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기반 다지기 (3)
월족의 도읍지는 중심에 월족 수뇌층을 두고, 시계 방향으로 12개 씨족을 둘러 세운 형태였다.
나와 시우는 그 방향대로 돌면서 씨족 대표들을 만나고 다녔다.
대화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오늘부터 신전에서 영웅 숭배와 조상 숭배를 허용하겠어요.”
“법을 어긴 자들은 거기에 규정된 대로 처벌될 것이에요.”
“이 사실을 여러분들의 힘이 닿는 곳에 널리 알려주세요.”
순순히 ‘그러마.’ 하는 씨족들과는 여기서 대화 끝. 야만의 황혼과 문명의 여명이 가능케 한 기적이었다.
하지만 심심하면 털려왔던 신전과 달리 씨족들 중에는 기세가 등등한 곳도 몇 군데 있었다.
그런 이들은, 미사여구를 제외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네까짓 게 뭔데 그걸 허용하고 말고 하는 거냐?”
“이건 우리네 관습과 맞지 않는다.”
“뭐 줄래?”
물론 내가 괜히 시우를 데리고 간 것이 아니었다.
“지금 비류아 족장님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이냐!?”
“관습을 고쳐라!”
“너희 씨족이 여전히 월족의 울타리 안에 있게 해주지!”
시우가 을러멘 이들을 내가 잘 달랬다.
“시우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 법왕은 족장님께 간택 받아 이 일을 하고 있어요.”
‘닥치고 눈깔아.’
“관습이 어떠한가요? 어디가 법과 맞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이 법전 어디까지나 초안이야. 말해봐. 들어줄 만하면 들어줄게.’
“가장 협조적인 씨족은 차후 비류아 님께서 높이 평가해주실 거예요. 그 분은 공정하시니, 공과를 명확히 판단해주실 거예요.”
‘당근 먹을래? 채찍 맞을래?’
내가 살아있던 시절, 착한 순라꾼과 나쁜 순라꾼이라 불리던 전술을 이 시대의 야만족들이 배겨낼 도리는 없었다.
두 손을 든 씨족들에게 나는 결정타를 먹였다.
“참고로, 명예의 전당에는 아직 빈자리가 있답니다.”
“빈자리라고요?”
“예. 혹시 여러분들께 기리고 싶은 조상이 있으시다면….”
그 이상 말할 필요는 없었다.
씨족들 대부분은 그런 조상을 갖고 있거나 씨족장 본인이 전당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강대한 월족의 영웅으로 안치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어 하는 자들은 많고도 많았다.
그리하여 달이 뜰 무렵에는 도읍지 순회가 끝났다.
씨족들 모두에게 새로운 법과 영웅 숭배를 받아들이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1단계 완료!’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켰다.
[고생하셨어요, 예언자님. 그런데 1단계 완료라니요?]
‘아리야. 나라가 무엇이라 생각하오?’
[음…. 더 큰 부족이요?]
언뜻 유치한 그 대답을 나는 비웃지 않았다.
‘맞는 말이오. 그렇다면 부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씨족 여럿이 뭉친 것이요.]
‘역시 맞는 말이오. 헌데 그렇다면 그 씨족들은 어떤 이유로 뭉치게 됐겠소?’
아리야는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소모라에 있을 적에, 바깥에서 흘러 들어온 이방인들이 뭉쳐 만들어진 집단이 있었어요. 저와 모서아처럼 야리소연과 가리비수의 피를 이은 씨족이 가장 수가 많아 중심을 잡았고, 결과 그 집단은 월족이라 불리게 됐지요.]
지난 임무 도중에 천사에게 말했을 때처럼 아리야는 늘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여 말한다. 내가 볼 때 그것은 대단한 미덕이었다.
‘그 또한 맞는 말이오. 그렇듯 그대들이 뭉치게 된 것은 그만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지.’
[의지할 곳 없는 이방인들이라는 현실 말인가요?]
‘그리고 그 현실을 벗기 위해 가리비수라는 환상을 믿었다는 것.’
아리야는 침묵했다.
나는 계속 걸으면서 설명했다.
‘그리고 나로 인해 신화와 계명을 얻은 뒤로는 그것을 믿는 자들이 곧 월족이 되었지. 어렵게 여길 것 없소. 그렇게 공통점이 많을수록, 그리고 절실할수록 사람들은 하나의 집단으로 뭉치게 되는 거요.’
