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강화
암상이 보부상이 가능한 건가?
하지만 없으면 구해다라도 주겠거니 싶어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하나는 신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장신구 류였으면 좋겠네요. 특히 민첩에 관련된 것들이 있습니까?”
에드의 물음에 카산드라는 활짝 웃고는 답했다.
“그런 물건이라면 몇 종류가 있죠. 하지만 중복 적용은 되지 않아서요.”
그리 말하며 카산드라는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선풍의 고리와 신속의 반지, 풍랑의 팔찌가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신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풍랑의 팔찌입니다. 대략 10%의 능력 상승이 된다고 하더군요.”
카산드라의 말에 에드는 풍랑의 팔찌를 집어 들어보았다. 단순히 %로 능력이 향상된다면 보통 물건이 아니다.
에드가 잡아서 손목에 차고 보니 알 수 있었다. 이건 스탯에 제한이 있는 물건이었다. 스탯에 상관없이 %로 오르는 물건이라면 유물급에서는 찾지도 못한다.
그 정도는 성유물 중에서도 굉장히 귀한 물건이다. 특히나 자신이 원하는 스탯을 올려주려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준수하다.
에드가 쓰기에는 부족하지만 덱스라면 다르다.
“덱스. 써 봐.”
에드가 건네주는 것을 받아든 덱스가 손목에 풍랑의 팔찌를 차더니 눈빛이 변했다.
“오오! 이거 좋은데?”
에드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것들을 살펴보았다. 에드가 쓰기에는 부족한 물건들이다.
새삼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에드는 디에고에게도 선풍의 고리를 내밀었다. 어차피 중복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덱스에게 두 개 사줄 필요가 없었다.
디에고도 신나하며 선풍의 고리를 손목에 찼다.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너한테는 마력 관련 장비가 필요할 것 같기는 한데···.”
카산드라가 미소를 지은 채 가방을 뒤적였다.
“마력 관련 장비라면 로하의 목걸이가 있습니다. 이건 마력 회복 속도를 크게 올려주는 목걸이죠. 그리고 마력량을 늘리실 거라면 벤더의 목걸이가 있습니다.”
마력량이라면 디에고는 그 재능이 피어나면서 빠르게 마력량 자체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마력 회복을 올려주는 목걸이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에드는 벤더의 목걸이를 차보았다. 확실히 마력량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마력량이 이제 좀 넉넉해지나 싶었는데 칠채비도를 얻고 보니 욕심이 생겼다.
“그럼 근력을 올려주는 장비도 있습니까?”
“있죠. 사자의 반지와 영웅의 팔찌가 있죠. 보시겠습니까?”
카산드라가 웃으며 장비를 꺼냈다. 에드는 그것들을 살펴보았다.
근력에는 그다지 투자하지 않아서인지 사자의 반지는 에드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근력이 강해져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에드는 그것들도 챙겼다.
그리고 영웅의 팔찌는 덱스에게 줘보았더니 덱스는 그걸 차고는 검을 휘둘러 보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나 이것도 마음에 들어.”
에드는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덱스는 좋다고 이것저것 고르는 중이었다.
그렇게 고른 물건들을 보며 카산드라가 활짝 웃었다.
“고르신 물건은 풍랑의 팔찌와 선풍의 고리, 로하의 목걸이와 벤더의 목걸이, 사자의 반지와 영웅의 팔찌입니다. 맞나요?”
에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죠?”
“풍랑의 팔찌는 500골드, 선풍의 고리는 300골드, 로하의 목걸이와 벤더의 목걸이는 각기 1,000골드입니다. 사자의 반지는 300골드 영웅의 팔찌는 500골드입니다.”
카산드라가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해서 3,600골드인데 3,500골드만 받겠습니다.”
장신구는 원래 가격이 비싸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이다. 그리고 보부상이라고 약간 경시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는데 물건들도 괜찮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니 자연스레 지갑을 열었다.
