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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75화 (75/132)

< 6서클 (6) >

캬아아악!!

찢어지는 괴성이 굴 내부에 쩌렁쩌렁 울렸다. 약간의 진동까지 일 정도.

레이 버스터에 그대로 직격당한 케인벨라의 머리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폭 낮아진 방어력,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탈피 과정에서 연약해진 살은 5서클급의 마법조차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콰아앙!!

케인벨라가 앞발들을 휘둘러 칼이 서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어마무시한 파괴력, 하지만 레벨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느리다. 칼은 매직 부스터를 사용해서 뒤쪽으로 회피했다.

'그래도 역시 애 좀 먹겠는데.'

막 날뛰기 시작하려 하는 케인벨라를 바라보며 칼은 작게 혀를 찼다.

아예 움직이지도 못할 건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공격이 신속했다.

그리고 레이 버스터를 직격으로 맞고서도 그렇게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리 약해진 상태라고 해도 기존의 레벨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었다.

츄와악!!

놈의 입에서 정체 모를 시커먼 액체가 왈칵 쏘아져왔다. 한눈에 봐도 독액이었다.

칼은 이번에도 실드를 두르는 대신 회피했다.

아무리 그래도 정면에서 케인벨라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느려진 움직임을 이용해 피하고 또 피하며 마법을 계속해서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콰앙! 콰과광!!

화염이 폭발하고 전격이 몰아치며 케인벨라의 전신을 쉴 새 없이 타격한다.

충격의 여파에 공동 이곳저곳이 파괴되며 돌 파편들이 비산했다.

덩치가 덩치였기에 케인벨라가 그 마법 공세를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전부 고스란히 맞으며 반격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날파리처럼 이리저리 피하는 칼을 붙잡기 위해 사납게 다리를 휘두르고, 독액과 거미줄을 사방으로 내뿜었다.

치이익!!

통째로 녹아 허물어지는 공동 벽면.

간발의 차로 포스 마법을 통해 방향을 흘려버린 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썅, 역시 힘들긴 하네.'

불완전한 탈피 때문에 공격에서 다음 공격으로 이어지는 연계 자체는 삐걱거리고 느렸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공격으로만 따지면 드문드문 오싹한 속도를 내곤 했다. 벌써 아슬아슬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게임에서 공략했던 경험을 되살려 활용하려고 해도 이번에는 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게임이 기반됐다지만 지금의 전투는 현실이다. 놈은 살아있는 생명체고.

당연히 컴퓨터 게임의 인공지능처럼 틀에 박힌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펼치지도 않았고, 공격 패턴 하나하나가 게임에서 보였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지도 않았다.

가르두카를 상대했을 때는 주술의 종류만 구별하면 됐기에 공략 경험이 큰 도움이 됐었다.

하지만 주술사나 마법사가 아니라 이놈과 같이 직접 몸을 움직여 싸우는 보스는 또 다르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쪽의 반응에 따라 저쪽이 보일 반응도 예상할 수가 없으니, 공략 경험에 의존하려 했다간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 있었다.

전투가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칼도 케인벨라도 공격을 멈추고 서로를 살피기만 했다. 수십 쌍의 눈이 징그럽게 뒤룩거리며 칼을 훑었다.

칼 역시 눈매를 좁히고 놈의 상태를 훑어봤다.

놈의 몸체 곳곳은 칼의 마법에 터져나가 체액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심각한 타격이라고 할 중상은 없었다.

'다른 거미들은 전부 중앙섬으로 몰려갔겠지.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마시며 마력을 회복하는 중, 칼은 문득 잊고 있었던 걸 떠올렸다.

"맞다, 성검."

어차피 보는 눈도 없는데 거리낄 것은 없었다.

쓸 수 있는 카드는 전부 동원해서 전력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칼은 곧바로 드류단테를 꺼내들었다.

우우웅!

등 뒤로 생겨나는 금빛 광휘의 고리.

그것이 케인벨라에겐 썩 불쾌한 기운이었는지, 놈이 곧바로 공격해왔다.

칼은 검을 횡으로 휘둘러 광휘의 불꽃을 쏘아냈다.

콰아앙!!

놈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서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파이어 혼】

뿔의 형태로 날카롭게 압축된 화염.

칼은 마법을 쏘아냄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신성의 검기가 화염의 바로 뒤에 따라붙어 케인벨라의 등면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이전보다 격한 반응이었다.

공격을 적중당한 놈이 온몸을 뒤틀다가 벽에 부딪혔다. 터져나온 체액 또한 상당했다.

칼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거 꽤 괜찮은 연계인데?'

마법을 쏘아내는 것과 동시에 검기를 함께 날리는 것.

마법에 타격당한 자리에 곧바로 광휘의 불꽃이 2차 타격을 가하니 피해량이 배가 되는 모양이다.

보통은 마법을 한 번 쏘면 놈이 곧바로 반격해오기에 다음 공격을 날릴 틈도 없이 피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격한다면 놈에게 훨씬 더 빨리 피해를 누적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칼은 곧바로 공격 패턴을 바꿨다.

콰앙! 콰아앙!!

마법, 그리고 성검의 신성.

서로 다른 두 기운이 얽혀 몰아치며 타격을 배로 가하자 케인벨라는 완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

10분의 시간이 끝나기 전에 칼은 놈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끝내 두 개의 다리를 끊어버리고, 몸통의 왼쪽 측면을 반쯤 파괴하고 나서야 놈은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다.

'좋아, 이대로면 곧...'

승리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칼은 흠칫 고개를 돌렸다.

굴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감지 마법을 펼치자 거대한 거미 두 마리가 공동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도로 시선을 돌린 칼은 케인벨라를 노려봤다.

'이런 영악한 새끼가.'

