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신이 나라를 살림-234화 (234/261)

234. 두동천 전투 (2)

폭발은, 범람이다.

◈          ◈          ◈

두동천 여울에 터를 잡은 야인들 중 유독 커다란 사내가 있었다. 커다란 키와 덩치 덕에 남보다 족히 두 배의 부피를 가진 몸은 지방 하나 없이 순수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 사내의 이름을 야율천이라고 했다.

야율천은 자신이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손에 있던 것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그 두 가지가 소망의 간절함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부분에서 야율천 자신은 남들과 똑같았다.

야율천은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평범’이라는 단어가 가진 어감에 충실하게 그 삶은 불행한 것이라고 야율천은 생각했다.

누군가는 그런 야율천의 생각을 배부른 돼지 같다며 욕할 것이다.

카한 아래 결속한 만자(蠻者)들, 그 중추를 이루는 여섯 은빛 부족 중 하나인 아오란(牙五蘭) 부족의 우두머리. 백금의 흙판 위에서 핏빛 땀을 흘리는 말들을 열 마리나 따온 천하장사. 신 제국 사형집행인들이 사용하는 처형용 대검을 말 위에서 한 손으로 휘두르는 달인. 야율천.

그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면,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인생 100개 중 99개는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그런 야율천의 생각에 깊이 공감할지 모른다.

야율천은 카한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가진 것이 아니라 갖지 못한 것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규정한다. 같은 이치에서 야율천의 눈에는 카한 이외의 사람들이 모조리 비슷하게 보였다. 그들은 모두 패배자였으며, 야율천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오란 부족의 우두머리지만 만자들의 우두머리는 아니다. 나는 핏빛 땀을 흘리는 말을 열 마리나 따왔지만 검은 땀을 흘리는 말은 결국 손에 넣을 수 없었다. 나는 처형용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지만 묵룡언월도는 가질 수가 없었다. 나는….’

사소한 것이지만 야율천에게는 머리카락도 없었다.

입가와 턱, 가슴에 돋아난 터럭들이 조금씩만 품앗이해서 머리 위로 이주하면 어떨까 싶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카한이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야율천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치욕이었다.

‘제기랄! 나는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건가!’

야율천은 눈을 부릅떴다.

‘그렇지 않다!’

야율천도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시기가 있었다. 카한을 만나 그 앞에 무릎 꿇기 전만 해도 야율천은 이 세상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놀이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이라고 다르진 않아!’

아니다. 두 번 다시 그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 인생에 흉터를 남기는 패배가 세상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바로 그러기에 야율천은 거기서 눈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나는 야율천이다!’

왕국 침공의 선봉을 맡기로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야율천은 오비락 부족의 우두머리인 세마, 울타합 부족의 우두머리 기소루와 함께 왕국을 후벼 팠다. 파죽지세였다. 세 개의 은빛 부족과 거기 따라 붙은 수백의 동빛 부족이 어우러져 이루어진 물경 20만의 군세는 실로 그 달음박질 소리만으로 산을 떨게 만들었다.

유쾌했다.

‘나는 야율천! 만자들을 이끄는 여섯 영웅 중 한 사람이로다!’

그렇게 소리치면서 있는 힘껏 팔을 휘두르면 대검의 궤적을 따라 세상이 쪼개졌다. 자신을 가로막는 것들을 모조리 산산조각내며 날뛰는 것은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괴물이 된 듯한 전능감을 가져다주었다.

짜릿했다.

‘흙이나 파먹는 월국의 땅벌레 놈들! 이 야율천이 네놈들에게 진정한 영웅의 힘을 가르쳐주마!’

야율천은 자유를 느꼈다. 마치 카한이라는 벽에 부딪히기 전, 불가능이 없어 보였던 왕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윽고 월국의 왕도를 점령하고, 왕성까지 깨부쉈을 때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근위병들은 예상보다 치열하게 저항했으나, 그래 봐야 중과부적. 마지막 저항을 물리치고 알현실에 발을 딛었을 때에는 그야말로 한 마리 독수리가 되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여왕을 잡았다!’