에드가 금패를 꺼내서 건네자 카산드라가 활짝 웃으며 그것들을 챙겼다.
“언제든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어디로든 가겠습니다.”
에드는 그 말에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커다란 가방이 공간 확장 마법이라도 걸린 것은 알겠는데 그녀는 이런 귀한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자신의 실력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나 보다.
“호위는 없는 겁니까?”
“아이고. 보부상이 얼마나 남는다고 호위까지 둬요.”
그게 앉은 자리에서 3,500골드를 번 사람이 할 말인가?
카산드라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더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뭐든 말씀만 하세요. 지금 안 가지고 있더라도 어떻게든 구해올게요.”
“밀러를 통하지 않고 연락할 방법이 있습니까?”
카산드라는 그 말에 품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냈다.
“이걸 쥐고 마력을 주입하시면 하루 안에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에드는 구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디서든 찾아온다고 한 데다가 그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상인.
위치에 상관없이 하루 만에 찾아온다고 하니 어딘가에 고립되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쿨 거래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떠나는 카산드라를 바라보던 에드는 일행을 돌아보았다. 새로운 장비를 얻은 덱스가 신나하며 외쳤다.
“브란트! 대련하러 갑시다!”
브란트는 그 말에 거절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덱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더 강해졌으니 싸워볼 만하겠다 싶겠지만, 기본적으로 브란트의 육체 능력은 덱스가 장비 몇 개 찬다고 좁힐만한 것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브란트는 대악마의 피를 이용해서 강해졌다. 그 힘의 일부만 취했다고 해도 장비 몇 개로 어쩔 수 있는 이가 아니다.
에드는 그 둘이 대련하는 것을 보고는 디에고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때?”
“슬슬 새로운 사령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력량도 마력 회복량도 예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령이라. 아무거나 구하면 의미 없지 않아?”
“마침 이번에 타룬 산맥으로 간다고 하니 그곳에서 쓸만한 것 구할 수 있으면 구하려고요. 기왕이면 날 수 있는 걸로.”
에드는 그 말에 움찔했다. 설마 나는 탈 것을 구하는 건가?
“그리핀이나 그런 거 보이면 말해. 내가 잡아줄게.”
“진짜요?”
“그럼.”
지금 에드의 실력이면 그리핀 정도는 얼마든지 잡아줄 수 있다. 그리고 그리핀 정도 크기라면 디에고는 얼마든지 탈 수 있으리라.
에드는 손에 쥐고 있는 구슬을 바라보았다. 찾아본다면 사령에게도 안장 같은 것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디에고야 사령도 올라탈 수 있지만, 에드는 그럴 수 없으니까.
날탈을 여럿 구할 수 있다면 일행의 이동 속도는 밤에만 이동한다고 해도 비약적으로 오를 수 있다.
디에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형.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야?”
“절 위해서 1,300골드나 썼잖아요.”
빈민가 출신인 디에고는 상상도 못 해봤던 금액이다. 에드는 그 말에 디에고의 머리를 쓱쓱 비벼줬다. 덱스는 장비 사줬다고 좋다고 그냥 뛰쳐나갔는데 디에고는 그래도 감사를 표할 줄 아니까.
어차피 이 일행은 에드에게 있어 자신과 함께 악마를 사냥하는 이들이었다. 같은 일행을 키우는 것은 게이머에게 있어 숙명과도 같은 것.
에드는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그것에 감사해주는 디에고가 고마웠다.
디에고가 엠마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에드는 남은 이들을 돌아보았다. 론멜은 덱스와 브란트가 나가자 구경한다고 갔고, 남은 것은 아린과 테인이었다.
아린은 에드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트라비아 왕국에 돌아가면 신전에서 지원받아서 그 돈 채워 줄게요.”
에드가 무슨 말인가 싶어 바라보자 아린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지금 우리는 퇴마행을 하는 중이잖아요. 당연히 그 돈은 아스트론 교단이 내야죠.”
“괜찮습니다. 저도 그 정도 여유는 있으니까요. 일행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기도 했고.”
