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속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_하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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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마법사
화르륵!
여자가 주문을 중얼거리자 손바닥 위로 피어오르는 작은 불꽃.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우와... 진짜 마법이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그 감탄 어린 시선들에 여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에요. 제가 펼칠 수 있는 마법만 무려 20가지가 넘으니."
"정말이오? 그럼 다른 것도 좀 보여줄 순 없겠소?"
"어... 음, 마차 안에서 펼치기는 좀 그렇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여드리죠."
얼버무리는 대답이었으나, 아무튼 동행객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그녀에게로 쏠렸다.
입을 헤 벌리고 구경하던 소년이 문득 옆을 돌아봤다.
한 남자가 마법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저씨, 아저씨는 안 신기해요?"
그제야 남자가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봤다.
그리고 여자도 힐끗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불꽃이 신기하니?"
"그냥 불꽃이 아니니까 그렇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피워낸 거잖아요, 마법으로!"
"나무로 피우든 마법으로 피우든 불은 불인데... 뭐, 그래.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그 미적지근한 태도에 소년이 괜히 입을 삐죽였다.
"아무튼 대단한 거라고요. 저거 말고도 펼칠 수 있는 마법이 20가지가 넘는다잖아요."
"그건 거짓말이야."
"...네? 거짓말? 왜요?"
"촛불만 한 불꽃 피우는데도 한 세월 걸리는 실력으로는 가당치도 않지. 기껏해야 다른 원소 마법 몇 개나 더 어설프게 익혔을걸. 진짜 마법사들은 저거보다 몇백 배 더 큰 불꽃도 쉬지 않고 쏘아대는..."
순간 남자가 말을 끊고 입을 다물었다.
전부 들렸는지, 여자가 붉어진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실력이 뭐가 어떻다고요?"
"미안합니다. 목소리가 좀 컸군요."
그러고는 뻔뻔하게 고개를 돌리는 남자.
기가 막힌 여자는 헛웃음을 뱉고는 주변에 다급히 말했다.
"저 사람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 원래 마법은 시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마차 안이니까 불꽃을 작게 피워낸 것뿐이라고요."
짜증이 난 그녀가 다시 한 번 남자를 쏘아붙이려던 순간이었다.
"이봐요, 당신. 당신이 마법에 대해 알기는 뭘 안다고 망발을..."
히히힝!
거칠게 흔들리며 멈춰서는 마차.
깜짝 놀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뭐, 뭐야. 무슨 일이지?"
"바퀴가 어디에 걸린 건가?"
별일이 아니길 바라며 마차 바깥을 살펴봤으나, 곧 모두가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도, 도적 떼다!"
어느새 마차 주변을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산적들.
이미 몇몇 용병은 화살을 맞고 죽어있는 상태였다.
용병 하나가 마차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참담한 얼굴로 말했다.
"놈들이 나오라고 하는군. 일단 다들 마차에서 내려야 할 것 같소."
"왜, 왜! 돈을 냈으면 제대로 우리를 지켜야 할 것 아니야!"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소. 수적으로 너무 밀려서 싸웠다간 전멸할 거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하나둘씩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 3대의 행렬이었기에 그만큼 호위 용병들이 많았으나, 얼핏 봐도 도적들의 수는 그보다 배는 더 많았다.
"크크, 이번엔 아주 제대로 걸렸군. 한탕 거하게 털어먹을 수 있겠어."
도적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킬킬 웃으며 벌벌 떠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용병단장이 앞으로 나서서 침착하게 말을 건냈다.
"우리도 싸우기는 싫소. 재물을 원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크하핫! 뭐? 싸우기는 싫어? 눈깔이 달려있으면 지금 그런 개소리를 지껄일 처지가 아니란 건 알 텐데?"
"......"
"닥치고 전부 내놔라. 그러면 자비를 베풀어서 목숨들만큼은 살려주마."
그때 한 행객이 크게 소리쳤다.
"이, 이 도적 놈들! 너희들이 지금 누굴 건드린 줄이나 아느냐?!"
도적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리로 쏠렸다.
죽고 싶어 환장했냐는 눈빛.
그러나 행객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바로 옆의 여자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희들 제대로 실수한 거야. 바로 여기 마법사님이 계신다고!"
"...뭐? 마법사?"