‘혓바닥이 긴 새끼도! 화살을 맞았지만 아직 살아있겠지!’

‘제발 살아 있어라! 오래오래 살게 해주마! 내가….’

그러기에, 갑자기 날아든 화포가 왕성째 자신들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야율천은 파리채에 두드려 맞아 떨어지는 파리가 된 기분이었다.

‘이런 미친 놈들이!?’

자신들도 우두머리가 쓰는 천막은 위엄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그런 천막 백 개를 가져다놓은들, 흙을 파먹는 자들이 만 년 묵은 바위와 천 년 산 나무를 재료로 백 년에 걸쳐 쌓아올린 궁전에 비할 수 있겠는가.

자신들조차 우두머리가 쓰는 천막에 화살을 쏘기 어려워하거늘, 왕국민이 궁전에 대고 가차 없이 사격을 퍼붓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런데 그 가당치도 않은 일을 저지르는 미친 녀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단순히 미치기만 한 녀석이 아니었다.

‘교활한 새끼다!’

‘우릴 묶어 놓고 몸통을 치려는 거다!’

‘빌어먹을! 지금 병력이….’

야율천과 세마, 기소루. 선봉을 맡았던 세 은빛 부족의 장들은 자신들의 실책을 깨달았다.

공을 탐내서, 신이 나서, 혓바닥 긴 놈의 혓바닥을 탐내서, 제각각의 이유로 셋 모두가 궁성으로, 그것도 가장 안쪽에 있는 알현실 안에 돌격해 들어온 상태였다.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괴룡이 좁아터진 굴 안에 대가리를 모조리 처박은 꼴이었다.

그렇다고 몸뚱이의 근육들이 물 샐 틈 없이 밀집되어 있느냐면 그렇지도 못했다. 뒤를 견제하기 위해 상당한 병력을 뒤로 돌린 데다가, 군소 부족들은 왕도에 도착하자마자 곳곳에 퍼져 약탈에 열을 올렸다.

일종의 열병에 가까운 광분이 선봉 전체에 퍼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공격할 때에는 도움을 주었지만, 방어해야 할 상황에서는 말 그대로 질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그리고 조각난 병력들은 통솔된 군사력 앞에 씹어 먹히게 마련이다.

심지어 적들에게는 운까지 따라주었다. 무너진 알현실 천장이 기소루를 깔아뭉개 죽인 것이다. 이는 선봉 20만 병력의 3분의 1, 약 7만에 가까운 병력이 무질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뜻했다.

만약 평야에서 벌인 전투에서 기소루가 전사한 것이라면 기소루의 후계자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 간단한 것을 시행할 수 없었다.

야율천조차 지금 공격해오는 적의 숫자만큼 기본적인 정보도 파악하지 못할 지경이거늘, 그보다 급이 낮은 이들의 혼란상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여왕을 데리고 퇴각한다!’

‘은빛 부족이 아닌 자들, 기오루 계통의 병사들은 모두 왕도에 남긴다!’

겨우 왕성에서 몸을 뺀 야율천과 세마는 그렇게 논의했고, 결정했으며, 시행했다. 그렇게 다다른 곳이 바로 이 두동천 일대였다.

‘야율천. 자네와 자네 부족이 고생이 많았지. 우리가 이 내천을 건너가서 쉬겠네.’

세마의 말에 야율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피곤하기도 했다. 강행군 끝에 왕도를 점령했다 싶더니 뭐가 뭔지도 모르고 쫓겨나온 것이다. 좀 자고 싶었다.

그렇지만 잠결에 선 보증이 부족을 파탄으로 몰아넣는 법이다.

‘세마, 너 이 빌어먹을 새끼! 개구리 침 맞고 독 올라 뒈질 사기꾼 새끼!’

조금 피곤이 가셨을 무렵, 야율천은 포로로 잡았던 여왕이 자신이 아니라 세마의 손아귀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혓바닥 긴 놈만큼은 아니어도 천금의 값어치를 가진 포로를 엉겁결에 빼앗긴 것이다.

‘야 이 개새끼야! 당장 그 년 안 내놔!?’