테인이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통이 많이 커졌군.”
“이 정도야 뭐.”
아마 앞으로 더 큰물에서 놀면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이야 천 골드에 벌벌 떨지만, 그때는 만 골드도 우습게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못 구하는 물건들도 둘둘 두르고 다닐 날이 오리라.
“아린의 말처럼 이번에는 도시가 아니라 산맥이라고 하니 한 번쯤 장비를 맞출 때가 된 것 같았는데 잘 됐죠.”
“그래. 이번에는 조심해야 할 것 같더군. 엠마가 괜찮을지 모르겠어.”
산맥이라면 마차로 가지 못할 곳도 있을 수 있다. 마차는 안전하지만, 마차를 못 탄다면 테인이나 엠마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제가 있으니까요.”
상급 악마를 상대할 정도의 스탯을 얻었고, 칠채비도도 얻었다. 이 정도라면 사람 둘 정도 못 지키는 게 더 우스운 일이다.
테인은 가만히 에드를 바라보았다. 사실 펜드래건 조차 저런 말은 쉽게 하지 않았다. 상급 악마를 처음 만났을 때 일행 중 한 명이 죽었으니까.
하지만 에드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두 번째 만난 상급 악마는 혼자서 해치웠다.
“그래. 자네를 믿지.”
그 믿음이 배신당한다고 해도 웃으며 죽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에드가 악마를 대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아니까.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멘 채로 걷던 카산드라의 옆으로 밀러가 뒷짐을 진 채 걷고 있었다.
“어때? 많이 팔았어?”
“그런 큰 손 고객님 소개는 언제나 환영이죠.”
밀러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카산드라가 암상에서도 유별난 존재라는 것은 안다. 아무나 소개 받지 않는 이라는 것도 알고.
그런 그녀를 소개해준 것은 에드와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에드라는 악마 사냥꾼 있잖아요?”
“왜?”
“보통 인물이 아니던데요?”
밀러는 카산드라의 눈이 굉장히 정확하다는 것을 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뭐 손이 크신 것도 있지만, 풍랑의 팔찌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뛰어난 이라는 얘기니까요.”
밀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3영웅에 버금가는 인물이 될 거로 보고 있네. 다음에는 더 귀한 물건들을 구해놓아야 할 걸세.”
“그런 거라면 또 제가 잘하죠. 고객 감동이 제 모토니까요.”
켈베로스의 밀러가 소개해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는데 그의 돈 씀씀이가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3영웅에 비견될 정도의 인물이라면 암상에서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라도 그 줄을 잘 잡을 생각이었다.
솔직히 몰랐다.
덱스가 브란트를 이길 줄은.
그런데 어째서인지 브란트의 얼굴은 뭔가 홀가분해 보였다.
“형님. 괜찮아요?”
“응. 괜찮아.”
덱스도 땀을 줄줄 흘리며 옆에 쓰러져 있다가 길게 숨을 토하며 답했다.
“언제든 말해. 내가 후련하게 패줄 테니까.”
브란트는 그 말에 팔을 들어 눈을 가리고는 웃음을 흘렸다.
“프후후. 하하하하하.”
브란트는 한참을 웃더니 말했다.
“다음에는 안 쉬울 거야.”
“다음 찾는 놈들 치고 제대로 된 놈이 없는데 기대해 볼게.”
덱스가 그리 말하는 것을 보고 브란트가 몸을 일으켜 에드를 돌아보았다.
“감이 조금 오는 것 같아.”
“어떤 감이요?”
“악마의 힘에 휩쓸리지 않는 수준에서 힘을 끌어내는 길이 조금 보였어.”
덱스와의 싸움은 봉인된 힘을 끌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 둘이 가진 능력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전력을 다하는 와중에 브란트도 성장하고 있었나 보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 설마 브란트에게 덱스가 그런 이일 줄은 몰랐다.
덕분에 일행을 강화할 새로운 길이 열렸다.