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신사냥꾼-68화 (69/251)

< 16. 월천(月天), 그리고 태을무극심법(太乙武極心法)(完) > 끝< 17. 검을 만들다(1) >

과거에도 여러 공방을 많이 봐왔지만 그중에서도 이곳은 감히 압도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족히 50마리는 되는 근육질의 백원후들이 몇 개의 화로를 앞에 둔 채로 망치질 등을 하며 각종 장비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리고 금송은 거만한 발걸음으로 대장간의 입구에 발을 들였다.

“이놈들. 우리의 새로운 주령께서 오셨다. 냉큼 무릎을 꿇지 않고 뭐하느냐?”

백원후들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처음엔 금송을 바라보다가 이내 나를 주시하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선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령(主令)님을 뵙습니다.”

“새로운 주령님을 뵙습니다.”

자리에 앉아 양 손을 바닥에 내려놓곤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백원후들이 예의를 차리는 방식이다.

주령. 주인을 높여부르는 말이다. 극존칭이라 할 수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별 다른 태도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백원후들은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금송은 더욱 코가 높아져선 계속해서 말했다.

“은후 있느냐?”

“······ 여기 있소.”

흰수염이 덥수룩한 백원후였다. 이곳에 모인 백원후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그 섬세한 근육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전혀 죽지 않았다.

단순한 크기로는 이곳에서 제일이었고, 능히 원후왕에 비견할 수 있을 듯했다.

“우리의 주령께서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신다. 이곳의 최고실력자가 은후 너이니 최선을 다해 가르쳐드려야 할 것이야.”

“나는 주령이라고 하여 가볍게 가르치지 않소. 다른 녀석을 알아보시오.”

은후라 불린 백원후는 꽤 강단이 있었다.

그러나 금송도 쉬이 물러서진 않았다.

“이놈, 은후야. 원후제께서 네놈을 키우셨던 은혜를 잊었느냐? 하물며 우리 백원후들은 주령을 대들보처럼 여기며 따라야한다는 율법 또한 잊었느냐?”

“원후제의 은혜는 잊지 않았소. 다만, 나는 가르치는데 소질이 없으니 다른 녀석을 알아보라는 말이오. 이곳엔 실력 좋은 대장장이가 많으니까.”

“아무리 좋다한들 은후 너만 할까?”

“나는······ 일도 밀렸소. 절세가문들의 어른들과 나찰들께서 주문하신 것들을 다해결하려면 족히 20년은 망치만 두드려야 하오.”

“그들 역시 주령의 명이라 하면 이해할 것이다. 아무렴.”

금송은 크기는 작았지만 거대한 은후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었다. 은후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하기 싫다는 티가 역력했다.

이대로는 평행선을 탈 것이다. 이쯤해서 당사자인 내가 나서야 했다.

“나는 괜찮다. 가르침은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그 뜻에 공감한다.”

“주령님.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최고 실력의 대장장이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장인의고집은 누구든 꺾을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장인은 고집이 있다. 그들만의 선이 있기에 장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고집을 꺾게 만들려면 단순한 지위로는 안 된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심안으로 살핀 결과 은후가 ‘일반적인 장인’의 틀조차 벗어난 존재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장장이 스킬의 레벨이 9······!’

미친! 소리가 절로 나올 뻔했다.

다른 건 볼 필요가 없었다. 대장장이 스킬의 레벨이 9에 달해 있었다. 이는 내가 만난 어떠한 장인도 넘지 못한 벽이었다.

무언가를 만드는데 도가 텄다는 드워프들조차 7레벨을 넘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저 이야기로만, 전설처럼 들렸던 드워프킹 정도는 되어야 9레벨의 대장장이 스킬을 지녔을 터였다.

전문스킬이라는 게 그렇다. 레벨을 올리기가 무척이나 까다롭다. 대장장이 스킬은 6레벨만 넘어도 충분히 ‘장인’소리를 들었으니.

은후. 그는 고집을 피울 자격이 있었다. 오히려 내가 가서 무릎을 꿇고 청해도 부족한 판국이었다.

