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뭐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째서 이런 작품이 자유 연재란에서 연재되고 있는 걸까?
진짜 신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6화까지 다 읽어 본 지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게 느껴진다.
‘기성 작가님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나 기성 작가님 중에 이런 문체를 쓰는 사람이 있나 생각해 봤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신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 필력이라면 내가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않는가.
그렇기에 더더욱 놀라운 감정이 든다.
이때까지 단 6화 분량으로 나를 이 정도로 압도시킨 작품이 있었을까?
머릿속을 뒤져 봤지만, 이 정도 충격을 준 작품은 없는 것 같다.
‘대박이다…….’
단, 6화만 읽었을 뿐이다.
한마디로 나에게 경악스러운 느낌을 준 게 단 6화뿐이라 말이다.
보통 6화를 내용 전개로 치면, 주인공의 서사, 내용의 진행 방향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나는 서사와 앞으로 내용 전개에 대한 예고만 봤을 뿐인데 압도됨을 느끼고 있다는 거다.
이 작품을 추천한 김 대리조차 제대로 된 진면목을 모르고 있을 거다.
이 작품. 가벼운 소설인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많은 게 담겨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이라면,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겠지.’
김 대리를 포함한 다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어린 사람이 쓴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실제로 내용이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가벼움 속에 깊이가 존재한다는 걸. 분명히 이 작품을 쓴 작가님은 많은 경험을 했을 게 틀림없다.
특히 쉬고 싶다는 내용이 나왔을 때.
마치 본인이 산전수전 다 겪은 것처럼 주인공에게 대입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작가님도 높은 위치에 올랐다가 이제는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며, 글을 썼다고 확신할 수 있다.
“김 대리……. 당장 쪽지 보내. 기다렸다가 다른 출판사에 노출되기라도 했다가는 작가님을 놓치는 수가 있다.”
“그 정도입니까? 저도 재밌게 생각하긴 했었는데, 팀장님 반응을 보니 그 이상인가 보네요.”
“장담한다. 이 작품 잡으면 우리 출판사는 업계 1위로 올라갈 수 있어.”
“…….”
확신한다.
만약 이 작품을 쓴 작가님과 계약을 맺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출판 업계 1위는 우리 회사가 가져갈 수 있을 거다.
출판사에 대표 작품 하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작가님들도 출판사의 대표 작품을 보고 계약하는 경향이 많다.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을 우리 출판사와 계약하고 대표 작품으로 만드는 순간. 많은 게 바뀔 거라고 확실할 수 있다.
“계약 내용은 어느 정도로 정하면 되겠습니까.”
“무조건 최대 조건으로. 우리 회사에서 줄 수 있는 최대 조건으로 해서 쪽지 보내. 만약 이 작품이 다른 출판사에 넘어가면 우리는 영영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질 거다.”
“하지만……. 만약 신인 작가님이라면 분명 다른 작가님들이 소식을 듣고 반감을 가질 확률이 높습니다.”
“김 대리,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우리는 이 작품에 사활을 걸어야 돼. 앞으로 우리 출판사가 업계 1위를 치고 나가냐 아니면 선두 주자들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느냐로 갈린다. 사장님에겐 내가 말할 테니까 가능한 최고의 조건으로 쪽지 드려.”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잡고 싶다.
작가님과 계약하고 회사에 들어오는 수익을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꼭 작가님과 계약하고 싶다.
이 작품. 마치 처음 소설을 접했을 때처럼 나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지 않는가.
소설을 읽는 게 이제는 일이 된 지금. 예전의 느낌처럼 소설을 읽은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그때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꼈다. 처음 소설을 읽은 그 감정을 말이다.
수익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꼭 작가님과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 계약으로 나의 직장 생활의 모든 걸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이제는 일상이 돼 버린 듯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박제환.
‘슬슬 반응을 확인할 때가 됐는데.’
너무 반응을 확인만 하는 내가 싫어, 글을 쓰고 예약만 걸어 놓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예약해 놓은 대로 글이 올라가 있다면, 아마 15화가 올라가 있을 거다.
오랜만에 연재 사이트에 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이제까지 올라간 15화. 드디어 자유 연재란에서 일반 연재란으로 옮길 수 있는 회차가 아닌가. 이제는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진 채 연재 사이트로 들어가 로그인을 했다.
“…….”
이제는 반응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들뜬 감정으로 로그인을 하는 나.
내 눈에 비치는 많은 수의 알림을 확인하니, 내가 착각하고 있었음을 느꼈다.
자유 연재란에 연재하면 당분간은 반응이 아예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로그인한 지금.
지금 당장 확인한 알림 숫자만 하더라도 백의 단위를 넘어간다.
일반 연재란으로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알림이 쌓여 있지는 않았을 거다.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내 작품에 들어가 확인하니, 전후 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내 글이 한 사람의 추천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아 순식간에 투데이 베스트에 들을 수 있게 됐다고.
