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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73화 (173/202)

#173

절체절명

염력의 방향은 사방에서 몰아치고 있었다.

아린이 성검을 뽑아 들고 신성 보호막을 펼쳤다.

콰콰콰콰!

신성 보호막이 삐걱거릴 정도로 강력한 염력의 소용돌이가 그들을 찢어버리려고 했지만,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으흑!”

닉과 퓨리가 역소환되면서 디에고가 신음을 흘렸다. 신성 보호막이 일행을 지켜줬지만, 다시 떨어지게 생겼다. 끝도 모를 곳으로 떨어지면서 에드는 고개를 들어 네프사엘을 바라보았다.

본체로 변한 네프사엘은 어이가 없는지 일행을 바라보다가 폭포수의 물을 뭉치기 시작했다. 물에 대한 지배력도 아니고 그저 염력으로 만든 그릇에 담기듯 폭푸수의 물이 삽시간에 쌓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물폭탄을 만드는 중이었다.

에드가 디에고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디에고!”

“다시 소환할게요!”

닉과 퓨리가 다시 소환되자 디에고는 크리스탈 해골을 꺼내서 닉과 퓨리를 강화했다. 원혼을 두른 닉과 퓨리가 전보다 더 빠르게 치솟아 올랐다.

네프사엘은 일행이 솟구치는 것을 보면서 빙긋 웃더니 물 폭탄을 떨어트렸다. 지금까지 모은 물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은 폭탄보다 더 위험해 보였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고 시르케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전력으로 일으킨 바람이 물줄기를 반으로 갈라 갔다. 그러나 온전히 물줄기를 반으로 가르기에는 그 힘이 부족했다. 에드는 그 모습을 보고 에트리안의 검을 뽑아 휘둘렀다.

촤악!

마력만 넣어준다면 공간을 베는 검. 그 검이 그려낸 궤적을 따라 물줄기가 반으로 잘려나갔다.

에드는 회색으로 피부가 변한 제라드에게 검을 던져주며 말했다.

“일단 이거로 싸워.”

“크헝!”

드루이드라면 저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 드루이드도 아닌 이가 문신술을 쓰다 보니 변신 상태에서는 말을 할 수 있지는 못했다. 그래도 덕분에 강한 힘을 손에 얻었으니 그걸로 됐다고 여겼다.

아린이 성검을 검집에 돌리고는 사과했다.

“미안해요.”

“아뇨. 조금 전에는 너무 위험했어요.”

네프사엘의 염력을 제대로 막을 방법은 성검을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저 염력이 에드의 힘을 거의 봉인했다는 점이었다. 이기어시조차 막힐 정도의 권능.

다른 이들이 기회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염력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네프사엘을 상대하는 것은 닉과 퓨리가 없다면 힘든 일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닉과 퓨리는 사령이라 신성력에 노출되면 역소환되니 성기사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떨어지는 덱스를 제라드가 팔을 뻗어 잡아챘다. 떨어지는 덱스를 구하느라 퓨리가 휘청였지만, 어떻게든 구해냈다.

“저거 일단 끄집어 내려야 하는 거 아냐?”

에드는 혹시나 해서 론멜과 아린을 돌아보았다.

“신과의 연결은 어때요?”

신이라면 세계 어디든 돌아보고 그 힘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에드의 질문에 아린과 론멜은 고개를 내저었다.

“연결되지 않아요.”

“그냥 폭포가 아닌가 봐.”

물론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떠내려오기는 했지만, 신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라니.

네프사엘은 어쩌면 처음부터 그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곳은 네프사엘의 근거지와 같은 곳이라고 했으니까.

에드는 아린의 뒤에서 그리핀 위에 놓은 안장에 탄 채 네프사엘의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도 살아남다니 제법이구나.”

한 놈 한 놈의 실력도 예상보다 뛰어났지만, 각기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서 시너지를 내는 중이라 원거리에서 염력만 가지고 싸워서는 답이 없겠다 여겼다.

자신이 원하는 전장으로 끌어들였으니 이제 결착을 지을 때다.

네프사엘이 날개를 펄럭이고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접근해 왔다. 단숨에 거리가 좁혀지자 가장 먼저 날아든 것은 아린의 해머였다.

날아오는 해머를 염력으로 치워버리고 곧장 다가갔다. 연달아 화살도 날아왔지만, 그 또한 염력으로 치워버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날아드는 주먹을 아린이 방패로 흘려냈고, 그 사이로 성검이 날아들었다. 네프사엘은 그리핀을 타고 있는 둘을 상대하기 위해서 옆에서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퓨리에 탄 이들을 염력으로 밀어내 버렸다.

