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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83화 (183/202)

#183

재회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에스터는 에드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그가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어찌 답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주저하는 그녀에게 에드는 담담히 말했다.

“어차피 외교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별궁에서 지내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외교 협상이 끝나도 정벌군이 점령군을 몰아내고 나서야 달리아 왕국으로 돌아가실 수 있으시니 편히 지내시면 됩니다.”

에스터는 에드가 자신을 생각해서 해준 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야속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그만 믿고 아는 이 하나 없는 트라비아 왕국으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그가 떠난다는 말에 이렇게 흔들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레인저 전술 교관들을 검수하셔야 한다는 것 잊지 않으셨죠?”

“물론입니다.”

“달리아 왕국군에 이미 사람을 보냈어요. 전술 교관들이 올 때쯤 볼 수 있을까요?”

“그 전에 대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면요.”

에드는 그것에 대해서는 확답을 해줄 수 없었다. 대혼란이 끝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을게요. 양국의 평화 협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건강히 돌아오세요.”

사실 에밀리아가 검수 해달라고 말했지만, 에드가 없다고 해도 평화 협상은 진행될 것을 알았다. 그래도 에드는 미소로 답했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에스터는 잠시 주저하다가 에드에게 손수건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에드에게 다가와 그가 매고 있던 활에 손수건을 묶어 주려 했다.

에드도 이게 뭘 뜻하는지는 안다. 달리아 왕국에서 활에 손수건을 묶어 준다는 것은 사냥꾼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고 연인에게 해주는 행위였다.

에드는 슬그머니 한 걸음 물러나 그녀의 손길이 활에 닿지 않게 했다. 에스터는 그게 뭘 뜻하는지 알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에드는 여지를 주지 않았다.

에드는 일행과 합류해서는 노리스에게 물었다.

“노리스.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이 동쪽 맞죠?”

노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침반을 꺼내 보였다. 확실히 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상급 악마 이상의 존재가 동쪽에 있다는 뜻. 괜히 펜드래건과 지역을 나눌 때 동쪽을 맡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아스트론이 말하길 노리스의 나침반이 가리키기 시작할 거라고 했다. 그러니 이제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할 차례다.

그 길에 쉬운 상대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한 경험치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리로 간다.

펜드래건은 어제 술을 마시고 새벽에 이미 떠났다고 들었다. 승부욕 하나는 알아주는 그다웠다.

일행은 말을 타고 왕궁을 떠났다. 말을 달리는 중에 에드는 심안에 문득 걸리는 시선이 있어 고개를 돌렸다가 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이를 볼 수 있었다.

워낙에 멀어서 에드도 간신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서 있는 여인.

에밀리아라는 것을 알아본 에드는 손을 휘휘 흔들었다. 저 멀리서 용케 그걸 봤는지 그녀도 손을 흔들었다.

에드는 그렇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말을 몰았다.

옆에 서 있던 덱스가 뒤돌아 저 멀리를 보더니 물었다.

“누구야?”

“에밀리아 공주.”

덱스는 그 말을 듣더니 자신도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픽 웃음을 흘린 에드는 아린을 돌아보았다. 아린은 에드가 에밀리아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도 태연했다.

가진 자의 여유를 보이는 아린은 왕궁을 나와 저 멀리 전방을 보며 말했다.

“저기···.”

에드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전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로 저편. 왕도의 성문 근처에서 말을 달려오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이였다.

“오빠!”

아린이 먼저 말을 타고 달려가는 것을 보고 일행 모두가 그곳을 바라보았다.

아린과 가까워지자 속도를 줄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이는 아론이었다. 아론은 죽음의 숲을 정화하러 간다고해서 헤어졌었다.

그 뒤로 달리아 왕국까지 올라갔다가 왔으니 충분히 이곳에 있을 수도 있지만, 그와 만남은 뜻밖이었다.

일행도 그에게 다가갔다.

“아론. 어쩐 일이에요?”

