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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화 (1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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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괴물 (4)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상당한 강적이었는지라 좀처럼 오르지 않던 레벨도 한 번에 두 단계가 올랐다.

그만큼 높아진 서클의 격.

뿐만 아니라 캐스팅 능력과 제어 능력도 훨씬 상승한 것을 느끼며, 칼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력이 한 번에 다 빠져나가니 탈력감이 찾아왔던 것이다.

"칼 공."

울턴과 지프가 가까이 다가왔다.

둘의 얼굴에는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있었다.

방금 본 광경에 대한 놀라움이기도 했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을 펼친 칼에 대한 경외이기도 했다.

"괜찮습니다."

둘에게 손을 휘저은 칼은 고개를 돌려 키메라(였던 것)를 다시 바라봤다.

시커멓게 탄 채로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는 놈.

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나다 해도, 일격에 숨이 끊어지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법이다.

울턴도 그걸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시오, 정말. 번개를 부르다니... 마법으로 이런 것까지 가능할 거라곤 상상도 해본 적 없는데."

"전부 지프 씨 덕분이죠. 잠깐 벌어준 틈이 아니었으면 제 몸이 바로 으깨졌을 겁니다."

"맞고 튕기기만 했는데 내 덕분은 무슨."

지프가 민망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칼이 조금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제 비전 마법이니까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이오! 공께서 원하면 당장 기사의 맹세도 할 수 있소이다."

아니, 그럴 것까지는 없고.

칼은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다.

"그나저나 정말 끔찍한 괴물이었소. 저런 것도 생물이라는 게 놀랍군."

울턴이 완전히 질렸다는 듯 말하자, 지프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며칠 전 마을에 나타났었을 때까지는 저렇게까지 기괴한 모습이 아니었는데,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 말에 칼이 멈칫했다.

"며칠 전까지는 저렇지 않았다고요?"

"그렇소. 적어도 등에 저런 촉수들이 꿈틀거리진 않았었지."

칼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지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밖에 없었다.

'저 키메라를 만든 흑마법사가 최근에 생채를 개조한 건가? 그럼 이 주변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동시에 머릿속에 문구가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돌발 퀘스트: 흑마법사 사냥>

마을에 위협을 가져온 흑마법사의 존재를 인지하였습니다. 숲 어딘가에 숨어있는 흑마법사를 찾아내어 살해하십시오.

메인 퀘스트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 30000SP

"......"

이 빌어먹을 퀘스트가.

여기서 또 싸우라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 칼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절하기에는 돌발 퀘스트치고 보상이 너무 컸다.

메인 퀘스트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그렇고.

물론 그 흑마법사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퀘스트가 능력 밖의 요구를 한 적은 없었다.

'아니...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지.'

칼은 고민에 빠졌다.

싸우고 자시고 하기 전에, 대체 무슨 수로 그 흑마법사 놈을 찾아낸단 말인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키메라 시체를 회수하려 오려나?'

그런 거라면 굳이 퀘스트 내용에 찾아내라는 말이 껴있지는 않았을 터다.

순간 머릿속에 그럴듯한 방법이 하나 스쳤다.

"...음."

그때 울턴이 침음을 흘리며 다리를 부여잡았다.

어느새 그의 안색이 푸르죽죽하게 변해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가까이 다가가서 살피자 다리에 곪아있는 상처가 보였다.

지프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독인 것 같은데?"

"아까 저 괴물 놈의 촉수에 스쳤었소."

아무래도 키메라가 촉수에 독까지 품고 있었던 모양.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독성이 퍼진 상태였다.

칼은 응급처치로 큐어 마법을 사용했다.

순백의 빛이 상처 부위를 뒤덮는다.

이내 울턴이 한결 편안한 안색이 되었다.

"고맙소. 공께는 계속 신세만 지는군."

"일단 두 사람은 먼저 마을로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공께서는?"

"나는 남아서 뒤처리를 할 게 있습니다. 오래는 안 걸릴 겁니다."

두 사람은 흑마법과 키메라의 존재에 대해서 모른다.

칼은 그걸 굳이 알려주지 않았다.

어차피 울턴도 부상이고, 남은 일은 혼자서 조용히 처리할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뒤처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굳이 자세히 물어오지는 않았다.

