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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너무 강함 (6)
드웨인 성으로 향하는 길.
칼은 말을 타고 가도를 따라 부지런히 달렸다.
지겹게 반복되는 풍경만 지나며 며칠을 묵묵히 달리고 있자니, 문득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푸르륵.
잠시 쉬어가기 위해 칼은 말에서 내렸다.
근처의 나무에 기대앉아 멍하니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시간이 지나고 나니 들끓던 마음이 가라앉고, 머릿속에 다시 이성이 자리잡았다.
단순히 기분이 더럽다고 백작급 귀족가를 대적하려 하다니.
별 이득도 없이, 위험만 잔뜩 감수해야 할 일을 미쳤다고 감정에 휩쓸려서 하려고 한 것이다.
애초에 드웨인에 찾아가서 뭘 어쩌겠다고 간단 말인가? 그 차남이라는 놈을 암살이라도 하려고?
칼은 자신이 너무 흥분했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5서클에 오르며 조금은 힘에 취해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제 귀족들의 최상위 전력이라 칭해지는 고위기사도 상대하지 못할 게 없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판단한 것이다.
중요한 건 가능성의 여부가 아니라 애초에 쓸데없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건데 말이다.
'케리 시에서도 마찬가지였지.'
몬툴의 지부들을 싸그리 습격한 건 딱히 위험한 일도 아니었으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흑마법을 사용한 건 명백한 미스였다.
현재 아직까지는 흑마법에 대한 세간의 인식 수준이 낮다곤 하지만, 항상 만에 하나를 대비해야 하는 법이다.
흑마법을 광적으로 쫓아 척살하려는 세력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나 교단 쪽에 많이.
그들 중 하나에게 들켜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때부터 칼은 대륙 공적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도시 한가운데에서 흑마법을 사용해 지부들 위치를 추적하다니.
정말 들키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
지금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다 나왔다.
옛 동료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서 너무 감정에 치우쳐 행동했었다.
"하아..."
칼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확실히 요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긴 한 모양이었다.
가는 길마다 족족 막히며 성가신 일에 휩쓸리니, 이성과 판단력에 잠깐 맛이 갔었다.
"조심하자, 앞으로는..."
그래도 딱히 이번 일로 덜미가 잡힐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애초에 새벽 시간대였고, 지부들 역시 인적 없는 골목들에 있었기에 지부를 찾아가며 사람들과 마주치진 않았다.
그리고 언데드로 만들었던 시체들도 전부 흔적도 없이 깔끔히 처리했다.
만약의 만약, 정말 케리 시에 흑마법 추적자가 있었다고 해도 드러난 건덕지가 없는데 뭘 어떻게 이쪽의 존재를 눈치챌까.
문득 상념이 뿔사슴 마을에서 키메라를 마주했던 그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그 흑마법사 놈도 베하스 교단에 쫓기고 있다 했던 것 같은데...'
칼이 베하스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흑마법을 척살하는 데에 가장 앞장서는 교단이라는 것 정도다.
또 그곳에선 '심판자'라 불리는, 고위기사 전력에 버금가는 전투기계를 따로 키워 양성한다는 것도.
상당히 위험한 자들이었다.
문득 언데드로 만들었던 키메라의 시체를 확실히 처리하지 않았던 게 떠올랐다.
그 거대한 덩치를 어떻게 흔적도 없이 처리할 방법이 4서클 당시에는 없었으니까.
물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바싹 태우긴 했지만, 만약 그 흑마법사 놈을 뒤쫓던 추적자가 그걸 발견했다면...
"...음."
설마 아니겠지?
너무 걱정이 과하다 싶었다.
정말 최악에 경우 거기서부터 흔적을 쫓아 따라왔다고 해도 중간에 한 번 텔레포트로 먼 거리를 건너뛴 적이 있다.
거기서 흔적이 뚝 끊겼을 텐데, 뭔 기상천외한 '초능력'이라도 발휘하지 않는 이상 대체 무슨 수로 추적을 해오겠는가?
