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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45화 (145/202)

#145

점괘

카산드라는 에드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건 무리일 것 같네요.”

“혹시 연유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거처에서 한발 짝도 나오지 않는 인물인 데다가 그는 허락된 이만을 자신의 거처로 들어오게 하니까요.”

“허락조차 구하기 힘든 사람입니까?”

“예. 대신에 원하는 물건을 주문하신다면 그에게 의뢰는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드는 그 말이 타협점임을 알았다. 그를 만나서 대체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가 멀리 산다면 일행과 떨어져서 그를 만나러 가는 것도 일이었으니까.

“그렇군요. 필요한 물건이 생긴다면 의뢰하도록 하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산드라가 환하게 웃는 것을 보며 에드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아마 중간에서 거간비라도 챙길 생각인 것 같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얼마든지 지급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배송까지 해주는 특별한 암상이니까.

카산드라가 떠나고 에드는 디에고를 돌아보았다.

“우선 안장은 네가 가지고 있을래? 일단 너는 그것 없어도 되니까 한 명이라도 함께 태울 수 있는 것만으로 상당히 도움이 될 텐데.”

그리핀만 해도 그거에 안장 얹고 디에고와 둘이서 움직인다면 왕궁 침입도 훨씬 쉬워질 수 있다. 하늘을 날아서 침투하는 것에 대한 대비는 거의 되어 있지 않을 테니까.

디에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닉과 퓨리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톰을 타고 달리는 것과는 그 수준이 다른 쾌감을 준다. 지금까지는 혼자만이 해왔던 것이지만, 안장이 있으니 이제는 엠마와 그걸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녀가 트라비아 왕국으로 같이 가겠다고 했으니 가는 길에 함께 사령을 타고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

“그렇게 해. 그럼 내려가자.”

라르스가 잠깐 왕도에 있어 달라고 했으니 기다리는 동안은 일행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었다.

디에고가 좋다고 달려가는 것을 뒤따라 간 에드는 바닥에 구르는 요정의 눈물을 보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자신이 잠깐 카산드라와 거래를 하는 사이에 이 인간들이 벌써 10병이나 되는 술을 비웠다.

인원도 제법 되는 데다가 술들도 다들 잘 마신다고 하지만 마셔도 마력 스탯이 오르지도 않는 인간들이!

에드는 후다닥 내려가서 술잔을 집어 들며 말했다.

“양심도 없이 날 빼고 이렇게 많이 마시다니!”

“어서 오라고!”

덱스의 외침에 에드도 그들과 함께 자리해서는 요정의 눈물을 물 마시듯 비우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고는 함께 술잔을 비웠다.

에드는 기분 좋게 자신의 방에 올라왔다. 저 비싼 요정의 눈물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엄청 독하다는 점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말술들이 모여서 몇천 골드 정도는 간단히 박살 낼 수 있었으리라.

에드는 마력을 10이나 올랐다는 점에 만족해하면서 방에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올리는 것은 분명 한계에 도달하게 되리라. 그래도 그 한계에 닿기 전까지 술꾼으로 살아야겠다.

이미 술에 취해서 뻗은 이들을 방에다 던져 놓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에드는 불청객이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허락도 없이 들어오는 것을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을 알만도 한데?”

에드의 시선이 닿자 벽의 그림자 사이에 서 있던 밀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밀러는 에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국왕 전하의 변고를 듣고 왔습니다.”

고작 하루 지났다. 라르스가 국왕 죽음의 이유를 덮으려고 하는 데도 알아낸 것을 보면 켈베로스의 능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리고 상급 악마를 제물로 바치는 빛의 기둥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에드가 재차 묻자 밀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국왕 전하의 변고에 상급 악마가 연관되어 있습니까?”

에드는 의자로 걸어가 앉아서는 찻잔에 차를 따랐다.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의자에 등을 기댄 에드가 밀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밀러는 아마도 엠버의 손을 잡고 있을 터.

국왕의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그렇게 되면 라르스와 척을 지게 된다. 아무리 마젤타 왕국의 일이 끝이 보인다고 해도 차기 국왕과 척을 지게 되면 곤란하다.

