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9화 (9/175)

9화

* * *

“으윽……. 이제야 다 썼군…….”

오늘 쓸 분량을 다 쓴 후 원고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130화라는 원고가 쌓여 있는 게 보인다.

과거로 돌아와 정신없이 글을 쓰다 보니, 4개월이 지나 벌써 5월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지내 온 4개월. 전생을 통틀어 봐도 지금 같이 즐거운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4개월 동안 글 쓰면서 한 번도 지겨움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즐거운 감정만이 느껴졌었다.

‘사람들도 많이 공감해 주고 있고.’

아무리 글을 좋아하고, 열심히 쓴다 해도 사람들이 안 좋아해 주신다면 즐거움이 반감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120화까지 사이트에 풀려 있는 내 글.

일 평균 구매 수가 6만에 육박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사이트와 출판사에 수수료를 떼면 보통 50% 정도의 돈이 나에게 남는다.

즉 한 편에 300만 원이란 돈을 받는다는 얘기.

지금 올리고 있는 사이트만 하더라도, 대충 계산해 보면 약 3억이란 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이게 끝이 아니지…….’

내일이면 풀리는 독점.

다른 플랫폼에도 내일부터 들어올 수입을 생각하면 최소한 10억 정도를 벌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생각한 완결이 500화가량으로 설정해 놨으니, 선인세로 받은 5억을 다 갚는 데 어려움이 없을 거다.

아니, 어려움이 없는 걸 떠나서 더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테다. 당장 독점이 풀리지 않은 지금만 하더라도 3억이란 수익을 올렸지 않은가.

‘세금을 제하고도 5억은 쉽게 넘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가 계획한 선택들보다 더한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생 마지막에 소설을 쓰면서 설정했던 상황보다 훨씬 많은 수익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동생이 회사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서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할 텐데, 그때쯤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동생이 입사하는 날, 분명 친척들의 견제가 동생에게 향할 건 당연한 순서였다.

그렇다고 할아버지나 아빠가 도움을 줄 리가 없다.

두 분 다 회사의 일과 가정의 일을 별개로 보는 분들이니.

‘내가 도와야 돼.’

그렇지 않으면, 승승장구하는 친척들에게 동생의 자리가 위협받을 게 뻔했다.

당장 전생에 회장 자리에 오른 나만 하더라도, 초반에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가.

지금 진행되는 상황을 생각하니, 동생에게 더욱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

내가 행복해하는 일.

회사 생활을 하지 않으면서도 가족을 도울 수 있다니.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반지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오랜만에 전화나 해야겠어.’

동생에 대한 생각을 해서일까?

오랜만에 연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나는 핸드폰을 들어 동생에게 전화를 걸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 *

초조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철민 팀장.

긴장되기 시작한다.

분명 이번 작품은 내가 맡은 작품 중에 제일 잘 된 작품이기도 하고, 성적으로 보여 준 바가 있다.

그럼에도 너무나 긴장되기 시작한다.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 소설이 타 플랫폼에 올라가기 5분 전.

이번 성적으로 많은 게 바뀔 거다.

만약 지금까지 보여 준 성적만 되더라도 출판 업계에 이름 있는 작가가 한 명 탄생하게 된 셈이다.

‘아니지……. 벌써 탄생했다.’

지금 사이트 성적만 보더라도, 이제는 어디 가서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의 이름값을 가지게 되셨다.

5분 뒤 풀리는 독점. 다른 플랫폼에서도 지금과 같은 성적이 보인다면, 수익이 다섯 배를 넘어설 거라고 생각한다.

“팀장님 3분 남았습니다.”

“지금부터 각 사이트 관찰하면서, 혹시나 잘못 올라간 건 없는지 긴장하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연재 회차가 잘못 올라간다거나, 오탈자 같은 사소한 실수라도 생겼다간 작가님을 뵐 면목이 없어진다.

그때 만났던 작가님.

결코 실수를 좋게 넘어가 주실 정도로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에게 틈이 있다면, 금방 파고들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인 게 분명한데,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건지…….’

분명 계약을 진행하며, 확인한 신분증에는 작가님 말대로 스물다섯 살인 게 확인이 됐고, 보이기에도 그 나이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려운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마치 사장님을 만났을 때보다 더한 긴장감을 느끼게 됐다.

이번에 만약 실수가 일어나 작가님 작품에 피해를 끼치게 되면 분명 우리 출판사에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실 게 틀림없다.

“팀장님, 올라갔습니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 모니터링 멈추지 마. 댓글들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혹시라도 실수가 발견되면 곧바로 수정에 들어가도록.”

“예, 알겠습니다.”

한 시간 동안 댓글들을 확인하고, 잘못된 게 나오지만 않으면 그때부터는 긴장을 풀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작은 실수 하나로 수익에 영향이 갈 수 있으니.

‘휴……. 실수는 없는 것 같네.’

한 시간 동안 각 사이트를 살펴보니, 별다른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들 프로모션을 받고 들어가서일까? 엄청난 성적을 보여 줄 기미가 보인다.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수익이 여섯 배로 늘어날 수도 있는 성적이 나올 것 같다.

이번 작품에 출판사에서도 많은 기대를 거는 만큼, 각 플랫폼 담당자에게 찾아가 겨우겨우 프로모션을 따낼 수 있었다.

사실 프로모션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작품이 좋지 않으면 유의미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작가님 작품은 다르다.’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자신이 있었다.

누구라도 1화를 읽는다면, 끝까지 따라올 거라고.

그걸 넘어서 다음 화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낼 거라고.

이런 확신이 있었기에 무리하면서 프로모션을 얻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다음 화가 궁금해, 원고를 빨리 받고 싶은 작품은 처음이지 않은가.