그건 아란헬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칼은 상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말에 올라타며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했다.
'그냥 지금이라도 방향 돌릴까?'
보석은 바울 가에 전해주고 가던 길이나 마저 가면 된다.
그것만 해도 칼로서는 충분히 할 도리를 다한 것이었다.
아니면 그냥 당장 땅바닥에 버리고 가도 되는 거고.
어차피 자신은 멋대로 일에 휩쓸린 피해자가 아니던가.
고민하던 칼은, 결국 방향을 돌리지 않고 마저 드웨인으로 향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가서 영주성이나 한번 보고 오자.'
차남이라는 놈이 제 형제자매들에게 누명을 씌우고 모조리 잡아두고 있다 했던가?
어지간히도 막장이다 싶었다.
* * *
와장창!
바닥에 거칠게 엎어진 물과 대야.
시녀가 움찔 놀라며 물러섰다.
침대에 기대앉은 청발의 여인이 차갑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꺼져."
방 한쪽에 있던 기사, 게론이 한숨을 내쉬며 시녀를 방 밖으로 물렸다.
그리고 여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루디 아가씨, 계속 이렇게 나오셔서 좋을 게 없습니다."
"......"
여인은 대답 없이 그를 죽일 듯 노려볼 뿐이었다.
루디 드웨인.
드웨인 백작가의 막내이자 독녀.
그녀는 현재 새장 속의 새나 마찬가지인 신세였다.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이, 기사들에게 행동 하나하나를 일일이 감시당하는 모욕을 감수하며 생활한 지도 벌써 보름 가까이.
더욱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미는 건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같은 혈육이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가문 외부의 더러운 세력까지 끌어들이며 말이다.
크리스 드웨인.
눈앞에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작은 오라비.
루디가 격노를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물었다.
"큰 오라버니는 어떻게 됐지?"
"매번 말씀드렸다시피 멀쩡히 방에 계십니다. 그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거짓말.
이쪽과 달리 장남인 머스 드웨인은 이번 일에서 반드시 희생되야만 하는 인물이다.
권력에 눈이 멀어 제 아비를 독살한 가문의 반역자로 철저히 취급되어야만 했다.
그래야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크리스가 큰 잡음 없이 가주 자리에 오를 수 있을 테니까.
루디는 지금쯤 자신의 큰 오라비가 어떤 꼴을 당하고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아버지...'
어쩌면 부친은 모든 걸 알고 크리스에게 가주 자리를 물려주지 않으려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다 의미 없는 일이었다.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나버렸다.
모든 게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
똑똑.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게론이 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다.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금발의 젊은, 또 다른 기사.
그 면면을 확인한 루디가 이를 까득 갈았다.
'헤이든...'
그는 본래 장남파를 지지했던 가문의 3기사단의 단원 중 하나였다.
일이 터지자 평소의 그 굳건했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다른 단원 몇몇과 함께 단장을 배신하고 크리스에게 붙은 배신자였지만.
루디의 시선을 느꼈는지 헤이든이 고개를 돌렸다.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그렇게 노려보진 마십시오, 아가씨. 저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역겹기 그지없는 말.
루디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너만큼은 그래선 안 됐지. 은혜도 모르는 짐승 같은 놈."
그녀와 헤이든은 단순히 주인과 기사의 관계가 아닌, 어린 시절부터 꼭 붙어 지내온 친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루디가 그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차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해십니다, 아가씨."
헤이든이 능글맞은 얼굴로 말했다.
가주님께 받은 모든 은혜는 언제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잊을 래야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고아에 불과했던 절 먹여주시고 재워주시고, 그리고 검술도 가르쳐주시며 이렇게 기사로 임명까지 해주셨는데."
"그걸 아는 놈이...!!"
"하지만 가주님께선 돌아가셨지 않습니까. 언제나 가주님을 향했던 제 충성이, 이제 머스 님이 아니라 크리스 님에게로 이어졌을 뿐입니다. 두 분 모두 가주님의 후대이신데 아가씨께선 어찌 은혜를 잊었다고 저를 경멸하십니까?"
