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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4화 (2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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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너무 강함 (2)

붉은 보석.

그 밑부분에는 황금빛의 얇은 받침대가 끼워져있다.

자세히 보니 표면에 무슨 문양 같은 게 새겨져있기도 했다.

"......"

칼은 보석을 주워들고서 다시 한 번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대략 스물 정도 되는 복면의 괴한들.

하나같이 살벌한 눈들로 손에 들린 보석과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뭔가 굉장히 귀찮은 일에 또 휘말려버렸다는 건 너무나 분명했다.

저벅.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괴한들.

'씨발.'

칼은 속으로 욕을 몇 번 더 뇌까리고서, 손가락을 까닥였던 대장 괴한에게 말했다.

"이거 주면 우리 사이에 아무런 문제 없는 거 맞지?"

더 이상 뭔가에 엮이기 지겨웠다.

또한 칼은 단편적인 상황만 보고 이들에 대해 판단할 생각이 없었다.

얼핏 보면 이 괴한들이 무슨 악의 무리 같은 거고, 도망치던 남자가 그에 쫓기던 선량한 피해자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일을 애송이 시절에 몇 번이고 겪어봤었기에, 칼은 생판 처음 본 타인에게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다.

아무튼 그런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칼은 대장 괴한에게 보석을 던져 건냈다.

휙.

그것을 받아든 대장 괴한이 만족스런 눈빛으로 보석을 살펴봤다.

그러곤 칼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죽여라."

타다닷!

그 말과 동시에 괴한들 중 몇몇이 칼을 향해 달려들었다.

칼은 한숨을 내쉬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럼 그렇지, 썅."

역시 그냥 얌전히 갈 리가 없지.

칼은 마법을 캐스팅했다.

먼저 죽이려 들었으니 더 이상의 타협은 없었다.

빠지지직!!

어둠 속에 번쩍이는 푸른 섬광.

달려들던 괴한들이 시커멓게 전신이 타다 못해 형체가 무너져서 바닥에 허물어졌다.

말 그대로 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오.'

칼은 그걸 보며 속으로 내심 놀랐다.

전격 마법의 위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상승했기에.

5서클 각성에, 새로운 서클링으로 마력이 강해지고 전격 마법에는 파괴력 75% 증가 옵션까지 붙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

그 광경에 대장 괴한이 당황과 경악이 섞인 표정으로 칼을 쳐다봤다.

칼이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이 새끼야. 그냥 지나가던 잡놈인 줄 알았는데 아니니까 당황스러워?"

"......"

대장 괴한은 대답 없이 다시 부하들에게 고개를 까닥였다.

방금 전보다 훨씬 경계 선 태도로, 거리를 더 벌리고 칼의 주위를 천천히 도는 괴한들.

칼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기껏 한다는 짓이 너무 우습기 그지없었기에.

"무슨 강강수월래 하냐?"

파악!

기습적으로 두 괴한이 칼을 향해서 돌진했다.

방금 마법을 보고도 고작 둘로 이쪽을 죽여보겠다고 달려드는 건 아닐 터였다.

'마법사 좀 상대해본 놈들인가.'

적들이 바글바글 몰려서 공격하는 것만큼 마법사가 반격하기에 좋은 조건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한둘씩만 튀어나와 연달아 공격한다면 마법사에겐 최악이었다.

마력이 전부 바닥날 때까지 소모전으로 가게 되거나, 아니면 캐스팅 사이 텀에 바로 이어지는 공격에 대응을 못하게 되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서클 낮은 하위 마법사들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딴 단순한 전략은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까.

참 멍청한 놈들이었다.

방금 펼친 마법을 보고도 수준 차이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못 깨달은 건가?

【라이트닝 웨이브】

콰과과광!!

사방으로 몰아치는 전기 파도가 두 괴한은 물론이고, 멀찍이 떨어져서 주변을 둘러싼 괴한들까지 모조리 휩쓸어버린다.

전부 재가 되어 서있던 자리에 핏물만 남겼다.

남은 건 멍하니 넋을 놓고 주변을 둘러보는 대장 괴한뿐이었다.

칼은 포스 마법으로 놈을 붙잡았다.

"흡...!!"

대장 괴한이 저항하려고 했지만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나마 느껴지는 기운을 보면 기사급 실력자인 것 같긴 한데, 이제 고위마법사가 된 칼에게는 거기서 거기였다.

풀썩!

놈을 바로 앞까지 끌어와 바닥에 내팽개쳤다.

대장 괴한이 고개를 들고 죽어라 칼을 노려봤다.

"뭐, 병신아. 눈 뽑아버리기 전에 깔아."

"......"

"그러게 좋게 그거 건네줬을 때 그냥 얌전히 지나갔어야지, 응? 왜 상황을 엿 같이 만들고 지랄이야."