“크흠······ 나는 정말로 가차 없소만.”

은후가 못미덥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사정없이 다뤄주면 나도 고맙다. 나를 지치게 해서 떨어지게 만들려거든 그쪽도엄청나게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소.”

은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심 만세를 외쳤다.

저만한 장인에게 직접 제조스킬을 배운다? 정말로 하늘이 내려준 기회와 같았다.

다음날부터 내 일과는 크게 바뀌었다.

새벽녘에는 구화린과 검술을 나누고, 아침부터 저녁까진 대장장이의 기술을 배우는데 온 정신을 기울였다.

수습생들이 하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을 길러오고 단순한 풀무질을 무한하게 반복하는 일조차도 나는 웃으며 했다. 은후, 그 커다란 백원후는 내가 지쳐서 제풀에 꺾이길 바라고 있는 듯했지만 나는 기회가 오면 결코 놓치지 않는 유형의사람이었다.

그 외에도 변화는 또 있었다.

간혹 연무장을 찾을 때면, 백원후들이 나를 상대하는 걸 꺼려했던 것이다.

“주령님과 주먹을 맞댈 수는 없습니다.”

“아이고! 안 됩니다, 안 돼.”

그들은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모습이 야차들 사이에선 제법 화자가 되기도 하였다.

“왜 백원후들이 검은 야차를 피하는 거지?”

“심지어 원후왕도 깍듯이 대하는군.”

“그 오만하던 원후왕이······.”

“그런데 검은 야차는 백원후랑 대화를 할 수 있는 건가?”

다들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결국 백원후들과의 대련은 불가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대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야차들이 나에게 출사표를 던졌다.

“검은 야차! 대련을 청한다. 나는 나른한 숲 출신의 야차 ‘이광’이다.”

“대련을 신청한다. 나는 돌말이 산의 야차 ‘영호선’이다.”

“월천의 제자가 되었다지? 그렇다면 내 검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나는······.”

야차가 대련을 청한다는 건 상대를 ‘인정’했을 경우에 한한다.

그런데 하루에 못해도 다섯 명은 찾아오는 것 같았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귀신 같이 알아차리곤 대련을 하길 바랐는데, 대부분이 평균 정도의 야차인지라 상대하기가 어렵진 않았다.

능력치의 합 자체는 나와 비슷하거나 낮았던 탓이다.

특히 백보신권이 아닌 검으로 상대했기에 더욱 쉬웠다.

[야차 ‘한 명’을 이겼습니다.]

[검은 야차의 인(印)이 빛을 발합니다.]

[상대의 능력치 중 ‘체력’을 0.05 빼앗아 옵니다.]

[대상은 중첩되지 않습니다.]

[잠재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능력치의 흡수는 불가능합니다.]

[누적 능력치는 1단위로 상태창에 반영됩니다.]

[누적된 능력치 현황 ? 힘(0.1), 민첩(0.45), 체력(0.4), 지능(0.2), 마력(0.2)]

[적용 된 능력치 현황 ? 힘(1), 민첩(1)]

대략 70명 정도를 꺾었을 때 힘과 민첩을 각각 1씩 획득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획득이었다. 그들의 능력치 극소수를 뺏어와 조금씩 적립하듯 쌓아서 챙긴 것이니 말이다.

그들 모두를 이기자 나에 대한 인식, 여론 등은 확실하게 바뀌었다.

그 이후로는 야차들이 나를 찾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부분이 나찰각을 떠났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를 실력자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 뭐야! 뭔데 계속 이기는 거야!”

그런 나와의 대련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구화린, 그녀뿐이었다.

그녀는 끝내 노성을 터트렸다.

약골, 자신의 밑에 있다고 생각한 내가 연달아 대련을 이기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것이다.

3연승 이후로 나는 한 번도 구화린과 검을 섞으며 지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히 검의 천재였으나 실전경험이 부족했고, 반대로 나는 경험만큼은 누구보다도 풍부한 상태였으므로.

검을 쥐면 공격성이 폭주하는 탓에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덕분에 구화린의 옷은 매번 넝마와 같이 변하기 일쑤였다.