몇 마리는 일부러 멀지 않은 위치에 뒀던 건가?

크기로 보아 군장급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놈들이 전투에 합세하면 답도 없었다.

칼은 서둘러 케인벨라를 마무리 짓기 위해 과감하게 나섰다.

쩌어엉!!

공동 전체에 순식간에 퍼진 얼음이 케인벨라를 속박했다.

다 죽어가는 상태였기에 빠져나올 힘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연달아 마법을 펼치려고 했다.

급박하게 서두르던 나머지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키아아악!!

돌연 눈을 번뜩인 케인벨라가 빙결을 깨고 칼에게로 머리를 힘껏 내리찍었다.

기겁한 칼은 캐스팅하던 마법을 취소하고 실드와 성검의 방어막을 동시에 펼쳤다.

쩌엉!!

육중한 무게까지 실릭 일격에 박살나버린 보호막들.

충격은 줄여졌지만 칼은 그대로 놈의 머리에 깔려 바닥에 처박혔다. 갈비뼈가 통째로 으스러지는 느낌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커윽...!!"

칼은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머리가 바로 지척이었다. 신성의 불꽃을 두르고, 외피에 비하면 물러터진 놈의 눈에 검날을 힘껏 찔러넣었다.

끼에에엑...!!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괴성 속에서, 칼은 연달아 마법을 캐스팅했다.

눈에 박힌 성검을 매개로 놈의 머리 안에 전격을 쑤셔박았다. 뇌를 통째로 태워버릴 심산이었다.

빠지지지직!!

번쩍이는 섬광, 매캐한 냄새.

점점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칼은 퍼뜩 의식을 붙잡고 케인벨라의 머리를 포스로 밀어냈다.

곧 성검의 치유 능력이 발동되며 으스러진 뼈와 터진 내장을 순식간에 재생시켰다.

"크아...!!"

거친 숨을 몰아쉰 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로 방금 전에 점토마냥 찌그러졌던 몸통을 더듬으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완전히 엉망이 되서 찢겨진 로브에 핏물이 잔뜩 적셔있었지만, 몸만큼은 성검의 치유 능력으로 멀쩡했다.

"와, 씨발. 와, 진짜..."

절로 튀어나오는 감탄사와 욕.

정말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동시에 시간이 다 되며 성검의 능력이 꺼졌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몸통이 다 터져나간 치명상을 치유하지 못할 뻔한 것이다.

안도감 같은 걸 느낄 틈도 없이, 칼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쿵쿵쿵...

겨우겨우 케인벨라는 죽였지만 아직 안 끝났다.

놈이 불러낸 다른 거미들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칼은 제발 놈들의 레벨이 60보다 아래이길 바랐으나, 언제나 그랬듯 일이 쉽게 돌아간 적은 없었다.

[Lv.60]

[케인벨라 군집의 군장]

[Lv.61]

[케인벨라 군집의 군장]

"......"

칼은 서서히 통로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씨발이라고.

이제 어쩌지?

이쪽도 케인벨라를 죽이며 60레벨에 도달하긴 했으나, 각성은 아직이었다.

서클의 단계를 올리기 위해선 각성 퀘스트를 완료해야만 했다. 지금으로서는 60레벨에 다다랐어도 여전히 5서클인 이상 놈을 상대하긴 힘들 것이었다. 심지어 두 마리면 말할 것도 없었다.

'도망칠 수 있을까?'

통로가 좁은데 과연 가능할지.

어쩌면 여기가 무덤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곧 머릿속에 이어진 메시지가 걱정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퀘스트: 루게시움 구원>

거미 여왕 케인벨라를 처치하고 루게시움의 평화를 지키십시오.

케인벨라는 현재 탈피를 진행 중입니다. 최대한 서둘러 탈피가 끝나기 전에 처치하기를 권장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 차후 결정

[퀘스트: 루게시움 구원을 완료하였습니다.]

[현재 상황에 맞게 퀘스트 보상이 제시됩니다.]

[1. 6서클 각성, 6서클 마법 3개 랜덤 습득]

[2. 세 번째 차원의 조각에 대한 추가 단서]

[3. 비전 마법 3개 랜덤 습득]

"......"

칼은 멍하니 서서 메시지를 읽었다.

이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이거 진짜 웃기는 새끼네."

이래서 보상이 차후 결정이란 거였어?

보통 상황이라면, 어쩌면 1번이 제일 가치가 떨어지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장 보상으로 받는 게 아니라 후에 각성 퀘스트를 완료해도 되는 거니까. 그러니 보통 때였다면 칼은 고민할 것도 없이 2번을 선택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단서도 일단 살아야 찾지, 뒈지기 일보직적인 상황인데 고민할 필요가 뭐 있을까.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번을 선택하였습니다.]

[지금 바로 각성하시겠습니까?]

"그래, 당장."

[서클 각성을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시작은 심장부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다섯 개의 고리.

그것들이 맞물려 회전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마력을 증폭시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대로 터져버리는 건 아닌가 불안함마저 느껴질 만큼.

쿠웅!

단지 퍼져나가는 마력의 파장만으로 공동이 한 차례 크게 울렸다.

칼에게 접근하던 두 군장 거미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슈우우...

거대하게 불어난 마력은 곧 전신으로 퍼지며 순환하더니, 곧 다시 심장으로 모여 여섯 번째 고리를 창조했다.

[서클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칼은 각성 도중 어느새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머릿속에 메시지가 이어졌다.

[보상으로 6서클 마법 3개가 랜덤으로 주어집니다.]

['헬 파이어(일반)'을 습득하였습니다.]

['어스퀘이크(일반)'을 습득하였습니다.]

['오버로드(일반)'을 습득하였습니다.]

< 6서클 (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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