[…그리고 예언자님께서는 지금 전례 없이 많은 이들을 뭉치기 위해 인위적인 공통점을 만들고 계시고요?]
‘그렇소. 밑밥을 깔고 있는 것이지.’
달의 여신과 계명을 믿기에 월족이라 불렸던 이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그들의 규모는 커졌고, 그 사슬을 거부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단적으로 마신 추종자들은 달의 여신을 믿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교통 정리요. 가리비수를 달의 여신 밑에 넣어버리는 것이지. 그리고 서로 다른 관습들은 통일된 법으로 묶는 거요.’
물론 그것들만 갖고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될 수는 없다.
힘으로 억압한다고 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어디까지나 기틀 잡기, 1단계 완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기에 나는 곧장 2단계 작업으로 넘어갔다.
“시우 님, 고생 많으셨어요.”
내가 시우를 향해 말했다.
◈ ◈ ◈
내 말에 시우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음. 너도 고생 많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지금 지친 상태였다.
강대한 전사답지 않은 푸념이 한숨과 섞여 흘러나왔다.
“해가 꼬박 졌구만. 젠장. 어제처럼 불 끄러 뛰어다니는 게 낫지.”
“익숙해지셔야지요. 비류아 님을 곁에서 보필하게 되실 텐데요.”
“큼, 뭐 그런 말을….”
시우는 헛기침을 했다. 슬쩍 시선을 피했다. 얼굴이 벌갰다.
이런 녀석을 비류아와 잘 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내 2단계 작업이었다.
나는 복장 터지는 기분을 누르면서 웃어 보였다.
‘괜찮아.’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었다.
‘둘 다 싫다는 기색은 아니었고.’
요리도 만들어주었다.
‘그런 식으로 업무가 아닌 일상에서 있어서의 접점들을 늘려 가면 돼. 그러다 보면 서로 속 깊은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목욕도 같이 하고 뭐 그러는 거지.’
어쨌든 해야만 하는 일이다.
각오를 다잡은 내가 사근사근한 어조로 물었다.
“시우 님께서는 비류아 님의 어떤 부분이 좋으신가요?”
시우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모든 부분이.”
뇌를 거치지 않은 게 분명한 대답에 새삼 감탄이 나왔다.
‘와.’
나는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이마를 짚고서 물었다.
“좋은 부분 하나를 꼭 짚어야 한다면요?”
“비류아 님께서 비류아 님이시란 것?”
‘그래, 시우야….’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음. 가령 인품, 무술 솜씨, 통솔력 같은 식으로 나누어본다면….”
“왜 꼭 그렇게 나눠야하나?”
‘응, 알았어….’
“비류아 님을 한 마디로 표현하신다면?”
“비류아 님은 비류아 님이시지.”
‘내가… 내가 미안해….’
안 되겠다.
질문 자체를 바꿔보자.
“시우 님. 비류아 님께 무얼 선물해드리면 기뻐하실까요?”
“어….”
지금까지 뇌를 거치지 않고 대답하던 시우가 마비당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두개골을 따보면 펄펄 끓는 죽 한 사발이 있지 않을까?
이 녀석을 도대체 어쩌면 좋을꼬….
[저어, 예언자님?]
‘말하시오, 아리야…. 나로서는 이제 예언과 연설의 힘을 빌어 다짜고짜 합사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소만은.’
[음… 아니요. 그보다 조금, 뭐라고 하나… 근본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싶은데요.]
‘음?’
[정작 예언자님께서도 연애 해본 적 없지 않으세요?]
음.
음.
으-음.
‘아리야. 그… 내가 말이오. 태학관 시절에 고백도 많이 받아보았고 막 그렇단 말이오.’
[하지만 받아들이진 않으셨지요? 예언자님께서는 정조 관념이 강하시니까요.]
‘그걸 꼭 해봐야 하는 건 아니잖소….’
[하지만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도 감수해야 겠지요….]
‘그 왜, 적어도 태학관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런 녀석들이 사랑하는 여자와 잘 된 사례는 못 본 것 같고….’
[그래서 거기서 더 전문적으로 조언해주실 만한 경험이 예언자님께…?]