그저 마법사니까 따로 무슨 할 일이 있나 그러려니 할 뿐.

"그럼 미안하지만 먼저 가보겠소이다. 공, 조심하시오."

지프가 울턴을 부축한 채 숲을 떠났다.

홀로 남은 칼은 두 사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죽은 키메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SP가 아깝긴 한데... 쯧."

인벤토리에서 마력 포션을 하나 더 꺼내 마신 뒤, 이어 마법서 하나를 꺼내든다.

알티우스 본원의 도서관에서 발견했던, 바로 그 흑마법서.

<터닝 투 언데드(20000SP) - 4서클>

망자의 육신을 언데드로 부활시켜 조종합니다.

언데드는 생전의 이지를 잃고 시전자의 명령만을 따릅니다.

시전자보다 격이 월등히 높거나, 시체가 심하게 훼손된 대상에게는 스킬이 발동되지 않습니다.

지배 가능한 최대 언데드 수: 10

[20000SP를 소모하여 해당 마법을 익히겠습니까?]

흑마법을 익힌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SP가 아까울 뿐이지.

머뭇거리던 칼은 결국 선택했다.

"익힌다."

['스킬: 터닝 투 언데드(Lv.1)'을 습득하였습니다.]

칼은 상태창에 새로 떠오른 스킬을 확인한 뒤, 즉시 사용했다.

바로 죽은 키메라를 대상으로.

【터닝 투 언데드】

화아악!

어두운 기운이 피어오르며 키메라의 전신을 휘감는다.

이내 기운을 전부 흡수한 키메라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천천히 까맣게 탄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검게 물든 동공으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놈.

'마력 소모가 상당하군.'

칼은 키메라의 등에 훌쩍 올라타서 명령했다.

"널 이렇게 만든 놈이 숨어있는 곳으로 찾아가라. 위치 정도는 기억하고 있겠지?"

* * *

어두운 굴 내부.

한 남자가 손톱을 씹으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

남자, 흑마법사 루토는 현재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왜지? 대체 왜?"

크루크 키메라와의 정신 연결이 끊겼다.

키메라가 죽은 것 말고는 다른 경우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헬람 인근에서 떠돌던 놈을 발견해 간만에 만든 대성공작.

영주성에서 고위 기사라도 파견 온 게 아닌 이상 놈이 죽었을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고작 마을 주민 몇 죽었다고 이곳의 영주가 그런 귀중한 전력을 파견했을 리도 없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달되는 결론은 결국 하나였다.

"씨발, 그 광년이 기어이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

베하스 교단의 심판자.

도망가고 도망가도 질리지도 않고 추적해오던 미친 사제 년에게 꼬리를 잡힌 게 틀림없었다.

어제 새끼 크루크가 굴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튀어야 돼. 최고 전력까지 잃은 마당에 잡히면 답도 없다!'

그런데 키메라가 죽었다는 건 이미 숲까지 들어왔다는 뜻인데, 도망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곳에 계속 쥐새끼처럼 박혀있다간 결국 걸릴 게 뻔한 일이었다.

루토는 챙겨야 할 짐들만 빠르게 챙기며 욕을 뇌까렸다.

"젠장, 젠장... 잠깐만 쉬어가려고 자리 잡은 곳인데 이게 무슨 꼴이냐고."

전처럼 마을 몇 개를 뒤집어엎어서 걸린 거면 억울하지나 않지.

이번엔 최대한 얌전하게 몇 명만 실험 재료로 조달한 건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였는지 모르겠다.

크르륵.

"너희는 그년이 여기로 찾아오면 최대한 붙잡고 시간을 끌어라. 알겠냐?"

굴에 남은 다른 키메라들에게 명령한 후, 후다닥 밖으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쿠웅!

입구에서 울리는 굉음.

무언가가 쿵쿵거리며 안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사색이 되서 멈춰선 루토.

그는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광년이 아니잖아? 이건...'

마치 자신이 만들었던 크루크 키메라의 발걸음 소리 같은데.

곧 침입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루토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죽었다고 생각한 키메라.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 위에 올라타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

"뭐... 뭐야?"

혼란스러운 가운데, 남자가 이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찾았다, 쥐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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