구화린은 넝마가 되어 속살이 비치는 걸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믿기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쏘아볼 뿐이었다.

“여태까지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본신의 능력은 권이 아닌 검에 있었어!”

“부정은 안 하마.”

“이래선 적룡의 체면이 안 서. 내가 검으로 지다니······.”

구화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적어도 검술에 있어선 제법 자신이 있었던 모양. 하지만 순수검술로 나에게 연달아 패배하자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

“이래선······.”

하지만 화의 대상은 나에게 있는 게 아는 것 같았다.

자학에 가까웠다. 나는 그녀가 저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알았다.

그녀는 오룡 중에서도 말단이었고, 벽을 넘지 못해 항상 쫓기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성흔 쟁탈전이 내년으로 미뤄졌다고는 하나 이대로는 결과를 바꿀 수 없다. 그런데 나라는 존재 앞에서 막혀버리자 앞이 막막해진 것이다.

“너는 강하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로.”

“내가 강하다고? 날 더 비참하게 말들 셈이라면 성공했네.”

“차크라와 기술 모두를 사용했다면 나 역시 힘들었을 거다.”

“그래선 의미가 없어. 설령 전력으로 싸운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이겨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그녀를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틀린 말은 한 게 아니었다.

구화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그녀는 자신감을 잃었다. 전력으로 싸워도 나를 이길 거란 자신감을 말이다. 차마 입에 담지 못했으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월천님의 제자가 되고, 은후가 너의 검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 알지 모르겠지만 은후에게 검의 제작을 부탁하려면 나 같은 일개 야차는 20년 이상을 기다려야 돼. 그조차도 확실하지 않아. 어쩌면 5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

검을 만드는 건 내가 할 역할이었지만 은후의 가르침을 받긴 받았다. 여기서 괜히말을 더 꺼내봤자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일 것 같아 조용히 있자 구화린이 이어서 말했다.

“오한성, 너는 계속해서 강해질 거야. 어쩌면 오룡의 자리엔 나대신 네가 들어갈 수도 있을 거고. 십이천의 제자, 은후의 검, 거기다 재능과 노력까지 겸비했으니까.나를 완전히 넘어서는 것도 머지않아 가능하겠지. 너를 통해 내게 부족한 점을 알고싶었지만······ 보면 볼수록 박탈감밖에 안 들어.”

열등감.

구화린은 나를 보며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한때는 천재라고 떠받들어졌으나 내 앞에 서자 초라해진 것이다.

이런 경험, 나도 있었다.

진정한 천재들을 발견했을 때.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확신하며 좌절했을 때.

설마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느낌을 주리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그녀도 나와 같다.’

그래서 구화린은 자학을 하는 중이었다. 열등감을 느끼는 자신이 싫어서, 그것을 표현해야만 하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다고 감추는 것도 마땅치 않아서.

솔직하게 나를 향해 털어놓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처음엔 너를 약골이라고 생각했어. 정정하고 인정할게. 내가 보는 눈이 없었다는 걸. 돕겠다고 했지만 이 상태로는 힘들 것 같아. 옆에 있으면 있을수록 나는 너를시기하고 질투할 테니까.”

직설적이지만 진심이 섞여있었다.

그녀는 내 옆에 오래있으면 있을수록 자신이 작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선 발전도 없었다.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구화린은 나와 멀어지는 길을 택했다. 그것만이 자존감을 지키고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내가 이런 자리에 서게 될 줄이야.’

그녀는 천재다. 경험이 쌓이면 대단한 검사가 될 것이다. 잠재력 477이란 상상을초월하는 수치도 그녀의 천재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다만, 겪은 경험과 시간이 많았을 따름이다. 이곳에서 진정한 검술의 체계를맛보고 이전의 경험과 결합하여 빠르게 흡수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레귤러. 게임으로 따지면 버그 같은 존재였으니 이런 식으로 박탈감을 줄 수도 있음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이윽고 구화린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그러니까 1년 뒤에······ 그때 보자. 그때는 안 질 거야.”

