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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6화 (2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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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너무 강함 (4)

"지금쯤 거의 다 마무리됐겠군."

사내의 말에, 옆에 있던 다른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남은 진작에 잡았고, 막내도 얼마 못 도망가고 1지부 쪽에 잡혔다던가? 엘제 지부장 그 광년한테..."

"쉿."

"뭐 어때, 누가 듣는다고. 그리고 그 광년은 면전에 대고 광년이라 해도 좋아할 작자야."

"그래, 한참 낄낄거리며 쪼개다가 니 머리통도 반으로 쪼개버리겠지."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실실 웃는 사내들.

어차피 침입할 사람도 없는 지부를 새벽에 경비하는 건 만담 없이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그놈도 참 미친놈이야."

"누구? 아... 차남?"

"그래. 귀족들 암투가 심하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 알았냐. 미친놈이 아무리 가주 자리가 탐나도 그렇지, 우리 같은 암조직을 후계 다툼에 끼어들이고."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 사내를 보며, 동료가 한마디 거들었다.

"내가 그놈 낯짝을 제법 가까이서 본 적 있었거든."

"그런데?"

"그거 완전히 뱀눈깔이더라. 잠깐 눈만 마주쳤는데도 소름이 다 끼치더라니까."

그가 어깨를 가볍게 떨었다.

"내 생각에는 드웨인의 가주가 죽은 것도 병 때문이 아니야. 독살당한 거지."

"그 차남 놈이?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제 아비까지..."

"흐흐, 야. 그럼 지금 상황은 정상이냐? 형하고 여동생까지 다 처죽이고 가문을 집어삼키려는 놈인데?"

"그건 그렇지."

"진짜 궁금하다니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런 미친 짓을 벌여대는 건지. 바울 가에서 가만히 있질 않을 텐데."

"아비에 형제자매도 다 죽여버린 놈이면 제 숙부랑도 척을 못 질 건 없잖아."

"하긴, 나불댈 입들 싹 다 없애버리면 바울에서도 정확한 증거 없이 드웨인을 치진 못하려나?"

그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아까 지부장님이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아직 그건 못 회수한 것 같던데."

"뭘?"

"가주의 증표 말이다. 그 붉은 보석."

"아, 그거. 근데 그게 중요한가? 어차피 이번 일 끝나고 나면 가문은 완전히 자기 차지 아니야?"

동료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멍청하긴, 우리 같은 것들이랑 귀족들이랑 같냐? 걔네는 체면하고 명분이 전부야.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증표가 없는데 가주 자리에 오르면 얼마나 시끄러워지겠어."

"이미 지금도 충분히 개판일 것 같던데... 뭐, 아무튼 그런가. 근데 좀 이상한데?"

"뭐가?"

"형제자매들은 다 잡았는데 왜 아직도 증표를 못 회수했냐고. 어디로 빼돌리기라도 한 건가?"

"아, 그건 막내 쪽 호위기사 중 하나가 따로 들고 튄 것 같다더라."

"뭐? 왜?"

"추적조 시선도 분산시키고, 막내가 탈출을 못하면 가주 증표라도 숙부한테 전달하려 한 거겠지. 그것만큼 바울이 이번 일에 개입할 확실한 명분이 또 어디에 있겠어."

"...잠깐만, 그럼 큰일난 거 아니야? 그게 바울 손에 들어가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동료가 킥 웃으며 말했다.

"걱정도 많다. 고작 호위기사 한 놈이 조직의 추적을 어떻게 따돌리겠어? 지금 지부들이 전부 다 나서서 바쁘게 뛰고 있다더만. 곧 잡히겠..."

말을 하던 그가 흠칫 놀라며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앞쪽의 통로로 이어진 어둠을 뚫고 서서히 인형 하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치렁치렁한 은발, 비틀거리는 발걸음.

황급히 무기를 뽑아든 사내들은 인형의 정체를 바로 알아봤다.

"...에, 엘제 지부장님?"

아까 광년이라 잠시 뒷담을 깠던 존재.

케리 시 1구역의 지부장인 엘제.

일단 침입자는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려던 사내들은 이내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가 현재 케리 시에 있을 이유가 없고, 또 이 새벽에 이곳 3구역 지부를 다짜고짜 찾아올 이유는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1지부 인원들은 본부와 함께 드웨인 영주성에 있어야 할 텐데? 대체 왜 여기에...'

무엇보다 가장 이상한 건, 1층의 바텐더로 위장한 조직원이 그녀를 보고도 없이 그냥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아무리 지부장 급이라도 다른 구역의 지부를 연락도 없이 멋대로 들락날락거릴 수는 없다.

