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8화 (8/175)

8화

* * *

JW 출판사의 팀장님과 만난 지 일주일 후.

팀장님과 첫 만남을 가진 지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나와 팀장님은 다시 한번 만남을 가져,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받기로 한 5억이란 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생에서는 5억이란 돈이 나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주지 않았는데, 내가 직접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얻어 낸 돈이어서일까? 뭔가 심경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치켜세워졌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내일 은행에 가야겠군.’

돈이 들어온 걸 확인한 나는 가상 화폐 거래소에 들어가 비트코인의 가격을 확인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소설에 썼던 가격 언저리에 머물고 있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생각한 나는 곧바로 일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고, 한도를 풀기 위해 내일 은행에 가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비록 5억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1년 뒤 25억으로 나에게 돌아와 줄 돈이다.

25억, 분명히 작게만 느껴지는 돈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천재 투자자와 유니콘 회사를 만들어 내는 사람과 잘만 이야기된다면 더한 수익으로 나에게 돌아올 돈이었다.

‘오늘은 그만 써야겠어.’

이런 기분으로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글을 쓸 때만큼은 온전히 글에 집중하고 싶은 나는 오늘은 쉬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어지러운 상태에서 글을 쓰면, 분명 읽는 사람에게도 티가 난다고 생각한다.

당장 원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생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 만큼, 급한 마음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제야 한 걸음이라…….’

드디어 한 걸음을 뗐다고 봐야겠다.

앞으로도 나에게는 많은 선택이 남아 있다.

큰 줄기로 봤을 때, 가장 가까운 선택은 두 사람에게 투자할 것인지의 유무.

그다음은 가족의 인정이 있을 거고, 대현의 공격도 있을 거다.

여기까지가 전생에 소설을 쓰면서 전개된 이야기의 끝이다.

그 뒤에 있을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현실의 내가 이어 갈 생각하니, 뭔가 설레는 감정이 느껴졌다.

‘일단은 최고의 상태로 끌고 가야겠군.’

이런 감정도 모든 상황이 잘 풀려 나갔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만약 중간에 하나의 선택이라도 어긋난다면, 그때부터는 막연한 미래 지식으로 선택해 나가야 되니.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시간도 줄여야 되는 게 당연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과거, 글을 쓰면서 느끼는 이 감정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 *

다음 날.

전생에 내가 얼마나 편안한 삶을 살았는지 조금은 체감하는 하루를 보냈다.

예전에는 이런 자잘한 일은 비서에게 부탁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막상 내가 하려고 하니 너무나 귀찮다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일어나서 곧바로 은행으로 향했고, 이야기를 마치고는 한도를 풀어낼 수 있었다.

‘거래가 체결됐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거래가 체결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다시 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은 이 돈을 이용할 수 있는 선택이 없지 않은가.

아마 이 돈을 이용하기까지는 약 1년이란 시간이 남았을 거다.

그동안은 글에만 집중하고 싶다.

전생 마지막 순간을 제외하고는 하지 못했던 것.

내가 만든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쓴 게 40화니까…….’

지금까지 내가 쓴 내용이 40화.

주인공이 돌아온 현실에서는 편히 쉬고 싶지만, 여러 일에 휘말리며 조금씩 힘을 쓰는 내용까지 전개됐다.

앞으로는 조금 다른 스토리를 가져가야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지겨움을 느끼진 않았을 거다.

절대자가 헌터 생활하며 조금씩 돈 버는 것에 신선함을 느꼈을 테고.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계속되는 반복은 독자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는가.

‘가족들이 의심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간지러운 감정을 줘야겠다.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걸 모르는 가족들에게 답답함을.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하는 가족들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을.

그렇게 해서 60화에 가족들도 알게 되는 이야기를 적으면 될 것 같다.

가족들이 주인공이 가진 힘을 알게 되는 60화.

그때 독자들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글을 쓰면 되겠어.’

60화까지 플롯을 적어 놓은 나는 빨리 글을 쓰고 싶다는 감정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독자들은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과연 주인공이 어떤 일로 가족들에게 조금씩 의심을 사게 될까?

나 또한 글을 쓰면서, 기대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글을 쓰는 나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돼서는 일을 진행하는 내용을 적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사업을 하면서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행복감이 다시금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래서 글을 놓지 못하는 거다. 내가 현실에서는 하지 못한 일들을 소설 속에 들어가 주인공이 돼서 마음껏 펼칠 수 있으니.

글을 쓰는 나에게 다시금 경각심이 심어진다.

돈을 벌기 위해 글 쓰는 시간이 줄어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그렇게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글을 쓰기 시작했다.

* * *

서재에서 보고를 받고 있는 남성.

“회장님, 박제환 도련님 통장에 5억이 입금됐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뭐? 5억? 분명 내가 도와주지 말라고 말을 전하라고 했을 텐데……. 어떤 자식이야?”

“아무래도 지인의 도움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번 걸로 보입니다.”

“스스로라고?”

자신의 손자의 통장에 5억이 입금됐다는 보고를 듣는 박대호 회장.

처음 보고를 듣자마자 심기가 불편해졌다.

분명 자신이 제환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룹 경영에 발 담글 생각하지 말라고 못 박았는데 5억이라는 돈을 입금하다니.

비록 5억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지금 제환이에게는 충분히 큰돈일 테다.