같잖은 말장난일 뿐이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진실은 내팽개치고, 그저 권력의 흐름에 빌붙은 것이었다.
할 말과 쏟아부을 욕이라면 넘치도록 많았지만, 루디는 꾹 입을 다물었다.
그저 한마디만 씹어뱉듯 말했다.
"숙부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다. 분명 지금쯤 칸스 경이 바울 가에 도착했을 거야."
헤이든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죄송하지만 무리입니다, 아가씨. 그가 바울 가에 도달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직까진 잡히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것도 곧이겠죠. 안 그렇습니까? 게론 경?"
헤이든의 말에, 게론이 루디를 힐끗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런데 왜 찾아온 건가? 자네는 교대 경비 인원도 아니면서?"
"아, 그게 말입니다..."
헤이든이 머리를 긁적였다.
게론이 고개를 내밀어 문 바깥을 살폈다.
"뭐야, 바깥 경비들은 또 어디로 갔어? 자네 허락도 없이 왜 들어왔..."
푸욱!
심장을 관통하고 튀어나오는 시퍼런 검날.
섬전 같은 기습에 게론은 미처 반응조차 못했다.
"꺽..."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 뜨고 헤이든을 바라봤다.
"죽어라, 역겨운 반역자 놈들."
방금까지의 장난스런 목소리가 아닌 싸늘하기 그지없는 음성.
푸화악!
헤이든은 게론의 입을 틀어막고 검날을 비틀어 빼냈다.
게론의 몸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헤이든이 검날의 피도 털지 않고 다급히 루디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지금이 기회입니다. 어서 탈출하셔야 합니다."
"너..."
갑작스런 전개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루디는, 이내 빠르게 상황을 이해했다.
"너, 배신한 게 아니었구나."
"단장님께서 저희 중 몇몇에게 미리 귀띔해주셨었습니다. 혹여나 일이 터질 것 같으면 저쪽에 붙으라고 하셨죠."
그렇게 말하는 헤이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를 위해 일이 터졌을 때 단장의 목을 직접 벴던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였으니까.
덕분에 의심이 완전히 거둬진 상태에서 치밀하게 기회를 노리고 또 노렸다.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챙, 채앵...
곧 방 밖에서 검날이 맞물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헤이든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다른 녀석들이 최대한 날뛰며 시간을 끌 겁니다. 탈출하는 건 저와 아가씨뿐입니다."
"큰 오라버니는...!!"
"시간이 없습니다, 아가씨. 아가씨만이라도 빠져나가 반드시 바울로 가셔야만 합니다. 어서!"
헤이든은 그 말을 끝으로 루디를 품에 안아들고 창문 아래로 뛰어내렸다.
바닥에 착지한 뒤 정원을 빙 돌아 곧바로 향한 곳은 내성의 개구멍.
"여기로 빠져나가 조금만 더 이동하면 말이 준비되어 있습..."
그때 뒤쪽으로 소란이 일며 기사들이 몰려왔다.
헤이든과 루디의 얼굴이 어둡게 굳었다.
* * *
한 사내가 높은 언덕에서 멀리 떨어진 드웨인의 영주성을 내려다보고 있다.
바로 칼이었다.
"......?"
시야 확장 마법을 써서 천천히 내성을 둘러보던 칼은, 곧 성 밖으로 다급히 달려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뭐야, 저건."
여인과 기사 하나.
두 사람은 말에 올라타서 즉시 남쪽 성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곧 그 뒤쪽으로 다른 이들이 말을 몰고 쫓아가는 것도 보였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돌발 퀘스트: 매듭 짓기>
드웨인 백작가의 독녀인 루디 드웨인입니다.
그녀가 무사히 추적자들을 따돌릴 수 있도록 도우십시오. 그것이야말로 이번 일의 원흉인 크리스 드웨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전개가 될 것입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 70000SP
머릿속에 떠오른 퀘스트에 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이내 피식 웃었다.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진 않았네."