에드는 밀러가 자신에게 얼마나 노력했는지 안다.

“알아도 손을 쓸 수는 없을 거야.”

라르스는 곧 이번 일을 덮고, 국왕에 오를 터였다. 그리되면 외부에서 힘을 모으고 있는 엠버가 손을 쓸 방법은 없다.

밀러는 그걸 알면서도 확답을 듣고 싶어 했다.

어째서인지 왕도에 남아있던 켈베로스의 수장 아인스는 이번 일을 입을 다물었다. 왕궁 친위대장을 비롯해 국왕의 수호 기사 중에서도 사라진 이들이 나왔음에도.

그걸 확인하고 확신했다.

아인스는 라르스의 편에 섰다는 것을.

그래서 에드를 찾아왔다. 상급 악마를 제물로 바쳤다면 에드가 연관된 것이 확실하니까.

에드는 가만히 밀러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귀찮게 되면 아무리 바빠도 너 찾아갈 거야.”

에드의 서슬 퍼런 시선을 받은 밀러가 마른침을 삼켰다. 에드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는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밀러였다. 그가 지금까지 벌이고 다니는 일들은 하나같이 위업이라고 할만한 일들.

3영웅에 비견되는 위업을 쌓고 있는 그의 눈 밖에 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절대 귀찮게 될 일 없을 겁니다.”

에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확인해줬다.

“상급 악마와 국왕 전하의 변고에는 연관이 있지만, 그 내용은 왕가의 치부기에 알려줄 수 없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

에드의 대답을 들은 밀러는 인상을 굳혔다. 그리고 에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악마와 연관이 있는 이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쏴 죽였던 에드다. 그런 그가 상급 악마를 죽였고, 그 상급 악마와 국왕이 연관이 있었다고 한다면 에드가 어떻게 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밀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밀러는 허리를 꾸벅 숙여 보였다.

“확인 감사드립니다.”

밀러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훌쩍 사라졌다. 에드는 밀러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보인 호의에 대한 보답은 이것으로 됐다고 여겼다.

에드는 창문을 열고 여명이 밝아오는 왕도 시무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국왕의 서거가 알려지면서 왕도가 시끄러워졌다. 호텔에서도 연회장을 이용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술도 팔지 않았다.

사흘간 왕도의 모든 건물 창문에 검은 천을 드리우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도 오가지 않으니 거대한 왕도가 마치 죽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에드는 호텔의 지붕에 앉아서 요정의 눈물을 홀짝이다가 지붕 위로 올라오는 이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지붕 위로 올라온 것은 노리스였다.

“시주.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십니까?”

에드는 노리스의 물음에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아마 애도 기간이 끝나고 나면 떠날 수 있을 것 같군요.”

일행은 트라비아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라르스의 부탁 아닌 부탁으로 남아있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노리스의 나침반도 북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트라비아 왕국으로 가는 길이니 가는 길에 그쪽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혈마석의 악마를 쫓는 것도 중요한 일이나 최소 상급 악마를 가리키는 나침반도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노리스도 그 의견에 동의했는데 그도 정확한 날짜를 알고 싶었나 보다.

노리스는 에드의 옆에 앉아서는 그가 들고 있는 술병을 바라보았다. 요정의 눈물이라는 술.

“애도 기간 금주라고 들었습니다만.”

에드는 그 물음에 씨익 웃었다.

“돈이 넉넉하니 금주 기간에도 술을 구할 수 있더군요.”

일행 모두가 왁자하게 떠들며 술을 마실 수는 없었지만, 따로 술을 몇 병 구하는 것은 웃돈만 얹어주면 못할 것도 없었다. 이 호텔에 와서 쓴 돈이 워낙 많다 보니 지배인에게 골드 좀 찔러주고 구할 수 있었다.

일행이 워낙에 고가인 요정의 눈물을 물 들이켜듯 계속 비우다 보니 왕도에서 구할 수 있는 요정의 눈물을 잔뜩 구했다가 금주 명령 때문에 판로가 막혔던 호텔 지배인은 들키지만 말아 달라고 하며 요정의 눈물을 팔았다.

