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세계(完) >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둠이 사라졌다. 우리엘 디아블로가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자그마한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어떻게 된 거야?”
“둠은······ 둠은 어디로 간 거지?”
둠은 폭주하여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안달톤 브뤼시엘과 같은 생각을 가진 로드들은 뒤로 물러섰지만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암흑인과 로드들이 죽었다.
그 공격은 전율스러울 정도였다.
누구도 막지 못했고, 실제로 나 역시 혼자였다면 절대로 막지 못했을 것이다.
수백만 암흑인들의 ‘침략’, 그리고 우리엘 디아블로의 무려 11레벨에 달하는 절대적인 스킬 ‘타락의 형상’, 마지막으로 몸을 던져가며 싸웠기에 겨우 동수를 이룰 수 있었다.
여기에는 둠에게 반항하는 로드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엘. 우리엘 디아블로······.’
네가 날 지킨 거냐?
그의 영혼이, 둠과 함께 폭사하며 대신에 나를 살렸다.
하지만 나는 구해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내 생각으로, 내 의지로 나를 희생하려고 했다. 둠을 죽이고 우리엘 디아블로가 되어 살겠노라고. 그것이 더욱 현명한선택이라 생각했으니까.
태양왕이자 데몬로드.
인간 오한성보단 더 쓸 수 있는 패가 많았으므로.
하지만, 우리엘 디아블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나를 대신해 죽었다. 마지막 혼의 조각을 쥐어짜내, 나 대신 몸을 던졌다.
내가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걸까?
‘젠장.’
젠장!
어깨가 무거워졌다. 아니,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반쪽이 사라진 느낌. 신체만이 아닌 영혼에도 결손이 온 것 같았다.
두통이 찾아왔다. 오른팔을 들려고 했지만, 이미 내겐 오른팔이 없다. 다리를 들려고 했지만 그 역시 한쪽이 없다. 그대로 자세가 무너져 주저앉았다.
“미련한 놈.”
안달톤 브뤼시엘이 혀를 찼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엘 디아블로. 그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우리엘 디아블로에 대한 작은 추모조차 하지 않았다.
이 세계는 그런 곳이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은 자에 대해선 더욱 엄격한 곳이 바로 심연이었으니까.
안달톤 브뤼시엘의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다. 자신과 대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했지만, 스스로 몸을 던진 시점에서 ‘미련한 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미련하지 않다.”
나는 반박헀다.
그. 우리엘 디아블로.
회귀하기 전의 나를 알고 있으며, 계속해서 나를 보아온 존재.
나를 믿고, 자신의 육체를 포기했으며, 오로지 라이라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멍청한 악마.
하지만 그는 결코 미련하지 않다.
누가 봐도 미련한 짓이었지만, 나만큼은 그를 미련하다고 욕해선 안 된다. 내가 그이고, 그가 나였듯이. 스스로에게 침을 뱉는 행위와 같았다.
“미련하다. 쓸데없는 짓으로 목숨을 잃었으니까. 결국 그 정도의 그릇이었단 것이겠지.”
하지만 내 외침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안달톤 브뤼시엘의 시선에 이미 나는 없었다.
그럴 수밖에.
지금의 나는 우리엘 디아블로가 아닌, 오한성 그 자체니까.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기준이다. 나 홀로 안달톤 브뤼시엘을, 둠을 상대할 순 없다.
나는 떨어진 목걸이를 쥐었다. 빛이 바래 암흑으로 물든 보석 하나가 그곳에 박혀있었다.
“그는, 미련하지 않다.”
“웃기는군. 주변을 둘러봐라. 남은 건 아귀다툼뿐이다. 살아남고 싶다면, 그 몸으로는 무리겠다만, 떠나는 게 좋을 것이다. 인간. 최후의 전쟁이 곧 시작될 터이니.”
둠이 죽었다. 그로 인해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제로가, 아르하임이 즉시 움직이며 혼란에 빠진 둠의 파벌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 이대로는 결국 똑같다. 이곳에서 ‘최후의 전장’으로 향하게 될 거다.
