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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2화 (2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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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대침공 (7)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머릿속에 연달아 떠오르는 레벨업 알림.

상대가 상대였는지라 50레벨에 도달한 상태임에도 무려 세 단계가 한 번에 올랐다.

혼자서만 상대한 게 아니니 경험치가 온전히 들어오지는 않았겠지만, 그 일부분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다.

"...칼 공! 괜찮습니까?!"

기사 제라프의 외침에 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은 게 맞습니까? 방금까지 반응도 없이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었는데..."

"아뇨, 정말 괜찮습니다. 저한테 뭘 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실패한 모양입니다."

칼은 물끄러미 바닥에 널부러진 가르두카의 시체를 바라봤다.

감지도 못하고 죽은 눈에 유독 공허한 빛이 띄는 느낌.

그가 했던 영문 모를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육신과 영혼의 인과가 비틀렸다고?'

그게 대체 뭔 개소리지?

설마 게임 캐릭터 몸에 빙의된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뭐가 됐든 아무래도 좋았기에 칼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당장 고민해봐야 알아낼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이내 기억 저편의 구석으로 치워버린 뒤 몸을 돌렸다.

"아무튼... 다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완전히 기운이 빠진 듯한 칼의 목소리에 기사들이 옅게 웃었고, 마이어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우리야 시키는 대로 한 게 전부지, 다 자네의 공 아니겠나. 그나저나 저 오크 놈들은..."

마이어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쪽으로 몰아닥치던 오크 군단은 어느새 멈춰서서 우왕좌왕거리는 기색이었다.

가르두카가 죽어서 주술이 풀렸으니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다행히 이쪽은 신경도 안 쓰는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놈들 눈에 다시 띄기 전에 어서 빠져나가죠."

다섯 사람은 지친 몸을 이끌고 말을 놓아둔 자리로 서둘러 돌아갔다.

* * *

와아아아아...!!

완전히 물러나는 오크들을 보며, 무기를 놓고 미친 듯이 환호하는 병사들.

다르칸도 희미하게 웃으며 평야 저편을 바라봤다.

'...무사히 해내준 모양이군.'

모든 게 칼의 말대로였다.

주술사를 죽이니 오크들은 곧장 혼돈에 빠졌고,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기만 하다가 이내 광림으로 돌아가버렸다.

전쟁은 끝났고, 도시는 무사히 지켜졌다.

역대 최악일 것이라고 예감했던 사상자의 수도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딸을 구해준 것도 모자라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칼에게 감사와 경외를 느끼며, 다르칸은 주변에 명령했다.

"서쪽 성문을 열고 영웅들을 맞이하라."

평야를 빙 돌아 도시로 되돌아오는 다섯 사람이 멀리서부터 보였다.

바드 시를 지켜낸 영웅들의 귀환이었다.

* * *

성문을 통과한 칼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환영을 받으며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정신 없이 죽어라 싸우던 병사들은 자세한 사정을 몰랐지만, 아무튼 그들 덕분에 전쟁이 무사히 끝났다는 건 알았다.

뒷정리는 다른 이들의 몫이었고, 전쟁의 종결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그들에게는 바로 휴식을 취할 자격이 있었다.

"후우..."

곧장 다르칸의 부관에게 백작성으로 안내받아 호화스런 방을 내어받은 칼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피곤해 뒤지겠네, 진짜."

이번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미래의 대참사도 무사히 막아냈고.

당장이라도 정신을 놓고 퍼질러자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칼은 머릿속에 떠오른 알림을 읽었다.

[5서클 각성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서클로 각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각성하겠습니까?]

"그래."

칼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미 앞서 네 번을 겪었던 일이기에 거리낄 건 없었다.

[서클 각성을 시작합니다.]

우우웅.

심장부가 찌르르 울리는 느낌.

이어서 서클이, 네 개의 마력 고리가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며 증폭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마력량의 증가 따위가 아니었다.

시스템의 힘을 통해 기존의 상식을 비틀어버리는, 어떠한 깨달음과 부작용도 없이 강제로 서클의 격을 상승시키는 것.

화아악!!

이내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가 싶더니, 다시 심장부로 모여들어 다섯 번째 고리를 형성했다.