‘하하하! 하늘로부터 선택받은 영웅께서 입이 험해지셨군 그래.’

‘내놓으라고! 안 그럼 내가 즉각 말을 몰고 가서….’

‘어이쿠. 야율천. 하늘로부터 선택받은 영웅이여. 어버이 하늘에만 신경 쓰지 말고 땅바닥에도 귀를 좀 기울여보시게. 땅 파먹는 자들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야율천은 그렇게 했고, 그것이 사실이란 것을 깨달았다. 추적군이 붙은 것이다.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거리에 적을 둔 상황에서 내천을 건너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세마는 내천 너머에서 그런 자신들을 향해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떠나갔다.

‘그럼 힘내시게! 나는 카한께 드릴 선물을 들고 먼저 가보겠네!’

‘이런 개 같은 새끼…! 반드시 네 모가지를 따버리겠다!’

야율천은 길길이 날뛰었지만 세마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세마와 놈이 이끄는 오비락 부족은 여왕과 함께 떠났고, 야율천은 월국의 추적군을 상대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제기랄….”

그 추적군의 숫자가 자신들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니, 지금에 와서는 그것조차 분통이 터지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애초에 자신들을 왕도에서 공격했던 병력도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야율천 족장님, 괜찮으십니까?”

부하가 조심스레 물었다.

야율천은 회상을 마치고서 안색을 고쳤다.

속 쓰린 일들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카한에 대해 되도록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야율천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다.”

야율천은 두꺼운 손가락을 들어 턱에 난 수염을 잡아당겼다.

“말발굽 소리에서 예측한 숫자 그대로군. 불총을 쏘는 모양이지만 그딴 건 우리한테도 있어. 위치만 제대로 잡고 지키면 내려올 수 없을 게다.”

야율천은 고개 위를 올려다보았다. 월국 추적군의 선두, 말을 타고 있는 남빛 머리카락의 여인을 노려보면서 부하들에게 계속 지시했다.

“문제는 저 놈들 뒤에 도착할 원군들이다. 월국 놈들의 기병이 저만큼 왔다는 건, 저 세배쯤 되는 보병들이 한나절 뒤에는 도착한다는 뜻이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그 전에 조금씩 이동할 필요가 있을 거다.”

안타까운 오해였다.

하긴 후속 부대에 대한 기약도 없이 기병들만 채워 다짜고짜 달려왔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는 없었다. 이딴 건 전략도 뭣도 아니기 때문이다.

“천천히 물러나면 돼. 물론 놈들도 그걸 예측을 할 테니, 화포를 가지고 왔다면 곳곳에 설치해서 우리를 겨누려 들겠지. 얼마나 가져왔을지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겠어.”

어떤 작전도 적이 최대한 합리적인 행위를 할 것이라고 예측한 상태에서 세워지는 법이다. 그리고 어떤 작전도 첫 단추가 어긋나면 그 다음 단추도 번번이 어긋나는 법이다.

두 법칙의 조화는 필연적이었다. 야율천은 마치 적들의 노림수를 이해한 것 같은 기분 속에서 으름장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다들 화포 소리가 들려도 당황하지 마라. 포탄에 맞아 죽는 놈들보다 당황하다가 고꾸라져 죽는 놈들이 훨씬 많다. 화포가 터지든 말든 자리 지키고 서 있는 게 훨씬 살 확률이 높아. 땅 파먹는 버러지 새끼들이 밭에 세우는, 그 뭐냐. 허수아비들도 할 수 있는 일이야. 이것도 못하는 새끼는 살아있을 자격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화포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으름장이 효과가 있었는지 야율천은 물론이요, 야율천이 이끄는 전사들도 태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야율천은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

하지만 곧 그 미소는 떨떠름한 것으로 바뀌었다.

‘왜 저리 멀찍이서 화포 소리가 들리지?’

◈          ◈          ◈

도화선을 타고 들어간 불꽃이 포 안에 열을 전달했다.