아론은 에드의 물음에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마틴 대주교님과 함께 왕도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연락을 받고는 서둘러 가셨고, 저에게는 에드님과 합류하라고 하시더군요.”

“어디로 가셨습니까?”

“오랜 지기가 찾는다고만 하셨습니다.”

에드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펜드래건은 이번 일에 진심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과거 16년 전에 함께 대악마를 사냥했던 일행들을 하나둘 모아서 함께 이 대혼란에 저항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이쪽도 전력을 다한다. 이 일행은 충분히 강하지만, 아론은 충분히 도움이 된다.

신성력만 놓고 본다면 아린이 압도적이지만, 아론은 신관으로 수많은 신성 보조 마법을 익혔다. 그런 그가 도움을 준다면 전보다 쉽게 악마를 잡을 수 있으리라.

“그럼 가죠.”

일행이 향한 곳은 아스트론 교단의 대신전이었다. 그곳에서 일행들은 말과 마차를 맡겨 놓고 움직이기로 했다.

테인은 펜드래건의 저택으로 돌아가 대악마에게도 통할 독을 만든다고 했기에 더그와 테인이 떨어져 나간 일행은 말과 마차를 맡겨 놓고 낮에는 걸어서 이동하고 밤에 닉과 퓨리를 통해서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대혼란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했다.

펜드래건과의 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나침반만 놓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 지도를 펼쳐봐야만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지도의 성능이었다.

아칼란의 눈에서 쓰는 물건이었는데 상호 작용하는지 성기사들이 악마를 상대해서 잡은 곳은 잡았다고 표시되고 움직이는 성기사들도 표시가 되고 있었다.

노리스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는 아직 교단에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인지 성기사가 파견되지 않았다.

하긴 저곳에 상급 악마 이상이 움직이고 있다면 성기사가 파견될 일을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에드는 지도를 품에 챙겨 넣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운이 좋다면 오늘 밤 안에 상급 악마나 대악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날아가던 에드는 저 멀리 보이는 불빛을 보았다. 가는 방향이었기에 무심코 시선을 내려 바라보았던 곳에서 에드는 낯익은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아린.”

에드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 아린이 눈을 반짝였다.

“여기서 이렇게 볼 줄은 몰랐네요.”

“일단 만나볼까요?”

대악마나 상급 악마를 쫓아가는 중에 만났으니 저들이 뭔가를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에드가 손을 휘휘 내젓고 아래를 가리키자 디에고가 닉과 퓨리를 조종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가다 보니 저 아래에서 커다란 불덩어리가 날아들었다.

에드가 화살을 날려서 터트리니 이번에는 불꽃의 창이 연달아 날아왔다.

에드는 한숨을 내쉬고는 연달아 화살을 날렸다. 에드의 연사로 날아간 화살들이 불꽃의 창을 모조리 터트렸다.

그렇게 닉과 퓨리가 아래로 내려가니 만반의 준비를 한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사이 일행이 늘었는지 배불뚝이 사내가 커다란 배틀 해머를 든 채 전방을 막고 있었고, 그 뒤로 일행들이 서 있었다.

에드는 닉에서 내려서는 입을 열었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대뜸 불덩어리를 던지면 어떻게 해?”

에드의 말에 배불뚝이 사내가 눈썹을 꿈틀거릴 때 뒤편에서 로브를 눌러쓴 소녀가 앞으로 나섰다.

“어? 에드?”

“맞아. 그리고 여긴 일행들.”

로브를 뒤로 넘긴 소녀. 메르헨은 에드의 일행들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이거 디에고의 사령이에요?”

메르헨의 물음에 디에고가 어깨를 으쓱이며 앞으로 나섰다.

“멋지죠?”

“대단한 데?”

메르헨은 디에고에게 신비술에 대해서 강론을 펼쳤던 만큼 그가 이만한 사령들을 부린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왕도에서 헤어진 뒤로 얼마나 흘렀다고 이만큼이나 성장한 걸까?

