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신사냥꾼-118화 (119/251)

< 29. 멸제의 카르페디엠(2) > 끝< 29. 멸제의 카르페디엠(3) >

라이라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뒤섞인 공포. 그 가공할 괴물이 위에서 판을 벌리고 있을 동안, 라이라가 해야 하는 일은 쉐도우 나이트들과 함께 ‘묘’의 안을 휘젓는 것이었다.

‘로드께선 나에게 숨기는 게 있으시다.’

하지만 라이라는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난 몇 개월 간 라이라를 괴롭힌 것들. 그 ‘던전’에서 인간을 찌른 이후로부터 모든 게 변한 기분이었다.

피가 튀기고, 살점이 쏠리는 장소임에도, 라이라는 우리엘 디아블로가 자신에게조차 무언가를 숨기려한다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어째서 그 인간을 이그닐은 아빠라고 부른 걸까.’

이그닐이 세계수를 통해 사라진 이후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녀는 모른다. 그러나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그닐은 굉장히 특수하고 똑똑한 용이다.

맹목적으로 이그닐이 따르는 건 자신의 아버지이자 로드인 우리엘 디아블로뿐이었다.

헌데······ 고작 인간을 공격했다 하여, 이그닐은 자신을 적대하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 이상한 건 로드의 반응이었다.

‘어째서 인간들 따위가 던전을 휘젓는데 가만히 지켜보라는 걸까.’

기가 찰 노릇이었다. 감히 데몬로드가 지배하는 던전에 인간 따위가 발을 들이다니?

백 번은 죽여 마땅하다. 실제로 라이라는 그들을 모두 쓸어버리려고도 했다.

밟히면 죽을 운명들. 크게 손을 쓸 필요조차 없건만.

하지만, 로드의 특명이 있었다.

던전에 관해서는 모든 권한을 박탈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였고 그에 대한 이유를 말하지도 않았다.

단지, 시간이 지나면 알려주겠다고 할뿐.

‘로드께선 인간에게 유독 우호적이시다.’

알 수 있다.

작은 행동 하나, 말투에서 느껴지는 조그마한 분위기만으로도.

라이라는 그만큼 우리엘 디아블로를, 그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족은 기본적으로 모든 종족을 아래에 둔다. 우호적인 종족 자체가 있을 수 없었다. 마족이란 종은, 기본적으로 다른 종을 증오하도록 만들어진 탓이다.

그것은 전혀 마족 같지 않다고 전해지던 과거의 우리엘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마족’이라는 틀 안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그런데.

‘변하셨지.’

10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이후로 그는 바뀌었다.

뭐라고 명백하게 말할 순 없지만 바뀐 것만은 분명했다.

라이라는 그 변화를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탈피를 하듯 이후 그는 거침없는 행보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특혜를 부여하려는 그 움직임만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수백 년간 쌓여온 것.

결코 한 번에 바뀔 수 없다.

‘그 인간······ 대체 누구지?’

무엇보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게 있었다.

그 인간남자. 이그닐이 아빠라고 부르며 따랐던.

자신의 가시는 찔리는 순간부터 극악한 고통과 함께 죽음을 선사한다. 찔린 이상 ‘죽음’이란 절대명제를 회피할 방법은 없다.

허나, 그 남자는 너무 초연했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온기’가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그것은 마치······ 마치······ 자신이 우리엘 디아블로를 바라볼 때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지 않던가.

‘본 적이 없는 인간이건만.’

애당초 인간을 접할 기회자체가 없다.

설령 접한다고 하더라도 얼굴을 기억하진 않는다.

벌레가 각기 생김새가 다르다고 하여 그 모습을 굳이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남자의 얼굴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 온화한 눈빛.

욕정을 품거나, 갖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저 따듯하게 바라봤다.

라이라에게 그런 눈빛을 보낸 자는 여태껏 전무했다.

그래서일까.

그래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일까.

‘왜 계속 떠오르는 거지?’

라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애써 고개를 저었다.

떠올려선 안 된다. 가시에 찔렸으니 어차피 죽었을 것이고, 애당초 특정 인간만을기억하고 있는 다는 것도 말이 안 됐다.