막을 수 없다. 막지 못한다.
우리엘 디아블로의 죽음은 둠을 막는 것에서 끝났다. 놈의 목표만을 제지했을 뿐이다.
그러니 나머지는 내가 처리해야 한다. 내게 주어진 숙제. 숙명.
할 수 있을까?
이 몸으로, 정확히 반쪽이 나버린 이 신체로.
‘어지럽군.’
진즉에 죽었어야 정상일 만큼 피를 많이 흘렸다.
굳건한 정신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을 따름이었다.
죽지 않는다. 그러나 죽지 않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더.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원죄.’
남은 것은 텅 비어버린 ‘루의 심장’만이 아니었다.
둠이 죽으며 놈이 남긴 보석이 하나 있었다.
원죄.
마지막 경매의 물품.
‘위대한 별’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암흑인들을 소멸하게 만들었던 것!
<원죄(value-???)>
-용도를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는 표식이 새겨져 있습니다. ‘근원의 죄악’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별 다른 설명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가치 역시 알 수 없다.
하지만 둠은 이것의 활용법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암흑인과 연계된. 아주 중요한 물건.’
암흑인은 과거의 인간이다. 둠은 암흑인이 인간이란 사실을 알았고, 그 탐욕 역시알고 있었다. 스스로의 ‘원죄’를 파는 것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암흑인들이 짊어진 원죄. 그 힘 자체.
나는 ‘원죄’를 쥐었다.
그리고.
꿀꺽!
삼켰다.
“둠이 죽었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콰르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축이 흔들린다. 로드들의 싸움이란 그 스케일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폭발의 여파만으로 귀가 멀었다. 마력이 바닥이 난 상태에서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며, 육체는 더욱 잘게 부서졌다.
그러나 죽지 않는다. 이를 악 물었다.
원죄를 삼켜도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로드에게 뺏기는 것보단 백배 나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죽기 직전의 몸 따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
원죄를 들키지 않았다는 것.
“벌레같군.”
단 한 명.
안달톤 브뤼시엘은 그것을 봤지만, 그대로 자리를 떠나갔다.
어쩌면 그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온정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둠과 우리엘 디아블로가 사라진 시점에서 원죄 따위 별 신경이 안 쓰인다는 것이겠지.
‘살아라. 살아남아라.’
이대로 죽는다면 둘 모두 개죽음이 될 뿐이다. 아무런 의미 없이, 말 그대로 미련하게 죽는 것과 진배없었다.
우리엘 디아블로가 나를 살렸다면, 내게 더욱 큰 가능성을 보아서였으리라. 내가 보지 못했던 나를 그는 보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개처럼 바닥을 기었다. 남은 한 손으로 돌을 부여잡고, 몸을 질질 끌며 본능대로 움직였다.
불덩이가 떨어지고 그것이 내 몸을 불태워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암연의 가팔로를 죽였다!”
“둠의 잔당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둠의 파벌은 오로지 둠에 의해 돌아가던 기형적인 곳이다. 둠이라는 사령탑이 사라지자 각자가 따로 놀기 시작했다. 아무리 로드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적을 다수 맞이할 순 없는 노릇.
죽고, 죽인다. 심연이 절망으로 가득 찼다. 상회가 무너지고, 암흑인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쾅! 쾅!
쩌저저적!
거대한 마력들이 수도 없이 부딪히자 모든 장벽들이 파괴되었다. 세계가 흔들리고, 위대한 별의 보호막에 금이 갔다.
세계가, 차원이, 모든 ‘문’이 요동쳤다.
‘올라라.’
나는 오로지 살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나는 계단을 올랐다.
멈추지 마라. 죽음에 굴복하지 마라. 최후의 영웅이었다면, 정말 최후까지 살아남으란 말이다. 또 아무 것도 못한 채로 죽을 거냐?
‘지키고 싶다.’
지금의 나는 과거와 다르다.
