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 쓰는 재벌-5화 (5/175)

5화

* * *

‘즐겁다…….’

집을 나와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 주일이 지났다.

그간 느끼는 감정. 즐겁다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생에 사업을 하면서, 이 정도로 즐거운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을까?

재계 순위 15위에서 10위 안쪽까지 겨우 끌어올렸을 때?

그런 우리 그룹을 삼키기 위해 접근해 오는 대현 그룹의 공격을 막았을 때?

그 어느 때도 지금만큼 즐겁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선 주변도 챙겨야 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감정.

평생 이렇게 작은 집에서 살면서, 글만 써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다.

어찌 됐건 글을 쓰기 위해선, 수입이 필요한 건 당연한 수순이니.

그리고 인정받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할아버지에게 보여 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일단은 내 글이 사람들에게 통하는지. 그게 제일 중요하다.’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확인해야 될 순서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내가 썼던 소설.

그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가장 우선 조건이 소설로 돈을 벌 수 있냐가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돈이 된다면, 소설을 쓰며 계획했던 방법대로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인정도 받을 수 있을 테고.

‘소설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모든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방법들의 전제 조건이 소설의 수익이 발생하는 거다.

아무리 수익을 극대화시킬 방법이 있다고 해도, 지금 쓰는 소설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아닌가.

일단은 확인해 봐야겠다.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이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공감받고,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일주일 동안 쌓아 온 원고 10화.

소설을 처음 쓰는 사람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연재 사이트에 올려 봐야겠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려면, 최소 투데이 베스트 10위 안에는 들어야 된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생각했던 선택들.

그 선택들의 전제 조건은 최소 투데이 베스트 10위권 안에 드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이번에 사람들의 반응이 중요할 것 같다.

만약……. 혹여나 사람들에게 내 작품이 공감받지 못한다면, 그때는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노트에 적어 놨던 선택들이 가장 좋은 선택이 맞지만, 그게 아니고서도 충분히 돈도 벌고 글을 쓰는 방법도 많지 않은가.

단지, 아쉬울 뿐이다.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행복한 데 이런 행복을 나만 느낀다는 게.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게 독자들의 반응인 만큼, 글을 쓰는 걸 잠시 멈춘 나는 예전에 만들어 놨던 아이디로 들어가, 무료 연재 사이트에 지금까지 모아 놨던 원고 중에 절반을 한 번에 올려놨다.

* * *

‘후……. 나만 즐겁다고 느낀 건가?’

너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글을 올린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거니와 올린 회차는 단 5화.

더군다나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게 제일 힘든 자유 연재란에 올라갔지 않은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왜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다. 현 상황으로는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걸.

그런데도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어제 글을 올리고 난 후.

하루 종일 조회 수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 고침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1화를 본 사람 대부분이 최신 화까지 따라와 줬다는 거다.

‘알고 있는데도 답답하군.’

분명 봐준 사람은 끝까지 따라와 준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계속 이런 식으로 조회 수를 확인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조회 수를 새로 고침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나.

전후 관계가 바뀌었지 않은가.

분명 좋은 글을 쓰면, 알아주고 사람들이 많이 봐줄 거다.

지금처럼 조회 수를 확인한다고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봐주는 게 아니란 말이다.

솔직히 자신도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작품. 곧 있으면, 엄청난 유행을 불러올 추적꾼 물이었으니.

‘초심으로 돌아가자.’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

글만 써도 행복감을 느끼던 그대로.

아직 노출도 안 된 작품 조회 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연재 사이트를 닫고는 다시금 글을 쓰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쓴 10화까지의 내용.

다른 차원에서 절대자가 된 사람이 현대로 돌아와 가족들과 만나는 내용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지금부터의 내용이 중요할 것 같다.

분명 처음 부분은 지금 사람들에겐 낯선 주제이니, 시선을 끌어모을 순 있을 거다.

실제로 지금 조회 수가 증명하지 않았던가.

1화의 조회 수 대부분이 따라온 최신 화.

이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한 번 본 사람들은 최신 화까지 따라온다는 걸.

그걸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선 재미를 넣어야 된다.’

이제부턴 사람들에게 재미를 줘야 할 차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 줘야겠다.

엄청난 힘을 가진 주인공.

그리고 그를 몰라본 빌런.

주인공의 가족을 건드려서 사람들에게 조금의 답답한 감정을 심어 준다.

‘답답함이 최고에 올랐을 때 시원한 전개를 보여 준다.’

헌터물이 범람하던 그때라면 이런 전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수순이다.

웹 소설을 찾는 사람들은 답답함이 느껴지는 순간, 대부분 하차하지 않던가.

하지만 지금 시기는 가능하다. 아직까지는 시원한 전개만 원하는 그 시절이 아닌 만큼 이런 전개가 사람들에겐 더욱더 시원한 맛을 가져다줄 거다.

‘여기까지를 25화까지 설정하자.’