[서클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몸 내부에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의 유동을 느끼며 탄성을 뱉었다.

"허."

이건 기대보다 훨씬 이상인데?

단순한 레벨업과는 비교도 안 되게 서클의 능력이 상승했다.

아니, 상승했다기보다 아예 마력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

괜히 5서클부터가 고위마법사로 분류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5서클, 고위마법사.

무인으로 따지면 고위기사.

소규모 군단도 단신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경지.

이제야 슬슬 진짜 강자의 반열에 오른 듯한 기분이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서클 마법 3개가 랜덤으로 주어집니다.]

이어지는 다음 보상.

원래 서클을 각성할 때마다 퀘스트는 그 수준에 맞는 스킬들을 3개씩 주곤 했다.

그 왜, 게임에서 2차, 3차 전직하면 스킬 주는 것처럼.

"......"

잠시 머릿속 알림을 바라보던 칼이, 이내 경건히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제발 비전 마법."

예전에 4서클로 각성할 때는 콜링 썬더를 얻었었다.

그리고 그게 칼이 현재 가진 비전 마법의 전부였다. 물론 흑마법은 빼고.

그러니까 제발 이번에도 비전 마법.

머릿속에 재차 알림이 떠올랐다.

['파이어 혼(일반)을 습득하였습니다.]

['바인드 스웜(일반)'을 습득하였습니다.]

.

.

.

['레이 버스터(비전)'를 습득하였습니다.]

"...예쓰!"

애태우듯 한 텀을 두고 나타나는 마지막 알림에, 칼은 주먹을 꽉 쥐고 짧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진짜로 또 떴다, 비전 마법!

가르두카 죽이겠다고 개고생을 한 보상을 제대로 받는 기분이었다.

<레이 버스터 - 5서클, 비전>

오직 파괴적인 마법만을 중시하는 헤라 학파의 2대 수장이었던 '바롭 오스큐'가 창조한 비전 마법으로서...

비전 마법이라 그런지 그 원류에 대한 설명이 붙어서 잡설이 길었다.

칼은 앞줄을 무시하고 효과만 읽었다.

"...파괴의 형질로 바꾼 마력을 극도로 응축해서 직선 형태로 쏘아낸다. 흠."

한마디로 광선 비슷한 걸 쏘는 마법인 듯했다.

당장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여기서 했다간 백작성이 테러라도 당했나 기사들이 기겁하며 몰려올 게 뻔했기에 참았다.

'그리고 나머지 마법들은...'

나머지 마법들의 효과도 읽은 칼은 표정을 구겼다.

딱히 필요가 있나 싶은 애매한 마법들이었기 때문에.

파이어 혼은 그냥 지금 가지고 있는 화염계 마법보다 단순히 파괴력만 더 강한 마법이었고, 바인드 스웜이 광역 속박기라 그나마 낫기는 했지만...

"운이 전부 비전 마법으로 몰렸나."

좀 더 활용성이 높은 마법들은 원했는데.

아무튼 하나 건진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기에 칼은 그럭저럭 만족했다.

그리고 5서클 마법서는 알티우스 본원에서 쓸만한 것들로 몇 권 챙겨서 나왔었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원로 인맥을 그럴 때 안 쓰면 또 언제 쓸까.

똑똑.

인벤토리에서 마법서를 꺼내드려는데,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칼 님, 휴식을 방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집사인 헤이스라고 합니다."

"아, 예. 들어오세요."

그리고 들어온 중년의 사내가 이쪽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어디 불편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침대가 엄청 푹신하네요."

칼의 털털한 대답에 작게 웃은 그가 이어서 말했다.

"가주님께서 막 귀환하셨습니다. 원하시면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뒷정리가 얼추 끝난 건가?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가겠습니다. 안내해주세요."

"예, 그럼..."

칼은 집사의 뒤를 따라서 복도를 지나 최상층에 있는 가주실로 이동했다.

그곳에 들어가자 다르칸뿐만 아니라 마이어와, 고위기사들도 보였다.

"오, 어서 오게나! 좀 더 쉬다가 올 줄 알았는데... 응?"

껄껄 웃으며 손을 흔들던 마이어가 돌연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눈으로 칼을 바라봤다.

"...잠깐만, 자네?"

