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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90화 (190/202)

#190

사냥의 시간

추락한 대악마.

신장만 10미터에 날개 길이가 다해서 30미터나 되는 비행형 대악마.

그 이름조차 모르는 대악마였지만, 연달아 날린 화살에 날개 하나를 잃은 상태.

일행을 반으로 나눴지만,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에드의 장비는 전과 비할 수 없이 좋아졌고, 레벨도 올라서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이 강해진 상태였다.

솔직히 상대가 피할 수 없는 공격만 가하지 않는다면 혼자서도 잡을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대악마가 공격하는 것을 피할 수준까지 스탯이 올라왔기에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고 여겼으니까.

그리고 그런 에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최강의 방패인 아린이 여기 있었다. 게다가 에드의 공격을 지원해줄 디에고가 있었다.

무리해서 날아왔지만, 혼령박을 쓸 기력은 있어 보였으니까.

게다가 아론도 함께하고 있다.

주교로서 아론의 능력은 아린에 비해 한참 부족하지만, 그는 놈들의 약점을 볼 수 있었다.

최고의 조합.

아무리 상대가 대악마라고 해도 잡을 수 있다.

급격하게 거리를 좁히는 중에 대악마가 고개를 쳐들었다. 두 개의 뿔을 지닌 대악마가 입을 쩌억 벌렸다. 그리고 그 입의 앞으로 검은 구슬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구슬이었다.

대악마가 쏘아내는 구슬을 보고 에드는 시트라의 화살을 날렸다. 시트라가 벼려준 최강의 화살.

꾸왕!

화살과 구슬이 마주친 순간 사방으로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날개를 접은 채 고속으로 강하하던 닉과 퓨리가 밀려날 정도로 강렬한 충격파였다.

그때 아린이 닉의 안장을 박차고 돌진했다. 그 충격에 닉이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다. 에드는 그런 닉의 등위에 서서 돌진하는 아린을 지원하기 위한 화살을 날렸다.

아린이 날린 해머가 벼락처럼 대악마를 향해 날아갔다. 대악마가 코웃음을 치며 손을 휘두르는 순간에 맞춰 폭발이 일어났다.

해머가 터지는 폭발은 전보다 훨씬 위력적으로 변했다. 그 폭발만으로도 대악마의 손이 짓뭉개질 정도다.

대악마의 인상이 구겨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아린이 빠르게 접근하는 것을 보고 에드도 안장을 박차고 그녀를 따라 뛰어내렸다. 족히 100미터 높이에서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리는 것은 짜릿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아린!”

에드가 본능적으로 외치는 소리가 닿기도 전에 아린이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한쪽으로 날아가 숲의 나무들을 부수며 처박혔다.

그제야 볼 수 있었다.

대악마가 휘두른 꼬리를.

긴 꼬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아린이 반응하지도 못할 만큼 빠른 놈이었다.

그 공격에 튕겨 날아간 아린이 일어나는 것을 심안으로 읽은 에드가 떨어지면서 화살들을 쏘아 보냈다. 폭격을 가하듯 날리는 에드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대악마는 무리해서 화살을 쳐내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굳이 쇄폭시를 쓰지 않고, 그냥 날리기만 한 화살이었다. 워낙에 강화되어 있어서 그냥 날린 화살도 만만치 않았다. 에드는 순간 허리를 튕기며 몸을 비틀었다.

쫘악.

공기가 찢기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꼬리치기였다. 에드가 간신히 반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발을 땅에 붙이고 있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겠지만, 허공에서 몸을 피하는 것은 에드도 어려웠다.

문제는 저 꼬리가 재차 날아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홀리 바인딩!”

그때 뒤늦게 날아오던 아론의 신성 주문이 대악마의 꼬리를 휘감았다.

콰드득.

홀리 바인딩이 금세 찢겨 나갔지만, 그 잠깐의 시간 덕분에 에드도 이번에는 그 꼬리를 향해 화살을 날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대악마도 에드의 화살이 얼마나 매서운지 알았는지 꼬리를 움직여서 오히려 화살들을 쳐냈다.

에드도 이 한 번에 승부를 낼 생각이 없었기에 이기어시로 쏘아낸 것이 아니라 꼬리가 모두 화살을 쳐낼 수 있었다.