비록 백작가를 직접 칠 수는 없겠지만, 이 또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말이리라.
칼은 말을 몰고 성문을 향해 멀어지는 그들의 뒤를 쫓았다.
* * *
루디와 헤이든, 외성을 통과한 두 사람은 계속해서 달렸다.
어떻게 도시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뒤쪽으로 추적자가 붙었다.
힐끗 뒤를 돌아봐 선두의 얼굴을 확인한 헤이든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갈리온...'
제 1기사단의 단장이자, 가문에 존재하는 두 명의 고위기사 중 하나.
만약에 따라잡힌다면 도주에 성공할 가능성 따윈 없었다.
어느새 도시 근처의 숲 지대로 들어선 그들 사이에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순간 추적자 무리 쪽에서 웬 사내가 앞으로 치고 나오더니 무언가를 날려왔다.
푸욱!
길쭉한 송곳.
가공할 속도로 날아든 그것이 헤이든이 타고 있던 말의 뒷다리를 관통했다.
히히힝!
헤이든은 쓰러진 말과 함께 거칠게 바닥을 굴렀다.
떨어진 앞에서 달리고 있던 루디가 말을 멈춰세웠다.
"헤이든!"
헤이든이 그녀를 바라보며 처절히 외쳤다.
"가십시오, 아가씨!"
그러나 머뭇거리던 루디는 결국 헤이든 쪽으로 말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그를 꼭 안았다.
"이렇게 너만 두고 갈 수는 없어. 차라리 함께 죽겠다."
"아가씨..."
곧 그들의 앞에 추적자들이 도달했다.
"하하, 함께 죽겠다뇨? 그건 좀 곤란합니다, 아가씨."
눈에서 입가까지 길다란 칼자국이 새겨진 사내.
방금 송곳을 던져 헤이든을 낙마시킨 이였다.
"아가씨는 만약을 위해 살아계셔야죠. 바울 가의 다트미르 백작께서 아가씨를 그렇게 아끼시지 않습니까? 시체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고요."
루디는 그를 곧장 알아봤다.
"귀가 오염될 것 같으니 역겹게 말 붙이지 마라. 어둠에 숨어 사는 기생충 따위가."
이번 일에 개입한 외부 암조직 몬툴의 수장, 에페.
그가 능글맞게 웃으며 물러났다.
"어이쿠, 그럼요. 미천한 놈은 얌전히 닥치고 있을 테니 귀하신 분들끼리 이야기 나누시죠."
곧 그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한 중년의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고위기사 갈리온.
그가 루디와 헤이든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셨습니다, 아가씨."
"......"
"그리고 헤이든, 설마 자네가 이렇게 또 배신을 할 줄은 몰랐는데. 분명 그때 자네 손으로 직접 3단장의 목을 베지 않았던가?"
헤이든이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부 단장님의 뜻이셨지. 처음부터 배신 따윈 한 적도 없었다."
"...독한 놈. 하지만 그 노력도 이제 전부 수포로 돌아갔구나."
촤앙!
갈리온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루디가 다급히 소리쳤다.
"순순히 잡히겠다! 다시는 탈출을 시도하지 않을 테니 헤이든을 살려다오. 제발..."
갈리온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늦었습니다, 아가씨. 그러게 진작부터 얌전히 계셨다면 좋았을 것을."
갈리온의 검이 허공 높이 치켜세워졌다.
검날에 햇빛이 반사되며 날카롭게 빛났다.
떨어질 곳은 헤이든의 목.
"아...!!"
다른 기사에게 끌려나온 루디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돌아갔다.
곧 말에 올라탄 누군가 나무와 수풀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
칼은 말을 멈춰세웠다.
바닥에 쓰러진 루디와 헤이든을 바라보다가, 다시 이쪽을 바라보는 추적자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미 잡혔네."
갈리온도 천천히 검을 내려들고 칼을 응시했다.
"뭐냐, 네놈은?"
칼은 훌쩍 말에서 내려섰다.
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간단히 답해주었다.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