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루의 창(5) >
라우페의 뿔은 모든 걸 관통하고 터트리는 힘을 지녔다. 뿔이 존재하는 한 라우페에겐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여태까지의 정설은 그랬다.
‘정설이 통하지 않는 존재.’
설마 그런 존재가 존재하리라곤 상상도 못한 일이다.
그래서 라우페의 말살계획엔 정예들이 필요했다. 저 뿔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사람들만이 미리 정해진 계획에 따라 움직이자고.
성공률은 30% 미만.
인류의 힘만이 아닌 그람과 엘리스, 라이라, 이그닐 이타콰 등이 모두 합심하여야만 아슬아슬하게 30% 정도의 가능성이 나온다는 계산이었다.
다른 데몬로드와 달리 라우페의 저 ‘뿔의 장막’을 뚫어낼 수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맹인의 남자는 그딴 건 상관없다는 듯 무차별적으로 진격의 라우페를 몰아붙였다.
“저게······ 말이 돼?”
뿔의 장막이 막아내는 방어량보다 더한 마력을 보유한 자만이 가능한 일.
S클래스 이상의 스킬과 120이 넘는 마력이 있어야만 저 장막을 뚫어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남자는 둘 중 하나를 가졌거나 둘 다 가졌다는 뜻이다.
더욱 놀라운 건 맨손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력을 가동하자 기존에 쥐고 있던 검이 녹아버린 탓.
“받아요!”
유서희가 빠르게 다가가 자신이 쥐고 있던 검을 던졌다.
검사가 자신의 검을 던지는 건 자살행위와 같다.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되는 금기이며 자존심을 내팽개치는 의미.
특히 유서희의 검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다섯 개의 검 중에 하나였다. 물론‘월천’을 이기는 검은 없지만······.
검을 받은 남자의 기세가 미칠 듯이 날뛰었다.
맹수. 적을 물어뜯어 죽이는 맹수의 몸짓.
‘탈혼무정검······ 대체 정체가 뭐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남자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남자가 검을 쥐자 라우페의 저항은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위대한 별’의 ‘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냐! 이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거늘!”
라우페는 처참하게 밀렸다. 그 용맹하던 뿔이 잘리고, 지탱하던 마력조차 잃고서 몸의 절반만 남은 채 죽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에 익숙해져갔다. 간혹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지만 싸움이 지속되자 그러한 것도 사라졌다.
이후 보인 모습은······ 투신(鬪神) 그 자체였으니.
‘위대한 별의 불?’
세에엑!
남자는 조용히 검을 놀렸다.
라우페의 머리가 떨어지고, 생명의 원천이 꺼지는 것을 느끼며 유서희는 잠시 몸을 떨었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
로드조차 벌벌 떨게 만드는 힘이, 눈앞에 있었다.
라우페가 죽자 일시에 괴물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연합군도 멍하니 남자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지금이다! 모두 공격하라-!!”
김민식 총사령관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진 다음에야, 우리는 다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진격의 라우페가 죽었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머리가 사라졌으니 남은 건 몸통뿐이라.
이마저도 저 남자에게 빼앗길 순 없다는 듯 모두가 무기를 빼들었다.
* * * * *
생각보다 약했다.
아니······ 내가 생각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탑에 오르기 전에나 내 수준은 최약체의 데몬로드와 버금가는 정도였다. 탑을 어느 정도 오른 이후, 지금의 나는 아마도 어지간한 데몬로드 쯤은 가볍게 도살할 수준이 된 듯싶었다.
‘진격의 라우페가 가진 능력치는 나와 비교하여 아주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내 종합능력치가 723. 라우레는 680에 달했다.
하지만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왜?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1의 차이가 극명해지기 때문에.’
단순히 100과 143이 아니다.
지금 내 수준에서 43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특히 지능과 마력이 높아 라우페의 방어를 뚫고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진격의 라우페. 로드 서열 5위. 아르하임의 파벌에 속해있었다.
그 위로는 이제 파벌의 수장들 셋을 포함해 넷만 있을 따름이었다.
‘안달톤 브뤼시엘, 제로, 아르하임. 그들의 성장은 일반 로드들과 비교해 현격할 것이다.’
그래도 안심해선 안 된다. 수장들은 모든 포상 등을 독식했을 것이기에. 그 힘의 차이에 있어서 라우페와 비교가 안 될 터였다.
어쩌면 정말로 펜리르나 헬의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수도 있다.
우르르르!
그때였다.
가만히 지상에 서있는 나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잔뜩 긴장한 채,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모습으로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라우페를 죽인 이후부터 어느 정도 내게 부여된 ‘혼란’이 해결됐다는 점이다.