“어딜 보느냐, 라이라 디아블로!”

차아아앙!

듀라한이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한쪽 머리를 왼 손에 지고서 괴력을 발휘하는 괴물.

게다가 그는 무려 ‘이명’이 존재하는 격 높은 듀라한이었다.

“한 번쯤 싸워보고 싶었다. 전장의 표범이라 불리는 그 위명에 걸맞은 실력인지!”

“웃기는구나. 진정으로 내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라이라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리 격 높은 듀라한이라고 해도, 결국은 듀라한이다.

가시의 권능을 지닌 가시의 여왕을 이길 수는 없다.

라이라가 검은 태양을 들었다. 라이라의 진정한 힘은 이 마검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싸우면 싸울수록 상대의 마력을 먹어치워 무한하게 싸울 수 있게 만드는 힘!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자.’

라이라는 고민을 접었다.

이 전쟁이 끝나면, 승리하게 된다면, 그때 말해도 늦지 않으리라.

우선은······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할 필요가 있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선 듀라한만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

최소한 그분이 싸우기 편안한 여건을 만들어야 함이었다.

‘모든 건 그분의 영광을 위해.’

* * * * *

박쥐 떼가 거대한 동굴을 휩쓸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박쥐 떼가 지나간 그 장소는 말 그대로 무(無)가 되었다. 쉐도우 나이트를 비롯한 아군마저도 완전하게 말소시키며, 모든 것을 ‘지워내고’ 있었다.

“후회하게 될 것이다. 빌어먹을 우리엘 디아블로놈······!”

이윽고 박쥐 떼가 합쳐지자 다시금 멸제의 카르페디엠이 나타났다.

수많은 박쥐는 그의 분신이자 본체였다. 그가 가진 권능 중에 하나였으며 그를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했다.

이를 간 카르페디엠은 재차 박쥐 떼가 되어 적들을 지워나갔다. 이 신성한 장소에이질적인 존재들이 들어오는 걸 그는 결코 반기지 않았다.

그리고 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잘려나간 듀라한의 목을 들고서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 밑에는 사지가 걸레짝처럼 잘려나간 듀라한의 몸통이 존재했다.

듀라한은 카르페디엠의 최측근 중 하나였다. 이름 있는 마족 100명을 벤 기사 중의 기사였건만, 라이라 디아블로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순식간에 박쥐 떼가 모여 본체로 돌아간 그가 입을 열었다.

“라이라 디아블로.”

“본래라면 너를 유인하는 게 나의 맡은 바 임무였으나.”

라이라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것이 그녀의 진정한 모습이다. 적을 앞에 둔 전사의 자세. 오로지 죽음만을 갈구하는 ‘가시의 여왕’이었다.

그녀는 마검 검은태양을 들었다.

어둠마저 빨아들일 정도로 새까맣기 그지없는 그 검은 카르페디엠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계속 된 침략이 저 검과, 라이라 디아블로로부터 좌절된 탓이다.

스으윽.

바닥에서 가시가 솟았다.

이윽고 그녀를 감싸더니, 은색의 가면이 되었다.

“그러기엔 너와 나의 인연이 무척 길지.”

“멍청한 년. 감히 데몬로드인 나를 홀로 상대하겠다고?”

부딪히는 모든 것을 마력으로 전환하는 능력.

더불어 그녀의 권능, ‘가시’는 정말로 귀찮기 짝이 없다.

죽음이라는 절대명제를 몰고 다니는 ‘죽음의 사신’이 있다면 정확히 라이라 디아블로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었다.

데몬로드도 아닌 주제에, 데몬로드와 동급 내지 반급 낮은 취급을 당하는 게 그녀였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데몬로드와 동급일 수는 없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검에 미쳐가지.’

마검 검은태양과 라이라 디아블로가 만나 잠시간 데몬로드 급의 힘을 내는 것뿐이다. 무한히 싸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과연 무한하게 싸웠을 때 라이라가 라이라라는 정신으로 남아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게다가.

‘부딪히지 않으면 그만.’

약점을 아는데 굳이 정공으로 상대해줄 필요가 없다.