처음으로 빌런을 만나고, 그걸 처리하면서 사람들에게 주는 시원함.

여기까지를 25화로 설정하고 글을 쓰면 될 것 같다.

* * *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남성.

‘하……. 마음에 드는 글이 왜 이렇게 없냐…….’

요즘 들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당 결제 시장이 유행하고 있는 지금. 자신이 다니고 있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작가를 구하는 게 매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대여점 시절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때는 책을 낼 때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들어가야 돼서 검증된 작가가 아니면 계약을 진행하지도 않았었다.

‘그때와 상황이 다르니까…….’

지금은 대여점 시절과 상황이 다르다.

계약을 진행하고, 작가님들의 작품을 유통시키는 데 어떠한 리스크도 들지 않는다.

기껏해야 오탈자와 방향성을 잡아 주는 인건비와 표지값 정도가 드는 셈이니 대여점 시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낮은 리스크란 말이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손익 분기점이 말도 안 되게 낮아진 만큼, 최대한 많은 수의 작가님을 구하는 게 출판사 입장에서는 매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

대여점 시절부터 가능성 높은 작품을 찾으며,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검증된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니까 지금 연재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들이 하나같이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눈이 높아진 상태다.

지금 시장에 자신의 눈높이는 맞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도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팀장님,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아직 작품을 찾아보고 있긴 한데……. 좋은 작품을 찾기가 어렵네. 아무래도 눈이 높다 보니까, 이거다 하는 작품이 없다.”

“안 그래도 추천할 작품이 있습니다.”

“추천? 무슨 작품인데. 또 그때처럼 이상한 작품 갖고 오는 거야?”

작품을 추천한다는 김 대리.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나와는 다르게 정액제 시장부터 회사에 입사한 김 대리는 그 기준이 낮지 않은가.

당연히 그전부터 자주 추천을 해 왔고, 확인한 작품은 하나같이 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작품이었다.

그래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게 그런 작품도 나중에 보고 나면, 조금이나마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이래서 문제지만…….’

이래서 문제라는 거다.

충분히 기준을 낮게 잡아도 회사에 이득을 가져다주니, 작품을 보고 작가님에게 컨택을 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선 작품의 좋은 점을 찾고, 작가님을 만나 입에 발린 말을 해야 됐다. 그렇게 해도 요즘은 작가님이 계약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대다.

하지만 내 눈이 너무 높아져서일까? 김 대리가 추천한 작품에는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습관들만 보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작품의 안 좋은 점을 찾고 나니 작가님들에게 입에 발린 말을 못 하게 됐다.

‘하……. 역시 기준을 낮춰야겠네.’

이제는 고집을 버려야겠다.

기준을 지금같이 잡으면, 계약하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내 기준을 넘어선 작품은 하나같이 계약된 작품이거나 출판사에 몸담고 있는 작가님들의 작품이다 보니, 요즘 들어 계약을 따내는 일이 줄어들었지 않았는가.

이제는 고집을 버리고, 김 대리가 추천한 작품의 좋은 점을 찾아 방향성을 잡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직 6화까지밖에 연재 안 돼서 추천하기 조금 그렇긴 한데……. 와, 진짜 대박입니다. 이 작품, 이때까지 팀장님이 어째서 제가 추천한 작품들을 기준에 안 맞다고 하는지 알려 주는 작품입니다.”

“그런 게 있다고?”

“자유 연재란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스읍……. 6화면 아직 더 봐야 될 것 같긴 한데……. 작품 이름이 뭔데?”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절대자는 휴식을 원한다」입니다.”

작품 제목을 들은 나는 김 대리에게 알겠다는 말을 전한 후 찾아보기 시작했다.

과연 무슨 작품이길래 김 대리가 저렇게 말해 오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이번에는 내 기준을 넘어설 작품일지 괜히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분명 김 대리가 저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다.

이때까지 추천하면서도 저렇게 말한 적은 처음이지 않은가.

‘이건가?’

김 대리 말대로 자유 연재란에서 6화까지 연재한 작품이 보인다.

대충 조회 수를 보니, 김 대리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1화 대비 최신 화의 조회 수. 연독률이 말이 안 될 정도로 높다.

이 말은 독자님들에게 노출되는 순간, 엄청난 성장력을 보일 거라는 얘기와 같다.

괜히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김 대리가 저렇게 말했을까? 어떤 작품이길래 독자님들의 이탈이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조회 수를 보이고 있는 걸까?

‘재밌겠네…….’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낀 나는 제발 기준을 넘어서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1화를 클릭했다.

만약 자신의 기준을 넘어선다면, 그때는 내 모든 걸 걸어 보고 싶다.

지금 나의 직급은 팀장.

슬슬 내가 맡은 작품 중의 하나는 초대박을 낼 때가 됐지 않았는가.

제발 이 작품이 자신의 대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1화부터 읽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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