이는 놀라운 일이었다.
펜리르나 헬과 통하지 않고도 혼란을 해소할 방법을 찾은 거다.
물론 ‘소리’에 한정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라우페와 싸우는 것을 보았소. 그대는 우리 인류의 편이요? 보아하니 일반적인 사람은 아닌 듯싶은데!”
“저 자도 데몬로드 아닙니까? 데몬로드들은 파벌을 나누어 싸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데몬로드라면 죽여야 한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야!”
그들의 반응은 격했다.
그럴 수밖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수많은 괴물들을 죽였다.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나와 같은 존재를 바라보는 눈빛엔 온갖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
뚝!
거짓말처럼 소란이 잠재워졌다.
이 목소리.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김민식.’
민식이 녀석이었다.
녀석이 인파를 헤치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너는 누구냐. 이름을 대라.”
녀석도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기야,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장이 비수에 꽂힌 듯 아파왔다. 망각의 저주는 생각이상으로 고독한 것이었다.
“오한성.”
“오한성?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정말 인간이 맞는 건가?”
민식이는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만약에 대비해 가슴팍에 손을 집어넣었다. 바로바로 반응을 하기 위해서다.
내가 라우페와 싸우는 걸 봤으니까.
더불어 사람들을 뒤로 물리고, 언제든지 그들을 구할 행동을 취했다. 지도자의 올바른 모습이다. 자신의 희생조차 마다하지 않겠다는 영웅의 면모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인간이다.”
“어디 소속이지?”
답하지 않았다. 있을 리도 없고, 있어도 어차피 기억하지 못할 테니.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졌다.
여차하면 정말 무기를 뽑아들겠단 의지가 느껴졌다.
불확실한 힘은 모두에게 공포를 준다. 만약 적대하겠다면 필사의 각오로 맞서겠단 의미. 내가 라우페와 싸우는 걸 봤음에도, 녀석은 물러나지 않았다.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
나를 아는 사람이 있다?
빠르게 김민식의 옆으로 떨어지는 인영이 있었다.
유서희였다.
“아는 사람이라고?”
“그 검! 제가 잠깐 빌려준 거예요.”
내가 들고 있는 검은 유서희가 갑자기 던져준 게 맞았다.
덕분에 라우페를 더욱 쉽게 죽일 수 있었다.
김민식은 한참이나 내가 든 검을 바라보더니 여전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검은 검이고, 너는 너다.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자세하게 말해야 할 것이다.”
“그건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그쵸?”
내게 동의를 구하는 건가?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서희의 말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나를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내게서 무언가를 본 모양이다.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 그렇다니까요. 사람 정말 못 믿으시네. 그쵸??”
툭툭. 가볍게 유서희가 내 어깨를 쳤다.
“그쵸???”
“나는······ 착한 사람이다.”
“봐요!”
어쩔 수 없이 장단에 맞춰줬다. 김민식은 품에서 손을 빼더니, 나와 유서희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우리끼리 이야기를 조금 했으면 좋겠군.”
좁은 밀실이었다.
마법을 방어하고자 온갖 술식이 새겨진 이곳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만 개방하는 장소였다. 예컨대 인류의 행방을 결정하거나 거대한 재앙과 맞서는 계획 등을 세울 때.
김민식은 지금이 그와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그건······ 비밀이네요.”
유서희가 어물쩍 넘어갔다.
김민식은 이마를 짚었다. 유서희. 지난 몇 년 동안 제법 어른스러워졌다 했더니, 다시 철부지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왜? 왜 남자를 감싸는가.
“라우페를 압살했다. 그만한 인간이 실존할 리 없다. 강찬과 마찬가지로 이세계의 인물인가?”
강찬은 심연을 넘어왔다.
하지만 강찬의 태생은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다. 칠대죄악 중 하나인 ‘나태’와 함께 봉인되어 여기로 흘러들어왔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와 같은 케이스라면······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인간이 데몬로드를 1:1로 이긴다고?’
아서라. 그게 가능했으면 이 고생은 안 한다. 인류의 최강 영웅이라 떠받들어지는자신도 데몬로드의 공격을 1:1로 커버할 순 없었다.
“나는 이 지구의 인간이다. 하지만 심연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
“심연에 있었다······ 유서희, 너는 심연을 들어가 본 적이 없을 텐데.”
유서희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텔레파시? 같은 게 통했다니까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김민식이 타박을 주자 유서희가 혓바닥을 빼꼼 내밀었다. 이 녀석, 그동안 ‘어른인 척’을 했던 거다. 왜 난데없이 본성을 보여주는 건지는 몰라도.