에드가 바닥에 내려섰을 때 저 멀리 날아갔던 아린이 달려왔다. 대악마는 신성력을 후광처럼 두르고 달려오는 아린을 향해서 꼬리를 휘둘렀다.

카앙!

허공에서야 제대로 흘려내지 못한다고 해도 아린은 이번에는 꼬리를 흘려냈다. 방패를 후려친 꼬리가 허공으로 치솟을 때 아린은 땅에 움푹 박혔던 다리에 힘을 주고 튀어나갔다.

이제는 이정도에 당하지 않는다.

아린이 빠르게 간격을 좁히자 대악마도 경시하지 못하고 마주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입은 상처는 이미 수복한 상태에서 대악마 노르사드가 달려들었다.

“이 버러지들이!”

자신이 이런 곳에서 발이 묶일 줄 몰랐다. 대계를 위해 이렇게 모이는 자리에 이런 버러지들에게 발이 묶일 줄이야.

게다가 이것들이 아주 쌍으로 짜증 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짜증 나는 성기사부터 죽이기로 했다. 저 화살을 날리는 놈도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성기사부터 죽이는 게 편하다.

노르사드의 손톱이 아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캉! 카캉! 카카캉!

노르사드의 공격이 매섭게 날아들었고, 아린은 방패로 그 공격을 들을 받아냈다. 신장의 크기가 압도적이어서 거인에게 짓밟히는 것 같지만, 아린은 단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공격을 받아냈다.

단번에 승부가 날 거라고 여겼던 아린은 놀라울 정도로 잘 받아내고 있었다.

아린이 대악마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을 보고 에드는 확실히 끝내야 함을 알았다. 에드가 활에 화살을 걸고 한껏 당겼다.

이제 동시에 이기어시를 다룰 수 있는 화살은 다섯 발. 에드가 화살을 걸었을 때 아론이 소리쳤다.

“아랫배 쪽입니다.”

아론의 외침에 에드가 목적지를 정했을 때 디에고가 소리쳤다.

“지금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 디에고가 혼령박을 펼치자 원혼의 사슬이 바닥에서 솟구쳐서 대악마의 몸을 휘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에드가 화살을 날렸다.

잠깐이면 족했다. 몸을 멈춘 사이에 끝을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화살을 날린 에드가 이어서 외쳤다.

“아스트론! 당신께 영광을!”

에드가 활의 시위만 당기자 그 위로 네 발의 빛의 화살이 걸렸다. 에드는 그 모습에 픽 웃음을 흘렸다.

특별히 아스트론에게 영광을 더 돌린 것도 아닌데 아마도 대악마를 더 제물로 보내서 그런지 몰라도 화살이 한 발 늘었다.

그런 에드에게 아론이 손을 내밀었다.

“아스트론의 영광이 당신을 비추리니!”

에드의 활에 빛이 더해졌다. 지금도 충분히 강한데 신실한 아스트론의 종이 전한 주문까지 화살에 덧씌워진다. 이정도라면 확실하다.

혼령박에 묶인 대악마는 에드가 먼저 날린 화살에 급하게 몸을 비틀었지만,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화살이 아니었다.

퍼퍼퍼퍼퍽.

다섯 발의 화살이 일제히 대악마의 아랫배에 박혔을 때 폭발이 일어났다. 쇄폭시가 연달아 터지자 대악마의 아랫배 근육이 너덜너덜해지며 그 안에 있는 붉은 핵이 눈에 들어왔다.

대악마 정도 되면 쉽게 죽일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았다. 하지만 그 약점이 될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는 것이 승부를 판가름냈다.

에드가 재차 화살을 날리기 전에 아린도 어떤 상황인지 깨닫고 그대로 방패를 날렸다. 그녀가 날린 방패가 신성력을 머금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갈 때 혼령박을 뜯고 나온 대악마가 방패를 쳐냈다.

대악마의 손목이 부러질 때 날아든 것은 빛의 화살이었다. 그걸 본 대악마가 반사적으로 꼬리를 휘둘렀다. 그런데 빛의 화살은 휘어져 들어와 아랫배에 꽂혔다.

그리고 쇄폭시로 섬광이 폭발했다.

“끄아아아악!”

믿을 수 없었다. 저들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고작 버러지다. 신이 강림한 것도 아니고, 고작 인간들이다. 신의 대행자들이라고 해도 그 정도 공격은 자신의 마력으로 짓이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튼튼한 가죽은 화살 몇 발에 문제가 생길 리가 없었다.