척 보기에도 보통 사령들이 아니다. 베이스가 되는 그리폰과 블랙 와이번 자체도 만나기 힘든 종이기는 하지만, 대체 어떤 사령 강화를 거쳤기에 이만큼이나 강해졌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갑자기 머리 위애서 두 마리 사령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 급하게 신비술을 준비했지만, 에드가 막지 않았어도 이 사령들을 격추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작정하고 준비하면 격추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급하게 준비한 거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에드는 배불뚝이 거한의 뒤로 고개를 내미는 카일과 리프를 바라보았다. 귀족의 자재인 카일이 정중하게 인사하는 사이에 난쟁이 도둑 리프는 눈을 반짝이며 일행을 훑어 보았다.

직업병이 도진 것 같아 에드가 정중히 경고했다.

“여기서 너한테 털릴 사람은 없으니까 허튼 수작은 부리지 말고.”

아론이 살짝 걱정되기는 하는데 일단 말이라도 그렇게 전했다. 리프가 그 말에 입을 비죽 내밀었다.

“누가, 뭐, 훔친댔나?”

에드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배불뚝이 거한을 바라보았다. 덩치만 놓고 본다면 야만 전사들도 울고 갈 정도의 덩치였다. 배가 너무 튀어나와서 근육질로 보이지 않지만, 저만한 덩치를 유지하려면 그 안에 숨겨진 근육도 보통이 아니리라.

“새로운 일행인가 보네?”

카일이 그를 소개해줬다.

“이쪽은 칸 그레이브. 칸이라고 부르면 돼요.”

에드는 카일의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소개를 했다.

“전 에드. 악마 사냥꾼이라고 불립니다.”

에드의 소개에 칸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악마들 씨를 말린다는 영웅이셨군. 난 칸이라고 부르면 되오.”

악수하는 동안 전해지는 악력만 보아도 칸이라는 사내의 실력은 짐작할 수 있었다. 제라드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메르헨 일행의 전위를 맡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이였다.

에드는 그 일행들을 돌아보다가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이 일행에서 말이 통할 사람은 카일이다.

메르헨은 벌써 디에고와 쑥덕거리고 있었고, 리프는 아론이 가장 만만해 보였는지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있었으니까.

어수선하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에드는 카일과 먼저 모닥불 근처에 앉아서는 물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던 거야?”

카일은 뺨을 긁적이다가 답했다.

“저희가 지금 뭘 찾고 있는지는 아시죠?”

“헬레나를 찾고 있잖아.”

3영웅의 한 명인 메르헨의 엄마 헬레나. 그녀의 행방을 찾기 위한 메르헨의 여정에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흔적을 쫓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에드는 가만히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얼마나 험난한 삶을 살았는지 눈빛이 달라져 있었고, 자세 또한 안정되어 있었다.

귀족 소년이 아니라 전장을 구를 대로 구른 용병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변해 있는 카일을 보니 새삼 이 세계가 얼마나 험난한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근처에 상급 악마 이상의 존재가 있음을 파악하고 잡으러 가는 중이었어.”

“상급 악마를 잡으러 간다고요?”

에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급 악마와 싸우면서 메르헨의 진정한 힘을 보았지만, 그녀가 아니었다면 일행 중 살아남은 이는 없었을 정도로 강했다.

에드는 카일의 반응을 보고 이들이 상급 악마를 상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아린의 성장이 눈부셔서 그런 거지 이쪽이 정상이다. 메르헨이 아무리 헬레나에게 가르침을 받아왔다고 해도 악마를 상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벌써 상급 악마를 잡았다면 확실히 메르헨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대혼란의 시대가 앞당겨진 것도 에드 일행이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어쩌면 이들이 만날 적들도 계속 단계가 높은 적들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들의 잠재력이 꽃피기 전에 죽을 지도 모를 일.

대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목적지가 같은 것 같은데 같이 갈까?”

“그럼 저희야 든든하죠.”

그래. 너희를 조금 더 굴려서 더 성장 시키려면 아무래도 같이 움직이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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