그때의 나는 지키고 싶은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키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잃고 싶지 않은 것들, 잃어선 안 되는 것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지?
‘모두 사라진다.’
이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둠은 최악이었다. 그는 모든 것의 멸망을 바랐다. 마치 니드호그처럼.
하지만 다른 로드들이 승리를 거머쥔다고 해도 ‘멸망’의 무게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철저하게 모두를 복속시키며 노예보다 더한 삶을 부여할지도 몰랐다.
차라리 안달톤 브뤼시엘이 낫다.
그는 온전히 ‘위대한 별’만을 원하니까. 다른 것엔 일체 관심을 두지 않았으므로.
하지만 결국 ‘위대한 별’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나는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잃을 공산이 컸다. 안달톤 브뤼시엘이 그것을 원하지 않아도, 위대한 별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모든 것은······ 위대한 별로부터 시작됐다.’
오른다. 올라야 한다. 사지가 불완전한 상태로 바닥에 몸을 질질 끌며 계단을 올랐다. 한쪽 팔만 남은 상태로, 손의 핏줄이 곤두서고 터져나갔지만 이를 악물었다.
위대한 별. 모든 일의 시작.
천마의 신성과 혼으로 육체를 다듬었으며 그 안을 채울 내용물로 데몬로드의 죽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위대한 별, 저 거신은 더욱 환하게 스스로를 빛내는 중이었다.
“천······ 마······!”
-도와주마.
암령. 녀석이 말했다. 로드들과 둠을 함께 상대하느라 제천대성의 신체도 넝마가 되어있었다.
두개골이 함몰되고 신체 곳곳에 말뚝이 박힌 듯 뚫려있었는데 솔직히 움직이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보고와라. 느끼고 와라. 그리고 나를 대신해 말해다오.
마치 작별인사를 고하는 것 같은 말이었다.
-오행산의 가을은 정말 아름다웠노라고.
오행산. 현장과 손오공이 처음만난 장소.
그곳에서 둘의 지긋지긋한 인연이 시작됐다. 암령은 ‘억지로 사람을 돕게 한다.’며 불만을 토했지만, 사실은 아름다웠던 것이다. 그만큼 좋은 추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천마와 현장은 손오공을 남겨두고 떠나갔다. 오롯이 신체와 영혼을 분리시켰다. 오랜 시간 그는 봉인되어 있었으며 원한과 원망으로 인해 수많은 나찰과 야차들이 죽어나갔다.
추억이 빛바래며 어둡게 물들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그 색을 찾았다.
-또 만나자. 오한성.
제천대성이 내 신체를 손바닥 위에 올렸다.
그리고······ 던졌다.
위대한 별을 향해. 그 거신에게 내가 닿게 하기 위해서.
쿠아아아아아앙!
동시에 로드들의 공격을 받았다.
경악스러운 마법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지상에서 그들이 싸우고 있다고 해도, 결국 그 모든 것은 ‘위대한 별’을 얻기 위함이다.
위대한 별에 다가가는 존재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허나 그 모든 공격을 제천대성이 막아냈다. 무지막지한 괴력과 체력으로 그들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신성 ‘거신사냥꾼’이 빛을 발합니다.]
[‘위대한 별’이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엘 디아블로는 거신에 가까이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벽’에 막혀 일정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반면, 오한성 그 자체로는 처음 위대한 별의 사정권 내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모든 데몬로드를 막았던 ‘벽’이 지금은 굉장히 얇아진 상태였다.
나는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동시에 내가 먹었던 ‘원죄’가 빛을 발했다.
“끄아아아아악······!”
여태껏 고통에 무덤덤했던 신체가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내 전신을 감쌌다.
이것은 본래 내가 짊어져야 했던 ‘죄’다. 둠이 아니라, 해도 내가 해야 한다.
모든 것을 짊어질 각오로 나는 위대한 별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원죄’가 갑자기 반발을 하는 것이다. 둠이 ‘원죄’를 지녔을 땐 이런 현상이 없었다.
-진짜가 되고 싶었다.