칼은 포스로 대장 괴한의 손에 들린 보석을 뺏어들었다.

그리고 재차 보석을 살피며 물었다.

"이게 대체 뭐길래 그러냐? 아까 바울 가문이라고 하던데, 이 왕국의 귀족 가문이냐? 거기랑 뭔 관계야?"

놈은 여전히 대답 없이 침묵할 뿐이었다.

칼은 옆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레이 버스터】

번쩍!!

새롭게 얻은 5서클 비전 마법.

옆으로 손을 옮겨 쏘아내자, 어둠을 뚫고 뻗어나간 한 줄기의 거대한 광선이 저멀리 있던 괴한 하나를 그대로 소멸시켰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 숨어서 눈치만 보다가 방금 막 도망치려고 한 놈이었다.

광선이 지나간 자리에 우성했던 수풀과 나무들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예 공간 자체를 지우개로 지운 듯한 그 이질적인 광경에 대장 괴한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허...'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칼도 상당히 놀랐다.

파괴력만을 중시하는 마법 학파의 수장이었던 자가 창조한 비전 마법.

과연 앞에 붙은 수식어들만큼의 값은 확실히 하는 마법이었다.

"그래, 뭐. 그냥 죽어라."

우드득!

이내 포스 마법으로 대장 괴한의 목도 꺾어서 죽여버렸다.

어차피 대답도 안 할 것 같고, 뭘 캐내는 것도 귀찮았다.

"......"

그래서 이건 어쩌지?

칼은 찝찝한 얼굴로, 손에 들린 붉은 보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냥 버리고 갈까."

귀찮은 일을 덜려면 그러는 게 맞다.

하지만 고민하던 칼은 결국 보석을 챙기기로 했다.

그냥 버리고 가면 이 머저리들한테 져주는 것 같았으니까.

그는 대부분의 상황에 이성적이었지만, 아란헬 때도 그랬듯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때때로 감정적이었다.

아직 주인이 있다고 판정된 물건인지, 인벤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 보석.

어쩔 수 없이 품 안에 넣었다.

"...바울 가문이라고 했지."

거긴 또 어디야, 씨발.

주위에 널부러진 시체들 속, 칼은 도로 모닥불 앞에 앉았다.

그리고 죽은 남자를 바라보며 혀를 차다가, 이내 상황을 정리했다.

'가는 방향에 있으면 들러서 전해주고, 다른 방향에 있으면 그냥 가던 길 가자.'

결국 남의 일에 또 엮여버린 건 짜증났지만 뭐 어쩌겠나.

한두 번도 아니니 이젠 그냥 그러려니 했다.

* * *

날이 밝고, 협곡을 빠져나온 칼은 자유도시 케리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이어진 습격은 없었다.

성문을 통과하고, 도시에서 하루 머물기 위해 칼은 여관을 대충 골라서 들어갔다.

시끄러운 건 질색이니 사람 적은 한적한 곳으로.

"어서오세요!"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인이 밝은 미소로 반겨왔다.

칼은 은화 한 닢을 건네주며 말했다.

"식사하고 하루 숙박에 물 사용하는 것까지 다 계산해주세요. 남는 돈은 가지시고."

휘둥그레 눈을 뜬 그녀가 칼을 정성껏 자리로 안내했다.

곧 탁자 위에 차려지는 음식들.

칼은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려는 종업원을 붙잡고서 물었다.

"혹시 바울 가문으로 향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압니까?"

"바울? 바울 백작가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바울 가의 영주성이라면 카이엔 시에 있죠. 여기서 꽤 먼 곳이에요."

방향이 어느 쪽인지까지 설명을 들은 칼은 애매한 표정이 되었다.

가는 행로에서 완전히 꺾인 방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돌아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칼은 위층의 방으로 올라갔다.

침대애 누운 채 품에서 다시 보석을 꺼내 살펴봤다.

어제의 감정이 식고,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고 생각해보니 지금 뭘 하는 건가 싶었다.

'씨발, 내가 무슨 심부름꾼도 아니고 이걸 왜 전해줘야 돼?'

그 복면 놈들이 이쪽을 죽이려 든 건 여전히 괘씸하긴 했지만.

사실은 쫓기다 죽은 그 남자도 괘씸한 건 마찬가지였다.

왜 생판 남을 지들 사정에 끼워넣어서 귀찮게 만드냐고.

그제서야 뒤늦게 후회가 차올랐다.

"하, 그냥 그대로 두고 올걸..."

역시 그냥 제자리에 두고 오는 게 맞았다.

칼은 복잡한 눈빛으로 보석을 바라봤다.

"......"

그러다 문 쪽을 힐끗 바라보고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입을 열고서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만 간 보고 들어와, 병신들아. 들켰어."

벌컥! 피비빙!

동시에 방문이 열리고 우수수 화살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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