그리고 날아드는 성검을 몸을 틀어 피하며 꼬리를 휘둘렀다.

네프사엘의 꼬리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존재라 아린이 성검을 틀어서 베어내려는 것을 피하고 그녀의 목을 물기 위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꼬리가 문 것은 아린의 목이 아니라 한 자루 비도였다.

쩌저적!

석화의 비도를 문 뱀의 몸이 돌이 되었다. 에드는 비도를 던져봐야 통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양손에 비도를 하나씩 들고 싸우기로 했다.

꼬리를 돌로 만들었지만, 대가로 닉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컥!”

닉의 역소환에 디에고가 신음을 토했다. 아린과 에드가 떨어질 상황. 에드는 아린을 잡아 위로 던지며 오히려 더 급하게 떨어져 내렸다.

덕분에 네프사엘의 발차기를 피할 수 있었다.

에드는 떨어져 내리며 론멜과 덱스, 제라드가 동시에 네프사엘을 향해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들도 상황을 파악한 거다.

네프사엘의 목표과 닉과 퓨리라는 것을.

자칫 잘못하면 퓨리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퓨리를 잃게 되면 네프사엘을 놓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에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론멜은 갑옷에 깃든 권능을 활용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고, 덱스도 두 개의 신성력을 몸에 두른 채 재차 짓쳐 들었고, 제라드도 에트리안의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셋이 합공을 하는 것을 보고 에드는 화살을 뽑아서 활의 시위에 걸었다.

저들이 시선을 끄는 사이에 쏜다. 에드가 쏘아낸 화살이 셋을 도와 날아가는 동안 에드는 이기어시에 집중했다.

네프사엘은 염력으로 론멜을 튕겨내고, 달려드는 덱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덱스는 날아드는 주먹을 보고 고개를 젖혀 피하며 그 팔뚝을 베었다.

네프사엘의 팔뚝이 베이며 피가 쏟아질 때 뒤쪽에서 달려든 제라드가 휘두르는 에트리안의 검이 네프사엘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네프사엘의 날개가 움직여 그런 제라드를 쳐냈다. 아니, 쳐내려 했다. 그의 괴력만 아니었다면.

날개에 달린 발톱으로 제라드를 막았지만, 그걸 힘으로 밀고 들어와 검을 내리쳤다.

카앙!

그러나 제라드가 전력을 다해 휘두른 에트리안의 검이 네프사엘의 뿔에 부딪히는 순간 박살 났다. 제라드는 검이 박살 나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양손을 뻗어 네프사엘의 뿔을 잡았다.

그런 제라드의 복부에 네프사엘의 주먹이 꽂혔다.

“꺼헉!”

아무리 회색곰 정령의 힘을 얻었다고 해도 대악마인 네프사엘의 주먹질을 견딜 정도로 단단해지지는 못했다. 쩍 벌어진 입에서 튀어나오는 핏물이 네프사엘의 눈을 뒤덮었을 때 은밀하게 날아온 화살 세 발이 그녀의 옆구리에 꽂혔다.

세 발의 화살이 한 지점에 꽂혔고, 동시에 폭발했다.

콰콰쾅!

성유물인 화살이 폭발하면서 네프사엘의 옆구리가 넝마가 되었다.

“캬아악!”

네프사엘이 괴성을 지르며 통증에 괴로워할 때 제라드가 한껏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그대로 그녀의 이마를 들이받았다.

쾅!

네프사엘이 충격에 고개가 뒤로 젖혀졌을 때 제라드도 충격에 뿔을 잡고 있던 손도 놓치고 뒤로 날아갔다. 네프사엘이 이를 뿌득 갈 때 아린의 방패가 날아들었다.

섬뜩할 정도로 빠르게 날아온 아린의 방패에 네프사엘이 황급히 팔을 들어 막았지만, 덱스가 칼집을 내놓았던 팔이라 방패를 막는 중에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런 네프사엘에게 떨어져 내리던 아린이 성검을 꽂아 넣었다.

성검이 네프사엘의 가슴에 박혔다. 이대로 심장에 닿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보다 네프사엘의 염력이 빨랐다.

콰앙!

네프사엘의 염력에 얻어맞은 아린이 폭포 쪽으로 날아갔다. 폭포수의 물살을 가르고 뒤편의 벽에 부딪힌 아린의 입에서도 왈칵 핏물이 치솟았다.

“아린!”