-가짜가 아닌 진짜가.
-그러기 위해선 모든 진짜를 없애야 한다.
-우리의 죄는 진짜가 되려는 것뿐이오. 우리는 ‘존재’하고 싶소.
-존재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면······.
-어째서? 왜 내가 고통 받아야 하는 거지? 나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암흑인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녹으며, 그 그림자가 내게 흡수되었다.
수백만의 그림자는 거대한 암흑을 낳았다.
거대한 암흑의 형상이 내 등에 흐드러지며 악귀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죽어선 안 된다.
끝까지, 최후의 최후까지 살아남아서, 내가 돌아온 것에 ‘답’을 내려야 했다.
그들의 죽음에 ‘뜻’을 만들어줘야 했다.
나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순간, 나는 거신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러자 거신이 감았던 눈을 떴다.
‘네가 모든 것의 시작이라면.’
끝내주마.
그것만이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상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서,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 혼자 죽어라. 원흉이여.
그어어어어어어어어엉.
거대한 울림.
거신의 눈동자가 내게 닿는 순간, 내가 가진 모든 ‘원죄’와 신성이 거신을 뒤덮었다.
* * * * *
쿠르르르르르르릉!
‘지구’가 흔들렸다.
모든 각성자가 이변을 눈치 챘다.
[‘위대한 별’이 강림했습니다.]
[‘스물 하나의 데몬로드’가 강림을 시작합니다.]
태양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거대한 신성이 떠올랐다.
그것은 압도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크기의 ‘거인’이었다.
말 그대로 태양을 대체할만한 크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거대한 ‘문’이 열리며 괴물들이 난입했다.
막강한 괴물들. 초월적인 존재들.
그들을 통솔하는 건 바로 스물 하나의 데몬로드였다.
“······ 시작됐군.”
김민식이 작게 중얼거렸다.
언젠가 시작됐을 일. 생각보다 이르지만······.
‘실패한 건가.’
오한성.
녀석은 말했다.
자신이 실패하면 ‘최후의 전쟁’이 시작될 거라고.
위대한 별이 떠오르고, 데몬로드들이 지구를 침범하여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한성이 이 자식······ 죽은 거냐?’
괴물과 데몬로드들이 난입했지만, 어디서도 ‘오한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민식은 입술을 다물고 이를 악물었다.
녀석의 죽음은 슬프지만, 애도할 시간이 없었다.
모든 것은 전쟁을 끝낸 이후에.
울어도 그때 울어야 한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았다.
‘그래도 준비는 끝났다.’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덕분에 준비는 거의 끝났다.
인류를 통합시키고, 종족은 다르지만 도와줄 자들을 구했다.
감히 인류가 생긴 이후 ‘최초’라고 할 수 있을 업적.
어떠한 영웅도 이뤄내지 못한 신화!
그럼에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으리라.’
김민식의 눈이 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 * * * *
“크하하하하하!”
우주수, 위그드라실의 중심부에서 흐레스벨그가 크게 웃었다.
그가 탄생한 이후 이렇게 호쾌하게 웃어 보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위대한 별을 만들고 그것을 지구에 강림시키는 것.
모두 흐레스벨그의 목적이다.
최근 요르문간드의 탈출 때문에 진행이 늦춰졌지만, 그 뱀도 잡아들였다.
“요르문간드여. 결국 네가 믿었던 자는 죽었다. 너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요르문간드는 거대한 사슬에 묶여있었다. 인간의 형태로 변하지조차 못하고서.
“······.”
요르문간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흐레스벨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네가 낳은 자식이 저들을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아서라. 네가 믿는 모든 것들은 결국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는 확신했다. 그녀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흐레스벨그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한쪽 벽면을 수놓았던, 지구가 파괴되어가는 장면들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흐레스벨그가 가만히 요르문간드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뺨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절망은 ‘진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절망하고 또 절망토록 하여라. 가련한 뱀이여.”
< 49. 세계(完) > 끝
ⓒ 온후
작가의 말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