그 정도 돈이면 제환이가 회사로 돌아올 필요성을 덜 느낄 정도이니.

그런 이유로 심기가 불편해짐을 느꼈는데, 비서실장에게서 의외의 말이 들려왔다.

“이번에 글을 쓰시면서 JW 출판사란 곳과 계약을 진행하게 됐는데, 이때 얻은 돈입니다.”

“출판사? 제환이가 글을 쓰고 계약했다는 거야?”

“맞습니다.”

“원래 글을 쓴 지 한 달 만에 5억이라는 돈을 얻는 게 그렇게 흔한 일인 거야? 아니면 그때 썼던 글을 다시 이어 간 거야? 분명 내가 위약금을 주고 그 작품을 지우라고 했을 텐데.”

자신이 생각하기로는 후자에 힘이 실린다.

어떻게 다시 글을 쓰고 한 달 만에 5억이라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건가.

만약 전자가 맞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글을 쓰기 위해 달려들 거다.

자신이 알기로는 제환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게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이 아닌가.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 수입이라고 느껴졌다.

“전자입니다. 사실 지금 도련님께서 받은 계약이 출판 업계에서 제일 좋은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양보를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출판사가 제환이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 아니야? 환심을 사기 위해서 접근한 거 아니냐고!”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출판사보다 조건이 좀 안 좋을 뿐이지, 다른 출판사들도 대부분 도련님에게 최대한의 계약 조건을 내밀었습니다.”

“…….”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손자에게 글을 쓰는 데 큰 재능이 있나 보다.

만약 자신의 손자만 아니더라도, 감탄하고 충분히 존중해 줬을 성과다.

하지만 제환이에게 마냥 응원만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제환이는 무엇을 하든 그 분야에 재능이 넘쳤고, 누구보다 독기 또한 넘쳤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몰랐다는 것뿐.

그 부분이야 자신이 정해 주면 되는 만큼, 내심 다음 후계자로 점찍어 두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하필 좋아하는 게 생기고, 그게 판타지 소설이라니.

‘만약 순문학이라면 지켜라도 봤을 텐데…….’

물론 순문학이라고 해도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저 글을 쓰는 재능이 순문학으로 향했다면, 그나마 지켜보기라도 했을 거다.

하지만 제환이가 좋아하는 것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건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낼 정도로 부끄러운 상황이다.

딴따라만 하더라도 부끄러울 텐데, 그것보다 더 부끄러운 판타지 소설 작가라니.

이건 눈에 흙이 들어가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5억을 벌었다는 건 대단하긴 하군…….’

그것과는 별개로 궂은일 해 본 적 없는 아이가 스스로 5억이라는 돈을 벌었다고 하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집안사람 중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5억이라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욱더 아쉽게 느껴졌다.

“일단 계속 살펴봐. 5억이라는 돈이 움직이면 그것도 보고하고.”

“사실……. 이미 5억이 움직인 상태입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글을 쓴다는 애가 5억이라는 돈을 쓸데가 어디 있다는 거야. 설마 아직도 사치 부리면서 다니는 거야?”

만약 사치를 부리느라 5억을 썼다고 하면, 자신의 손자에게 실망감을 느낄 것 같다.

기껏 독한 마음으로 나가 놓고 한다는 게 글을 쓰고 사치를 즐긴다는 거라면 시간이 지나도 그룹 내에 발도 못 내밀게 할 생각이다.

“비트코인이라는 가상 화폐에 투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그거 요즘 늙은이들이 뒷돈 만들 때 사용하는 거 아니야?”

“예, 맞습니다.”

“그거 전망이 있는 거야? 제환이가 아무 생각 없이 투자한 건 아닐 거 아니야.”

“아직까지는 정확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전문 투자자에게 물어봐도 주식과 다르게 도박에 가깝다고 합니다.”

“에잉 쯧쯧……. 기껏 집 밖으로 나간 자식이 한다는 게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해? 내가 제환이 자식을 잘못 봤군. 자네도 그 자식 보고 그만해. 다들 철수하라 전하고. 더 볼 것도 없어.”

아쉽지만, 제환이는 그룹을 이끌 능력이 아닌가 보다. 오히려 사치를 부려, 돈을 다 썼다는 보고가 더 나았을 정도다.

이때까지 했던 것들이 아쉬워서 3년이라는 시간을 주려고 했지만, 이번에 너무나 실망스러운 선택을 한다.

차라리 주식이라면 이해했을 것 같다.

어떠한 생각이 있어서 투자를 진행했을 테니.

하지만 제환이가 투자한 비트코인이라는 것.

방금 비서실장이 말했듯 도박에 가까운 투자가 아닌가.

이제는 놔줘야 될 것 같다. 저런 정신머리로는 절대 그룹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봐야 되나…….’

아무리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손자라지만, 사업은 별개다.

지금 그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만 하더라도 각자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룹의 수장이 된 제환이, 방금과 같은 선택을 했다는 걸 상상하니 오히려 미리 알게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제환이는 지금부터 그룹 경영에서 제외한다. 지금까지 제환이 전담하던 놈들 다른 애들한테로 돌려.”

“예, 알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기다리려 했지만, 아무래도 단념해야겠다.

제환이는 앞으로 손자로만 남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불편하지만, 그룹 경쟁에서 제외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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