칼은 왜 저러나 싶다가 마이어의 시선이 자신의 심장부로 향해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눈치챘구나.'

5서클의 경지로 올라선 걸 바로 알아챈 것이었다.

칼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막 벽을 부쉈습니다. 주술사와 싸울 때 조금 깨달음을 얻은 게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다르칸과 나머지 고위기사들도, 둘의 대화의 의미를 곧장 깨닫고 경악한 얼굴로 칼을 바라봤다.

먼저 정신을 차린 다르칸이 칼에게 축하를 건냈다.

"...공, 축하하네. 그 나이에 고위마법사가 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성취군."

건조한 말투였지만, 본래 빈 말을 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 그로서는 최고의 찬사를 한 것이었다.

스물의 나이에 5서클.

진정 경악스러운 성취였다.

마법계에 날고 기는 천재들은 많아도, 이렇게 젊은 나이에 5서클에 도달한 이는 역사적으로도 드물었다.

괜히 5서클부터 '고위'마법사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다.

마법은 단순히 마력과 술식 이전에 의념이 본질이 되는 것.

그리고 그 의념이라는 건, 아직 살아온 생이 적은 젊은 나이에 깊게 쌓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단순히 천재라고 해서, 아직 살지 않은 미래의 시간까지 끌어올 수는 없는 법인데...'

특히나 같은 고위마법사인 마이어로서는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잘 알았다.

스물의 나이에 5서클.

여기서 더 시간이 지나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면 얼마나 엄청난 괴물이 될까?

3대 학파의 수장, 혹은 흑탑의 대마법사와 같이 적어도 훗날 이 대륙을 좌지우지할 인물이 될 건 분명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 역사의 한 발자취를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

대상이 너무 아득히 먼 곳에 있으면 질투심조차 들지 않는 법이다.

마이어는 헛웃음을 흘리며 어린 후배의 진전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대충 정리가 끝나고, 방 안에 다르칸과 칼만 남은 뒤 이야기는 본래의 화제로 돌아갔다.

"아무튼 공 덕분에 무사히 전쟁을 끝낼 수 있었네. 진심으로 감사하네."

다르칸이 칼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신분도 나이 차이도 상관없이, 그저 도시의 통치자로서 은인에게 예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남작위와 영토라도 내주고 싶네만..."

그 말에 칼은 기겁하려 했으나, 이어지는 뒷말에 안심했다.

"...알티우스 학파는 정식 학파원 자리와 귀족위를 겸임할 수 없었지. 참 아쉽군."

아, 맞다. 그랬지.

알티우스쯤 되는 거대한 학파면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제도가 있다.

귀족 작위를 가진 자는 정식 학파원 자리에 오를 수 없고, 견습이나 명예직으로만 머물게 하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네.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해보게. 가능한 한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그 말에 칼은 잠시 고민했다.

귀족 작위 같은 건 필요없었다. 그는 팔자 좋게 영지나 다스리며 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막대한 재물 따위도 필요없었다. 돈이야 곤란하지 않을 정도로만 있으면 그만이었고, 그건 현재로도 충분했다.

'딱히 원하는 게 없는데.'

그냥 일단은 빚으로 남겨둘까.

순간 머릿속에 하나가 스쳤다.

"혹시 고대의 마법서라거나, 이런 걸 가지고 계신 건 없습니까?"

별 기대는 안 하고 해본 말이었다.

그런데 다르칸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대답했다.

"있네."

"...예?"

어? 진짜로?

"잠시 기다려보게."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책장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더니, 맨 아래칸의 책들을 치우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바로 열쇠였다.

철컥!

책들에 가려져 있던 정사각형 형태의 작은 통로가 열렸다.

그 광경을 보며 칼은 묘한 익숙함을 느꼈다.

알티우스 도서관에서 흑마법서를 발견했을 때도 바로 저 위치였기 때문이다. 뭘 숨기는 데 저기가 유행인가?

"바로 이거라네."

곧 다르칸이 거기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들어 칼에게 내밀었다.

"......!!"

칼은 눈을 빛내며 넙죽 책을 받아들었다.

바로 머릿속에 책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실된 고대의 마법서 - ?서클]

[서클링 및 여러 마법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익히기 위해선 각각 SP를 지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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