최초에 불붙은 화약 알갱이가 탁! 소리를 내며 가볍게 튀어 올랐다. 탁! 타탁! 첫 번째 알갱이가 떨어지며 두들긴 알갱이와 두 번째로 불붙은 알갱이, 2개가 동시에 튀어 올랐다. 탁, 타탁! 탁, 타탁! 다음에 4개, 그리고 16개, 그러자마자 256개.

그리고는 포 안에 가득 찬 화약 알갱이가 모두 튀어 올랐다.

튀어 오르는 알갱이들에게 방향성은 없었지만, 결국 닫힌 공간 안에서 전체적인 방향성은 포 입구로 수속될 수밖에 없었다.

파직, 그렇게 한 차례 튀어 오른 화약 알갱이 사이마다 자그만 벼락이 달렸다.

그리고 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란 천둥이 뒤를 이었다.

포신 전체가 안에서부터 흔들렸다. 화포는 입에 문 공작전을 비명처럼 토해냈다.

수평으로 대기를 가르며 날아든 공작전이, 쾅…! 새하얀 표식에 그 대가리를 찍었다.

쿵…!

삶은 무에 찌른 쇠젓가락마냥, 공작전이 쑥, 둑의 외곽을 파고들었다.

대지가 아득한 시간을 들여가며 빚어냈을 돌덩이는, 그렇게 공작전 중간에 돋아난 세 개의 쇠 날개가 자신에게 침입하는 것을 허용하고 말았다.

“제대로 박혔다!”

조장이 무심결에 외쳤다. 나를 포함하여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환성을 터뜨렸다. 모두 폭음을 대비해 귀를 틀어막은 상태여서 그 외침도 환성도 으스러진 것처럼 들려왔다.

구궁, 둑이 묵직한 신음을 흘렸다.

공작전이 처박힌 부분, 특히 세 갈래로 펼쳐진 쇠 날개가 박혀든 부분으로부터, 물로 이루어진 투명한 피막이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피막이 툭 터졌다.

물이 흘렀다.

“뭐하냐! 가죽 덮어!”

조장이 소리쳤다. 병사들이 황급히 귀를 막았던 손을 떼더니 두꺼운 가죽으로 화포를 덮었다.

“쇠봉 걸쳐! 들어! 옮겨! 알아서 안 닿게 조심하고! 살 익으니까!”

그 말처럼, 갓 격발된 화포는 가죽을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대에 아지랑이를 두르고 있었다. 병사들은 길쭉한 쇠봉을 화포 고정 장치 아래에 뚫린 구멍에 집어넣고 걸쳐 메었다. 이어 기를 쓰고 몸을 빼면서 화포를 옮겼다.

“일단 여기서 비킨다!”

조장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쪽으로! 2리 안쪽에 저수지 하나 더 있다! 거기까지 터뜨리고, 화포 꼭! 진짜 꼭 챙겨서 돌아간다!”

병사들은 자신보다 화포가 더 애지중지 여겨지는 부조리한 현실에 안타까워하진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둑 한복판에 처박힌 공작전, 그것을 중심으로 뻗어 나간 균열이 점차 벌어졌다. 퓻, 푸슉. 물방울이 아니라 물줄기가 터져 나오는 곳들도 1초마다 3개씩 늘어나고 있었다. 틈이 생긴 것으로 인해 저수지 안에 든 물의 방대한 압력에 버티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가자! 사관님도 얼른… 아니, 언제 저기까지 가셨대!?”

조장이 깜딱 놀랐다.

대략 10초 전에 전력 질주를 시작했던 나는 달리는 그대로 손짓을 했다.

“빨리들 오시게!”

“아, 예에… 거 튀는 거 하나는 진짜 빠르시네…. 다들 들었지? 보이지? 가라! 저 분 뒤를 쫓아 달려라!”

조장이 부리나케 뛰어갔다. 병사들이 쫓아 달렸다. 불운하게도 줄을 잘못 서서 화포를 고정장치째 옮기는 신세가 된 병사들이 허겁지겁 그 뒤를 이었다.

그러자 마자, 둑이 터졌다.

이어 투명한 용이 토사를 집어 삼키며 산등을 타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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