거듭, 아리야는 늘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여 말한다. 내가 볼 때 그것은 대단한 미덕이었다.
왜냐면 내가 그 미덕을 잘 지키지 못하거든!
‘음, 아리야. 모서아는 그대에게 어떤 식으로 구혼했었소?’
나는 내가 전문가가 아님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물었다.
애 여럿 낳아 길렀다는 월족의 중시조(中始祖)는 곧바로 대답했다.
[음. 갑자기 절 걷어차고 대머리 족장한테 존심도 없이 고개를 처박는 식으로요?]
‘내가 한 거 빼고.’
[금을 갖다 주었어요.]
금이라.
[고모라 근처에 유난히 반짝이는 냇가가 있었어요. 하루 일이 끝나면 그 곳으로 가서 양털을 털어댔지요. 마침내 제게 엄지와 검지로 겨우 쥘 수 있을 만한 금가루를 가져다줄 때까지 말이에요.]
‘그 정성에 반한 것이오?’
[아니요, 그 용기에 반했답니다.]
아리야는 먼 옛날을 떠올리는 듯 생각에 잠겼다.
[모서아가 냇가로 갈 때마다, 사람들은 노을을 건져낼 셈이냐며 그런 모서아를 비웃었어요. 편히 쉴 수 있는 시간과 귀한 양털을 헛된 일에 낭비하고 있다면서요. 차라리 바위를 뒤적여 가재를 줍거나 통발을 놓아 피라미라도 잡는 편이 나을 거라고 했지요.]
‘하지만 모서아는 그런 잔소리에 휘둘리지 않았군.’
[아니요, 엄청나게 휘둘렸어요.]
아리야의 목소리에는 미소가 배어 있었다.
[매일 저녁 양털을 챙길 때마다 그 커다란 어깨가 축 처져 있었지요.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시에 찔린 것처럼 움찔거렸고요. 그럼에도 모서아는 계속하여 냇가로 갔고 꾸준하게 양털을 털어댔어요. 털어댔지요.]
‘마침내 조그마한 금가루를 얻어 그대에게 바칠 때까지 말이오?’
[[, 그리고 그 때 생각했어요.]
저승에 있는 아리야가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으리라고, 나는 어쩐지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어떤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왜냐하면 이 사람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이겨낸 것이었으니까요.]
그 말대로였다.
나는 내가 개입하지 않았던 세계에서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아리야에게 어서 가라고 소리치던 모서아의 모습. 죽음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소모라의 군세와 대치하던 모습을.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아리야. 내가 그 일화를 빌려도 좋겠소?’
아리야가 웃음소리를 냈다.
[네, 예언자님. 얼마든지요!]
그리하여 나는 그 일화를 시우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시우 님.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를 아시겠나요?”
과연 시우도 양털 들고 냇가로 가면 되겠구나 히힛 하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최초의 성녀가 그 용기에 감탄한 것은, 역설적으로 첫번째 예언자가 평소 그다지 용감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던 인물이었기 때문일 테지.”
“예.”
“자신에게 부족한 것. 그래서 상대도 기대하지 않는 것. 그것을 어떻게든 만들어낸다는 거냐. 사랑이란 그럼으로써 증명되는 것인가.”
“적어도 자신이 한 명의 어른이라는 사실은 증명할 수 있을 거예요.”
“…족장님께서 나를 아직 아이로 여기시긴 하지.”
자각이 있었구나.
하긴, 없는 쪽이 더 이상하겠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다 말고 시우는 입을 다물었다.
선 굵은 미남의 얼굴에 깊은 고뇌가 자리 잡았다. 내리비친 달빛이 주름에 스며 음영을 짙게 만들었다.
월족의 친위대장은 그렇게 돌아오는 내내 말이 없었다.
나 역시 말을 더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내 침묵한 채 궁으로 돌아왔다.
“시우 님, 다녀오셨습니까!”
“별 일 없으셨습니까!”
궁에 남아있던 전사들이 앞다투어 경례를 붙여오는 것을 시우는 손짓으로 일축했다.
“됐다. 궁에야말로 별 일 없었나?”
“예! 어제 일도 있고 하여 방비를 단단히 했습니다만, 특별히 아무런 소요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사 한 명이 부동 자세로 보고했다. 또 다른 전사는 조심스레 말했다.