심지어 한 편 한 편을 받을 때마다 작가님의 필력에 소름이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다른 사람은 이 정도까지 소름이 끼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 한 편씩 가볍게 던지는 떡밥이 작품에 숨을 넣어 줄 거라고.

‘그게 끝이 아니지.’

그게 끝이 아니다.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마치 한 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지금 각 플랫폼에서 집계되는 성적을 보니,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작품의 웹툰화.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웹툰화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다시 한번 출판 업계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거다.

어쩌면 이 작품 하나로 1위를 노려볼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김 대리, 이거 작품 웹툰화 시키면 어떨 것 같아?”

“와……. 상상해 봤는데 대박인데요?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딱 소설도 만화로 보기 좋은 내용이고…….”

“이 작품을 시작으로 웹 소설을 원작으로 둔 웹툰화를 만드는 거야. 이 주제로 프로젝트 하나 만들어.”

“만약 성공하면 대박이겠는데요……? 저희 보너스 받는 거 아닙니까?”

“성공하면 내가 사장님한테 직접 말해서라도 보너스를 받아 낸다.”

작가님의 작품이 타 플랫폼에서도 성공할 기미가 보이자, 한 가지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해, 독자님들에게 다가가 보자고.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그림들을 생각하면 웹툰으로 만들 시 엄청난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만약 웹툰 또한 성공을 거두면, 그때는 더 많은 걸 걸어 보고 싶다.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웹툰을 만드는 프로젝트.

제대로 자리만 잡힌다면 우리 출판사는 또 하나의 강점을 가지게 될 거다.

‘웹툰화를 노리는 작가님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앞으로 작가님들에게 컨택을 넣을 때 한 가지 강점이 생긴다.

웹툰화라는 강점.

분명 많은 작가님들이 원하고 있을 거다.

자신의 작품이 웹툰이 되는걸.

출판사에서 웹툰 팀을 만들어 운영하다 보면, 소문이 날 테고.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가 먼저 큰 성공을 거둔다면, 작가님들에게 큰 설득력이 생기는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우리 출판사는 업계 1위로 올라가는 것도 모자라서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게 되는 거야. 한번 우리도 일내 보자!”

“넵!! 분명 이번 작품은 성공하고도 남을 겁니다.”

“이야~ 우리 팀장님 그동안 작품도 안 맡고 시간만 보내시더니 이번에 제대로 하려나 보네요.”

“저희도 한번 일내 보죠? 로맨스 팀만 성과금 얻어 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지칩니다.”

나 역시 공감한다.

내가 눈이 높아 작품을 컨택하지 못 할 때.

옆 부서는 그동안 많은 성과금을 가져가지 않았는가.

지금도 성과금을 가져갈 정도의 성적이 나오고 있지만, 한 발 더 앞서 나가고 싶다.

욕심이 생긴단 말이다.

그 과정 속에 많은 어려움 또한 존재하겠지만, 왠지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엄청난 무기가 있어 겁이 나질 않는 것 같다.

“저번과 비슷하게 계약 조건 만들어서 가져와. 내가 작가님 설득시켜서 웹툰화 무조건 허락받는다.”

“그럼 팀장님 믿고, 최고의 조건으로 준비해 보겠습니다.”

“자, 다들 파이팅 하고 이번에도 힘내서 최고의 한 해를 만들어 보자고!!”

파이팅!!

이번 한 해.

분명 나를 포함한 출판사에게 최고의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만들 거라고 다짐했다.

* * *

독점이 풀린 다음 날.

‘어떻게 됐으려나…….’

정확히 독점이 풀리고 하루가 지났다.

하루 정도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거다.

원래 연재하던 곳에서 기본적인 성적이 있으니 베스트 순위를 확인하면 될 것 같다.

만약 베스트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면,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기준이라면, 최소 15위 정도는 돼야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사이트마다 베스트란에 들어가 내 작품을 찾아봤다.

그렇게 내 작품이 풀린 플랫폼을 다 찾아본 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서는 웬만해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흘러갔는데,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 매번 일들이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상처받기 싫어 최대한 기준을 낮게 잡아서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매번 내가 생각해 낸 기준 이상의 성적으로 돌아온다.

‘모든 플랫폼 5위 이상에 있군.’

10위만 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플랫폼을 돌아보니 대부분 5위 이상에 위치해 있었다.

이 정도면 내가 생각했던 이상의 수익으로 돌아올 것 같다.

처음 생각한 수익은 기존의 다섯 배.

충분히 그 이상을 노려볼 만하지 않은가.

지이잉―

각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댓글을 확인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아마 팀장님일 확률이 높다.

어제 무사히 올렸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으니 아마 오늘 성적을 확인하고 전화한 게 틀림없다.

“전화 받았습니다.”

- 예, 작가님. 저 이철민 팀장입니다. 혹시 확인하셨는지는 몰라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셨습니다. 다시 한번 저희 출판사와 계약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안 그래도 방금 확인했습니다. 신경 써 줘서 고맙습니다.”

- 사실 한 가지 제안해 드릴 게 있어서 그러는데 미팅 약속을 잡아도 될까요?

나와 약속을 잡고 싶다는 팀장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만나자는 말을 전하는 걸까?

지금 당장 궁금증을 풀기보단 만나서 직접 듣고 싶은 나는 긍정의 말을 건넸다.

“미룰 거 없이 내일 보기로 하는 게 좋겠군요. 괜찮으신가요?”

- 저야 감사드리죠. 그럼 내일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다시 만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만나자는 말을 전했을까?

이번에도 내 예상을 깨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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