좌아악!

순간적으로 뻗어 나온 검이 허공을 갈랐다.

카르페디엠이 박쥐 떼로 변하여 검의 궤적을 피해낸 것이다.

동시에 수많은 박쥐들이 검은색 안광을 쏘아냈다.

욕망분출!

환각을 일으키는 강력한 저주다. 수많은 카르페디엠이 생겨나며 라이라 디아블로를 전방에서 노려왔다.

라이라가 검을 휘둘렀지만, 모두가 환상이다.

존재하지 않는 걸 때려서 마력을 흡수할 순 없다.

“진짜가 누구 같느냐?”

푸욱!

뒤를 노리던 카르페디엠의 손이 까맣게 물들며 라이라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촤악!

급히 라이라가 몸을 틀어 그를 베어냈다.

그러자 종잇장처럼 찢기며 이내 사라졌다.

그렇다. 환상이 모두 가짜라고 할 순 없었다.

그의 환상은 진짜와 같은 힘을 가진다.

정신과 뇌를 조종해 환상에 당한 상처가 ‘진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전히 허튼 수작을 부리는구나.”

라이라가 검을 세로로 들었다.

동시에 발로 한 차례 땅을 치자.

촤좌좍! 촤좌좌좌좍!

사방에서 수천, 수만의 가시가 돋아났다.

그녀의 권능. 가시지옥!

환상들이 지워졌다.

많은 박쥐가 죽으며 마력으로 환산되었다. 라이라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다.

‘여전히 귀찮은 능력이로군!’

카르페디엠이 입맛을 다셨다. 저 마검과 라이라의 능력은 정말 까다롭다. 오죽하면 ‘라이라 디아블로가 전쟁에 참전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반대쪽은 무조건 항복을 외친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화자 될 정도다.

우리엘이 없는 100년간 영지를 이끌어나간 재목답다.

허나.

‘침몰하는 동굴.’

그의 권능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박쥐 떼가 합쳐지며, 거대한 그림자를 낳았다.

거대한 박쥐의 형상.

이내 형상 전체가 퍼져나가듯 동굴의 벽 전체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좁혀지며 거대한 돔 형태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침몰하는 동굴.

이는 결계의 마법이자 권능이다.

이 공간 안에서 카르페디엠은 진정한 ‘멸제’가 된다.

“내 ‘공간결계’ 속으로 얌전히 들어오다니, 그리도 죽고 싶더냐?”

두발로 서 있으나 박쥐의 날개를 망토처럼 휘두른 카르페디엠이 말했다.

“드디어 썼구나.”

“뭐?”

“이 결계를 치면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유지시간 안에는 깰 방법이 없음을 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시간동안 너 역시 도망갈 수 없다는 뜻.”

“그리고 그 시간동안 내가 무적이 된다는 걸 안 터인데?”

이 공간 안에서 멸제가 된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다.

제로쯤 되지 않으면 말이다.

문제는 이 ‘공간’이 만들어지기 전에 발을 빼면 그만이라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그다지 자주 사용하는 수는 아닌데, 라이라 디아블로는 겸연히 이 공간에서 그와 싸우는 길을 택했다.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이곳에서 내 마력은 무한하다. 과연 그 검이 어디까지 흡수할 수 있을까? 항상 궁금했노라.”

마력을 흡수하면 할수록, 라이라의 정신도 망가진다.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카르페디엠은 혀를 찼다.

호기는 좋지만 만용과 용기는 구분해야하는 법이거늘.

촤라라라라락!

커다란 날개를 펼치자, 수많은 박쥐들이 날개 안에서 튀어나오며 라이라를 향해 돌진했다.

박쥐들은 모든 걸 지운다.

하지만 박쥐 역시 ‘마력’으로 이루어진 존재.

검은 태양과 닿자 흩어지며 흡수되길 반복했다.

이내 과잉으로 흡수되는 마력이 검은 태양을 뜨겁게 달구었다. 라이라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뒤로 박쥐 날개의 그림자가 생겨나며 점차 커다래지기 시작한 것이다.

“······!!”

라이라가 이를 악물었다.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조금만 방심하면 그대로 마검에게 정신을 빼앗길 것이다.