“잠깐.”

이대로 가면 곤란하다. 그녀는 나찰각을 내려갈 심산이었다.

자존심 강한 구화린이 고개를 숙였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내겐 아직 그녀에게 전해줘야 할 게 있었다.

우뚝 몸을 세운 구화린에게 급히 품을 뒤져 목각함 하나를 꺼낸 후 넘겼다.

“받아라.”

“이건?”

“나중에 나찰각을 벗어나면 열어봐라. 너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일 테니.”

“이별선물까지 준비해준 거야?”

피식 웃은 구화린이 목각함을 품에 넣었다.

“고마워. 내려갈 때 꼭 열어볼게.”

“구화랑도 지금의 너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 그 바보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사실은 구화린이 얼마나 구화랑을 좋아했는지 그간 알게 됐다. 그바보라고 무시하고 대아귀 따위에게 잡혔냐며 쓴 소리를 내뱉었지만, 그녀는 암흑인들의 침략이 있었던 뒤로 구화랑의 이름이 적힌 패를 항상 품에 지니고 다녔다.

그리고 간혹 대련을 하다가 쉴 때가 되면 패를 조심스럽게 꺼내곤 양 손으로 꾹 쥔 채로 조용히 말을 걸던 걸 몇 번이나 보았다.

‘천년독각사의 내단이면 다른 오룡을 따라잡기엔 충분할 터.’

지난 시간동안 새벽 몰래 화련대의 지하로 통하는 길을 알아봤고, 움직여서 천년독각사의 내단과 현철을 이미 빼돌린 상황이었다.

그리고 본래 그 두 가지는 그녀의 것이다. 구화랑이 구화린을 위해 남겨둔 것이었다.

그중 현철은 수고비로 받았고, 천년독각사의 내단은 순수하게 구화린에게 넘겨주었다.

내게는 현철만 있으면 됐다.

‘욕심은 화를 부르지. 게다가······ 암령이 순수하지 못한 마력을 집어삼키고 있다.’

암령. 녀석은 단지 숨죽이고 있을 뿐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건 아니다. 순수하지 못한 마력을 흡수하여 덩치를 불리고 있었다.

만약 천년독각사의 내단과 같은 영약을 섭취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암령이 달려들 가능성이 농후했다. 천 년간 쌓인 독기이니 결코 순수할 수 없는 탓이다.

“잘 있어.”

“고맙다. 덕분에 삼재검법의 대성할 수 있었다.”

구화린이 작게 웃곤 몸을 돌려 그대로 멀어졌다.

‘저런 모습도 있었군.’

까칠할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털털한 성격이었다. 다른 야차들과 함께 있을 땐 무게를 잡았지만, 따로 만난 구화린은 옆집의 다부진 동생처럼 꽤 친근한 느낌이었다.

그러한 매력에 끌려서 많은 야차들이 모인 것이겠지.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대장간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오늘, 철을 친다.’

현철.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 중 하나.

오늘, 녀석을 조리한다.

* * * * *

대장장이 백원후들 사이에서도 현철은 지극히 귀한 철로 인식되는 모양이었다. 비록 양은 주먹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든 백원후들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깡! 까앙-!

망치를 들고 현철을 내리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은후에게서 배운 망치질은 현철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만들어줬다.

“균등하게 쳐야하오. 현철은 결코 만만한 녀석이 아니요.”

“어깨에 힘을 빼시오. 자신만의 검을 세우고 싶다면 먼저 철과 교감을 해야 하니.”

그의 조언은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전신이 울렸다.

철이 울리고, 내 몸이 울리고, 그렇게 공명을 하였다.

적어도 기초가 되는 작업만큼은 온전히 나홀로 할 셈이었다.

앞으로 만들 검은 암령을 담을 그릇이었다.

태을무극심법과 연계되어 힘을 발휘해야하기 때문에, 나와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를 싣는다.’

깡-! 까앙-!

대장간 안. 철 두드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나는 나만의 검을 만들기 시작했다.

< 17. 검을 만들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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