지금 시기에 투데이 베스트는 100위까지 존재했다.
200위까지 존재하는 미래와는 다르게, 지금 시기에는 한 번 투데이 베스트에 들어간다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작품이 많이 있었다.
지금 내 작품이 그런 경우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작품들보다 말이 안 될 정도의 반응이 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1위라니…….’
궁금한 마음에 작품 등수를 확인하니, 투데이 베스트 1위에 위치해 있는 내 작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소설에 썼던 대로 글을 쓰면서 가족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게 돼서.
물론 아직까지 인정을 받은 건 아닐 거다.
지금 1위라고 해 봤자 기껏해야 월에 억 단위의 돈도 못 벌 확률이 높으니.
대신 가족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초기 자금이 되어 줄 거다.
‘비록 지금은 적은 돈이지만 나중에는 큰돈으로 돌아올 거다.’
자신이 있다.
이 돈으로 가족들에게 인정받을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지금 상황이 내가 생각해 놓은 제일 좋은 상황이 아닌가.
한참을 몰려 있는 알람을 확인한 나는 계약 제의에 대한 글들을 하나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계약 제의를 해 온 출판사는 열 곳.
하나같이 내 글이 얼마나 가치 있는 글인지, 자신들과 함께하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적혀 있다.
‘여기는 어디지…….’
많은 계약 제의를 살펴보다 한 가지 계약 제안에 시선이 향했다.
JW 출판사라는 곳에서 온 계약 제의.
다른 계약 제의에는 조금씩 아쉬운 점을 적으며, 자신들의 필요성을 어필시키며 조건을 말한 계약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출판사에서 온 계약 제의.
내가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부분과 의도했던 부분을 짚으면서 그에 대해 칭찬하고 자신의 필요성보다는 함께하고 싶다는 말이 적혀 있다.
‘계약금도 제일 크다.’
그것뿐만이라면 이 정도로 시선이 향하진 않았을 것 같다.
JW 출판사에서 내놓은 계약 조건.
다른 출판사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한번 만나 보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
언제나 계약은 신중해야 되지 않겠는가.
‘만나기 전 다시 한번 조건들을 확인하자.’
지금 상황에서는 JW 출판사가 제일 좋은 조건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다른 출판사 중 제대로 된 계약 조건을 말하지 않은 출판사들도 많이 존재해, 일일이 메일 보내며 계약 조건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냐는 말을 전했다.
만약, 다른 출판사에서 온 계약 조건이 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시.
JW 출판사를 만날 생각이다. 일단 이야기를 나눠 보고 확인하는 게 계약에서는 제일 중요한 부분이니.
* * *
하루 동안 다른 출판사의 계약 조건도 받아 보고 비교도 해 봤지만, 처음 생각한 대로 JW 출판사의 조건이 압도적으로 좋음을 느꼈다.
‘처음인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로 돌아와 계약하기 위해 사람을 만난다는 게.
그것도 카페라는 곳에서 계약을 진행한다는 게.
과거에도 계약을 진행하긴 했었지만, 그때는 우리 회사로 사람이 오거나 내가 찾아가더라도 카페에서 진행한 경우는 없지 않았던가.
그룹을 이끌면서, 겪어 본 적이 없는 상황에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이잉―
약속 잡힌 미팅에 카페에 미리 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온다.
지금 시간은 만나기로 한 시간의 5분 전.
아마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여보세요?”
- 예, 작가님. 지금 말씀하신 카페로 왔는데 혹시 드시고 싶은 음료 있으시면 미리 시켜 놓을까 하고 전화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미리 시켰거든요. PD님 드시고 싶은 음료 시켜서 2층으로 올라오시면 될 것 같네요. 저 혼자 있으니, 헷갈리실 일은 없을 겁니다.”
- 아!! 미리 와 계셨군요. 제가 좀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그럼 음료 시키고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5분 정도가 지났을까?
한 사람이 음료를 들고 2층으로 올라오는 게 보인다.
‘저 사람인가 보네.’
나를 발견하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남성.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이 저 사람인가 보다.
약속 상대임을 확인한 나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복장과 첫인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영업을 자주 뛴 사람은 아니군.’
첫인상으로 봤을 때 영업을 자주 다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뭔가 자신만의 고집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이게 아니지.’
오랫동안 사업을 해서 그런지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만날 자리가 임원 면접도, 그렇다고 사업차 만나는 사람도 아닌 만큼,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작가님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라는 작품을 쓰고 있는 박제환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JW 출판사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는 이철민이라고 합니다. 오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의 자리에 앉은 우리.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어수룩해 보이는 이 사람은 나와 계약하기 위해 어떤 말을 해 올까?
내가 이때까지 봐 왔던 사람들처럼 달콤한 말로 나를 유혹시킬까?
아니면, 진심을 담아서 감정에 호소하는 스타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갖고 온 계약금에 확신을 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사람일까?
오랜만에 하는 계약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