그래서 에드는 혼자 몰래 술을 비우는 중이었다. 다른 이들은 진탕 마셔도 마력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굳이 다른 이들에게도 이 술을 구해주지는 않았다.

맛 자체도 깔끔하고 훌륭하지만, 맛만으로 먹기에는 너무 비싼 술이라서.

“그런데 어쩐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일행들이 함께 식사할 때 물어도 됐을 일을 왜 지금 찾아와서 하는 걸까?

아마도 다른 용건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물어보니 노리스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점괘를 보았습니다.”

에드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법승은 점괘도 볼 수 있는 건가?

“어떤 점괘입니까?”

“저희 일행에 관련된 점괘였죠.”

점을 그다지 믿지는 않지만, 노리스의 능력이 출중하니 그의 점괘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에드가 요정의 눈물을 쭉 비웠다.

노리스는 그런 에드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대흉이 나왔습니다.”

딱 들어도 흉흉해 보이는 점괘에 에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희 일행의 앞길에 대흉이 들었다는 겁니까?”

“예. 트라비아 왕국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에드는 잠깐 생각해 보았다. 밀러에게 악마와 국왕의 죽음이 연관이 있다고 알려주었다고 하나 그 일이 라르스의 귀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터.

설령 그것이 들어간다고 해도 라르스가 부리는 이들이 일행의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수만 명의 병력이 동원된다면 분명 일행에게도 위협이 되겠으나 고작 이 인원을 잡겠다고 그만한 병력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그럼 어떤 것이 그들의 앞길에 대흉이 될까?

“대흉이 그리 위험한 점괘입니까?”

노리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한 점괘가 나오는 일은 드물죠. 어떤 식으로든 일행의 앞길이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점괘입니다.”

에드는 그 말에 노리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설마 대흉이 떴다고 일행에서 떠나실 생각은 아니시죠?”

노리스는 에드의 물음에 헛웃음을 흘렸다.

“시주께서는 저를 그리 보셨습니까?”

“아니라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에드는 그리 답하고는 고개를 돌려 을씨년스러운 왕도를 돌아보았다. 사람 하나 오가지 않는 곳. 그곳을 바라보며 에드가 답했다.

“아마 저희가 걸어온 길. 점괘를 보았다면 대흉이 아닌 곳이 없었을 겁니다.”

에드가 걸어온 길. 아린을 만나서 혈마석의 악마들을 상대했던 모든 일들. 무엇 하나 쉬운 길이 없었다.

아마 점괘를 보았다면 모두 대흉이 떠도 이상하지 않았을 일.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모든 일을 헤쳐왔다.

“그러니 이번 점괘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겁니다.”

에드의 대답에 노리스는 새삼 그를 바라보았다. 여섯 영웅의 하나로 예상하는 이 인물의 저 단단한 마음을 본다면 대흉이라는 점괘조차 뚫고 나갈 것만 같았다.

노리스가 미소를 지을 때 에드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손님이군요.”

에드가 고개를 돌린 곳. 건물의 지붕 위를 다급하게 달려오는 인물이 보였다. 후드를 눌러 쓴 채 달려오는 인물. 심안으로 읽은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에드는 활을 꺼내 들고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노리스가 그런 에드를 보며 물었다.

“손님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죠.”

그 말을 끝으로 에드는 시위를 놓았다. 지붕 위를 달리며 달려오던 인물은 갑자기 날아든 화살에 후드 아래로 검은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몸을 틀어서 화살을 피했다. 그러나 온전히 피해내지 못해 후드가 찢어졌다.

작정하고 이기어시를 쐈다면 절대로 피하지 못했을 것을 알았지만, 에드는 그렇게까지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그저 상대의 기량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날렸던 화살.

상대는 에드와 노리스의 앞에 내려서서는 찢어진 후드를 뒤로 넘겼다.

“또 찾아오셨군요.”

후드 아래 드러난 얼굴은 바로 어제 만났던 인물. 성녀 리베라는 에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짜고짜 날아오는 화살에 신성력까지 일으켜서 몸을 피했는데도 뺨이 얼얼했다.

확실히 기대 이상의 실력을 지닌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왔는데 이만한 실력을 보니 믿을 수 있었다.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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