“그 밖에는, 별 일… 이라 하기에는 뭐합니다만, 뱃놈들과 땅지렁이놈들이 대답을 서둘러주면 좋겠다더군요. 그래서 그… 족장님께서 알겠다 하시고는, 친위대원들과 나서셨습니다만은….”
시우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얼어붙은 분위기가 다른 전사들의 입도 걸어잠궜다.
시우가 말했다.
“법왕.”
내겐 아직 이름이 없었다. 그러기에 내가 자칭한 그 보직이 곧 나의 이름이었다.
신전의 법왕이며 시우의 종자인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수그렸다.
“예.”
“오늘 고생 많았다. 가서 쉬도록.”
음.
“시우 님께서는?”
“나는 족장님께 가서….”
그 다음에 시우가 어떤 말을 할 작정이었건 그것은 필요 없는 일이 되었다. 복도 저편으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스며든 달빛을 차분히 으깨는 것처럼 단호하고 규칙적인 걸음 소리였다.
내가 무릎을 꿇었다.
서있던 전사들도 하나 둘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으로 무릎 꿇은 친위대장 앞에, 월족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비류아 족장이 처음 꺼낸 말은 다음과 같았다.
“나투아와 알실라에 답을 전하고 오는 길이다.”
음.
“님이시여, 저희와 함께 하셨어도….”
“그대도 시우도 월족을 위해 바삐 움직였지. 어제 일로 기력이 쇠했던 내게 낮것까지 가져다주면서. 그러니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끝낼 수 있는 일은 끝내두어야 하지 않겠나.”
‘어,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비류아의 의욕이 약간이나마 되살아났다는 부분은 바람직했지만, 그로 인해 큰 그림이 망가지는 것은 곤란했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나투아와 알실라 측에 어떤 답을 전하셨나요, 님이시여?”
“음? 읽을 수 없는가?”
천사가 아직 부재중이었다.
나는 기운을 너무 썼다는 듯 이마를 짚어보였다. 그러자 비류아는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
“배에서 온 자들과도, 산을 파먹던 자들과도, 달을 모시는 일족은 연을 맺지 않는다. 그들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리라.”
아.
그렇다면 다행--
“그리고 시우. 너와 내가 혼인하게 될 것이다.”
정적이 흘렀다.
처음 둘 간의 혼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시우는 엎드려 바닥에 이마를 부비면서 감격스러워했다.
그 때보다 직접적인 이야기가 비류아의 입에서 나온 지금, 시우는 그러는 대신 나직하게 말했다.
“저를 사랑하시기 때문은 아니시겠지요.”
비류아는 살짝 웃었다.
“군주의 혼인에 사랑을 바라는가. 사치스러운 일이구나.”
“저는 제 부군(婦君)께서 그만한 사치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러자면 곳간이 차있어야 할 텐데.”
시우가 신음을 흘렸다.
비류아는 후후, 작게 웃고는 손을 뻗어 시우의 어깨를 짚었다.
“미안하구나. 놀리려던 것은 아니었다.”
“…족장님.”
“내가 너를 아낀다, 시우.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시우는 온몸으로 족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했다. 정작 그 말을 입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그런 시우에게 비류아가 말했다.
“나투아도 알실라도 선택할 수 없다. 어느 쪽도 월족을 위한 길이 아닐 테니까. 나아가 너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리라. 하지만 그 또한 월족에게 책임을 다하는 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저와 혼인을.”
“그렇다. 어떻게든 명맥을 잇고자 마지막까지 발버둥치는 것이 군주로서 행해야할 도리일 터이니.”
시우는 눈을 감았다.
떴다.
“족장님.”
시우가 말했다.
“족장님께 결투를 신청하고 싶습니다.”
비류아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조금 뒤에는 입매 역시.
“어떤 명분으로?”
“제가 전사가 되었음을 보여드리기 위해.”
“보고 있다. 족하지 않은가?”
시우는 이번에는 입을 열어 똑바로 말했다.
“족하지 않습니다.”
“음.”
비류아가 미소를 지었다.
“뜻대로 하라.”
시우는 그렇게 했다. 검집 채 검을 빼어든 채, 월족의 젊은 친위대장은 그의 은인과 마주섰다.
전설적인 전쟁 군주, 용 살해자 비류아가 팔짱을 낀 채 그런 친위대장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