그런데 다섯 발의 화살에 핵을 감싼 가장 질긴 가죽이 너덜너덜해졌고, 그곳으로 날아든 빛의 화살은 피할 틈도 없이 핵에 꽂혔다.

그리고 이어진 신성 폭발.

그것은 대악마 노르사드에게도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펼치며 남아있는 마력을 일제히 터트렸다. 아니, 터트리려고 할 때 또 한 발의 화살이 와서 꽂혔다. 마지막 남아있는 핵에서 화살이 폭발하며 노르사드는 더는 의식을 이어가지 못하고 쓰러졌다.

쓰러진 노르사드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에드는 떨어진 시트라의 화살을 집어들고는 아린의 손을 잡고 닉에게로 뛰어올랐다.

감히 죽은 척을 하던 대악마의 시체를 뒤로하고 그들은 도시를 향해 날았다.

다리온의 대검이 베고 지나갔지만, 뱀의 몸체를 지닌 이 대악마 플라몬드의 비늘이 어찌나 단단한지 흠집만 날 뿐이었다.

신성력을 둘러 성화가 이글거리는 검인데도 불구하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플라몬드에 대한 것은 교단 내에 전해져왔다. 그 본체를 보는 경우가 드문 이 대악마에 대한 것이 전설로 전해졌는데 이렇게 비늘이 단단할 줄은 몰랐다.

다리온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들의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플라몬드가 뱉어내는 독액이 어찌나 강한지 벌써 종자 둘과 수사 넷도 녹아내렸다. 이대로라면 도시에 얼마나 큰 피해가 갈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다리온이 어떻게든 플라몬드의 시선을 끌어서 다른 곳으로 유인하려고 할 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기척을 감지했을 때 화염을 둘둘 두른 석장이 날아왔다.

콰앙!

석장이 박히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으로 플라몬드의 거체가 뒤로 밀렸다. 등장 이후에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플라몬드의 걸음이 멈췄다.

석장에 맞은 부위의 비늘이 깨지고 검게 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플라몬드를 향해 달려드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플라몬드가 독액을 뿜어내자 좌우로 흩어져 공격을 피한 둘을 본 다리온은 그들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검은 풀플레이트 메일에 대검을 휘두르는 이는 론멜이라는 시트라의 성기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저토록 파멸적인 신성력을 두른 검을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쯔걱!

지금까지 흠집밖에 남지 않았던 플라몬드의 비늘이 그대로 쪼개지며 그곳으로 녹색의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론멜이 피한 핏물이 옆에 있던 집 지붕을 뒤덮더니 집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저 핏물도 조심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불쑥 반대편으로 이동하던 사내가 휘두른 검이 검푸른 신성력을 두른 채 플라몬드의 비늘을 쪼갰다. 길게 두 가닥의 상처를 만드니 핏물이 또 쏟아졌다.

저 둘의 공격력은 자신보다도 윗줄이라는 것을 깨달은 다리온이 빠르게 소리쳤다.

“사람들을 대피시켜라.”

플라몬드의 시선을 끄는 역할도 하지 못할 정도라 성기사들과 수사들은 집으로 뛰어들어가 시민들을 끌어안은 채 밖으로 빠져나갔다.

다리온도 직접 한 가족을 이동 시킨 후에 멀찍이 떨어져서 세 명이 싸우는 것을 보았다.

쌍룡사의 호법승과 시트라 교단의 성기사,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시트라와 아스트론의 신성력을 모두 다루는 자.

그 셋이서 프라몬드의 시선을 확실히 끌고 있었다.

프라몬드는 자신의 주위를 이리저리 뛰며 공격하는 이들을 보고는 눈을 번뜩이더니 비늘을 파르르 떨었다.

그때 싸우던 덱스가 빠르게 소리쳤다.

“물러나!”

덱스의 외침을 듣고 노리스는 훌쩍 날아올라 허공을 박차고 뒤로 물러났지만, 론멜은 늦었다.

“컥!”

론멜이 피를 토하는 것을 보고 그런 그를 향해서 다가가던 다리온이 휘청거렸다.

“독이야! 다가가지 마!”

무색, 무취의 독. 그것도 어찌나 강한지 성기사인 론멜이 잠깐 맡은 것만으로 쓰러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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