저 멀리 아래쪽에서 에드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아린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보았다. 은은한 초록빛을 뿜어내는 넝굴을 휘감은 화살이었다.

드레드가 만들어준 넝쿨. 회복 능력이 있다는 잎을 삼킨 아린이 손을 내밀어 방패를 받아들었을 때 저 멀리 있는 네프사엘이 괴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염력을 뿌렸다.

눈에 핏물이 들어간 데다가 박치기를 당하면서 정신이 없던 네프사엘이 만약을 위해 사방으로 염력을 휘둘러 주위를 물렸다.

마력을 이용해 몸을 수복하면서 네프사엘은 인상을 굳혔다. 꼬리가 굳은 것도 회복되지 않았고, 잘려나간 팔도 회복되지 않았다.

가슴에 난 상처에서도 피가 꿀렁이며 나오고 있었고, 가장 심각한 상처는 옆구리의 상처였다. 옆구리에 주먹 두 개는 들어갈 정도로 구멍이 났고 내장도 상했다.

마력으로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신성력이 깃들어 있어 그것도 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나하나의 능력을 보면 상급 악마보다 조금 강한 정도인 녀석들에게 이렇게 애를 먹을 줄 몰랐다.

그때 폭포수 위쪽에서 뛰어내리는 이가 있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살핀 네프사엘은 붉은 눈의 거대한 독수리를 볼 수 있었다.

날개폭만 해도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독수리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드레드?”

네비로스가 몸을 빼앗으려고 하는 드레드가 자신을 향해 왜 온단 말인가? 눈이 마주친 순간 네비로스를 자극해서 그를 깨우려고 했는데 설마 그를 짓누르고 여기까지 온 걸까?

어쨌든 다가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독수리의 발톱은 자신에게도 위험해 보였으니까.

염력을 이용해서 드레드를 밀어냈다.

드레드는 과연 지금까지 싸운 잔챙이들과 달랐다. 염력으로 밀어내는 데도 날개를 펄럭이며 저항했으니까.

가뜩이나 짜증이 나는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염력을 전력으로 발현해서 드레드를 튕겨 내버렸다.

네프사엘이 드레드를 전력으로 튕겨내는 동안 그녀의 뒤로 솟구쳐 오르는 그림자가 있었다. 기척도 없이 솟구친 에드가 날린 화살 세 발이 동시에 그녀의 등에 박혔다.

네프사엘이 염력을 전력으로 발현해서 드레드를 튕겨내는 그 빈틈에 날아든 화살이라 그걸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콰콰쾅!

세 발의 화살이 동시에 터지면서 날개가 찢겼고, 폐와 심장을 다쳤다. 네프사엘이 왈칵 피를 토하면서 뒤로 돌며 염력을 쏘아 보낼 때 에드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네프사엘이 고개를 들어 올리니 에드는 그녀보다 높은 곳에 오른 채 소리치고 있었다.

“지금이야! 드레드!”

네프사엘이 그 말에 고개를 돌렸을 때 폭포수를 뚫고 섬전처럼 날아드는 드레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다급히 염력을 이용해서 드레드를 막으려고 할 때 머리 위로 화살비가 내렸다.

드레드를 쳐내려면 전력을 다해야 하기도 했지만 화살비를 머리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 화살비를 쳐내면서 남은 팔로 드레드를 쳐내려고 할 때 드레드가 순간 뱀으로 변하더니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콰드득.

죄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네프사엘은 그걸 찢어내기가 쉽지 않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지금 빠르게 떨어지는 중.

이대로 떨어지면 자신은 물론이고 드레드 또한 멀쩡하지 못할 텐데 같이 죽자는 건가?

그때 뱀으로 변한 드레드가 그녀의 목을 물었다.

“캬아아악!”

비명을 지르던 네프사엘은 목을 타고 전해져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번쩍 떴다.

“이 미친 새끼가!”

자신의 몸으로 네비로스의 정수가 전해져 들어오고 있었다. 네비로스도 드레드의 몸보다는 자신의 몸이 탐이 나는 것이 당연한 일.

그렇게 몸을 전해 들어오는 네비로스의 정수를 느끼던 네프사엘이 염력으로 그 정수를 밀어내려고 할 때 그녀의 눈에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에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에드는 허공에 띄운 비도를 박차고 더욱 속도를 높이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거리를 좁히고 다가오는 에드가 줄지어 화살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염력으로 막아내야 하지만, 그랬다가는 네비로스에게 몸을 빼앗길 상황이었다.

“이런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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