그건 지금까지 저 성질 더러운 광년도 어기지 않고 지켰던 철칙이었는데.

"엘제 지부장님, 대체 무슨 연유로 여기..."

조심스럽게 물으려던 사내가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불빛이 비추는 곳으로 완전히 도달하자, 그녀의 모습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완전히 검게 물든 눈, 새카맣게 타버린 양손.

그리고 저 우스꽝스럽게 뒤집어쓴 로브는 또 뭐란 말인가.

"크르륵..."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대답 대신, 짐승의 그르렁거림과 비슷한 무언가였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촤아악!!

득달같이 달려들어 왼쪽에 있던 사내에게 검을 내리치는 그녀.

사내의 몸이 반으로 쩍 갈라지며 피분수가 터져나왔다.

"흐억...!!"

오른편의 사내가 패닉에 빠져 검을 휘둘렀다.

가볍게 고개를 비틀어 피한 그녀가 반대손을 휘둘렀다. 가격당한 사내의 머리가 수박이 터지듯 터져나간다.

풀썩.

순식간에 두 구의 시체를 만들어낸 그녀가 우뚝 동작을 멈췄다.

곧 뒤쪽으로 또 다른 인형이 나타났다.

바로 칼이었다.

"생전의 능력과 별 차이는 없나."

칼이 죽은 사내들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인간을 언데드로 만든 건 처음이기에 시험 삼아 전투에 부려봤는데, 딱히 능력이 약화된 것 같지는 않았다.

'검도 여전히 휘두를 줄 알고, 이지를 잃었다고 해도 기존의 기억까지 맛이 가는 건 아닌가 보군.'

하긴, 애초에 생전의 기억이 모두 사라졌으면 이곳까지 길을 찾아올 수도 없었을 터.

언데드가 되면 단순히 행동의 수준이 인간에서 짐승 정도로 내려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스스슥...

감지 마법을 활성화하자 사방에 많은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칼은 엘제에게 고개를 까닥였다.

"멋대로 날뛰어라. 한 놈도 살리지 말고."

파악!

명령과 동시에 먼저 안쪽을 향해 달려나가는 그녀.

칼은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길고 좁은 일자형 통로를 지나자 나타나는 양쪽 갈림길.

엘제가 통과한 통로의 반대편에서 다급히 달려나오는 조직원들이 보였다.

칼은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레이 버스터】

번쩍!!

백색 광선이 통로를 넘치도록 뒤덮으며 그들을 일시에 소멸시켰다.

확실히 파괴력 하나만큼은 경이로운 마법이다.

칼은 한층 더 넓어진 통로로 발을 내딛고 계속해서 걸었다.

개미굴에 기어다니는 개미들을 뒤지듯, 감지 마법을 사방으로 퍼뜨리며 몰려오는 인기척들을 잡아냈다.

콰앙! 콰과광!!

실제로 처리하는 데에도 딱 개미를 죽이는 정도의 노력이면 충분했다.

불에 타고, 전기에 지져지고, 충격파에 몸이 산산히 터지고.

몰려온 조직원들은 반격 한 번을 제대로 못하고 몰아치는 살상 마법에 모조리 갈려나갔다.

침입자는 단 한 명이지만, 3지부의 전투원들과 칼 사이의 수준 차이는 그만큼 아득한 것이었다.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

습관적으로 방심하지 않고 긴장을 유지했던 칼도 이쯤 되니 맥이 풀렸다.

'고작 이 정도인가?'

지부 하나가 이 정도 전력이라.

대충 예상은 했지만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고위기사급은 당연히 있을 리가 없고, 기사급 수준도 기껏해야 세 명이 전부였다.

얼마 전 4서클이었을 때에도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의 전력인데, 5서클에 오른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실 이들이 형편없는 건 결코 아니었다.

어디 소국의 가난한 귀족가에는 제대로 된 기사조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기사급 전력은 이 세계에서 결코 무시받을 수준이 아니다.

단지 현재의 칼이 너무 강해졌을 뿐.

"끄르륵..."

칼은 고개를 내렸다.

복부에 구멍이 뚫린 채 간신히 숨이 붙은 조직원이 보였다.

"대체... 왜..."

그가 피를 울컥울컥 뿜어내며 허망히 중얼거렸다.

앞뒤 맥락이 없는 말이었지만 알아듣기에는 충분했다.

"화풀이."

서걱.

간단히 답해준 뒤 목을 날려버렀다.