마법사님! 부디 저 도적 놈들을 쓸어주십시오!"
그에 행겍에게 쏠렸던 시선이 모두 여자에게로 옮겨졌다.
여자가 당황한 얼굴로 더듬거렸다.
"저, 저요?"
"네! 아까 그 마법이면 저깟 도적 놈들은 단숨에 태워버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 아니... 그게..."
상인과 행객, 그리고 용병들의 기대 어린 시선.
도적들조차 잠시나마 겁을 먹은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모으고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뒤 다시금 손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모두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뭐야, 저게?"
잠시간 깔린 정적을 깨고 누군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불꽃이 크기가 너무나 작았기 때문이다.
아니, 확실히 그녀 말대로 아까 마차에서보다는 커졌다.
대충 촛불 크기에서, 손가락 하나 크기 정도로.
"다, 다들 물러가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정말 마음만 먹으면... 꺅!"
얼굴 바로 옆을 스쳐가는 화살에 비명과 함께 주저앉는 그녀.
도적들 사이에 웃음이 빵 터졌다.
"크핫, 뭐야! 마법사라길래 쫄았잖아!"
"저딴 것도 마법인가? 어디 가서 장작에 불 지피기도 어렵겠구만, 푸하핫!"
"보니까 얼굴은 반반한데? 저년도 끌고 가서 데리고 놀다 팔아버릴까?"
산적들의 대화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물론 그 이상으로 사람들의 얼굴에도 큰 실망이 번졌다.
특히나 그녀와 같은 마차에 탔던 한 소년은 크게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마, 말도 안돼..."
소년의 상상 속에 있어 마법사는 이렇게 형편없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상황과 맞지 않게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야, 너무 실망하지 마라."
아까 그 남자였다.
여자의 마법 수준이 형편없다고 했던 그 남자.
"내가 말했잖아. 진짜 마법사들은 훨씬 다르다니까."
그러고는 남자는 앞으로 나섰다.
소년이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가운데, 도적들도 그를 발견하고 웃음을 멈췄다.
"넌 또 뭐냐? 갑자기 왜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남자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마법사다."
"...뭐?"
"다섯 셀 동안 도망치는 놈들은 그냥 보내주마. 아니면 다 죽을 테니까 너무 원망하지는 말고."
도적들이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이거 진짜 웃기는 놈이네. 이번엔 뭐 돌멩이라도 둥둥 띄우게?"
"야, 저놈 이마에 화살 한 방 먹여줘라. 이것들이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도적 하나가 킬킬 웃으며 화살을 날렸다.
터엉!
그러나 화살이 남자에게 도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새 남자의 주변을 둘러싼 반투명한 막에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어?"
도적들이 얼굴에 당황감이 여렸다.
남자가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너네 쪼개는 동안 다섯 다 셌다."
빠지지직!
곧 스파크가 남자의 손을 휘감았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이 도적들 생에 마지막 생각이었다.
꽈릉!!
고막이 얼얼한 굉음과 함께 사방을 에워싸는 푸른빛.
행객들 몇몇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 더 이상 산 채로 서있는 도적은 없었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잿더미 가까이 타버린 시체 수십 구만 남아있을 뿐.
"목적지까진 얼마나 남았습니까?"
넋을 놓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는 용병단장에게 남자가 물었다.
그가 귀신이라도 본 듯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예, 예! 이제 사흘만 더 가면 됩니다만..."
"육포가 다 떨어져서 그런데, 이따 저녁에 좀 나눠주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값은 지불할..."
"아, 아닙니다! 얼마든지 드릴 테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인심이 후하시네요. 방해물도 치웠으니 어서 다시 출발하죠."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차로 돌아가는 남자를, 사람들 모두가 멍하니 바라봤다.
"우와... 아저씨가 진짜 마법사셨군요!"
어느새 옆에 따라붙은 소년이 선망 어린 눈빛을 쏘아냈다.
방금 사람 수십 명을 시커멓게 태워버렸는데 무섭지도 않나?
남자는 그런 소년을 빤히 보다가, 갑자기 픽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나도 진짜 마법사는 아니야."
"네? 그럴 리가요! 그렇게나 엄청난 마법을 쓰셨는데 진짜가 아니라고요?"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사실 마법이 아니라 스킬이거든.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뒷말을 삼킨 채, 남자는 그저 웃으며 마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