“게다가 저랑 같은 검술을 사용했어요. 탈혼무정검. 같은 유파가 분명해요.”
“유파도 있었나?”
“뭐, 있었나 보죠. 야차가 얘기해준 건데 죽은 십이나찰 중에 한 명이 이 비슷한 검법을 사용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름이, 월천이었나?”
“농담을 할 때가······.”
김민식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래도 같은 검술을 사용한다는 건 꽤 값진 정보다.
유서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남자에 대한 경계를 어느 정도는 풀어도 될 테니깐 말이다.
“정말 같은 유파인가?”
같은 유파는 유파다.
유서희. 그 작던 소녀에게 검술을 가르친 게 나니까 말이다.
쾌검을 위주로 가르쳤지만 워낙에 재능이 뛰어나 탈혼무정검도 대략적이나마 알려주었다. 설마 그걸 본신검법으로 사용하고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나는······.”
쿠르르르르릉!
순간, 지면이 흔들렸다.
크롸아아아아아앙-!
거친 포효.
“사, 사령관님! 암흑룡이 나타났습니다! 그, 그런데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머지않아 경비를 서던 보초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동시에, 모두의 머릿속으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나는 지저의 수호자, 그라디아이니라. 너희들이 내 아들을 이곳에 가두고 있는 것을 안다. 내놓지 않으면 너희를 모조리 불살라버리리라.
그라디아······!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목소리를 흘려 넣다니. 대마법사라 칭해지는 존재도 힘든 재주다. 하물며 지하 깊숙한 곳에서도 느껴지는 압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들을 가둬뒀다?
인간 진영에 있는 용은 두 마리뿐이다.
이타콰와 이그닐. 둘 다 암흑룡은 아니었다.
아들이라 칭할 존재는 전혀 없었다.
그때, 오한성이라 스스로를 소개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나가봐야겠군.”
< 51. 루의 창(5) > 끝
ⓒ 온후
“내 힘을 카피했어?”
그렇게밖에 볼 수 없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느낄 수 없었던 냉기의 기운이 놈의 몸속에서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냉기 면역같은 게 아니었다.
놈은 현우의 힘을 빨아들여 현우의 능력을 카피한 것이었다.
‘터무니없는 놈을 만났군.’
반사적으로 놈의 목을 자를 만큼 커다란 염동칼날을 만들어 휘둘러봤지만,카앙!
역시는 역시나.
얼음 방벽이 생성되며 염동칼날을 막아내었다.
-우어어!
녀석이 손을 휘두르자 현우가 사용했던 백색의 토네이도가 그대로 재현되며 현우를 덮쳐왔다.
‘대자연의 능력을 그대로 카피해갔다 이거냐?’
현우는 간단하게 손을 휘젓는 것으로 놈의 공격을 파훼시켰다.
확실히 공격력이 약하긴 했다.
겨우 현우의 힘의 반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현우의 힘의 반이나 카피해 낸 것.
‘말도 안 되는 괴물이 탄생해 버렸군.’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현우는 변신을 풀고 은신을 사용했다.
스으윽
현우의 모습이 공중에서 사라지자 사이클롭스는 하나밖에 없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현우의 모습을 찾았다.
-으어어 어, 없어!
어눌하게 내뱉은 언어는 영어.
현우는 은신한 상태로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찾고 있는 사이클롭스의 등 뒤로 이동했다.
‘모든 방어 무시’라는 힘을 갖게 된 거대한 염동칼날이 사이클롭스의 등 뒤를 향해 날아갔고.
서걱
놈의 심장을 포함한 상반신을 잘라 버렸다.
[파티 사냥에 따른 Life Time 분배를 시작합니다.]
[Life Time 240시간을 분배합니다.]
[30시간의 Life Time을 습득합니다.]
지금의 목련 파티에는 현우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포함해 총 8명이 있었다.
현우와 은희가 많은 몬스터들을 학살한 덕분에 현우의 가족과 은희의 부모님들은LT 때문에 죽을 걱정은 사라졌다.
사이클롭스를 처리한 현우는 곧바로 눈을 감고 다중시야를 사용했다.
그리고.
서걱
5km 근방에 있는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한순간에 살해되었다.
[파티 사냥에 따른 Life Time 분배를 시작합니다.]
[Life Time 12시간을 분배합니다.]
[1시간 30분의 Life Time을 습득합니다.]
······.
수많은 알람이 어지럽게 울려댔다.
그 다음 작업은 적당한 사람을 골라 이곳을 수습할 능력을 주는 일.