“왜 그러지? 마력흡수는 전문분야 아니었나!”

라이라가 이 ‘공간’ 안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피하기도 어렵지 않으니 굳이 당해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진정한 멸제와 마주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본래라면 너를 살려두고 노리개로 쓰려했다만, 내게 이빨을 보였으니 가장 처참하게 죽여주마. 네가 죽으면 그 다음 차례는 너의 아비인 우리엘 디아블로다.”

“너는······ 그분을······ 해할 수 없다.”

“작아서 잘 안 들리는군.”

“다······ 후욱, 되었다는 말이다.”

뭐가 다 됐다는 말이지?

죽은 준비라도 된 건가?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머지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검은 태양. 그 마검에게 모여든 마력이, 검의 끝자락에서 다시금 뭉치고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검은 태양’이라 할 수 있는 검은색의 구체였다.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마력을 잡아당기며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게 되었다.

“설마?”

“진정한 ‘검은 태양’을 본 건 네가 두 번째다. 영광으로 알거라.”

라이라가 힘겨운 상태에서도 미소를 지었다.

마검의 끝에서 분출된 검은 태양은 조금씩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래봐야 주먹 정도의 크기였지만, 카르페디엠은 깨달았다.

‘저게 터지면 나라도 무사하지 못한다.’

자신만이 아니다.

“네년, 설마 자폭할 생각으로?”

“그분을 두고 내가 왜 죽지?”

저게 폭발하면 이 공간은 엄청난 후폭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는 명제가 붙은 결계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까지 깨지지 않는단 뜻은 아니므로.

어떻게 살아남을 거란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년.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구나!’

한껏 마력을 머금은 검은 태양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폭발의 전조다.

급히 카르페디엠이 날개로 자신을 감쌌다.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세상을 부숴버릴 것만 같은 폭발이 결계 내에서 일어났다.

* * * * *

검은색 구체가 걷혔다.

그 안에 두 인영이 쓰러져 있었다.

라이라 디아블로와 멸제의 카르페디엠.

라이라는 수많은 가시가 만든 장벽 안에서 기절한 상태였다.

허나 신체 곳곳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흘렀다. 지혈하지 않는다면 몇 분 내로 죽을 정도의 출혈량이었다.

쿨럭! 쿨럭!

반쯤 찢어진 날개로 바닥을 짚으며, 이내 카르페디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빌어먹을 년······!”

전신이 그을린 자국이었다.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멸제의 모습이 아니었거나, 순간적으로 날개를 방어막삼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가공할 파괴력이었다.

결계 안에서조차 그 여파를 모두 막아내지 못했는지, 산의 절반이 날아갔다.

설마 저런 마법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최후의 최후까지 숨겨놓은 카드였음이 분명하다.

카르페디엠이 이를 갈며 라이라에게 다가갔다.

이윽고 그의 손이 검게 물들었다.

“죽여 버릴 것이다. 심장을 꺼내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마. 감히 나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멈춰라.”

그의 손이 라이라 디아블로의 심장을 도려내기 직전, 바닥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손들이 그를 막아섰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그가 있었다.

우리엘 디아블로!

그의 위로 ‘검은 별’이 떠 있었다.

검은 별. 우리엘 디아블로가 가진 최강의 권능.

그것을 마주한 순간, 수많은 우리엘 디아블로의 환상들이 주변에 늘어섰으며, 더욱 많은 박쥐들이 그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카르페디엠이 가진 힘들이 어째서 우리엘 디아블로에게서 발현되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멸제의 힘을 잃었다. 박쥐의 날개가 사라지고 그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검은 별.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저주다.

상대의 모든 힘을 역으로 이용하게 만들며, 이로운 효과를 강제로 지워버리는, 우리엘 디아블로가 가진 ‘가장 강력한 권능’이었다.

단점이라면 ‘단 하나’의 개체에만 저주를 거는 게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지금에선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검은 태양에 이어서 이제는 검은 별이라고······?”

허!

카르페디엠이 크게 웃고 말았다.

검은 태양에 이어 이번엔 검은 별이라니.

쌍으로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