이제 이쪽 통로에 남은 조직원은 없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엘제가 들어간 반대편 통로로 이어졌다.

감지 마법을 퍼뜨리자 마찬가지로 전부 다 죽고, 그녀가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결판이 안 나는군. 이쪽 지부의 우두머리인가?'

검날이 맞물리는 쨍쨍한 소리가 연신 어지럽게 울려퍼진다.

가까이 접근하자 곧 둘의 모습이 보였다.

짐승처럼 날뛰는 엘제의 검격을 한 중년의 사내가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칼은 멀찍이 떨어져서 그 광경을 잠시 구경했다.

'단순한 육체 능력은 이쪽이 훨씬 강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승부는 쉽사리 나지 않았다.

칼이 검술에 대해 뭘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현재 엘제는 검술을 펼친다기보다, 그냥 되는 대로 거칠게 휘두르는 것에 가까웠으니까.

'아... 그런가? 이게 부작용이었군.'

칼은 언데드 마법의 페널티를 깨달았다.

이지가 상실되며 생전 검술의 정교함이 모두 상실된 것이다.

그저 본능과 몸의 기억에만 맡긴 짐승 같은 전투.

기본적인 스펙 차이가 아니었다면 엘제는 진작에 중년의 검에 목이 떨어졌으리라.

서걱!

그리고 그건 곧 현실이 되었다.

중년의 검이 빈틈을 찌르고 순식간에 엘제의 목을 베어버렸다.

데구르르 굴러온 그녀의 머리가 칼의 근처에 도달했다.

숨을 고르며 칼을 거두려던 중년이 그제야 칼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빌어먹을, 또 웬..."

칼은 대답 없이 널부러진 엘제의 몸과 중년을 번갈아봤다.

그 태도에서 중년, 3구역의 지부장 갤러는 바로 눈치챘다.

바로 저놈이 1지부장을 끔찍한 괴물로 만들고 지금의 사달을 낸 장본인이라는 것을.

갤러는 꽤 감이 좋은 편에 속했다.

상대가 매우 좋지 않다는 건 바로 깨달았다.

사실 지금 상황을 보면 눈치가 조금만 있어도 모를 수가 없는 사실이긴 했지만.

그가 슬금슬금 칼에게서 뒷걸음질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대체 누구시오? 목적이 뭐길래 이런 짓을 벌이는 거요? 설마 바울의..."

"그게 중요한가?"

칼이 말을 끊고서 무덤덤하게 말했다.

"어차피 죽을 건데."

【바인드 스웜】

스르륵.

5서클로 각성하며 새로 얻은 마법.

칼을 중심으로 바닥에 어둠이 드리우며 순식간에 넓게 퍼졌다.

그 괴이한 광경에 갤러가 기겁하며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결국 따라잡혀 발이 어둠에 움푹 묶여버렸다.

"이, 이익! 억!"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오히려 중심을 잃고 넘어져 온몸이 어둠에 노출된 갤러.

'대충 이런 스킬이군.'

칼은 그 광경을 잠시 감상하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온몸이 꼼짝없이 달라붙은 갤러를 항하여.

"...살려주십시오!"

곧바로 공대로 바뀐 말투.

갤러가 다급한 목소리로 칼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끝까지 뻗대던 엘제 쪽과는 정반대의 성격인 듯 싶었다.

"워, 원하시는 게 있어서 이러시는 게 아닙니까! 제가 마법사님께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을 겁니다! 분명 그럴 겁니다!"

무시하고 죽여버리려던 칼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놈들 조직의 이름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싹 다 없애버리려는 마당에 뭔들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현재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궁금하긴 했다.

칼은 중년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조직 이름."

"...예?"

"너네 조직 이름부터 말하라고. 지금부터 쓸데없이 되물으면 죽인다."

그 말에 갤러는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씨발, 그럼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 지랄을 벌였다는 거야?'

확 울화가 치밀었지만 살벌한 칼의 눈빛에 도로 쭈그러들었다.

갤러가 비굴하게 웃으며 답했다.

"저, 저희는 '몬툴'이라고 하는 암조직입니다. 이곳 케리 근방에선 제법 규모가 있는..."

"그건 됐고."

칼이 제일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그가 품에서 붉은 보석을 꺼내들었다.

지금 상황의 모든 원흉인 물건이었다.

"이게 뭔지나 설명해봐. 대체 뭐길래 니들이 눈깔 돌아가서 그렇게 빼앗으려고 난리를 피우는 건지."

"......!!"

보석을 바라보는 갤러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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