흰색 가운을 입은 채 피투성이가 되어 정신을 잃은 여자였다.
“힐.”
현우는 힐을 사용하여 여자의 상처를 치료하고 말을 걸었다.
(당신은 의사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정신이 없으신 건 이해합니다만,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현우는 ‘힐’, ‘터치 익스플로젼’, ‘스틸 바디’가 깃든 큐브들을 염력을 사용해 한꺼번에 여자에게 먹였다.
나름 조합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힐 능력만 줘서는 LT를 벌지 못해 죽는 수도 있었으니까.
(우읍. 저에게 뭘 먹인 거죠?!)(상태창이라고 말해보세요. 제가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그게 더 빠릅니다.)(이건······.)(LT를 벌지 못하면 죽게 된다는 걸 명심해 주세요. 그럼 여기를 부탁합니다.)원래는 능력 큐브도 일부 주려고 했지만 은희의 말을 듣고 조금 자제하기로 했다.
지금 길드 상점에 올린 양만으로도 충분히 능력자들은 많아질 테니까.
‘자제하는 게 좋겠지.’
현우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다른 사람을 찾았다.
여러 가지 능력 조합으로 10명쯤 능력자들을 만들고 하늘 위로 올라갔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도시는 그렇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오케이. 여기는 클리어.”
현우는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아무리 현우라도 모든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현우가 떠나가고, 목이 베였는데도 불구하고 상처부위가 다시 붙으며 재생되는 놈들이 있었다.
거기다 조용히 건물 벽에 동화되어 있던 몬스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경쟁자가 사라진 도시에서 사냥을 시작했다.
모두 현우가 떠나가고 난 뒤의 일.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는 아무리 현우라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현우는 열심히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그때마다 그곳을 정리할 사람들을 선출해서 능력자로 만들어 주었다.
능력자로 선출된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현우가 괴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중시야로 주변을 둘러볼 때, 남을 지키려고 하거나 아무런 힘도 없음에도 몬스터에 대항하는 사람들 위주로 뽑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옷차림과 겉모습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조합해 최대한 괜찮은 사람들을 골랐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현우는 잠도 최대한 줄여가면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만큼 미국은 넓은 나라였다.
[누나는 괜찮아요?]
[응. 여기도 잘 풀리고 있어.]
은희의 주도아래에 많은 능력자들이 중국으로 향했다.
지금에 와서는 한국의 주요 도시에는 모두 결계가 만들어져 있었다.
도시 전체를 둘러싸는 결계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정도는 되었다.
한국은 결계 속에서 빠르게 체계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덕분에 여유가 생겼고, 자원한 사람들에 한해서 중국으로 지원을 나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네 목소리 엄청 피곤해 보인다.]
[몸은 피로하지 않은데 정신이 조금 지치네요. 이렇게 계속해서 염력을 쓴 적은 또 처음이라.]
[힘들겠네······보고 싶다.]
일주일 동안 떨어져 있게 된 건 만난 뒤로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도 보고 싶어요.]
[올래?]
은희가 중국으로 간 것도 쓰레기의 마법진을 통해서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금방 만날 수 있었다.
[갈게요. 마침 마법진이 있는 장소 근처까지 왔어요.]
[기다릴게.]
현우는 일주일 동안 사람들을 구하면서 얻게 된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뉴욕으로 잡았다.
뉴욕에는 쓰레기의 마법진이 있어서 바로 서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쓰레기. 먼저 뉴욕에서 대기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현우는 텔레포트까지 사용하며 빠르게 뉴욕으로 향했다.
뉴욕에 거의 다 도착할 때쯤.
“저건?”
커다란 결계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우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계의 크기보다도 현저히 커다란 결계였다.
‘주인님. 마법진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뭐?’
아마도 마법진이 결계 안에 있기 때문이리라.
결계를 만든 능력자에게 허가 받지 않은 쓰레기는 마법진을 이용해 결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던 것.
“조금 귀찮게 됐네. 저길 어떻게 들어가지?”
현우는 아레나에 있던 능력자가 귀환해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결계 같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서 부탁할 수밖에 없겠네.”
결계를 통과하려는 건 결계를 만든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능했다.
결계를 출입할 수 있는 허가를 내리는 권한은 다른 사람에게도 부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권한을 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모르는 사람에게 허가를 내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쓰레기가 결계를 통과해서 미국으로 올 수 있게 하려면 현우가 그를 직접 만나 볼필요가 있었다.
“우선, 저기를 들어가야 하는데.”
< 130 : 적그리스도 -0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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