도 늘어가고 있는 이용자 수.

순식간에 다른 작품들을 제치고, 1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작가님은 지금 상황을 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실까?

이 사실을 빨리 작가님께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차기작에 대해서 어떻게 물어봐야 되는지 고민했었는데.’

안 그래도 이른 시일에 차기작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있는지 작가님에게 물어보려고 고민하고 있었다.

다행히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

어쩌면 작가님이 웹소설로 번 수익보다, 더한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박이지 않은가.

이 사실을 빨리 작가님에게 알리고 싶은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 * *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한 남성.

축구장으로 보이는 곳.

한 남성이 땀을 흘리며,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 남성의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

남성은 핸드폰 화면에 집중하고는 스크롤을 내리며 무언가를 읽고 읽었다.

“헤이, 손!! 뭘 보고 있는 거야!!”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와도,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어서일까?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핸드폰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런 손이 뭐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느낀 또 다른 남성이 옆에 앉아, 손이 보고 있는 화면을 보았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까?

또 한 명의 남성이 두리번거리며 이곳으로 다가왔다.

“헤이!! 알리, 손!! 쉬는 시간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곧 훈련 준비해야지!!”

전에 다가온 남성과 같이 자신이 부름에도 미동조차 안 하는 둘에게 궁금증을 느꼈을까? 그 역시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본 뒤, 옆에 앉아 확인하기 시작했다.

“왓 더 뻑!! 왜 여기서 끝나는 거야!!”

“뭐야, 알리. 언제 옆에 와 있던 거야? 케인 너는 또 언제 왔고.”

“쓋!!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거 도대체 뭐야? 영어로 번역된 건 없는 거야?”

“내가 쉬는 시간마다 읽던 소설 같은 거 있잖아. 그게 웹툰으로 런칭 됐더라고. 영어는 아쉽게도 없네.”

“흠… 확실히 한국에는 재밌는 콘텐츠가 많이 있는 것 같군. 이 정도면 마블에서 영화화해도 되지 않으려나?”

“아무래도 그건 무리가 많지, 케인. 사실 지금 보고 있는 스케일을 영상화하기도 어렵고, 그만큼 도전하기에는 어려움이 크겠지? 근데 너희가 어떻게 만화를 본 거야? 한국어로 돼 있는데…….”

“노우. 완벽한 만화는 언어를 뛰어넘는 거야, 손! 그림만 보더라도 너무 재밌었어.”

핸드폰을 내려놓은 세 남성이 연신 방금 봤던 웹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훈련이 시작됐다는 말을 건네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운동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지이잉―

‘누구지?’

두 번째 작에 대해 플롯을 짜느라 집중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때마침, 구상을 마무리 짓고 좀 쉬려고 했던 순간이었기에 노트를 덮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작가님! 저 이철민 팀장입니다!!

“아, 네……. 어쩐 일로 전화하셨죠?”

- 완전 좋은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내일 그때 봤던 카페에서 뵐 수 있을까요? 이 소식을 전화로 전하려고 하니 아쉽게 느껴지네요.

“그럼 내일 오후 1시쯤에 보는 걸로 하죠.”

-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뚝―

도대체 어떤 소식이길래 저런 기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솔직히 궁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내일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했다.

팀장님이 내일 말하길 원하고 있었으니.

나 역시 이런 궁금증을 즐기는 편이었기에 별다른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재밌네.’

발판을 만들자마자, 걸려 오는 팀장님의 좋은 소식이라는 전화.

과연 어떤 소식이 나를 기쁘게 만들어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내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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